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코너/혼 - 더럽혀진 성역

혼(魂) - 더럽혀진 성역 - 22

레이븐울프 2012. 8. 5. 18:02

혼 - 더럽혀진 성역 - 22

장르: 연애, 순정, 퇴마, 판타지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4입니다. Ep1, Ep2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나와 아즈미씨가 피해온곳은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나무판자로 이루어진 통로였지만 곳곳이 부서져서 흙과 돌로된 부분들이 보였고 핏자국이라던지 그런 것들도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단지 긍정적인것은 내가 수인의 시체에서 챙겼던 두루마리가 바로 이 지하의 지도였다는 것이다. 모든 곳이 표시된것은 아닌거 같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있어서 이것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정보였다.



  우선 우리는 메인통로3개중에 한곳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 두루마리는 그때당시에 작전지도라도 됐다는 듯이 이것저것 적힌 메모나 X자가 표시된 길들도 있었는데 아마 두루마리의 주인이 살아있을 무렵에 했던 필기들인것 같다.




  대략 X자가된 길은 막히거나 막은 곳이고 어떤곳은 위험구역이라 적혀있고 아마도 우리가 찾으려고 했던 4번째 뿌리와 5번째 뿌리로 가는 길도 있긴했지만 4번째 뿌리로 가는 길은 모두 다 막혀있었다.



  그렇다고 낙담하기에 이른것은 이 지도에는 1~4번째 뿌리들에 대해 모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고 5번째 뿌리에만 물음표 표시가 있었다.



  쉽게 말해 이미 4번째 뿌리까지는 모두 정화석이 확실히 박혀있다고 추정해도 될듯하다. 아마도 이 지도를 들고 있던 수인들은 우리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어차피 막혀있는 4번째는 이 지도를 믿자면 이미 정화석이 설치되어있을것이고 우리는 5번째만 확인해보면 된다.




  아즈미씨가 5번째 뿌리로가는 좁은 통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저희도 모르던 샛길 같군요. 이 지도는 아무래도 수인족들이 가지고 있기엔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츠이시가문 사람이 들고 있어야 정상인 지도 같달까요."



  "수인들은 츠이시가문을 돕는 종족이니 아마 비상시에 수인들에게 부탁을 했을거에요. 아무리 봐도 이 지하의 상황이 통제되고 있는거 같진 않네요."



  "딱봐도 문제가 터졌고 그것을 영원히 땅밑에 봉해두려고 한거 같네요. 그래도 어지간히 소중한거였으면 아예 봉한것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보존'중이구요."




  "그럼 우선 5번째 뿌리로 가는 비밀 통로로 가보죠."




  우리는 정면의 길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이다가 뭔가가 움찔거리는 소리에 멈칫했다.




  "……."



  "……."




  우리가 침묵했을때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에 우리는 지도의 양쪽에 X표시가 된 우리가 가는 통로를 옆로 가로지르는 교차로를 지나게 됐는데 이상하게 X표시가 되어있는데도 통로는 막혀있지않았다. 꼭 막혀있던것을 내부에서 뭔가가 부수고 튀어나왔는데 그게 아주 대량으로 튀어나와서 막혀있던것들 자체가 뚫려버린듯한 모습이었다.



  더욱이 걱정되는건 그 X표시가 된 통로의 끝에있는 막힌 방에는 '위험'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위험한 방과 통로가 지도에는 막혀있다고 나와있는데 지금은 뚫려있다는 것이다.



  "뚫려있건 막혀있건 저희가 해야하는 일에는 변함없습니다. 나마루님 빨리 움직이죠."



  "네."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미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있는 비밀통로의 입구를 지나 5번째 방의 천장에서 바닥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아즈미씨가 먼저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한후 주변을 경계했고 그 뒤에 내가 내려왔다.




  주변 상황은 정말 이젠 익숙해질듯하면서 적응안되는 아수라장이다. 단지 이번에도 뿌리에 정화석이 박혀있었는데 1개는 뿌리의 윗쪽에 다른 하나는…….



  어떤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백골의 옆에 아직도 그의 손에 쥐어진 채로 박혀있다.



  그 남자의 복장은 전통퇴마사 복장. 카즈미씨가 그의 시체를 슬쩍 보더니 말했다.




  "츠이시 가문…남자 퇴마사군요."



  "남자요?"




  새삼놀랐지만 잘 생각해보면 남자 퇴마사도 당연히 있을것이다. 내가 만난게 여자들 뿐인거지. 남자가 없을리는…….




  "츠이시 가문에서 남자들은 드문편인데 옛날이라 그런진 몰라도 용케도 여기 하나 있군요. 물론 시체지만."



  "……!?"



  뭔가 츠이시 가문에 대해 잘 아는 카즈미씨에게 물었다.




  "어째서 츠이시가문은 남자가 드물죠?"



  "제가 알기론 보통 이 가문의 피를 이은 남자들은 보통 사춘기가 되기전에 죽습니다."



  "……어째서죠?"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자연적으로 죽는다보단 제 예상으론 살해당한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




  살해…남자는 사춘기가 되기전에 살해당한다……누구한테? 무슨 이유로?



  궁금한것이 너무 많지만 이 주변 상황을 보며 다시 생각해내길 나에겐 할 일이 있다. 어서 이 지역을 정화해서 망할 요괴들을 끝장내는 것이다.




  아즈미씨는 그 남자의 시체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의 다른 손에 들려있는 어떤 가죽을 보았다.




  "꼭 수인족의 가죽같군요. 아무 생각없이 칼로베어낸듯 가지고 있는 거지만……뭔가 소중한 것인가 봅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손에서 놓질 않은걸 보면요."



  "아마 그렇겠죠. 언제인지는 몰라도 제법 과거에…저희도 모르는 시간. 어쩌면 태어나기도 전에 이곳에선 목숨을 건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었을 테니까요."




  "어쨌든 이제 마지막인 핵으로 가도록 하죠. 이거 과거에 이미 거의다 일이 해결되어져 있었네요."



  "그러게요."




  그렇게 아즈미씨가 해치를 열고 나가려고 하기전에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죽어있는 남자 퇴마사의 시체앞에서 말했다.





  "당신은 혼자 죽은게 아니에요. 그 가죽을 들고 죽었다면…분명 당신이 죽는 그 순간까지 어떤 수인과 함께 했어요. 그리고 그 수인의 혼은 지금 죽어있는 당신의 시체와도 함께 지금까지 있어요. 그러니까……외롭게 죽은게 아니에요."




  뭔가 이미 죽은 시체앞에서 내가 뭐라 지껄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중요한 뜻을 품고 죽은 사람 앞에서 뭐라…말을 하고 싶었다. 그것뿐이다.





  "나마루님 빨리 오세요."



  "아, 네."




  나는 급히 아즈미씨에게 달려갔고 아즈미씨를 따라 사다리를 타고 우리가 내려왔던 구멍과는 다른 출구로 나왔다.




  출구로 나온 직후 지도에 표시된곳을 따라 조금 긴 통로를 걷던 도중에 아즈미씨와 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어떤 촉수같이 길다란 것의 끝에 눈같은 것이 달린게 있었는데 그것이 눈을 감고 있다가 우리의 움직이는 소리를 듣곤 눈을 뜨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동안 그것은 스르륵 하고 부서진 나무벽 틈으로 기어들어가더니 사라졌고 조금 안심하려고 할때쯤에 우리가 가려던 통로의 반대편에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렸다.




  뭔가 여러마리의 이상한것들이 울부짖으며 달려오는듯한…….





  "달리세요!!"




  아즈미씨가 급히 말하며 뛰기 시작했고 난 고민할것도 없이 그 뒤를 따랐다.



  기분나쁘게 꿈틀거리는 보라빛이 감도는 이 통로의 끝에서 뭔가 작고 큰 이상한것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우리가 가던 길앞에도 3마리의 이상한 것들이 생겼다.




  장어같이 생긴 몸통을 중심으로 다리가 4개씩 뻗어나와 땅위에 서있었는데 그 몸통에서는 엄청 유연해 보이는 촉수가닥들이 열몇개정도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아즈미씨는 당장에 달려들며 2마리를 베어버렸고 남은 한마리가 촉수를 뻗기전에 수리검을 머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던졌고 그것에 맞고 비틀거리는걸 클로로 토막내버렸다. 베이고 토막나고도 흐느적거리는 것들은 신경도 안쓰고 아즈미씨가 말했다.




  "빨리 가도록 하죠. 아마 저것들은 죽은게 아닐겁니다."




  그말이 맞다는듯이 증명이라도 하려는 건지 놈들은 잘린 가닥들을 서서히 다시 끼워맞춰가고 있었고 우리들은 최선을 다해 달렸는데 통로의 끝에는 제법 견고하고 사람하나 지나다닐듯한 정도의 크기의 나무문이 있었다. 그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턱-




  뭔가 놓여지는 소리가 들렸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즈미씨가 문고리를 밀고 당기며 말했다.




  "이거 방금 전에 누군가 안에서 이 문을 나무로 막았어요 열지못하게."



  "하지만 지금……."





  이제 얼마 멀지 않은 곳까지 온 이상한 무리들…이젠 식별이 될정도다. 우리가 처리한 장어같이 생긴놈들과 이상한 녀석이었는데…꼭 목없는 말의 몸통같다고 해야하나…말의 앞발대신에 근육질의 팔이 달려있고 뒷다리는 달리기에 편하게 생겼으며 말의 목이 있어야 할곳에 갈고리같은 이빨이 원형으로 수없이 나 있는……정말 괴물 그 자체인것들이었…….





  쾅-!




  나의 괴물감상이 끝나기도 전에 아즈미씨는 나무문을 발로 힘껏 걷어차기 시작했다.




  "이정도 문은 사람이 못부술 정돈 아닙니다. 그리고 문틈으로 살짝보이는걸로 봐선 걸이용 나무가 그리 큰건 아닌거 같으니 부술 수 있을것 같아요. 단지 문제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거지요."




  가장 큰 문제라면 저희는 시간이 없다는 거구요.




  쾅-! 쾅-!




  아즈미씨가 계속 문을 부수는 가운데 나는 놈들이 몰려오는 방향을 주시하며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제가 시간을 벌어볼게요. 그안에 부숴주세요."



  "네."




  아즈미씨는 자신의 클로를 나무문의 틈새에 박았다가 꺼낸다음 다시 발로 차기 시작했고 난 카메라에 전원을 넣었…….




  "……."




  잠깐이거 전원이…안켜지네.





  『전력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마침 친절하게 들리는 카메라의 목소리…랄까……그러고보니 시로가 훈련한답시고 그때 배터리가 다 되도록 플래시를 터뜨렸지!?




  "자, 잠깐…건전지를……."





  내가 허둥대며 건전지를 갈려고 하는 동안 거의 가까이까지 온 괴물들을 슬쩍보는 바람에 더욱 긴장되서 손이 후들거리고 건전지를 꺼내기가 힘들어졌다…그리고 그 순간 내 앞에 자신의 검을 주며 아즈미씨가 말했다.




  "항상 준비는 철저히 해두세요. 제가 상대하는 동안 문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죄송하지만 부, 부탁 좀 드릴게요."




  아무리봐도 저 무서운 것들과 싸운다는것은 정말로 사양하고 싶을정도로 몸이 후들거렸다. 쉽게말해 난 이미 공포에 물들여져서 전의를 상실…….





  아즈미씨는 등뒤에 달아둔 커다란 클로를 착용하더니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장어녀석의 머리 왼쪽을 조준하고 칼날을 사출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칼날은 장어녀석을 지나가 그 뒤에 있던 덩치 큰 녀석의 머리에 꽂혔고 아즈미씨가 클로를 오른쪽으로 당기자 쇠사슬에 달린 칼날들이 되감기며 약간 오른쪽으로 움직였다가 되돌아오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 몇마리의 머리를 더 베어버리곤 가장 앞에 있던 장어의 목을 휘감으며 회수되었다. 쇠사슬에 목이 휘감긴 장어는 고통스러워하며 촉수를 뻗었는데 아즈미씨는 그 촉수는 무시한채 다른 손의 클로로 놈의 몸을 세로로 찍어버렸다.




  하지만 통로에는 이미 다른 녀석들이 한참이나 남아있었고 나는 일단 문을 부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발로 힘껏 문을 차는 순간 찡한 느낌과 함께 난 쓰러졌…….




  "진짜 아파…으윽!!"



  "차는 것도 기술입니다. 정 안된다 싶으면 몸으로 부딪치세요."





  아즈미씨가 양쪽의 클로를 세우며 전투자세를 잡았고 나는 조심스레 일어나서 어깨쪽으로 나무문에 계속 부딪치기 시작했다. 열릴듯 말듯 버티고 있는 이 문을 빨리 열어야만 하기에 나는 아즈미씨의 전투는 신경쓰지 않고 문을 부수는데만 집중했다.




  살이 베여나가는 소리와 아즈미씨의 고통에 찬 짧은 신음이 들리는 것도 무시한채 문을 치던 중에 드디어 문이 거의 열렸고 나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가 문고리가 있는 쪽을 힘껏 밀어붙였다.




  콰당-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난 동시에 문의 건너편으로 쓰러졌지만 얼른 일어나며 한참 싸우고 있는 아즈미씨에게 말했다.




  "열었어요!"




  아즈미씨는 목없는 말같은 녀석의 입옆을 클로로 베어버리고 왼쪽 팔을 절단해버리곤 얼른 이곳으로 왔다. 그리곤 나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보면 커다란 녀석들은 그 좁은 문을 통과 못했지만 장어같은 것들은 열심히 건너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무시하며 커다란 문턱과 같은 장애물들을 지나 예전에 내가 봤었던 곳과 비슷한 아수라장과 같은곳을 지나고 있었다. 찢겨진 부적들과 엉망이된 술식진들과 부서진 사물들…마치 폐허와 난장판이 함께 있는 곳을 지나던 도중에 우리는 갑작스럽게 공중에서 나타난 거대한 손바닥을 피해야했다.



  정확히는 내가 피했다보단 아즈미씨가 날 데리고 함께 피했다고 해야겠지만…….




  우선 급히 옆으로 구르며 피한다음 천장을 바라보자 위에는 목없는 말의 모습을 했던 녀석이지만 다른 녀석들보단 덩치가 훨씬 큰……족히 4m는 될듯한 덩치의 녀석이 있었고 놈은 우리의 앞에 육중한 소리와 함께 내려왔다.





  아즈미씨가 말했다.




  "이건 아무래도 잡고 가야하겠군요."



  "네."



  "제가 놈의 등뒤에 올라타서 척추부근을 끊겠습니다. 끊는 동안 녀석이 난동부리지 못하게 손목이나 발목쪽을 제가 드린 검으로 베어주세요."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아즈미씨는 옆에 부서진 탁자쪽으로 점프하며 그것을 박차며 높이 뛰어올랐고 클로를 놈의 등쪽을 향한 다음에 사출했다.




  "쿠우우웅-!"




  이상하게 울리는 듯한 소리가 갈고리 같은 입에서 울려나왔고 아즈미씨는 그대로 사슬을 되감아서 놈의 등쪽으로 착지하며 척추로 예상되는곳에 클로를 다시한번 내리꽂으며 도려내기 시작했다. 놈이 뒷발을 치켜들며 앞의 양팔로 등뒤의 아즈미씨를 잡으려고 팔을 뒤로 당기는 동안 나는 재빨리 달리며 쿵쿵거리는 몸에 안찍히게 조심하면서 뒷발의 발목쪽을 검으로 베었다.



  검으로 무언가를 벤다는 그 느낌은 정말로 신비한 느낌이었다.



  부드럽게 파고들어감과 동시에 매끄럽게 그리고 붉은 피와 함께 빠져나온 검의 감촉은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발버둥치던 녀석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지기 시작했고 난 그것을 피함과 동시에 다른쪽 발목도 베어버렸다.



  녀석은 비명과 함께 완전히 쓰러졌고 뼈마디가 도려지는 소리와 함께 아즈미씨는 놈의 등에서 앞쪽으로 내려왔다. 그녀의 클로에 진한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사실 덩치가 크다고 다는 아니죠."




  여유롭게 말하는 아즈미씨였고 내가 동의하려고 할때쯤에 거대한 팔이 아즈미씨를 향해 뻗어지는 것을 보았다. 뭐랄까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몸이 오히려 굳어버린다던가. 나는 그 순간 아무말도 못했다.



  하지만 아즈미씨는 나의 표정에서 뭔가를 읽었다는 듯이 뒤돌았는데 이미 거대한 손이 그녀를 감싸쥐듯 잡히기 직전이었고 잡히고 말았다.




  "끄아아악!!"




  주먹을 힘껏 쥐었는지 고통에 겨운 그녀의 비명소리가 퍼지기 시작했고 내가 검으로 놈의 손목을 베려고 하기도 전에 녀석은 아즈미씨를 쥔 주먹으로 날 내리쳤다.




  "욱!?"




  내 몸은 붕 떴다고 표현하는게 적절할정도로 날아서는 반대편의 나무 탁자를 부수면서 떨어졌고 검은 이미 놓쳐서 멀리 떨어져있었다.




  "으윽……."



  부들거리며 내가 자리에서 일어설 쯤에 녀석은 아즈미씨를 손에 쥔채로 몸을 슬쩍 뒤틀고 있었는데 아즈미씨에게 받은 모든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이 직접보일 정도로 빠른 회복을 하고 있었다. 물론 말도 안되는거지만 이미 말도안되는 세계에 들어온 나로서는 저런것도 있다면 있겠지하고 받아들이는게 편할듯 하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들며 전원을 넣었다.




  그래 까짓거 그냥 찍어버리면 끝이잖아. 소울스틸이면 그만이야.




  그리고 내가 카메라 렌즈로 놈을 조준했을때 생긴 새로운 문제라면 아즈미씨의 영혼도 같이 타겟팅 된다는것이다.




  "제기랄…."




  아즈미씨 쪽도 내 상황을 이해했는지 손에서 빠져나올려고 시도하는것이 보였지만 그 괴물은 오히려 아즈미씨를 더욱 쥐어짰다.




  "커헉…!"



  아즈미씨의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고 뭔가 우득하는 소리가 들렸을때야 괴물은 아즈미씨를 바닥에 한번 찍고는 벽쪽으로 내동댕이 치며 던져버렸다. 아즈미씨는 이미 죽진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힘없이 나가떨어졌고 그 괴물은 내쪽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이라면 저녀석을 찍을 수…….




  쿠앙-!




  놈은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밀어붙이며 나에게 돌진해왔고 녀석이 부순 장애물이 내쪽으로 날아오는 바람에 나는 그것을 옆으로 몸을 날리며 피해야했다. 피하고 난뒤에 내가 몸을 일으킬려고 했을땐 이미 녀석이 내 바로 앞에 와있을 때였다.




  "이런……."




  그리고 그때 그 괴물은 양손을 가득 쥐고는 날 내려찍으려고 했다.




  콰직-!




  나무 바닥이 부서지는 소리와 그 전에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굴러 피한 나는 우선 도망치려고 했으나 놈이 후려치는 바람에 왼쪽 방향으로 다시한번 날아가고 벽에 부딪치며 쓰러졌다…….



  "쿨럭!"



  가슴이 답답하고 팔다리가 벌써부터 아파왔다. 찢겨진 옷사이로 피가 스며나오고 있었고 부들부들 떨며 다시 일어설때쯤엔 녀석이 다시 달려오는 모습이 보일뿐이었다. 이젠 카메라도 어딨는지 모르겠다. 어디선가 놓쳤겠지….




  그래 이젠 진짜 끝인가보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 - - - - - - - -






  기절한듯이 쓰러져있던 아즈미는 켄지의 사투보단 발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도 그는 이미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채 자포자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더 이상 누워만 있을 순 없었다.




  다행히 평소에 단단한 갑옷을 입고 다니는지라 손에 쥐어짜질때 부서지는 소리는 뼈가 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갑옷에 금이가는 소리였다. 물론 그렇다고 몸이 아주 멀쩡한것은 아니었지만 아직 싸울만은 했다.



  괴물쪽은 이미 켄지쪽만 완전히 신경쓰고 있었고 켄지 또한 아즈미 자신이 아직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모르고 있기에 몰래 움직이기엔 최고의 상황이었다.




  아즈미는 슬쩍 바닥을 짚으며 무릎을 꿇고 일어섰고 입안에 고인 핏물을 그대로 입가로 흘려내보냈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재빨리 달려서 켄지가 떨어뜨렸던 퇴마용 카메라를 가지러 가면서 켄지를 양손으로 잡아 죽이려는 괴물의 등을 향해 왼손 클로의 칼날을 사출했다.




  푸푸푹-!




  3개의 칼날이 꽂히는 순간 켄지는 괴물의 손에서 풀려났고 아즈미는 왼팔의 거대한 클로를 벗어내며 왼손으로 카메라를 낚아챘고 그대로 켄지를 향해 던졌다.




  "잡으세요!!"




  켄지는 그것을 가까스로 잡았는데 고통에 몸부림치던 괴물은 그를 팔로 쳐버렸고 켄지는 카메라를 꼭 잡은채 바닥을 굴러 부서진 의자에 부딪치며 멈췄다. 괴물은 아즈미쪽을 노려봤고 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아즈미는 왼손에 자신의 검을 든채로 말했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이 없는듯 하군."




  아즈미는 괴물을 향해 달려가다가 바닥을 둥글게 긁듯이 클로를 휘두르며 사출했고 그 칼날들의 사슬들은 괴물의 다리 양쪽을 묶었다. 그와 동시에 아즈미는 오른팔의 거대한 클로를 굳게 잡은채 켄지에게 말했다.




  "츠이시님한테 잘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미 몸상태가 좋지않은 켄지가 말했다.




  "네……? 요이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츠이시가문 사람들은 정말 슬픈 운명을 타고난 자들이니까…그들에겐 정말로 잘해주세요. 그게 제 부탁입니다."



  "어째서 그런……."




  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물은 자신의 발목을 묶은 사슬을 끊어버렸고 아즈미는 사슬이 끊어진 오른팔의 거대한 클로도 벗어던진채 괴물의 바닥을 짚은 왼쪽 손등위에 검을 내리꽂아서 손을 고정시키곤 팔을 타고 머리위로 올라간 다음 양손의 클로들을 치켜들고 오른손의 클로는 놈의 입위의 정수리라 생각되는곳에 왼손의 클로는 놈의 입안에 내리꽂았다.




  "크르르르르-!"




  기묘한 비명과 함께 오른팔로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괴물을 보며 아즈미가 말했다.




  "어서 소울스틸을 하세요!"



  "하지만…그대로는 아즈미씨도 같이……."



  "어쩔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기회를 더 만들기엔 나마루님이나 저나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어요. 이 기회 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어서!!"




  하지만 켄지의 입장에선 아즈미도 같이 찍었다간 둘다 죽여버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에 섣불리 할수가 없었다.




  "빨리!! 크윽…!?"




  으드득-




  뼈가 씹히는 소리와 함께 놈의 입안에 넣었던 왼팔이 찢겨나가며 아즈미는 비명을 질렀다. 오른손의 클로로만 매달려있던 그녀를 괴물이 오른팔로 잡았고 왼쪽 손등에 꽂혀있던 칼날은 부러뜨려버리면서 아즈미를 양손으로 굳게 맞잡았다.




  "빨리!! 어차피 전 늦었다고요!! 그냥 셔터를 눌러요!!"



  "하, 하지만……."




  켄지의 입장에선 이건 '살인'이란 행위였다. 상대방이 허락을 했건 안했건 자신의 손으로 인간의 목숨을 앗아간다는것 자체가 그에겐 할수없는 금기와 같은것…극단적인 상황에서의 판단력은 이미 굳어버린, 겁에질린 고등학생일뿐 그는 아무것도 하지못했다.





  괴물은 아즈미의 상체와 하체를 각각 양손으로 잡고는 잡아당기기 시작했고 아즈미의 고통찬 소리가 울렸다.




  "이놈을 잡을 방법은…이것밖에 없다고!! 빨리!! 빨리이……!"




  으드득- 찌익-




  기분나쁘게 뼈마디가 떨어지는 소리와 살이 찢기는 소리.



  철퍽하고 내장과 피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아즈미의 몸이 찢겨졌을때야 반쯤 패닉상태였던 켄지는 카메라로 그들을 조준했다. 그리고 멍하니 괴물이 아즈미의 상체를 땅바닥에 버리고 하체를 거꾸로 뒤집은채로 입안에 그 피를 쏟아넣으며 마시는 것을 보았다.




  

찰칵-





  셔터가 닫히는 소리와 함께 괴물은 고꾸라졌고 켄지는 양쪽 눈가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즈미의 남은 상체를 향해 갔다. 거긴 이미 거의 쇼크사하기 직전의 아즈미가 숨도 제대로 못쉬는 채로 겨우 의식만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몇초뒤면 사라질 의식이었다.




  켄지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죄, 죄송해요…제, 제가……."



  "끄윽…쿨럭……원래 죽음을 수반하는……일……그냥 편히보내주세……요."




  아즈미는 피가 계속 새어나오는 입을 벙긋거리며 힘들게 말했고 그녀의 눈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대신…필름은……새걸로…부, 부탁……."



  "알았으니까 말…하지마세요."



  켄지는 대답하며 전에 쓰고있던 필름을 긴급사출시킨 다음 새 필름을 끼워넣고는 아즈미씨를 카메라로 조준했다.




  이미 눈빛이 탁해지며 알수없이 바람새어나가는 소리만 내는 아즈미를 향해 그녀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기전에 셔터를 눌렀다.




  찰칵-




  그리고 셔터음이 끝나는 순간 아즈미의 움직임은 완전히 멈추었다.




  "……."




  켄지는 움직임은 없지만 왼팔의 잘린부분과 찢겨진 가슴밑의 부분에서 새어나오는 피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은 이미 정지한 아즈미의 눈주변에 떨어졌고 켄지는 그녀의 잘려나간 상체를 움켜잡으며 눈물만을 흘렸다.




  "나 때문에……사람이…죽었어……."





  하지만 그의 애도가 끝나기도 전에 멀리 거대한 문턱과 장애물이 있는 쪽에선 그들을 쫓아왔었던 장어같이 생긴녀석들과 다른 괴물들이 장애물들을 부수고 있었다.



  슬퍼할 시간마저 없었다.




  켄지는 긴급 사출했던 필름을 주워들고 아즈미의 영혼이 담겨있는 필름은 빼고 다른 필름을 갈아끼웠다.




  그런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와의 소통력이 더 강해졌습니다. 억제장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




  켄지는 멍하니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그래…네임드랑 사람하나 잡고나니 레벨업이냐? 미친……."




  이유없는 경멸의 시선을 카메라를 보내는 그를 다시 정신차리게 해주는 것은 장애물들이 부서져가는 소리였고 그는 남은 일을 하기위해 나아가기전에 아즈미의 시체를 보며 요이의 말을 떠올렸다.





  전사자의 시체는 하다못해 목이라도 베어가서 훼손되는것을 막아야한다.





  켄지는 요이에게 받았던 시체처리용 포스트잇을 꺼냈다.




  "……."



  포스트잇은 한장뿐인데 몸은 상체와 하체로 찢겨서 두개인지라 잠시 고민하던 그는 뒤에서 장애물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가만히 서서 상체와 하체를 번갈아보며 서있었다. 그러다가 하체쪽에 포스트잇을 붙였고 그 하체는 연기와 함께 점점 산화하듯이 사라져갔다.



  묘한 향만이 감도는 가운데 켄지는 차마 목을 베지는 못하겠고 아즈미의 한쪽만 남은 팔을 잡고 끌고가다가 다시 자세를 고쳐 아즈미의 상체를 집어들고는 그것을 안은채 가기시작했다.




  비록 반쪽이라지만 갑옷을 걸친 성인여성의 상체는 무시할 수준의 무게는 아니었지만 그는 속죄의 마음으로 그것을 꼭 안은채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멀리 장애물이 완전히 부서지는 소리와 문턱을 넘어오는 놈들의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켄지는 다친 몸을 이끌고 지친듯이 아즈미의 시체를 안고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걸어갔다.




  










 


 


[23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