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폐쇄된 교회 - 16
장르: 괴기호러--->유머
글쓴이: 너구리햄스
"난…널 가지고 싶은데?"
"……."
"어째서 그런…여자를……! 다시 생각해봐 뭔가 잘못된거야!!"
카이 미츠는 절규하며 외쳤다.
"분명 츠이시도 널 생각하고 넌 츠이시를 생각하고…난 끼여들수가 없는거야?"
"…넌 인간이 아니잖아."
"아아…."
카이 미츠는 몸을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옆에있던 나무에 오른손을 대고 왼손으론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내가 그 퇴마사에게 지다니…싫어…이런 기분싫어……."
"카이…너무 심각하게는……."
"아아아!!"
카이 미츠는 왼손으로 자신의 얼굴 반대쪽을 뜯어버렸고 켄지는 미츠에게서 살짝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어째서 나한테 그렇게 집착하는거야?"
"조용히 해줄래?"
단순히 켄지라는 사람을 가진다는 문제를 벗어나 퇴마사에 대해 자존심 문제도 있었다.
미츠의 피묻은 왼손이 켄지의 입을 살포시 가리더니 얼굴 반쪽이 뜯겨나간 미츠가 켄지를 보며 말했다.
"지금 카이 미츠님께서 널 죽일까 말까 고민중이거든."
"……."
켄지는 굳은채 서있었고 미츠는 뜯겨진 살점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는채 말하기 시작했다.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말이 반복될때마다 카이 미츠의 모습은 여러여자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주 다양하고 국적을 따지지않는 여성들의 모습으로 말이다.
"저기 진정……."
"쉿, 이성을 잃은 요괴앞에선 아주 조심해야해."
카이 미츠는 나무를 잡고 있던 오른손으로 켄지의 팔을 잡더니 말했다.
"너의 팔다리쯤 잘랐다가 다시 붙이는거 일도 아니니까…굳이 죽이지 않아도 가지고 놀수있어."
"……."
"죽일까?"
미츠의 모습은 교복을 입은채 보우건을 든 츠이시 요이의 모습이 되었고 켄지는 섬칫하며 요이의 모습을한 미츠를 바라보았다.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미츠가 말했다.
"네가 죽어서 서로가 득보는건 없는거 같으니…."
그리고 켄지에게 다가오며 귓가에 속삭였다.
"켄지군, 도망쳐……카이 미츠가 널 죽일지도 몰라."
"카이 너……."
그리고 켄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켄지? 어서 도망쳐…넌 나에게 소중하니까…그런 요괴가 널 죽이기 전에……."
미츠는 켄지를 밀쳤고 켄지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내가 츠이시에게 해줄 수 있는건 이것뿐이야…난 저주받은 여자 하나 도와줄 힘이 없으니까…츠이시에게 더 이상 상처주는 행동을 못하겠어."
"알고있어. 예전엔 나도 인간이였으니까."
"네가 싫어서 널 멀리하는게 아니라는것만…알아줘."
"알았으니까 켄지군은 어서 가."
"미안."
켄지는 달리기 시작했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손전등을 낚아채곤 계속해서 지하상가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한편 숲속에 남아있던 미츠는 요이의 모습으로 돌아서더니 숲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도리, 양심의 가책…. 단순할 뿐이구나."
그녀는 지긋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요괴인 내가 싫은건 아니잖아. 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고 있어. 그거면 충분……."
미츠는 그렇게 사라졌고 나마루 켄지는 달리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미츠의 채취가 남아있기에 까마귀는 켄지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켄지는 지하상가입구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여행용 캐리어가 하나 있었다.
"요이는 아직 탈출하지 못했구나."
켄지는 머뭇거리다가 캐리어를 잡았고 전등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하상가 안으로 들어갔다. 켄지는 캐리어를 끌면서 손전등은 주머니에 넣었다.
켄지는 최대한 길을 기억해내며 걷기 시작했는데 계속해서 이상한 장소에만 도착했다. 그는 걷고 또 걸으며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전등이 천천히 꺼져갔다. 켄지는 급히 손전등을 꺼내들었다.
"……."
절대적인 어둠, 숨막히는 공기.
딸칵
켄지가 손전등을 키자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가득했다. 오직 바닥과 벽만 비춰질뿐…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에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켄지가 손전등을 비추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주 부드러운 소리를 들었다. 아름다운 멜로디…누군가의 소리를 따라 켄지는 걷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선 길도 모르므로 그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았을때 손전등이 비추는곳의 구석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츠이시?"
교복 입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켄지는 멈칫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요이의 모습은 전투복을 입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카이 미츠?"
켄지가 침묵하고 있는동안 요이 모습의 누군가가 일어 나더니 뒤돌았고 그녀의 눈은 앞머리에 가려서 안보이는 채 미소짓고 있었다. 켄지가 물러설려고 할때 그 누군가는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
그러던 중에 누군가는 갑자기 켄지앞에 나타났다.
"으앗!?"
누군가는 켄지의 몸을 관통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고…켄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쓰러지기 직전에 그가 느낀것은 뭔가 달려오는 소리와 번쩍하는 섬광이었다.
[지하 상가 출입구옆 골목]
"아……."
켄지가 부스스하게 일어났고 그의 옆에는 츠이시 요이가 앉아있었다. 켄지가 깜짝놀라며 말했다.
"츠이시! 무사했구나?"
"에?"
켄지는 요이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고 요이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켄지가 말했다.
"너 그 화염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은거야?"
"화염이라니?"
"왜 있잖아…폐쇄된 교회에서 넌 날 보내……."
"폐쇄된 교회라니?"
"그러고보니 너 언제 교복……."
"나 원래 교복이었거든?"
켄지는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교회에서 탈출하다가 머리라도 부딪쳤어? 기억상실?"
"무슨 소리야 교회라니?"
"너 교회에서 요괴랑 싸웠잖아?"
'요괴'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린 그녀가 말했다.
"너 지금 장난쳐? 요괴? 그딴게 어딨어."
"무슨……."
"됐어, 그냥 일어나."
"……."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던 켄지는 의문을 느꼈다. 교복엔 피도 안묻어있었고 그냥 긁힌 자국정도만 남아있었다. 요이가 말했다.
"너 상가에서 쓰러지며 꿈이라도 꾼거아니야?"
"쓰러져?"
"그래, 내가 우리집까지 가달라고 상가까지 갔었는데…불이 꺼질때 너가 기절해버렸어. 나 여기까지 너 끌고온다구 진짜 진땀 흘렸다구."
"어?"
켄지에겐 꼭 하루 전의 요이같았다. 처음 만나고 지하상가로 들어갈때쯤의….
"그럼 그때 불이 꺼지고 난 기절한거고…지금까지 꿈을 꿨다는건가?"
"그렇겠지, 일어나자마자 헛소리해서 사람이나 놀래키고 말이야."
"…그럼 저기 부탁이 있어."
"무슨?"
"잠시만 안아봐도…되겠어?"
"에?"
켄지는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고 요이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이상한짓은 하지마."
"고마워."
켄지는 요이를 꼭 안았다. 그녀와 자신 사이에 거리감 따윈 없이 완전하게 꼭 안아주었다. 요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근데 이건 좀……."
"……."
"켄지?"
"……."
"저기…나마루군?"
"……."
그녀를 안고 있는 켄지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곤 요이를 놓아주었다.
"에? 뭐야 갑자기 왜 울어? 울어야 할쪽은 나라고 생각되기도!?"
"미안…그냥……꿈속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너랑은 상관없지만."
"무슨……."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슬프다고 해야겠네."
"무슨 소리야?"
"꿈속에서 넌 생사를 알수없었거든,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이거야."
"무슨 꿈이길래 내 생사까지 걸렸데?"
켄지는 말없이 눈물을 닦더니 말했다.
"미안 너로 대리만족한거 같아서 약간 죄책감도 드네."
"에? 어떤 여자를 생각하면서 날 끌어안은거야!? 이거 은근히 상처받았다."
"퇴마사…라고 말하면 이상하겠지?"
"퇴마사?"
한숨을 내쉰 켄지가 말했다.
"그럼 이젠 어쩌지?"
"어쩌긴 넌 네집으로 돌아가야지."
"넌?"
"난 오늘은 다른곳에서 자기로 했어. 그러니까 네가 데려다줄 필요는 없어."
"그래, 그럼 난 간다…내가 한말은 전부 잊어버려 기절하더니 정신이 나갔었나봐."
켄지는 걷기 시작했고 요이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나란히 걸으며 팔짱을 꼈다.
"팔짱은 왜……것보다 너도 이쪽 방향이야?"
"그래."
"근데 이거 풀면 안될까? 부담스러운데…."
"끌어안을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부끄러워해?"
"……."
그렇게 그들은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오랫동안 걸었다. 요이가 조심스럽게 켄지에게 기대어도 켄지는 말없이 걷고 있을뿐이었다. 무엇보다 이때동안의 모든일이 꿈이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도 따지고 보면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났고 요괴나 골렘같은 판타지적 요소들이 나왔다는 점에서 자신이 평소에 하던 게임을 떠올려보았다.
계속해서 걷던 요이가 멈추며 말했다.
"난 여기서 이만."
"가는거야?"
"응."
"잘가."
"근데……."
그녀는 조용히 켄지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저기…헤어지기전에…키스라도…하면 안될까?"
켄지는 요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너와 키스…하고 싶어."
"……."
켄지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미안, 그건 무리야."
"……."
"내가 갑작스럽게 껴안기도 했는데 더 이상 너에게 피해입혀도 안되고…남자가 하기엔 뭐한 말이지만 난 내 첫키스를 의미있게 하고 싶거든."
"내가 싫어?"
"그건 아니구…사랑하는 여자랑…."
"…그런말을 꼭 해야겠어……."
그녀는 잠시동안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켄지의 발을 콱하고 밟으며 말했다.
"그래 잘가라 매력없는 녀석!!"
"무슨 짓이야!?"
"흥이다!! 어서 집에나 가라구~"
"안그래도 갈거다."
켄지가 뒤돌아서 걸으려고 할때 요이가 그에게 말했다.
"이제 다시는 못볼거야…잘가…안녕."
"……."
켄지가 뒤돌았을때 요이는 약간 슬프다는 듯이 미소짓더니 뒤돌아서 아무도 없는 길거리의 어둠속으로 걸어들어갔고 켄지는 그대로 집까지 걷기 시작했다.
"하~ 조금 춥네…그 모든 게 꿈이라니."
켄지는 차가운 손을 살짝 비비다가 양쪽 주머니에 넣었다.
"……."
손에 뭔가가 만져졌다. 켄지는 그것을 조용히 꺼내보았다.
"……."
퇴마용 포스트잇.
켄지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가 급히 뒤돌아보았지만 츠이시 요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혼 - 폐쇄된 교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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