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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폐쇄된 교회 - Remake_5

레이븐울프 2010. 1. 7. 18:18

혼-폐쇄된 교회 - 5

장르: 괴기호러--->유머

글쓴이: 너구리햄스

 

 

 

 

 

 

 

 

 

  "……."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런 나를 츠이시 요이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뭐해? 이제 잠이나 자자. 너 때문에 지금까지 잠도 못자고 있었다구."

  "……."

  난 옆을 봤는데. 침대 밑에는 이미 이부자리가 펴져있었다.

  "여기는 나마루군이 잘 자리야."

  그녀는 이부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쨩이라는 칭호는 안붙이는건가?

  내가 혼자 생각하고 있을때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나마루군."

  "… 응?"

  "많이 놀랐어?"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녀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마루는 가슴 큰게 좋아 작은게 좋아?"

  "큭!"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혀버렸다. 츠이시는 대답을 기다리며 침대위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자, 이럴땐 어떻게 해야 잘대답했다고 해줄까?

 

  "'큰 거'라고 하면 어쩔건데?"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정…도?"

  "……."

  뭔가 부족한 느낌인데.

 

  "뭐, 뭐야 그 '뭔가 부족해'라는 듯한 표정은!!"

  "……."

  정확하다. 츠이시.

 

  "그, 그렇구나… 켄지군은 가슴 엄청 큰 거 좋아하는구나…."

  츠이시가 이래저래 이상한 걱정을 하고있을때 나는 묘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

  뭔가가 내 머리속에서 생각났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 빌어먹을 곳에 저녀석에게 낚인건지 뭔지 모르게 왔고, 학원도 날려먹었으며 방금은 목숨까지 위험했다. 물론 저녀석이 도와서 살았긴 하지만. 이렇게 중대할때 저런 농담같지도 않은 장난질을 해?

  이거 갑자기 열받네. 저녀석 때문이잖아 애초에 전부 다.

 

  "나마루군 나정도로 만족해줄순 없어?"

  "야."

  "응?"

  더 이상은 못참겠다. 저녀석은 도대체 뭐야?

  난 츠이시 요이를 벽으로 밀어붙였고 그녀를 거칠게 흔들며 말했다.

 

  "넌 뭐지? 뭐하는 녀석이야. 왜 날 이곳으로 데려왔지? 대답해. 똑바로 대답 좀 해봐."

  그녀는 겁먹은 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만 있었다.

  "방금 것들은 도대체 뭐야? 난 죽을뻔 했어. 어? 이런곳으로 날 데려온 이유가 고작 밤이 외로워서라던가 이런거냐? 장난쳐? 그리고 지금 얼마나 진지한 순간인데 넌 지금 되도않는걸로 농담따먹기나 하고 있어? 넌 뭐야. 어떻게 되먹은 녀석이냐고. 좀 진지하게 생각 좀 해봐. 넌… 뭐, 욕구불만? 뭐 그런거라도 있어?"

 

  그녀는 아무말도 없었다.

  "대답해. 대답 좀 하라고. 지금 이 상황을 똑바로 설명이나 해봐!! 당장 설명 좀 해보라고!!"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주륵하고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소리친거라서 순간 당황할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다른 쪽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 미안해……."

  겁먹은 목소리.

  "나, 나 이런 의, 의도가 아니었……."

  떨리는 목소리.

  "미안… 해……."

  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주저앉았고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난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 미안… 나 이럴 의도가…."

 

  뭘까… 갑작스럽게 화냈던 내가 떠오르는것은… 그 행동은 잘한 짓이었을까?

  그녀는 목메이는 듯한 목소리를 겨우 다듬으며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너 무서웠을거 같았어. 처음 당해보는 거잖아. 그래서… 어떻게 해줘야할까 고민했던 거라구… 혼자있기 무서워서 널 데려왔지만… 넌 이런 경험은 처음이잖아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걸 잊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런거야… 믿어줘… 제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대충 정리해보자면… 나는 요괴같은거 처음이니까 엄청 놀랐을것이고 그걸 진정시켜보려고 이상한 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난 나쁜 놈 된건가? 아니, 나쁜 놈이네. 이렇게 깊은 뜻을 모르고 있었다니…….

 

  "일어나."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계속 흐느끼고만 있었다.

  "일어나라니까."

  나는 강제로 그녀를 일으켜서 침대에 앉혔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계속 울고 있었다. 어떻게 해줘야할지 생각하다가 그냥 그녀 옆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었나봐……."

  그녀는 계속 울고만 있다.

  "야… 고개 좀 들어. 괜히 더 미안해지게 하네?"

  라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눈물콧물 범벅인데 어떻게 얼굴을 들어……."

  하며 작고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잠시 생각을 했고 옆에 있던 화장지를 몇장 뽑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쪽에 가져다 대고는 말했다.

 

  "코풀어."

  "싫어……."

  "괜찮아 그냥 풀어."

  "……."

  고민하는 듯 하다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흥-하고 내가 원하던 반응을 해주었다. 나는 다 떨어진듯 그 다음 화장지가 안 나와있는 곽휴지를 노려보며 그녀를 안으채로 팔을 살짝 내밀었다.

 

  "닦아."

  "괜찮겠어…?"

  "그래."

  그녀는 내 와이셔츠의 팔부분에 눈물을 닦았고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었다. 아직도 서글픈 표정을 지은채로 훌쩍 거리고 있었다.

 

  "미안, 미안. 내가 잘못했어."

  나는 그녀를 더욱 깊게 안아주며 말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몸에 힘을 빼고는 내 품에 안겼다.

  뭐… 분위기 좋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요괴들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현실이라서 생각보다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배경음 한번 최악이랄까.

 

  "이제 괜찮지?"

  내 물음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츠이시를 품에 안고 있는게 갑자기 멋쩍어진 나는 그녀를 내 품에서 빼내었고 그녀는 아직도 글썽이며 나에게 살짝 미소를 보여주었다. 다행이다….

 

  그녀가 나에게 뭔가 말하려고 할때였다.

  "저기 나마루……."

 

쾅!

 

  천장쪽에서 들린 뭔가를 아주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에 깜짝놀란 나는 순간적으로 츠이시를 잡은채 그녀쪽으로 엎드렸다. 그리고 주변에 귀를 기우렸다. 가까운 곳에서 들렸던 내리치는 소리는 몇번 더 들리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방이 흔들렸다고 느껴질정도로 강한것 같았다.

 

  내가 경계를 풀고 그녀를 봤을 때 깨달았는데.

  난 그녀를 눕힌채로 입을 막고 있었고 그녀는 글썽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가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덮친거 같은 자세다.

 

  "아, 미안."

  내가 순간적으로 손을 떼며 말했을 때였다. 츠이시가 갑자기 내 손목을 붙잡고 말했다.

 

  "계속… 해줄 수 있…어?"

  "……."

 

  아… 음… 그러니까… 그게… 어… 저… 그… 그… 아…….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야 도대체……?!

 

  "나마루군. 지금 나 진지하게 묻고 있는거야. 정말로."

  "……."

 

  "할꺼야? 안할꺼야? 둘중에 하나만 분명하게 말해봐."

  나는 당황한 상태로 그녀의 눈을 보고 있었는데. 뭔가 하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진지한 표정과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듯한… 그런 눈으로 나에게 묻고있다.

 

  "빨리 대답해줘."

 

  자, 정리를 해보자.

  앞에서는 수준급 미모를 가진 긴생머리 여고생이 뭔가를 매우매우 원하는 듯하면서도 나에게 선택을 원하고 있다. 주변 분위기가 그닥 좋진 않지만 지금 츠이시와 나 둘만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고 해야하나?

 

  나는 아직 미성년자… 이런 관계를 가지면 안된다… 하지만… 주는 기회를 못받아먹는 바보가 될지도? 주변 분위기를 봐서 정말로 내가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간다는 보장도 없는데 경험도 없이 죽는건 억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보자고 하니깐 뭔가 살살 찔리는 느낌인데 안하자니 본능이 재촉하고 또….

 

  "……."

  아~ 몰라. 짜증나.

  지르고 보자.

 

  "그럼… 간다."

  "응."

  내가 부드럽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

  아니, 어쩌라고.

 

  가만히 눈감고 있으면 나보고 어쩌라는거냐. 이거 뭐부터 시작해야하는거지…. 이런걸로 고민하는 나도 참 신비하지만.

 

  츠이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키스부터 해줘."

  "……."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쪽으로 다가갔다.

  조금씩 조금씩

 

  그때였다.

 

  "끄으읏?!"

  나는 발목부분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으로 그만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고 츠이시는 아직도 홍조를 띈채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섭섭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아~ 이거 진짜 아프잖아!!"

  내가 발목을 잡고 구르고 있을때쯤에 그녀는 그제야 나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뭔가와 접촉한적 있어?"

  "그거야……."

  문어놈 촉수가 내 발목을 감았었지?

  "문어! 문어문어문어 촉수!!"

  "에…?"

  요이는 다소 엽기적인 나의 대답에 당황하며 내 발목을 보았다.

 

  "많이는 아니지만 살짝 긁힌 상처같은걸로 감염된거 같아."

  "감염?!"

  "아마도 독이 스며들었을걸?"

  "어떻게 해야해?!"

  "잠깐만~"

  그녀는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뭔가를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뭔가를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빨리 좀 끝내!"

  "기다리는 자에게는 복이 있어 켄지쨩."

  쨩이라고 불러봤자 안아파지지는 않아!!

 

  "우으으으……."

  내가 지쳐서 신음할때쯤에 그녀는 노란색 포스트잇을 내 발목에 붙이려고 하고 있었다.

  "장난치냐?!"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지만 그녀는 내 허리를 얄밉게 한번 꼬집어주고는 내 발목과 양말사이에다 그것을 붙였다.

 

  "……?!"

  안 아프다.

 

  "이제 괜찮아?"

  "어……."

  신기하네.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임시방편일 뿐이야. 진통효과랄까? 제대로 치료하려면 아침에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야겠어."

  "어디?"

  "얕은 호수 같은 곳인데… 정화하기에는 안성맞춤일꺼야."

  "그래……."

  아픈게 낫기만 한다면야. 잠깐만… 그건 그렇고 방금전의 그 분위기는 어디로!!

 

  내가 혼자서 괴로워하고 있을때쯤에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상태로는 무리일까?"

  "그럴지도……."

  "후후… 내가 리드해줄까?"

  "……."

  사양한다.

 

  "싫다는 표정이네… 그럼 그냥 자자. 나도 사실 피곤했어. 너도 많이 피곤할꺼구."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녀는 내 옆에서 일어나더니 옷장에서 잠옷을 꺼냈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눈치없네."

  "뭐가?"

  그녀는 잠옷을 든채로 나를 계속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옷갈아 입는다고? 방금까지만 해도 이상한 관계가 될뻔했는데 옷갈아입는거 가지고….

 

  "눈 감고 돌아있어."

  "그래."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고 뒤로 뱅글 돌았다.

 

  옷갈아입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지는건 어쩔수없는 본능일까?

 

  "다 입었어."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돌아서며 눈을 뜬 내앞에는 잠옷을 입은 츠이시가 침대에 살포시 걸쳐앉아 있었다. 잠옷을 입으니 그녀의 가슴이 살짝 돋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살짝 미소를 보여주더니 일어나서 방의 불을 끄고는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나는 멍하게 앉아있다가 내 이부자리로 가서 조용히 이불을 덮고 누웠고 발목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의 찝찝함을 참아내고 있었다. 요이는 아무말도 없었고 나도 아무말없이 누워있었다.

 

  사실 오늘은 매우 피곤한 하루다. 밤늦게까지 동아리 활동하다가 이상한 여학생을 만나서는 여기까지왔고 지금은 부상까지 당해서 이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잠이 안온다…. 독이 들어간 상태라 그런가? 고통은 부적 -포스트잇….- 이 막아주고 있지만 독자체의 효력은 아직도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모르므로 그냥 예측일 뿐이다. 나는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누워보며 잠들기를 시도해본다.

 

  그때 츠이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마루군."

  "응?"

  "잠 안오지?"

  "뭐… 못자고 있다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나도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내옆에 와서 앉으며 말했다.

 

  "잠오게 해줄게 이쪽으로 기대."

  그녀가 양손을 살짝 펼치며 말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등을 그녀의 가슴쪽에 맡겼다. 이상한 느낌이다.

 

  "여러가지 일이 많았지? 미안해 내가 해줄수있는건 이것뿐인걸까?"

  혼잣말을 하며 그녀는 내 목과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난 아직도 고민중이야… 널 어떻게 해야할지 말이야…. 내맘대로 하기엔 미안하달까? 제멋대로 데려와서 미안했어."

  그녀의 손길이 내 목에 집중되는 듯하다. 간지럽기도 하고 약간은 부끄럽다.

 

  "켄지…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양팔이 살짝 머리를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며 그녀의 손이 내 턱과 머리를 조심스럽게 동시에 부드럽게 잡았다. 잠깐만… 잠깐만…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이건?!

 

  "잘자 켄지군♡"

 

 

 

  뚜둑-

 

[6화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