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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폐쇄된 교회 - RE Remake - 8

레이븐울프 2015. 10. 3. 15:46

혼-폐쇄된 교회 - 8

장르: 괴기호러--->유머

글쓴이: 너구리햄스

 

 

 

 

 

 

 

 

  "자, 어서 가자."



  츠이시 요이가 나를 부추기며 더 빨리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생각없이 그녀가 이끄는 데로 따라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교회 정문까지 왔을때 조용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츠이시가 나에게 말했다.

 


  "이 교회도 이제 사라지겠네."


  "사라져?"


  "그래."


 

  그녀가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을 이었다.


 

  "이 교회와 요괴들을 모두 같이 불태워버릴거야."


  "뭐? 산불이 날지도 몰라!"


  "물론 그렇겠지……."



  말끝을 흐린 그녀를 보며 내가 말했다.


 

  "알면서도 교회를 태워버릴거야?"


  "그럼 넌…."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차분하게 물었다.


 

  "여기 있는 요괴들이랑 전면전해서 살아나가겠다는거야?"


  "그…그건……."



  솔직히 쪽수부터 밀리는걸…….


 

  "뭐 우리가 꼭 진다는건 아니겠지만."



  그녀가 오른손의 상처를 햝으며 말을 이었다.


 

  "난 너를 잃고 싶지않아."


  "……."



  츠이시가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나를 놔둔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생각났는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호수에서 말이야."


  "응."


  "그때 내몸에서 나온 피 중에 호수에 들어간거 없지?"


  "무슨 말이야?"


  "혹시 호수쪽으로 들어간게 없나 싶어서. 됐어, 아무 문제 없나보다."


  "……."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츠이시는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사실 한방울이 떨어졌는데 말이다. 뭐 바람이 불어서 바위에 떨어졌을지도 모르고…. 츠이시는 나보다 전문가이니 그녀를 믿는 수 밖에 없다.

 

  나는 힘없이 교회당 특유의 길다란 의자에 털썩하고 앉았고 정면을 보았다. 이 교회에 남은 몇안되는 성서적 도구같아 보이는 것이 걸려있었다. 십자가만은 여기가 성소 였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걸려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그 선들이 모두 보일정도로 적당히 어두운 교회 1층. 어떻게 보면 한가지 예술같아 보이는 오묘한 장소에 취해있을때였다.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제는 항상 정색에 차가운 목소리만 내는 츠이시가 1층으로 내려왔다. 새교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깔끔하면서도 어느때보다 진지해보였다.

 

  뭐…동공이 수축되어있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뭔가 분하다는 듯이 나를보며 말했다.

 


  "카이 미츠가…그래. 여자요괴가 사라졌어."


  "봉인되어 있잖아? 다락방에."


  "그런데 사라졌어. 포스트잇도 붙어있는데 어떻게 사라진거지……."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어제 네가 엉뚱한짓을 하진 않았지?"


  "당연하지! 난 다락방에 손도 댄적 없어!"


  "음……."


 

  그녀는 고민하는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내가 교회에 불을 붙임과 동시에 1층 본당 곳곳에 있는 사슬부적을 가동시킬거야. 그럼 요괴들은 거기서 타죽겠지."

 

  "그거 우린 안전한거지?"


  "그건 앞으로 생각해 봐야지."


  "으아……."



  막장인건가!?

 

  내가 절망가득한 표정으로 침울해져있을때 그녀는 나의 양어깨를 잡고 나를 천천히 교회당 의자에 눕혔다.

 


  "츠이시!?"



  그녀는 내 위에 올라탄 채로 내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얼굴에 닿았다.

 


  "켄지."


  "응……?"



  내가 겨우겨우 대답했을 때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내가 맹세하는데 절대로 너를 버려두거나 가만히 혼자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꺼야."



  그녀의 상체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절대로…안그럴거야."


  "……."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고 있을때 갑자기 츠이시가 씨익하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헤에- 켄지군은 요이가 리드해도 잘 따라와주는걸?"


  "쿨럭!"



  뭐, 뭐야 이 반전은!!


 

  "어젯밤에 내가 쎄게 밀어붙였어야 했구나. 미안해 켄지~"


  "아니, 미안할 필요까진…이 아니고!! 너 이중인격이냐!!"


  "아냐~ 난 정상이라구."


  "하아……."



  내가 탄식하며 온몸의 힘을 뺏을때 그녀가 살짝 홍조를 띄며 말했다.


 

  "봐, 켄지군. 너와 내가 이렇게 가까이 있어. 은근히 묘한 접촉…."


  "이상한 소리 하지마……."


  "흠~ 흠~ 알겠다. 내가 정색하면 켄지군은 내 마음대로♡"


  "……."



  뭔가 아닌듯 싶은데.


 

  츠이시가 나에게 말했다.



  "이상한 장난은 이쯤할게~ 켄지군 얼굴이 너무 붉어진거 같아. 헤헤-"


  "그래…빨리 내려가…."



  내가 힘없이 누워있을때 그녀는 일어서려고 상체를 일으켰는데…….

 


  "꺄앗-?!"


  "엣?!"



  살짝 일어난 그녀가 갑자기 주춤하고 내 위로 쓰러졌는데…상체와 상체가 부딪치며…그러니까…츠이시랑 처음 만났을때 상황과 비슷한 경우가 되었다.

 


  "읏!?"



  좋아하기 이전에 그녀의 반사행동인 뺨때리기 스킬이 발동되었지만 자세가 어정쩡해서 허공을 헛스윙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혼자서 연신 '꺅꺅'거리며 난리를 치더니 벌떡 일어서고는 살짝 헝크러진 생머리와 빨개진 얼굴과 눈물이 반쯤 고인듯한 눈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아……. 요, 요이는 절대로 이럴 의도가 없었어! 오해하지마!!"


  "……."



  누가 뭐라나…뭐 난 나름대로 좋았지만 말이야.

 

  나는 츠이시를 골려줄 생각으로 상체를 살짝 일으키며 얼굴이 화끈한 채로 말했다.



  "너, 생각보다 자극적인 여자구나……."


  "아, 아냐! 이건 실수! 실수! 그, 그러니깐…그래. 사고였어!!"


  "그래… 사고……."



  나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고 바닥쪽을 쳐다보며 슬며시 츠이시를 살폈다.

 

  그녀는 혼자서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라하다가 뭔가를 나에게 거의 던지듯이 떠맡기고 정문쪽으로 빠르게 걸어가며 말했다.

 


  "바, 방화 작업준비 하고 올거니깐 그때 까지 여기있어야해!!"


  "예-"



  그녀가 정문 문을 닫으려고 내쪽으로 돌아섰을 때 그녀는 아직도 홍조를 띄고는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 그리고 미, 미…츠도 찾아볼거야! 그녀석 조심하고 절대로 접근하지마!"


 

  쾅-

 


  큰소리와 함께 정문이 닫혔다.


 

  "저녀석…성격이 오락가락 하긴 하지만 은근히 귀엽단 말이야."



  나는 혼잣말을 하며 가볍게 기지개를 한번 키고는 녀석이 준 뭔가를 보았다.



  "……."



  피묻은 네 교복을 왜 나한테 주는거냐…….

 

 

- - - - - -

 

  츠이시 요이는 화끈해진 얼굴로 아직도 떨리는 가슴을 두손으로 안고는 폐쇄된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었다.

 


  "하아…바보. 난 바보야."



  그녀는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근거리는 건 어쩔수가 없었다. 요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켄지가 오해하면 어쩌지…정말 실수인데……."



  그러던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려본다.


 

  "그나저나 켄지가 무사할 수 있을까…어떻게 사귄 친구인데 또 혼자가 되기는 싫어."



  요이는 다리를 모으고 웅크린채로 멍하게 교회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켄지군은…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있을진 모르겠네…이때동안 사귄 친구들은 다 죽었으니 켄지도 오래는 못가겠지……."



  그녀는 어깨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하지만 마음속으로 뭔가가 불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켜줄거야. 최소한 내 저주 때문에 죽게 하진 않겠어."



  그녀는 치마를 털며 일어났고 교회쪽을 보며 미소지었다.

 

- - - - - -

 

  나는 지금 교회에서 아주아주 가까운 오솔길을 걷고있다. 교회안에만 있자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우으으……."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처음에 집으로 갔었으면 이런 고생 사서 안하는건데 뭐, 온 덕분에 새로운 경험도 했긴했지만 목숨걸고 하는짓이라는게 맘에 안들어. 하필이면 요괴가 뭐야 정말…….

 


  "하아…하아…."


  "……?"



  난 발길을 멈추었고 뭔가 신음하는듯한 소리에 집중했다.

 


  "……."



  숲속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오솔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한발짝씩 내딛기 시작했다.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뭔가가 보이는듯하다.

  하얀 옷.

 

  하얀 소복비슷한 느낌에 몸의 일부에 흰줄이……아, 붕대가 감겨있었다. 내가 나무들을 사이를 지나 나무들 사이에 둥근 원 모양으로 짧은 풀들만 있는 곳. 그곳엔 소복에 붕대를 감고 한 아주 검고 길며 헤진 생머리를 한 여자가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내 앞에 있는 것의 정체를 어림짐작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내 앞의 '그것'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동시에 살짝 꺾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것의 눈은 슬픔이 가득했다. 한쪽 오른쪽 눈밑에 어떤 상처같은 흉터가 있었고 목에는 이상하게 묵직한 쇳덩어리같으면서 중앙에 열쇠구멍이 있는 잠금장치가 있었고 조그맣게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그것의 몸의 붕대가 감긴곳 틈과 틈이나 안감긴곳은 너무나 창백했고 얼굴도 백지장처럼 흰색이었다.

 

  나는 그대로 굳어있었고 그것은 슬픈눈빛으로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9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