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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더럽혀진 성역 - 10

레이븐울프 2011. 7. 30. 03:13

혼 - 더럽혀진 성역 - 10

장르: 연애, 순정, 퇴마, 판타지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4입니다. Ep1, Ep2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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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쿠로의 방으로 가고 있는중이다.


  아무래도 쿠로는 밤에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시로는 낮에만 발휘할 수 있다보니 서로 주로 일어나있는 시간이 다른가보다.

 

  물론 중간마다 서로에 대한걸 확인하기도 하는 모양이고 그래도 여러가지로 '보안'이라는것에 힘쓰는거 같아는 보인달까.

 


  "지하로 내려가네?"


  "응, 위는 너무 밝아서 싫어."

 

  쿠로를 따라 중앙의 가장 큰 건물의 바깥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어느정도 내려가자 어둡고 긴 복도가 나왔는데 그 복도의 중간마다 방들이 몇몇개 있었다. 내가 어두워서 불을 키려고 하자 쿠로가 말했다.

 

  "여기 전등같은건 없어."


  "뭐? 그럼 밤에는?"


  "촛불이나 기름을 넣는 등잔정도의 식으로 키긴 하는데 나는 어두운곳이 더 편해서 괜찮아."


  "그래도 이렇게 어두우면 나는 앞을 못본다구."


  "내 손잡고 따라오던지."


  "……."

 

  뭐랄까 고등학생이 초등학생 손잡고 따라가는 모습도 상당히 우스워 보인다만…….

 

  "아, 괜찮아."


  "그럼."

 

  쿠로는 옆의 나무 상자에서 기름등을 하나 꺼내주더니 부싯돌을 꺼냈다가 다시 넣고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등안 유리속에 작은 불꽃하나가 생겼고 쿠로가 나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응."

 

  주변은 목조로 이루어진 길고 어두운 복도를 쿠로를 따라 걸었고 곧 어느 방문을 쿠로가 열었다.


  그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쿠로가 한손으로 날 막으며 말했다.

 

  "들어오지마."


  "…싫어?"


  "응, 싫어. 누가 내 방에 들어오는거."

 

  얘는 벌써 사춘기냐…….

 

  "뭐, 그러면 날 따라오라고 한 이유는 뭐야?"


  "……."


  "음?"


  "그냥."


  "……."


  그래 아무 이유없지. 솔직히 말해보렴 은근히 관심받고 싶었다고!! 애가 솔직하지 못하네. 혼자지내서 외로워서 이러는거 같은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근데, 쿠로."


  "왜."


  "너와 시로는 정말로 나를 믿어주는거야?"


  "응."


  "뭐, 고마워. 그럼 잘자. 나중에 저녁에 다시 일어날거야?"


  "응."


  "그때쯤이면 난 없겠네."


  "…왜?"

 

  내가 흐음하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해질무렵에 돌아가봐야해서."


  "어, 어디로?"


  "어디긴 어디야 내가 지내는곳으로 가야지. 난 여기에 무슨 일이 있는지 둘러보러 온거라서 말야. 동료들과 함께 너희를 구해주러 다시 올……."


  "안돼!!"

 

  쿠로가 갑자기 소리쳤고 나는 등불을 든채 뒤로 슬쩍 물러났다.

 

  "갑자기 왜 그래? 너희를 구해주러……."


  "그건 우릴 구해주는게 아니야!"


  "무슨 소리야?"


  "츠이시가문에서 우릴 발견하면 임무중 이탈이라고 분명히 벌을 줄게 뻔하단 말야!"


  "……."


  쿠로가 잔뜩 흥분한채 말하고 있어서 뭐라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애들은 고집이 있어서 내가 뭐라고 해봐야 안통할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곳에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식량도 언젠가 떨어질건데."


  "그냥 갔다와."


  "그냥?"


  "그래, 앞으로도 계속. 밖에나가서 식량과 보급품을 가지고 우리에게 계속 전해줘. '협력자'답게."


  "뭐, 그래도."

 

  내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난 그냥 협력자가 아니라 '가문협력자'라서 가문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너희들을 도와주긴 좀……."


  "도와줘."


  "……."


  "도와줘. 우릴…도와줘. 부탁이야."

 

  내가 손을 치우고 쿠로의 얼굴을 봤을때 그녀답지 않게…그리고 그녀 또래의 여자아이 다운 눈빛으로 나에게 호소 하고 있었다. 분명 이 아이들은 요괴에게 공격당하고 쫓기고 그런 생활에 지쳐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온건 '츠이시 요이'를 위해 온것이다. 그녀가 무슨 큰 잘못을 했는지는몰라도 요이가 지금 '징계'비슷하게 떠맡은 임무이기에 그녀를 무시할 수도 없다. 애초에 내가 여기 온 이유이며 난 가문협력자이고 그 가장 큰 협력대상은 요이이기 때문이다.

 

  "미안해, 나도 돕고는 싶지만. 난 아무래도 원래 돕던……."


  "요이라는 년을 도울거야?"


  "……."

 

  쪼그만게 말이 갑자기 거칠어졌네.

 


  "쿠로, 아무리 네가 나한테 반말을 한다곤 해도. 네 친척뻘 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는건 옳지않아."


  "필요없어, 너도. 똑같아……."


  "……!?"

 

  내가 들고있는 등불의 빛에 싸늘한 쿠로의 얼굴이 보였고 그녀가 말했다.

 

  "다시 생각해볼 마지막 기회를 줄게. 잘 생각해보라구. 지하에서."

 

  그리곤 갑자기 등불이 꺼져버렸…!?

 

  "쿠로! 무슨 짓이야. 그만……!!"

 

  갑자기 뭔가 날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나는 허공에 반쯤 뜬듯한 느낌과 함께 아무것도 안보이는 어둠속에서 날아가고 있는듯 했다. 뭔가에 빨려들어가듯이…….

 


  "쿠로!!"

 

  나무 문들이 겹겹이 열리는 소리와 닫히는 소리가 여러번 들리며 나는 갑자기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으윽……."

 

  내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고 할때 였다.

 

  스슥-

 

  "……."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완벽한 어둠속에서 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지만 주변에 알수없는 향기가 느껴진다.

 

  "쿠로?"

 

  나의 말한마디가 어둠속에 먹혀지며 되돌아오는 말은 없다.

 

  나도 모르게 어둠이라는 원초적 공포에 몸이 떨리며 무엇보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이 장소에 '뭔가 와 함께' 있다는 것은 날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쿠, 쿠로?"

 

  스윽- 꾸물럭-

 

  "……."


  그닥 인간이 낼 수 없는 소리가 났다.

 


  괴, 괴물? 요괴? 아니야 이곳은 성역이잖아? 아무리 지하라곤 해도…….


  성역이 아무리 문제있다고 해도…설마…….

 

  "으앗!!"

 

  나는 뭔가가 내 살에 닿는 감촉을 느끼곤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곤 바닥을 짚으며 무조건 뒤로 물러서다간 말없이 벽에 몸을 붙였다.

 

  "……."


  아무 말없이 가만히 벽에 붙어서 '뭔가'가 내가 어딨는지 모르도록 있었지만 그것은 나에게 점점 다가오는듯했다.

 

  "……."

 

  그것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뭔가 상당히 안정적이고 고른 숨소리. 그것도 꼭 사람이 숨쉬는 듯한…….

 

  "아."


  뭔가 소리가 들렸다. 어떤 여자의 목소리 같은…….

 

  그리고 숨소리가 점점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가만히 벽에 붙어있을 뿐이다. 물론 눈을 뜨나 감나 안보이긴 똑같지만…….

 

  "윽!"


  뭔가 내 몸을 쓰다듬고 있다…어떤 손길이 느껴진다.

 

  "아…아."


  "누, 누구시죠?"


  "…아."

 

  나는 손을 뻗어서 누군가를 만져본다.

 

  누군가의 살결은 정말로 부드러웠다. 손가락과 손으로 그 살결을 느끼며 겉부분을 더듬듯이 만져보았다.

 

  "……."


  잘록한 허리…그리고 이건…….

 

  "앗."


  뭔가 만지면 안되는곳을 만진거 같다.


  나는 얼른 손을 빼며 말한다.

 

  "저기 미안해요. 그게 저는 아무것도 앞이 안보여서…당신은 누구신지는 몰라도 지금 저는 도움이 필요해요."


  "아……."


  "저기 말은 알아들으실 수 있나요?"


  "……."

 

  갑자기 그 누군가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뭔가 끼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변이 갑자기 팟하고 환해졌다.

 

  "으읏."

 

  나는 손으로 눈을 가리며 벽에 기대어 있었고 곧 천천히 눈을 떴을때 이곳은…….

 

  동굴과 건물이 뒤섞인 이상한 공간이었다. 꼭 목조건물을 동굴이 조여오기라도 한듯이 나무들 사이사이로 돌들이 나와있고 벽은 동굴의 돌벽이기도 했다. 그리고 온갖 물건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아."

 

  그때 멀리 누군가 기둥과 기둥사이를 스쳐지나가듯 움직이는게 보였다.

 


  "저기요!"


  "……."

 

  나는 달려서 그곳을 향해 갔다. 곧 나는 그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뽀얀 살결에 완전한 알몸이며 너무나도 검은 긴생머리를 한 어떤 소녀가 다리를 감싸안은채 구석에 앉아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쯤의 15세~17세쯤 같아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다가가서 말했다.

 

  "고마워, 근데 넌 누구니?"

 

  "……."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을 못하는 것일지도.

 


  나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내가 들어온듯한곳은 문이 아니라 해치였나보다. 사다리가 있고 해치가 하나 있었다.

 

  "아……."

 

  그 여자애가 소리를 냈다. 난 그녀를 보았다.

 

  짙은 갈색의 눈동자…그것은 나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 처음 왔을때부터 느껴지는 짙은 향…….


  뭔가 점점 취해가는 느낌이 드는 듯하다.

 

  "아."

 

  그 여자애가 일어났다.


  너 완전 알몸이라구…근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그녀는 내 손을 잡아 이끌고 어떤 다른 방으로 날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 방안에는 이상한 술식의 그림들이 바닥에 그려져있거나 벽에 부적들이 붙어있었다. 동시에 찢겨진 부적들과 부서진 물건이나 가구들이 가득했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주변은 더욱 아수라장이었고 부서진 목조벽에 찢겨지고 헐어있는 큰 천으로 가려진 곳이 있었다.

 

  스르륵-

 

  그녀가 그 천을 치우는 순간…아주 짙은 향과 함께…….

 


  내 앞에는 그녀와 똑같이 생긴…그리고 수없이 많은 그녀들이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완전한 알몸으로 앉아있고 서있고 벽에 기대어 있다가 날 바라보았다.

 

  모두의 눈동자가 날 주시한다. 하나하나의 눈마다 난 빠져들듯한 느낌이 든다…위험하다. 이건 분명…요녀들인거 같다…인간은 아냐……도망쳐야해……이대로 있으면…….

 

  그래 저 여자애가 여러명으로 보이는것도 다 환각인거야. 분명해. 어서 빠져나가야…….


  근데 꼭 무슨 주술에 빠진거 같…….

 

  "아…좋아……."

 


  하지만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나의 의지를 점점 꺾고 있는 이 향은 날 미치도록 만들고 있다.


  이 향기를 더 맡고 싶다…더 진하게……더……진하게…….

 

  그래…더 진하게…….

 


  환각이든 요녀든…상관안해……이 향기만 맡을 수 있다면…….

 

 

- - - -[도취]- - - - - - - - - - - - - - - - - - -

 


  나마루 켄지는 완전하게 향에 취한듯이 천천히 찰박거리는 물을 밟으며 그의 소녀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다가 가장 처음 켄지와 만났던 소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켄지는 동공이 풀린채 그녀를 보았다.

 


  "아…아……."

 

  소녀가 목소리를 냈을때 켄지는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짙은 향을 맡으며 그녀의 목에 얼굴을 대며 그녀의 등을 감싸안았다.

 

  "좋은…향이네……."

 

  켄지는 그 소녀를 안은채 아주 얕은 물위로 쓰러졌고 물에 젖은채 가만히 있다가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며 얼굴을 쓰다듬었다.

 

  "향을…더 진하게 맡고싶어…그렇게 해줄 수 있어…?"

 

  소녀는 켄지의 얼굴을 보통 보다 좀 작은 크기의 가슴으로 안아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이어 주변에 있던 다른 똑같이 생긴 소녀들도 켄지의 주변으로 모였고 그의 주변에 앉거나 누우며 그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흐려져있던 켄지는 숨을 들이키고 내쉬며 소녀들을 보았고 향에 취한채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어떤 소녀가 그의 위로 오더니 켄지와 이마를 맞대며 그를 바라보았고 인간인지조차 알수없는 소녀들의 향속에서 켄지는 점점 빠져들고만 있었다.

 

 

 

 

[11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