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장의 자작소설

단편소설:김괴물씨를 찾습니다

레이븐울프 2011. 4. 24. 18:04

 

김괴물씨를 아시나요?

누구냐면 제 이웃에 사는 아저씨입니다. 나이는 약 40세. 직업은 화가입니다. 가족은 없구요,5년 쯤 전부터 이 동네에 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봤을땐 노란 목도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옷은 입지 않았습니다.

 

김괴물씨를 처음 본건 제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그땐 여름방학이었기 때문에 전 전날처럼 늦잠을 잤고, 일어나 보니 10시 정도였던것 같습니다.

대충 아침을 먹고 나서 밖에 나가려는데, 엄마가 왠지 나가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호기심이 생긴

저는 엄마가 화장실에 간 틈에 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방역차가 왔나보다'라고 생각한 제 기대와는

달리 밖은 의외로 조용했고 딱히 이상할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엽집에 이런저런 짐들이 놓여있 것으로 보아 옆집엔 누가 이사를 온것이 확실했습니다.

만일 이사온 가족중에 저와 나이가 비슷한 아이가 있으면 친구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던 중

새로 이사온 사람이 집 밖에서 나왔습니다. 아니, 사람인지 뭔지도 불분명한 뭔가가 나왔습니다.

키는 한 2미터쯤 됐고, 피부는 마치 껍질을 벗겨놓은 굴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요. 생기다 만 머리의 한가운데엔 흰자위 없는 눈 여러개와 대충 찢어진 입이 박혀있었고, 촉수 수십개가 팔다리 대신 달려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괴물이었죠.

하지만 그를 처음 봤을땐 징그럽다기 보다는 신기해서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 남자애들도 징그러워 하는 지렁이 따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 올려서 남자애들 눈앞에 들이밀거나 하는 아이였으니까요.

10초쯤 지나서야 그가 뭐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겠니?"

처음엔 그의 부정확한 목소리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예?"

"...내가 짐을 옮겨야 하는데 좀 나와 주지 않겠어?"

전 그 말을 듣자 마자 옆으로 비켰습니다.

"...어,고마워."

그는 냉장고로 느릿느릿 다가가서는 촉수로 냉장고를 감고 번쩍 들어올렸습니다. 그러곤 그 느린

움직임으로 다시 집 안에 들어갔습니다. 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그가 짐을 더 옮기는걸 구경했

습니다. 그는 짐을 다 옮기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넌 안 덥니?"

"좀 더워요."

"그래?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사줄까?

"......"

처음 보는 사람이 뭘 사주면 따라가지 말라고 배운 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려졌습니다.

그때, 엄마가 저를 찾아 나온 것이었습니다.

"김세화! 너 엄마가 나가지 말랬지!"

"네? 전 그냥....."

"아주머니가 이 아이 어머님이신가요?"

"그런데 왜요?"

엄마는 뭔가 두려워하면서 저를 빨리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아이가 방금 전부터 땡볕에 나와있어서 더워보여가지고...아이스크림을 좀 사주려는데 괜찮을까요?"

"전 애 아이스크림 사줄 돈도 없는줄 아세요?"

엄마는 그렇게 쏘아붙이곤 저를 끌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엄마한테 혼이 난건 말할것도 없지요. 정작 전 제가 왜 혼이 났는지 몰랐지만요.

 

하지만 채 며칠 되지 않아 전 다시 아저씨를 보러 갔습니다. 이번엔 집 앞을 쓸고 계셨죠.

"안녕?"

"네. 안녕하세요?"

"세화...라고 했지?"

"네. 근데 아저씨는 이름이 뭐에요?"

"나? 이름같은거 없어. 다들 괴물이라고 부르고."

"그럼 아저씨 이름은 괴물이네요."

"....그렇지."

"그럼 성도 붙여서 김괴물은 어때요?"

"좋을대로."

아저씨는 다시 빗질을 했습니다.

"아저씨."

"왜?"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면 기분 안 나빠요?"

"별로...."

"그래요?"

 

그때였습니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돌이 날아와 제 머리를 맞혀습니다.

저기 어딘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구요.

"병신아 잘못 맞았잖아!"

"야 째!"

동네 남자애들이 아저씨를 향해 던진게 그만 제 머리에 맞은 것이었습니다.

"괜찮니?"

아저씨는 빗자루를 떨어뜨리고 저를 끌어 안았습니다. 촉수에선 의외로 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안되겠다. 이건 병원 가서 꿰매야 돼."

아저씨는 저를 안고 우리 집 문을 두들겼습니다.

"아주머니! 문좀 열어주세요!"

"또 뭔일인데...."

엄마는 신경질적인 투로 말하다가 제 머리를 보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애가 돌을 맞아서 머리를 꿰메야 해요!"

"네?"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어디죠?"

"걸어가서 10분쯤 되는곳에 있는데...."

"잘 됐네요. 저랑 가시죠."

아저씨는 저를 안고 엄마와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나중에 엄마가 하는 말이, 평소엔 촉수로 느릿느릿 움직이던 아저씨였지만 그날만은 마치 길바닥을 미끄러지듯 움직였는데, 속도가 운동선수만큼이나 빨라서 따라갈수 없었다고 합니다. 병원에 도착하자 간호사언니들과 의사선생님이 아저씨를 보는 순간 놀랐지만 제 상태를 보곤 급히 수술실로 데려갔고 아저씨와 엄마는 소파에 앉아 수술이 끝나길 기다렸는데, 아저씨가 하는 말이

"세화...괜찮을거에요...."

라며 엄마를 위로 했다 합니다. 그때 촉수 하나를 뻗어 엄마의 어깨에 올렸는데, 처음엔 징그러웠지만 마치 은은한 향수같은 냄새가 나서 안정이 됐다나요. 수술은 다행히 잘 끝났지만 그때 생긴 흉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잘 안보이지만요. 아무튼 그 이후로 전 아저씨와 더 친해졌고 매일같이 보는 사이가 됐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요.

 

4일 전, 저는 여느때처럼 학교에서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왔고, 집 앞에서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너는 아저씨를 보고 인사하며 집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아저씨가 집 앞에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된 저는 아저씨네 집에 들어갔습니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저씨가 그리다 만 그림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아저씨ㅇ는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제가 들어온걸 보고서야 자리에서 간신히 일어났습니다.

"어...세화구나."

아저씨는 목에 두른 목도리를 고쳐 둘렀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평소엔 항상 집 밖에 나와 있었잖아요."

"응....그런 일이 있단다."

아저씨는 다시 누웠습니다.

"세화야."

"네?"

"세화는 아직 학생이지?"

"네."

"좋겠구나. 아저씨는 학교를 안다녔단다."

"...."

"학교 뿐만이 아니야. 난 어떤 사람과도 어울리지 못했어.

돈도 제대로 못벌어서 실력 없는 화가들에게 나 대신 그사람들 이름으로 대신 그려주는 식이었지......"

"....."

"세화는 그런거 없니? 갑자기 떠나고 싶어진다던가."

"가끔 있어요. 왜요?"

"나에겐 바로 지금이란다.

난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야. 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이곳도 너무 정이 들었어.... 특히 너하고. 그래서 떠나기 전 이곳을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어서 한참동안 누워 있었단다."

"저기...어디로 가는 거에요?"

"왜? 따라오려고? 넌 못오는 곳인데?"

"네에?"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죽으러 가는게 아니야."

아저씨는 제 손을 잡았습니다.

아저씨가 저와 헤어진다니 왠지 슬퍼, 전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울지 마. 괜찮아."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슬퍼, 전 아저씨의 품에 안겼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울음이 그쳤습니다.

".....배 안고프니? 엄마가 기다리시겠다."

"...."

"저녁인데 밥은 먹어야지."

전 간신히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촉수 하나를 흔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보자."

"...네."

그리고, 그게 제가 본 아저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저씨의 집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누가 5년씩이나 살았다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깨끗했습니다.

그리고 전 다시 한번 방바닥에 쓰러져 참았던 눈물을 마구 쏟았습니다.

 

혹시 김괴물씨를 보게 되신다면, 제게 꼭 연락 주세요.

아직 아저씨에게 물어보지 않은게 있어서 그럽니다. 아저씨를 처음 봤을때부터 지금까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꾸만 망설여져서 물어보지 않은 질문입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부탁입니다. 아저씨를 보게 되면 연락 주세요. 제발요........

 

 

 

 

 

 

 

 

 

 

 

 

 

 

 

 

함장의 말:

 

역시 소설은 힘들어....

 

내가 미쳤지....설정 없이 즉흥으로 쓰다니....

 

근데 다 쓰고 보니 내가 읽어도 뭐란건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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