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 더럽혀진 성역 - 16
장르: 연애, 순정, 퇴마, 판타지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4입니다. Ep1, Ep2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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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제법 깊어갈 무렵 지하실 문이 안쪽으로 부터 열리며 쿠로가 보우건을 들고 나왔고 요이는 문앞에 있다가 그런 그녀를 보았다.
"왔구나."
"어."
쿠로는 보우건을 요이에게 건넸고 요이는 그것을 받았다.
"수고했어."
"……."
쿠로는 아무말 없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시로는?"
"아직 지하실인가본데."
"시로도 지하실에 넣었던거야?"
"응. 아직 탈출 못했나 본데?"
"이미 했을걸."
"그래?"
요이는 시로가 있는 쪽의 지하실 문을 열었고 구석을 보자 시로는 감옥 밖에는 있었지만 감옥 구석에 가만히 눈감고 있을 뿐이었다.
"뭐해?"
"우으……."
시로는 가만히 눈을 떳고 울먹이며 말했다.
"감옥은 나왔는데…주변이 아무것도 안보여서 움직이기가 무서웠어요…. 카메라 플래시도 곧 안터지던걸요…."
"배터리가 다 됐나보네. 어쨌든 수고했어. 그래도 어둠이 무서우면 문을 열고 나오면 되잖아?"
"움직였다가 어둠귀신이 내 위치를 알아채고 달려들거 같아서 무서워서 못움직이겠던걸요…."
"헤, 그런게 어딨어. 그건 그렇고 갑자기 존댓말?"
"아."
시로는 요이에게 매달리며 말했다.
"그게, 시로는 주변이 밝으면 시로가 쎄니까 말놓고 주변이 어두우면 존댓말을 하거든요!!"
"아?"
요이는 이해못하겠다는 듯이 말했고 시로는 얼른 나가자는 듯이 요이를 떠밀며 말했다.
"어차피 이제 밖은 밤인거 같은걸 뭘요! 빨리 같이 나가기나 해요!!"
"으응…뭐, 그래."
그 뒤로 요이는 시로와 쿠로에게 적당히 먹을것들을 주었고 시로는 잠자러갔다.
요이는 쿠로에게도 쉬라고 했지만 쿠로는 밤에 보초를 서야한다고 말하며 묵묵히 감지술식들을 체크할 뿐이었다.
그렇게 체크해가던 중에 요이가 나타나자 쿠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자?"
"너도 알듯이 우리들은 비상시를 대비해 안자고도 제법 버티는 훈련을 받잖아?"
"지금이 비상시라는 거지?"
"……."
"알고 있었어, 그래서 너의 강압적인 훈련도 그냥 납득 한거야."
"그래?"
"우리 여기 갇힌거잖아. 나갈 수가 없는거지?"
"응."
쿠로는 가옥의 가장 외곽부에서 벽밖을 보았고 요이도 밖을 보았다.
숲마다 요괴들이 피워놓은 듯한 불빛들이 가득했고 그 수는 요이가 온 직후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밖을 보던 쿠로가 말했다.
"며칠이나 버틸거 같아?"
"글쎄 길어야 이틀? 그정도면 결계가 사라져버릴거야."
"그런가…. 너가 오면서 가속 되어버린거지?"
"그렇지. 난 설마 츠이시가문 쌍둥이 자매가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하고 와서 말이야. 나 혼자 정도의 저주의 기운이면 켄지의 상태를 체크하고 어찌저찌 동료-카미코 미도리-와도 합류해서 탈출하려고 했는데. 저주의 3중첩이라.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될줄은 몰랐지."
"너가 다급해진걸 보고 뭔가를 알 수 있었어. 그리고 결계석이 점점 한계를 다한다는것도 어느정도는 느꼈구 말이야."
"결국 어차피 죽을 녀석들 틈에 나와 켄지가 끼여든 셈이구나."
"그래도 은연히 느꼈어."
"뭘?"
"네가 처음 침입했을때 말이야. 그래도 가문에서 이쪽을 신경쓰고는 있구나 싶었지. 그래서 조금은 기뻤어."
"말하는걸 보아하니 나한테 당한건 풀렸나 보네?"
"어젯'밤'에 당해서 치욕적이긴 했지만 같은 가문이니까. 애초에 적이 아니잖아."
"너 츠이시가문 버리기로 했다면서?"
"다시 바꿨어. 이정도로 약해서는 안될거 같다고 느꼈어. 가문을 버려도 내가 더 강해지고 난 뒤에 하려구."
요이가 보우건을 든채 흥미롭게 쿠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에~ 너도 알잖아. 우린 어차피 다 죽을거야. 이틀 후에 결계석이 완전 맛가버리면 말이지. 여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거든."
"말은 그렇게 하면서 넌 가능성을 걸고 있잖아."
"……."
"나와 시로를 갑작스럽게 훈련시킨건 모두 목적이 있어서야. 낮에는 시로가 밤에는 나라도 살아남도록 하려고 그런 무리한 훈련을 갑자기 시킨거지? 원래 그정도 훈련은 3단계 견습 퇴마사가 시작하는 건데 말이지."
요이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예리한데?"
"내 생각이지만 넌 어찌됐든 죽는다는 결론 밖에 없는거고."
"후~"
요이는 쿠로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정답이야. 너 어른이 어린애로 변하는 술식 쓴거지? 애가 아닌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난 아직 어린애가 맞아."
"그래, 난 어느쪽이 되는 죽어. 저 숲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을거야."
"가문에서 지원올거라는 희망은?"
"나에게 주어진 임무기간이 일주일이야. 결계가 무너지는데는 이틀. 저택에서 아무리 버틴다고 해봤자 저정도 요괴물량이면 택도없어. 결계가 사라지고 놈들이 진격을 시작한지 20분안에 이 건물을 장악 당할거야. 지하실로 도망친다쳐도 무리가 있겠지."
"그래도 지하에서 내가 버틴다면……."
"너정도의 체력으로 완전한 암흑에서 싸운다면 몇시간은 더 벌겠지만 놈들은 바보연합이 아니라 분명히 지하실 내부도 밝게 해버리거나 지하실의 모든 입구쪽에서 불을 피워서 우릴 질식사 시키려고 할수도 있겠지."
"아니면 잘보면 말이야 지하에 비상탈출구 같은게 있을지도……."
"너도 지하에 관해선 잘모른다고 켄지가 그랬던거 같은데?"
"……맞아."
"그리고 만약 밖으로 탈출한다해도 그 탈출로가 성역인 동굴과 연결된게 아니라면 헛수고야. 이미 숲은 죄다 요괴들이 점령한 상태니까. 거기다가 우린 너무나도 잘난 츠이시가문의 저주를 줄줄이 달고 다니잖아? 숲의 비밀장소에서 뿅~하고 나타나도 놈들은 우왁하고 금세 달려들거야. 저주가 3개나 중첩됐는데 말다했지. 밖에 있는 요괴들 수준도 엄청난 녀석들 일걸."
"결국 정말로 끝인거구나."
"그래 나로서는 끝난거지. 그래도 부탁이 있어."
"뭔데?"
요이가 진지한 빛으로 쿠로를 보며 말했다.
"만약 밤에 결계가 사라진다면 시로와 나는 신경쓰지말고 켄지를 데리고 도망쳐줬으면 하는거야. 물론 낮에는 시로가 켄지를 신경써야겠지만."
"살릴만한 녀석만 살린다 이건가."
"그래, 켄지는 협력자니까 저주같은것도 없고. 한명정도 데리고 도망치는건 할만하잖아?"
"힘들겠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지. 녀석한테는 은혜랄것도 없는 도움을 받긴 받았으니까."
말을 끝낸 쿠로는 요이를 바라보곤 조용히 말했다.
"어떤 방향이든 죽는다는 방향에 있으면서 마지막 느낌은 어때?"
"아. 글쎄…죽는다는거 아예 생각해본적 없는것도 아니라 조금은 무덤덤해. 단지 미련이 좀 남는다일까……."
"무슨 미련?"
요이는 쿠로와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있잖아, 어차피 죽을거라 너한테만 말하는거지만 나 사실 켄지랑 약혼했던 사이거든."
"……."
쿠로의 시선이 묘해졌다.
"그래서 말이야 안그래도 여기 결혼한 가문사람들이 오는곳이잖아? 겸사겸사 죽기전에 녀석이랑 아잉♡하려고 했는데 좀 잘되서 미련이 아하하."
"……아잉이 뭔데."
"어머, 너 몰라?"
"몰라. 애교 떠는건가?"
"……."
요이는 잠시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넌 아무것도 모르고 죽는구나. 축복받은 녀석이야."
"아직 죽는걸로 확정 안난걸로 아는데."
"헤에~ 차라리 모르는채로 죽는게 나을거야 꼬마아가씨."
"그럼 모르고 있겠다만 넌 안됐군 그래. 약혼한 상대와 헤어지는곳이 이곳이라니 말이야."
"아이러니하지? 괜찮아. 켄지라면 살아남아서 자유의 몸…은 아마 가문에서 안놓아줄테니 무리겠지만 그래도 유이언니가 잘거둬서 둘이 결혼하고 우쭈쭈쭈~ 손만잡고 잤는데 아이가 생겼어요!!"
"……뭐야 그거. 손잡으면 아이가 생겨? 것보다 유이는 누구?"
"아아."
요이는 자신의 보우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랑은 비교도 안될정도로 강한 친언니야. 칭호도 있는 붉은 장미의 퇴마사인데 그 언니라면 나같이 죽음이나 기다리는 약골과는 달라서 켄지를 잘 지켜줄거야. 거기다가 켄지가 좋아하는 가슴빵빵 스타일이라 둘이 잘맞을거구."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네가 죽어도 켄지는 유이언니와 결혼 할 수 있을까?"
"무슨 소리야?"
"있잖아, 너랑 약혼했는데 넌 죽고 자신만 살아서……."
"걱정마."
요이는 단호하게 말하곤 후하고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저녀석 말이야. 약혼해놓곤 기억상실이라서 아무것도 기억못해. 거기다가 내가 죽어도 말이야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애초에 켄지가 보기엔 나랑 녀석은 그닥 큰 인연이 있던 사이는 아니니까 말이지."
"……."
"헤헤 나름 비극적이지만 별수없지."
"만약 내가 말이야……."
쿠로가 말을하다 멈추더니 강한 의지를 보이며 말했다.
"내가 녀석을 데리고 나가게 된다면 너와 약혼이었다는걸 말해줄게. 그리고 네가 얼마나 녀석을 아끼는지도."
"그러진 말고 말이야……대신에 켄지한…테……."
뻣뻣하게 서있던 요이의 양눈에서 주륵하고 눈물들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고 쿠로는 묵묵히 그런 그녀를 볼뿐이었다. 요이는 흐느끼며 천천히 말했다.
"내가…정말로……미치도록 좋아했었다고만 알…려줘."
"…그래."
쿠로는 속으로 살짝 오글거리면서도 상대방이 상당히 진지한 표정이었기에 그러려니하고 넘어간다.
"이럴줄 알았으면 시체처리 포스트잇은 켄지주는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충동적으로 줘버렸네."
"시체문제라면 걱정마, 나나 시로가 죽기전에 처리해줄테니까. 물론 우리자신들의 시신도."
"장미 술식사들은 이래서 부럽다니까. 죽는 방법이 편해."
"편하고 말고."
쿠로가 씩하고 웃으며 말했다.
"조건이 안맞는데 술식을 써버리면 우리자신이 대가로 지불되어 버리니까."
"그래…그런데 말이야. 궁금한게 있는데 너와 시로는 어쩌다가 같이 이곳에 온거야?"
"그건 말이지……."
쿠로는 말끝을 흐리다가 말했다.
"만약 너와 내가 낮에 이곳에 남겨진다면 그때 죽기전에 말해줄게."
"뭐야 그런거야? 궁금하니까 시로한테도 말해둬. 둘중 어느쪽에게든지 듣고 싶으니까."
"알았어. 죽기전에 궁금한것도 많네."
"그래, 그래서 내일은 지하실에 가볼거야."
"지하실?"
"이곳 아무래도 궁금하거든. 성역인데도 요괴들이 몰려온것은 너희말고도 이유가 있을거야. 더욱이 지하실에 뭔가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성광기들 말이야. 그것들을 설치하면서 느낀건데 그것들이 쓸데없이 가옥내부를 비추도록 되어있더라구. 그 이유가 뭘까?"
"……."
쿠로는 조용히 대답했다.
"내부에서 뭔가를 억제하려고 했던 것들인가?"
"그래. 밖은 중요치 않았어. 안에서 막으려고 했던거야. 이곳은 가문소유긴 하지만 다른 장소들에 직설적으로 '교합지'들이 더 생겨나면서 거의 한세기정도 넘게 버려진 곳이었지. 근데도 수인족들은 계속 이곳을 관리했다고하지. 하지만 말이 관리지 수인족으로 하여금 지키도록 한거야. 뭔가 느껴지지않아?"
"거대한 성역. 표면적으로는 버려진 곳인데도 관리는 계속되었고……."
"이곳은 위성으로도 촬영이 불가능하지. 뭔가를 하기 아주 좋은곳이란거야. 그 뭔가가 뭔지는 몰라도 말이야."
요이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땅밑에 어떤 여자들이 가득하다고 하더라고."
"여자?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고?"
"그래, 그것도 모두 똑같이 생긴."
"……우리 가문 사람인가? 아니, 그랬다간 저주가 엄청날건데. 협력자?"
"알수없어. 다만 뭔가 이상한 짓거리를 했던건 틀림없는거 같아. 비록 살아남아 있는 시간은 별로없지만 그것들을 조사해볼까해. 혹시 살아남을 방법이 생겨날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그러고보면……."
"왜?"
"화장실도 좀 이상했어."
"어떤 면에서?"
"그게 바로 화장실에서 모아서 썩히는게 아니라 지하의 어느곳까지 흘러가도록 처리된것 같았어."
요이가 쿠로를 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볼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도대체."
"……어둡고 좁은 공간이라면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전부 궁금해서 말이야."
"헤에~ 악취미!"
"아니거든. 것보다 이제그만 가보는게 어때 협력자한테."
"응? 왜?"
쿠로가 감지술식을 체크해보며 말했다.
"약혼한 사이라며. 죽기전에 가능한 오래 함께 있을거 아냐. 같이 있어. 보초는 나 혼자로 충분하니까."
"……."
요이는 감동한 듯이 녀석을 쳐다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씨익하고 웃었다.
"너 역시 아는데 모른척 하는거지? 응?"
"뭘!?"
"에~ 알면서. 남자랑 여자가 뭘하는지!!"
"몰라 그런거."
"헤헤헤 모른척하기는. 나도 네녀석때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흥. 맘대로 생각해."
"아무튼 고마워."
요이는 그렇게 쿠로와 헤어졌고 잠시 고민하다가 혼자 얼굴이 빨개진채 말했다.
"뭐랄까…역시 씻는게 좋겠지!? 하기전에는!!"
요이는 옷장같은 곳에서 일본의 옛전통복을 꺼내며 말했다.
"오~ 이거 좋은데. 그래도 저게 더 눈에 띄는걸?"
요이는 가지고 있던 옷은 놓아둔채 전통퇴마사 복을 꺼내들고는 묘하게 미소지어보였다.
"역시 난 퇴마사니까 이 옷이 나을려나? 어차피 벗으면 다 똑같긴 하지만!"
요이는 퇴마사복을 들고는 물을 올리는 펌프가 있는 곳으로 가서 퇴마사복을 놓고는 전투복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옷만 입은채 펌프질을 해보며 말했다.
"그래도 교회에선 따뜻하게 샤워했는데. 가을에 찬물이라…아하하. 뭐 원래 찬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렇게 요이는 속옷도 벗어버리기 시작했고 주변을 보며 말했다.
"시로가 성광기 마다 불이 들어있는 프리즘을 놔둬서 그런지 가옥전체가 그나마 밝아진 감도 있고 좋네."
한편 그때쯤의 켄지는 제법 넓은 방안에서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며 잠자리 옆에 호롱불 하나를 켜둔채 자신의 일상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도 세이키는 혼자 동아리 활동을 다 하고 있으려나. 후으 나중에 혼날지도 모르겠는걸. 그건그렇고 집에 나도 없는데 레나가 찾아왔다던지…앞으론 이런 일이 자주 있을 지도 모르는데 동아리도 그만둬야하나 모르겠네."
그러다가 켄지는 누군가 방의 미닫이 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다.
"요이야?"
하지만 그가 봤을때 문은 열려있기만 했을뿐 아무도 없었다.
"음? 뭐야 문만 열고는 도망간건가…. 하긴 요이랑도 얘기하기 조금 어색해져버린거 같기도하고."
그렇게 켄지가 문을 닫았을때 그는 잠시 굳어버렸다.
그의 시선에서 자기 앞에 자기 그림자 말고도 다른 그림자가 있었던 것이다.
[17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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