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폐쇄된 교회 - 15
장르: 괴기호러--->유머
글쓴이: 너구리햄스
이러저러해서 나는 앞이 안보인다는 공포를 무릎쓰고 기어가기 시작했고 조심스럽게 손전등으로 앞을 밝혔다. 나에게 있는 거라곤 이제 부적과 가방…그리고 요이가 줬던 퇴마용포스트잇-당연히 최소무장이다-정도…손전등도 무기가 될까 싶지만 요괴들의 전투력에 비하면 나무젓가락으로 대리석 조각하는거랑 똑같을거다.
마침내 동그란 구멍에서 나온 나는 문을 닫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무릎꿇고 여러번을 기어서 그런지 통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것을 신경쓸때가 아니다. 이윽고 내가 처음 봤던 오른쪽 왼쪽 갈림길이 나왔는데 나는 그냥 직진만 하면 된다. 다만…손전등을 바닥과 천장을 철저히 살피며 그리고 빠르게 걸어갔다. 제발 아무것도 나오지마라. 지금 뭔가가 나온다면 난 죽는다.
잠시 후에 조금 넓은 장소가 나왔고 바닥의 핏길도 방향이 바뀌었다. 이것을 따라가면 될…….
"……."
압도적인 기운을 나도 모르게 느끼며 벽면을 보는순간…전에 만났던 사형집행수같이 생긴 녀석을 봤다.
"안녕…하세요."
말이 끊나기도전에 나는 달리기 시작했고 놈은 날 쫓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뭘 했다고!!"
원래 도망갈때는 뒤돌아보지 말라던데 살짝보니…녀석은 날카로운 도끼를 든채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나보단 느렸지만…그래도 제법 빠른 편이었다.
"하필이면 중간보스가 나오다니!!"
미안! 잘못했어! 다음엔 레벨에 맞는 던전에만 들어올게!!
어둠속에서 손전등 하나 들고 도끼든 미친녀석에게 쫓기는 심정이라니…뒤에서는 놈이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나의 발소리와 숨소리와 녀석의 발소리와 가끔 도끼가 벽이나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어둠속에 울려퍼지고 달리고 달리고 달렸을때 앞에는 벽으로 막힌 길이나왔다. 근데 벽에 이상한 손잡이 같은게 여러개 박혀있었고 머리바로 위를 비춰보니 철로된 해치같은 것이 있었다. 탈출구다.
나는 손전등을 입에 악문채 빠르게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해치를 닫았고 될진 모르겠지만 급히 포스트잇을 해치에 붙였다.
그리고 해치를 밟고 올라선채로 주변을보니 교회가 보일정도로 조금 멀리있는 숲속이었다. 나는 교회쪽을 보았는데….
"요이……."
교회의 2층은 안쪽으로 새빨간 불길들이 보였다. 아직 1층은 불타지 않았지만 1층에서 요괴와 사람이 지르는 듯한 비명과 전투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나는 요이의 말을 떠올리곤 중간보스가 해치 밑에 오기전에 조심스럽게 커다란 부적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찢었다.
갑자기 이상한 사슬같이 보이는 것이 교회주변의 땅에서 튀어나와 교회의 출입구와 모든것을 휘감기 시작했다.
"사…사슬!?"
이제 저 교회를 지상으로 탈출할수 있는 곳은 없을것이다. 그리고…….
뭔가가 일제히 터지는 소리와 함께 교회전체가 불타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화염이 교회를 뒤덮었다.
"아앗! 뭐야!?"
제기랄!! 저안에 요이가 있으면 죽는거잖아!! 바보같은게 왜 이런걸 나한테 맡기는 거야!!
내가 흥분한채 소리쳤을때였다.
쿵!
갑자기 뭔가가 해치를 치더니 난 튀어올랐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설마…."
해치는 열렸지만 녀석은 나오지 않았다.
"……."
잘보니 해치입구가 녀석보다 작아서 밖으로 나올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녀석을 골려주고 싶기도 했지만 요이가 더 중요하기에 교회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츠이시 요이…그녀가 그리 쉽게 죽을리가 없다! 반드시 살아있을것이다.
숲속을 빠져나와서 노출된 길로 들어선 순간 피빛이 가득한 하늘이 보였다. 정말로 이곳은 저주받은 곳이 되어버린것 같았는데 뭔가 검은 것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매우 큰 뭔가가…….
"어?"
까악- 까악-
"까…마귀?"
내가 잠시 멈춰서 그것을 찾으려고 봤는데…없어졌다.
"어?"
휘이잉-
왼쪽을 쳐다보는 순간 활공하던 까마귀가 착지하는 것이 보였다. 엄청나게 거대했고 눈은 붉은색이며 부리는 피에 절어있었다. 피토하는 병에 걸린 녀석이거나…뭔가를 생으로 뜯어먹어서 그런거 같은데…나 어째서 새 앞의 지렁이가 된 느낌일까?
내가 도망가기도 전에 놈은 나를 발로 움켜쥐었다.
"이거 놔!!"
내가 발버둥 칠수록 놈은 나를 더욱 강하게 잡았다. 이대로 부리로 쪼면 나는 즉사한다. 하지만 놈은 자신의 둥지에서 먹으려는건지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했다. 놈이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약 2m정도 바닥에서 떳을때였다.
휘잉- 푹- 휘이잉- 푹-
뭔가가 날아와서 꽂히는 소리가 들리며 까마귀가 고통에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우건 소리!?
날 잡고 있던 발목에 화살이 꽂히는 순간 놈은 나를 놓았고 나는 2m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약간 경사져있던 바닥으로 구르기 시작했고 겨우 멈춘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는데 까마귀는 보우건을 쏜 사람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찾는거 같았다.
내가 도망치기 시작하자 놈은 바닥에 내려앉고는 새발로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는데…너무 커서 내가 달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교회 옆 숲속으로 뛰어들었고 놈은 나무들 사이에 있는 나를 잡을 순 없었다. 녀석은 부리로 쪼려고 했고 나는 더욱 깊이 들어갔다. 굵고 날카로운 나무들이 빼곡하게 있기에 날 보호해주고 있었다.
교회와 더욱 가까워진 나는 기대에 차서 교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요이가 살아있다. 그녀가 나를 살려준 것이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지옥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산채로 불타는 것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고 2층을 올려다 보았는데 창문쪽을 보는 순간 숨이 멎고 말았다.
"……."
창문가에는 나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는 붉은 옷의 신도가 서있었다. 저 불지옥에서 놈은 나를 노려보고 있는것이다.
놈은 나를 몇초간 더 내려다보더니 뒤돌아서 화염속으로 사라져버렸고 나는 다시 교회 여러곳을 보았지만 당연히 요이가 보일리가 없었다. 그녀가 내눈에 보인다면 아마…불길에 휩싸인 모습일 뿐일것이다. 나는 단념하고 숲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녀는 아마 교회를 탈출했을것이다. 분명하다. 그래야만 한다.
아직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까마귀를 의식하며 불길과 저주받은 하늘에 어둡고 핏빛인 숲속으로 들어가되 길을 잃지않게 옆에 산을 내려가는 넓은 길이 보이는 한도에서 숲을 헤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요이가 살아있다면 그녀도 탈출로 쪽으로 이동중일것이다. 일일이 숲을 다 뒤질 필요는 없다. 내가 어느정도 내려가기 시작했을때…갑자기 숲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사삭- 사사삭-
"……."
거의 모든 요괴는 교회 안에 있을것…저것은 요이?
"츠이시야?"
"……."
대답은 없다. 내가 손전등을 꺼내서 제대로 비추려고 할때 갑자기 어둠속에서 시꺼먼 뭔가가 튀어나와서 나를 덮쳤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부터 모든 몸이 암흑으로 가득한 녀석이다.
놈은 제대로 저항도 못하는 나를 뒤집어서 눕혀버리고는 내 다리를 잡은채 숲속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나는 한순간에 손가락으로 땅을 짚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떨어뜨린 손전등이 의미없이 땅을 비추는것…놈의 양손에 양쪽 발목이 억세게 잡혀버린 나는 그대로 끌려가다가 나무기둥을 잡고 버티다가 손가락의 고통을 못이겨 놓고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어두운 숲속으로 끌려들어갔다.
"제길!! 이거 놔!! 놓으라고!!"
배를 바닥으로 한채로 끌려가므로 제대로 저항도 못한채 질질 끌려가면서 기억난게 있었다.
스토커. 요이가 완전한 시간봉인을 하지못한 유일한 요괴. 상대가 가장 취약할때를 노려서는 숲속으로 끌고간다고 했었다.
"……."
그저 끌려가며 나는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죽는건가…젠장…….
푹-
갑자기 뭔가 찌르는 소리가 나더니 다리를 잡고있던 압박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뒤로 돌아서 상황을 봤는데….
스토커가 쓰러지며 어둠속에서 보이는 것은 안광이었다. 어떤 여자가 서있었다. 요이는…아닌거 같았다. 그저 또 다른 요괴…….
"재수도 더럽게 없군."
자포자기 심정으로 말했을때 그 요괴가 걸어나오며 말했다.
"안녕?"
"에?"
소…피아!?
내 시야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분명 소피아…즉, 카이 미츠 였으나 상당히 동공이 확대되어 있었고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녀석이 피에 물든 채찍을 펴면서 말했다.
"살아있었구나? 혹시 죽었나 싶었지…지금 상황은 상당히 막장이거든."
카이 미츠는 나를 먹이 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뭔가가 내 발목을 휘감아 녀석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야 말로해! 왜 이러는거야!?"
"너 방금 도망치려고 했잖아."
발목을 휘감았던 채찍을 푼 미츠는 내 앞에 앉으며 말했다.
"봉인석의 봉인을 풀어줘서 날 살려줬으니…그만한 상을 줘야겠지? 넌 이제 내 하수인이 되는거야. 그러니까…. 자, 이제 하수인이 되는 의식을 시작할거야."
"의식이란……."
"몸에 손을 많이 댈거야."
"……."
"넌 인간 이상의 우월한 존재가 되는거야…더 이상 무기력하게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거지."
미츠는 손가락을 햟으며 말을 이었다.
"넌 더욱 강해질거고…또한 내 보호를 받을거니까…그럼 시작할게."
녀석이 나에게 키스할려고 할때 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싫어."
"…아, 그래 지금 내가 피투성이라서 보기 그렇지? 잠시……."
"그런게 아니야 너의 하수인이 되는게 싫다는거야."
"……어째서?"
나도 안다…인간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는것도 상당히 유혹적이며…지금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녀석의 하수인이 되는게 안전하다는 것도…하지만 난 요이를 믿고있다. 그리고 요이도 나를 믿고 있을것이다. 요이가 살아있는 이상…난 요괴 하수인 같은게 되고싶지않다.
"내가 네 하수인이 된다면 어떤 퇴마사가 날 죽이려 들거라서 말이야."
"아…츠이시 요이가 무서운거야?"
"아니, 난 그녀와 동료로 있고싶지…그녀의 적이 되고싶지 않다는거야."
"…나보다 츠이시가 좋아?"
"그래."
"정말로?"
"그래, 난 요이를 좋아해."
"……."
녀석은 아직도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슬픈표정을 짓더니 멍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카이 미츠는 살짝 몸을 떨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녀석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은발머리에 한쪽은 묶었어…귀엽게 보이려구."
그리고 자신의 얼굴과 몸을 만지며 말했다.
"거기다가 청순한 이미지에…다리도…예쁘고 어느 면에서나 츠이시보다 나은데?"
녀석의 피투성이 얼굴에 눈물이 주륵하고 흐르는 것이 보였다.
"어째서…나보다 그 여자가 좋은건데?"
이쯤에서 카이 미츠는 츠이시에게 패배했다고 느끼는것 같았다. 녀석이 울먹이며 물어볼때 나는 말없이 일어났다.
"대답해줘. 어느면이 나보다 좋은거야?"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해야만 할것 같았어."
"아니, 나보다 좋은면이 뭐냐고!"
그녀가 날 다시 바닥에 눕히며 내 위에 올라탄채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 얼굴 위로 그녀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나는 카이 미츠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지금 날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혼자 싸우고 있을 여자가 있어. 그런 여자를 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않아?"
"……."
"바보같은 실수를 다시하고 싶지는……."
나는 분명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지만…입술을 떨고 있는 그녀…아니, 요괴앞에서 말을 잇지못했다.
[16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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