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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더럽혀진 성역 - Old story - 3

레이븐울프 2016. 4. 9. 19:15

혼 - 더럽혀진 성역 - Old story - 3

장르: 퇴마, 판타지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3입니다. Ep1, Ep2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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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윽……."



  몇년 후, 성역 위의 츠이시 가문의 가옥 외곽부 정문 밖에 잔디밭 위에는 일본 제국의 군부에서 나온 소좌(장교 계급)와 군조(부사관 계급)가 1명씩 있었고 그 앞에는 군조에게 맞아 쓰러져있는 조선인 선비, 쓰러진 선비를 일으켜주려고 하는 츠이시 니텐이 있었다. 니텐이 선비의 몸을 반쯤 일으켜주며 말했다.



  "최선비! 괜찮아요?"


  "아, 츠이시씨, 전 괜찮소이다."



  최선비가 대답했을때 짧은 콧수염에 안경을 쓴 소좌가 말했다.



  "츠이시군. 조센징을 그렇게 걱정해줄 필요는 없소만."



  그의 말을 들은 니텐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사람을 칠것까진 없잖습니까. 저와 케이미츠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과 최선비가 무슨 문제입니까!"


  "문제가 있지 않은가. 저 갓을 쓴 조센징이 감히 대일본제국의 무적 황군을 대표하여 온 우리의 말에 따지고 들었으니."


  "말로 하란 겁니다!"


  "조센징은 말로해서 될 족속들이 아니오. 내 직접 조선 총독부에도 다녀온적 있는데 조센징들이란…쯧."



  최선비가 노려만 보고 있자 소좌는 그를 잠시 내려다보며 자신의 우위를 만끽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하도록 하지. 츠이시군의 케이미츠라는 가명을 쓰는 그 조센징 여자와의 결혼. 우리 군부에선 절대적으로 반대하오. 츠이시가문 같은 뛰어난 퇴마사 가문, 그리고 우리 일본의 황실과도 은밀하고도 밀접한 관계였던 가문이 천한 조센징과 결혼이라니. 그 피가 섞인다는걸 상상만 해도 끔찍해 이루 말할수가 없소."



  그 말을 들은 츠이시 니텐은 납득이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조선여자와 결혼하는게 무슨 문제란 말입니까! 이건 우리 가문 내의 일이니 군부는 신경을 끄시죠!"


  "츠이시군."



  소좌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그들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건 제안이나 청원이 아닌 강요고 결정이오. 자네와 자네 가문이 의지따위 상관없는 일이란 말이지."


  "모욕입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것입니까! 우리 가문이 이때동안 일본을 위해 그렇게 힘써 잡귀들을 몰아내고 요괴들을 퇴치해 나라가 안정되고 쓸수있는 땅이 많아지게 도왔는데 돌아오는게 이것뿐이란 겁니까!!"


  "어허, 츠이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것 같군. 자네가 조센징 여자와 결혼해서 피가 섞인 아이를 낳고 그 혼혈인 아이가 우리 대일본 제국과 밀접한 관계가 생긴다는건 우리에 대한 모욕이란걸 모르는 겐가?"


  "우리 일본인의 피는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딴 말을 하는 것입니까?"



  그말을 들은 군조가 한발짝 내딛으려고 하자 소좌가 그를 저지하며 말했다.



  "오다 군조. 츠이시 가문의 남자 퇴마사를 해하려 하지말게."


  "예, 우가키 소좌."



  누가 누구를 해하려 한다는 건지 기가 찬 니텐에게 우가키 소좌가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우리 대일본 제국 신민들의 피가 얼마나 대단한걸 모르는 건가? 그리고 무적 황군은? 우린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릴 것이고 정복하고 지배할 것이오. 이미 1차 세계대전에서도 우린 승전했어. 그리고 지금은 또 거대한 다른 여파를 전세계적으로 미치려고 계획하는 중이지! 우린 우리의 깃발을 모든 대륙에 꽂을것이야. 우리 무적황군이 가는 길은 아무도 막지못한단 말이오. 얼마나 대단하오? 이런, 대단한 제국과 연관이 있는 퇴마사 가문이 미개한 족속과 피가 섞인 다는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오. 아니, 이 일본 제국에 아리따운 처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조센징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것인가?"


  "……."



  니텐은 이를 악문채 대답을 하지않았다. 뭔가 반박을 할만도 하지만 니텐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냥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고 그 조용함을 깬것은 최선비의 웃음소리였다.



  "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쓰러진 채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컷 웃기 시작하는 최선비를 우가키 소좌와 오다 군조가 날카롭게 노려보았고 최선비는 그 눈빛들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 정말 대일본 제국의 무적황군은 말솜씨가 재밌는것 같소이다!"


  "뭐라?"



  우가키 소좌가 경멸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자 최선비는 반쯤 일으킨 몸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 비록 부족한 견문이지만, 확신이 서는 말한마디 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벌써부터 얼굴이 구겨져 있는 소좌와 군조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네놈들은 두번째 전쟁에선 절대로 승리하지 못한다! 너희 잘난 무적황군이 전쟁을 일으키는 순간 그 잘난 대일본 제국의 해는 져버릴것이야!! 이는 자만하며 오만한 자의 당연한 말로로 크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부분. 결국엔 엄청난 핏값을 물고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



  이를 아드득 소리를 내며 문 우가키 소좌는 벌개진 얼굴로 외쳤다.



  "이미 망한 민족 주제에 그딴 저주를 퍼붓다니! 더는 들을 필요가 없다!! 오다 군조! 저 천한 조센징을 베어버리게!!"


  "예, 우가키 소좌."



  오다 군조가 자신의 군도에 손을 대었을때 최선비는 자신의 한복 소매 안으로 손을 넣으며 붓을 하나 꺼내더니 말했다.



  "바라던 바다. 어디 너희가 말하는 천한 자의 술법을 이겨내 보거라."



  군조가 군도를 뽑아들고 최선비가 굳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을때, 지금 당장 무슨 일이 터지기 직전일쯤에 아주 여유롭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그 분위기를 흐트려 버렸다.



  "어라라~ 소좌님, 군조님. 이 좋은 날씨에 무슨 일 이옵니까?"



  붉은 색의 아름다운 기모노를 입은 카이 미츠가 가옥 정문에 기댄채 말을 꺼냈고 오다 군조와 최선비는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칼부림이라니, 사내들은 어쩔수 없는건가요."



  미츠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고 우가키 소좌의 옆에 서며 그의 가슴에 손을 얹은채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엔 역시 산책만한게 없사옵니다. 소좌께서 이 싸움을 멈춰주신다면 소녀, 이 '평온의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안내해드리겠나이다."



  뇌쇄적인 표정과 나른나른한 목소리를 하는 미츠가 소좌를 바라보았고 우가키 소좌는 최선비와 미츠를 번갈아 보다가 칫하며 말했다.



  "우, 운 좋은 줄 알아라 조센징. 무적황군의 장교이자 대일본 제국의 신사로서 숙녀의 제안에 답하는게 먼저이기에 이번은 특별히 봐주도록 하겠다. 오다 군조! 검을 거두어라."


  "…예, 우가키 소좌."



  오다 군조는 다시 군도를 칼집안에 넣었고 미츠는 소좌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를 숲으로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가만히 있던 츠이시 니텐이 입을 열었다.



  "미츠!"



  그의 외침에 미츠는 살짝 뒤돌아보며 차가운 시선만 주곤 다시 해맑은 표정으로 소좌를 바라보면서 사라져버렸다. 일그러진 표정을 한채 굳어있는 니텐의 얼굴을 못본 최선비가 말했다.



  "흠, 츠이시 가문네 저 처자는 남자를 다룰 줄 아는 자 같군요. 내 비록 이번 기회에 실력을 행사하여 혼줄을 내주려 했으나 저 처자의 지혜로운 중재에 응답해 주는게 도리인것 같소."


  "……."


  "츠이시씨?"


  "……."


  "괜찮소? 혹시 소인의 기운에 압도되어 할말을 잃어버린 것이오?"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 단지……."



  츠이시 니텐은 미츠가 사라진 숲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고 최선비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결혼을 앞둔 신랑이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건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오. 이만 마음을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가세나."


  "……."



  츠이시 니텐은 말없이 일어나 가옥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해가 저물어 저녁이 되어갈 무렵 가옥 내의 수인족들이 평소와 같이 연등을 키며 가옥내를 밝게 만들고 있었다. 곧 가옥내의 연등들이 모두 밝혀져 화사한 빛이 가득할때 가옥의 가장 큰 건물의 윗층 난간에 미츠가 기댄채 그 연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니텐이 나타났다.



  "미츠, 별일은 없었어?"


  "무슨 별일?"



  미츠는 니텐을 쳐다보지도 않고 답했고 니텐은 그녀의 옆에 서며 말했다.



  "그러니까 소좌랑 같이 가서……."


  "무슨 일이 있던지 너랑 무슨 상관이야? 케이미츠는 잘챙겨줬어?"


  "물론…잘 챙겨줬지."


  "그럼 가봐."



  하지만 니텐은 가지않았다. 그리고 그는 약간의 희망을 담아 말해보았다.



  "미츠, 너도 나 좋아하지 않아?"


  "……."


  "어째서 너와 결혼할 수는 없는거야?"


  "……."



  미츠는 시선을 옮겨 니텐을 바라보았고 조용히 답했다.



  "케이미츠가 널 좋아하기 때문이야."


  "아니, 어째서! 걔가 날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와 결혼 못해주겠다는 거야?"


  "너도 케이미츠를 좋아하지않아? 그래서 결혼하기로 한거고."


  "……."



  니텐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대답했다.



  "케이미츠도 좋아해, 하지만 난 널 더 좋아한다 말이야. 그날 비오던 날부터 네가 맘에 들었고 널 좋아하기 시작했었단 말이다!"


  "조용히해, 목소리가 너무 크니까."



  미츠의 말에 아랑곳없이 니텐은 말하기 시작했다.



  "가문에서 결혼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어. 그래서 난 너에게 청혼을 했고 거절당했지. 너도 날 좋아하면서 어째서 거절하는거야? 케이미츠도 날 좋아해서? 넌 모든걸 양보해 왔으면서 좋아하는 남자까지도 동생에게 양보하는거야? 그런거야?"


  "그런거 아니니까 조용히 해."


  "너도 봤잖아! 군부에서 압박들어오는거. 난 조선을 좋아해. 대한제국 좋아했어. 하지만 여기 일본제국은 그렇지 않다고. 우리 가문은 말이야 예전부터 이 나라를 위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우리도 도움을 받았어. 그렇기에 혈통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단 말이야. 오늘은 다행히 그냥 물러갔지만 다음 번엔 정말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 일본 제국은 군사력을 앞세워서 우리 가문에게 압력을 주기 시작했단 말이야. 그리고 우리 가문과의 옛정 같은거 그자들은 신경도 안쓴다구. 오늘도 봤잖아? 미츠, 너만 허락하면…너가 나랑 결혼해준다면 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단 말이야."


  "……."



  하지만 미츠는 차갑게 그를 흘겨보며 대답할 뿐이었다.



  "아~ 그래서 소좌가 이 일본에 아리따운 처자가 많을건데 굳이 왜 조선여자랑 결혼하냐고 물었을때 찍소리 못하고 굳은거야?"


  "……맞아, 사실이니까……."



  그말에 미츠는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네가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이었던가? 우후후…그렇게나 좋아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네가 말하는 그 혈통말이지. 나같이 근본도 없이 여자랑 결혼해도 안될거라 생각해서."


  "근본도 없는 조선여자보단 군부에서 인정……."



  찰싹



  니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츠는 그의 뺨을 때렸고 경멸의 눈초리를 가득 담은채 말했다.



  "네 신부가 될 사람을 모욕하지마. 그 아이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하고 있어. 그걸 지켜주지 못할거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둬."


  "……."



  니텐은 말없이 밑을 쳐다만 보고 있었고 미츠는 계속해서 말했다.



  "가문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결혼?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해. 왜 결혼도 지시에 따라 해야하는건데. 네가 평범한 사내야? 츠이시 가문의 남자 퇴마사잖아. 그 가문의 남.자. 그 귀한 남자 퇴마사인데 싫다고 한마디 했다고 뭐 널 죽이기라도 하겠어? 너희 가문의 지시가 절대적인거 알아. 그리고 부모님이나 주변 친인척의 기대에 응해주는것도 맞구. 하지만 네가 싫으면서 억지로 하는건 맞지않아."


  "…케이미츠가 싫은건 아니야."


  "그럼, 지금 확실히 정해. 내가 좋다는 거야 내 동생이 좋다는거야?"



  미츠가 화난듯이 말했을때 계단을 통해 케이미츠가 올라오더니 미츠와 미텐을 보며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우와, 언니랑 니텐 둘다 여기 있었네!"



  그말에 미츠는 온화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너, 신부될 사람이 그렇게 방정맞게 뛰어다녀도 되는거야? 신랑 얼굴 벌써보고 싶은건 알겠지만 기다려야지."


  "에~ 언니랑 니텐이랑 한솥밥 먹은지가 얼마인데!"



  그러면서 케이미츠는 니텐의 품속에 파고 들었고 니텐이 난처해하자 미츠는 그를 노려보았다. 니텐은 미츠의 눈빛에 케이미츠를 꼭 안아주었고 그녀는 니텐의 품속에서 말했다.



  "헤헤, 근데 둘이서 어떤 얘기하고 있었어?"


  "그……."


  "니텐이 네가 좋아하는 옷의 색깔을 물어보길래 말해주고 있었어."



  니텐의 말을 끊으며 미츠가 말했고 케이미츠는 니텐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무해 니텐. 내가 저번에 분명 말해줬는데."


  "아, 그게 말이지……."



  이리저리 말을 하는 그 둘을 두고 미츠는 뒤돌아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에 생각으로만 하고 있던 것을 결심했다.




  



[혼(魂) - 더럽혀진 성역 - Old story - 4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