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몽환의 협곡 - 56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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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요이가 미정의 한팔에 허리를 안긴채 감탄하고 있었고 미정이는 엄청나게 빠르게 꿈속의 공간을 질주하고 있었다.
"쳇, 원래 이런거 보여주면 안되는건데…언니니까 특별히 경험하는 겁니다."
"이게 네 능력이야?"
"평소보단 느린거에요. 여긴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시각에도 어느정도 의존해야하거든요. 한번 가본 장소, 설계도와 일치하는 장소는 눈감고도 갑니다."
"완전 편리해! 도망칠때도 추격할때도 이만한 능력이 없겠는걸!"
"…마냥 장점만 있었음 제가 이렇게 고생 안하고 있었겠죠."
"단점이 뭐야?"
"에이, 그런걸 일일이 다 알려주는 바보가 어딨어요! 비밀입니다 비밀."
학교를 빠져나와 평야를 지나고 온갖 색들이 분사형 스프레이 처럼 퍼져나가는 이상한 느낌의 허공이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보도블럭들이 계속해서 일직선 길을 만들어 주는 그 위를 미정이 달리며 말했다.
"박하현 언니 어딨는지 알아요?"
"하현이?! 하현이는 아직 못만났어!"
"여긴 언니의 내면 속이잖아요. 한번 시도해보세요."
"하현이……."
요이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을 하자 순간적으로 요이만 사라져버렸고 동시에 균형을 잃은 미정이 비틀거리며 달리다가 보도블럭에서 떨어져 온갖 색깔들의 공간으로 떨어져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춘듯한 느낌이 들더니 반대로 천장을 향해 사출되듯 튕겨져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건 또 어떻게 되는거야아아아아아~"
그리고 뭔가 철퍽하고 색들끼리 섞이고 물들어가는 페인트 통에 빠진듯한 느낌에서 눈을 떴을때, 미정이는 처음보는 방안에서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하아…하아……."
식은 땀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봤을땐, 하얀색 느낌의 고급스러운 넓은 방에 2인용 침대와, 고대 그리스 조각상 같은 것들이 있는 장소였다.
"요이 언니? 킬러비 언니?"
당황한 그녀가 침대에서 나왔을때 자신은 하얀색 실크 느낌에 주름도 살짝 가있는 고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오, 이거 괜찮은데."
그리고 그녀가 감탄하고 있을때쯤 방문에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한미정 회장님,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세요."
그리고 미정의 눈앞엔 깔끔한 집사복을 입은 김 담당관이 나타났고, 미정이는 한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끄응…꿈이구만……그것도 상당한 개꿈이야."
"회장님, 오늘은 남편감을 고르실 준비가 되었는지요?"
"그러고보니 절 왜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거죠? 그리고 김 담당관님 적응 안되게 그러지 마세요."
"한미정 회장님은, 우리 한미그룹 최연소로 회장이 되셨고 수익을 작년말에만 40000배 이상 올리셨습니다. 전세계급 기업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으로 발돋움 했다고 할수있지요. 제 이름은 집사 킴입니다."
"아, 여기선 집사 킴이시네요. 말도 안되는 수치의 수익을 낸 저는 그럼 뭐 지금 재벌 2세 그런건가요?"
"본인의 능력도 인성도 뛰어난 살아있는 재벌 그 자체입니다."
"키야~ 뭔가 표현이 이상하지만 어쨌든 맘에 드네요. 그래서 외출복은 어떻게 맞춰줄거죠?"
집사 킴이 두번 박수를 치자, 메이드 복을 입은 수많은 하녀들이 나타나서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 까지 모든것을 손질해주고 깔끔하고 지적인 느낌의 맞춤형 여성 정장을 입혀주었다. 그것에 만족한 미정이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럼, 음식은?"
기다렸다는 듯이 깔끔하게 세운 콧수염을 가진 여러명의 요리사들이 음식들을 잔뜩 카트에 밀며 도착했고, 오늘의 메뉴에 대한 설명과 함께 투명한 유리잔에 포도주를 살짝 따르더니 말했다.
"회장님, 한번 맛보시죠."
"음~"
먼저 향을 맡아본 미정이 맛을 봤을때 묘하게 씁쓸한 맛이 났지만, 어른들은 즐기며 마시니까 괜찮겠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요. 이걸로 마실게요."
그리고 최고급 스테이크를 한입 먹어본 미정이가 깜빡 죽는 시늉을 하며 날카로워 보이는 칼 하나를 슬쩍 챙기곤 말했다.
"이런! 세계 최고로 맛있는 스테이크를 이제야 먹어보네. 부들부들하다 정말."
그리고 만족해하는 미정의 미소를 보며 요리사들이 미소 지었고 잠시 후 방에서 나가, 끝없이 펼쳐진 긴 복도를 지나 메인홀에 도착한 미정과 김 담당관 앞에는 신랑복을 입은 천여명의 남자들이 무릎을 꿇은채 꽃을 들고 있었다.
"저와 약혼해 주십시오 한미정 회장님!!"
"…이건 또 뭐래. 다들 고개 좀 들어봐요."
그 얼굴들은 한국, 외국에서 제법 잘나가는 아이돌, 영화배우, 연예인들의 총 집합소였다. 학생에서 유부남까지 다양하게 늘어서 있는 희안한 광경에 미정이가 손을 들고 말했다.
"일단, 유부남들 다 집에 가세요."
"……."
실망한 표정의 남자들이 일어서서 다 나갔다.
"그리고, 연애 스캔들 연류된 남자들 다 나가요."
"……."
또 다른 남자들이 일어서서 나갔다.
"그 다음으로, 아주 솔직하게 자기가 여자관계가 문란했다…자진해서 나가세요. 나중에 법정가서 혼나기 싫으면요. 조사하면 다 나오는거 알죠?"
"……."
또 한무리의 남자들이 나갔다.
"나머지는~"
말을 쭉~ 늘이며 말하던 미정이 김에게 물었다.
"저기 집사 킴. 이거 어쩌면 좋을까요. 너무 많은데."
"다 방법이 있지요."
집사 킴이 목음 잠시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일주일 드릴게요. 자기소개서 작성해서 홈페이지 약혼 신청란에 올리세요. 그 다음엔 필기 시험이 있구요. 그 다음엔 실기 시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체력 테스트도 있구요. 그 다음엔 면접이 있고, 면접후에는 최종면접으로 뽑겠어요. 남편감이 너무 많아서 좀 줄인 다음에 고민해야 겠네요~ 아, 제일 마지막 신체검사에서 탈락이면 그냥 다 끝나는겁니다."
"……."
집사 킴의 말에 좌절한 남자들을 보며 그녀는 어깨를 으슥하며 말했다.
"남편감은 중요하잖아요. 회장님 약혼인데 제대로 해야죠. 자~ 경쟁률이 겨우 500:1이네요! 희망을 가져요 여러분!! 499명은 좌절하겠지만 1명은 개이득 각이잖아요? 파이팅 파이팅하라구요 다른 말로는 노-력입니다 여러분."
그렇게 말한 집사 킴에게 미정이 묘하게 씁쓸한 표정으로 뒤돌아섰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오늘 일정은요?"
"오늘 회장님의 일정은, 세계 명예 여왕 취임식입니다."
"……."
미정이가 그건 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집사 킴이 말했다.
"회장님의 능력을 높게산 인류가 회장님을 영원한 1호로 모시겠다네요. 세계 정부가 인정했습니다."
"이야~ 이거 여기 너무 좋은거 아니에요?"
미정이는 최고급 차량을 타고 가다가 최고급 레드 카펫을 밟고 최고급 헬기를 탄다음 최고급 재료로 만든 물질들 위에 서서 연설대에 놓여진 최고급 마이크를 잡았다.
앞에는 전세계의 각종 기자들과, 수천만명의 군중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놓인 종이에는 '어떻게 최연소의 나이로 성공하셨나요? 그 소감을 말해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하하…별걸 다 물어보시는군요. 답은 간단하죠."
미정이 실소를 머금은채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이게 다 꿈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모두가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닌거 같죠? 이게 다 환상이라는거죠. 진실은 뭐냐구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현실에서 발라당 누워서 자고 있는 제 몸뚱이를 여기의 '집사 킴'의 리얼 버전인 김 담당관님이 어떻게든 처분할거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거 같지만 미정은 계속해서 말한다.
"뻔해요. 첫째는, 연구실에 보내서 명분상 치료라고 쓰고 뭐…연구자료로 절 써버리거나……둘째로는 생명유지장치에 한 일주일정도 놔두겠죠. 그 다음엔? 국민의 세금을 잠자는 도시의 요원에게 마냥 축낼순 없으니 안타깝게도 미정 요원은 사망처리하겠습니다 꺼이꺼이하고 운좋으면 국립 현충원에…재수없으면 그냥 동해 어딘가에 비공식적으로 수장 될겁니다. 뭐, 이왕 수장할거면 독도 근처에 해주세요."
그리고 미정이 집사 킴을 노려보았고 집사 킴은 영문도 모른채 식은 땀을 닦았다. 미정이는 마이크를 뽑아 입앞에 갖다댄채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전 며칠간 여왕 노릇하자고 이곳에 계속 있을 생각없습니다. 요이 언니 내면이니까 언니 멘탈 케어나 좀 도와주세요. 가능하다면 말이지만. 그리고 남편감 분들…자소서 진짜로 쓰고 있는거 아니죠? 저보다 더 좋은 여자 많으니까 이상한 경쟁하지말고 각자 행복한 길 찾아가세요."
그리곤 자기 앞에 놓여진 연설대를 발로 걷어차곤 기자들 사이에 서 있는 코우사카 안즈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이, 너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요이 언니 너무 괴롭히지 말라고."
"이제 가는건가."
"교실에서 요이 언니랑 대화하던 거 생각해보니까 탈출법은 자살이 답인듯하네."
"예리하네, 담에 기회되면 또 보자."
"싫거든? 꺼졍."
안즈가 손을 흔들고 있을때 미정은 미리 챙겨둔 칼을 꺼내서 자신의 목 우측 부분에 박아넣었고 손에 힘을 줘서 목의 앞까지 베어낸 다음 목과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 피가 조금씩 바닥에 퍼져나가다가 사라지고 있을때쯤, 다른 장소에선 하얀 실의 출구를 덮듯이 간이 컨테이너 같은 곳 안에서 츠이시 요이가 하현이를 꼭 껴안은채 말하고 있었다.
"보고 싶었어 하현아…."
"나도 그랬어…요이."
하현이는 요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동안 많이 컸네. 몸도 성숙해졌구…예쁜걸."
"다 네 덕분이야."
요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네가 그때 날 위해 희생해줘서…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어! 네가 그때…다른 사람들 처럼 도망가버렸다면……난 분명히 죽어버렸을거야."
"에이, 무슨…난 너랑 친해진것만 해도 좋았는걸. 처음에 너 엄청 살벌했던거 기억나?"
"응…미안……."
"아냐아냐, 처음엔 믿기 힘든게 당연하지. 그래도 내 최장기록은 아직 그대로인가? 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친구 있어?"
"아니…제일 오래 함께 였던건 너뿐이야……."
"이번엔 그 기록 깨보라구. 어쩌다가 이렇게 우리가 만나게 된건진 모르겠지만…그때 말했듯이 나에 대해선 죄책감도 가지지말고 씩씩하게 살아가. 그게 내 바램이야."
"다른건? 다르건 없어?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일!"
요이의 말이 끝날 무렵, 하현은 컨테이너 주변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곤 조용히 말했다.
"아…괜찮아. 가족들도 잘지내고 있을거고…미정이한테 고맙다고만 전해줘."
"미정이한테?"
"그녀석이 이 혼란 속에서 조커같은 역할이었거든."
그리고 하현이는 요이를 하얀실의 출구로 데려가서 말을 이었다.
"이건 아무래도 네 스스로 끊어야 할거같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안없어지더라고."
"끊어도 괜찮을까? 이건 몽환술사씨가 날 위해 맺어둔건데."
"요이, 끊어야만해."
"…알았어."
요이는 자신의 손목에 나타난 감겨있는 하얀 실을 바라보았고, 그것을 손으로 잡아 뜯어버렸다. 멀리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실이 뜯겨나가는 거대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제야 하현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어서 컨테이너의 입구를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소녀들의 원한 어린 목소리 또한 울려퍼졌기에 하현이는 요이를 마주보고 서서 말했다.
"자, 아쉽지만 헤어져야할 시간이네."
"싫어! 하현아…난 너랑 계속 있고 싶어."
"요이, 안돼…. 지금은 아니야."
"어째서?"
요이의 물음에 박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은 이제 네거야. 여기 남아있는 몽환의 협곡은 온전히 네것이지. 언젠가…네가 이곳을 제어하게 되면 그때 다시 만나자."
"응…알았어. 언젠가 꼭 보는 걸로 하자. 근데…이젠 자살로도 난 이곳에서 못 빠져나간다고 하던데 어쩌면 좋을까……."
"그건 네가 예상된 죽음에 너무 많이 익숙해져서 그런거겠지. 그렇다면 예기치 못한…약간의 충격이 가미되면 아마 될거라고 생각해."
"예기치 못…읍?!"
요이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하현이 그녀에게 키스했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깜짝 놀란 요이. 문이 내려쳐지는 소리도 원한 어린 소리들도 모두 잠시동안 없어져버린 그 정적 속에서 박하현은 조용히 다른 손으로 권총을 꺼내 요이의 턱밑에 총구를 갖다대었고, 방아쇠는 당겨졌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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