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몽환의 협곡 - 6
장르: 현대판타지, 퇴마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5입니다. Ep1~4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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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지는 No.427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런 켄지를 보더니 무덤 옆에 털썩하고 앉으며 말했다.
"이녀석도 협력자였었어. 특히 너처럼 츠이시 가문의 퇴마사와 함께 움직이는 협력자말이야."
"그런!?"
켄지가 놀라며 말하자 No.427은 그 반응이 조금은 재밌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츠이시 가문 남자 퇴마사의 협력자였었지."
"남자 퇴마사……."
"그래, 남자. 둘이 꽤나 좋아했었지. 그래서 결혼까지 한다였는데!"
"…갔는데요?"
No.427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남자 퇴마사가 죽어버렸어."
"그럴수가…요괴에게 당한건가요?"
"왜 죽었는지는 몰라. 그냥 죽었어. 아, 진짜로 그냥 죽은건 아니고 뭔가에게 죽임을 당하긴 했는데 자세한건 모르겠다는 거지."
"……."
"그 뒤로 그냥 폐인처럼 지내더니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더라고. 연락도 끊기고…소재도 파악안되서 어디 조용한 곳에가서 죽었나 했는데~"
No.427이 이를 뿌득하고 갈더니 말을 이었다.
"정부의 개가 되어있더군. 정부입장에서도 얼씨구나하고 받아줬을거고 이번 가옥 임무에도 자기가 자원했을거야. 뭐, 그래도 이녀석도 우리가문 관계자였었고 높으신 분의 허락으로 이곳에 묻혔으니…지금은 별로 상관치 않지만 처음에 배신자가 나왔을땐 정말 어이없었다구. 우리가문에 대한 정보를 막~ 다 말해버리진 않았을까 조금 걱정도 됐었구."
"……."
"하아~ 이녀석도 안됐긴한데…그래도 어째서 가문을 배신하고 정부쪽에 붙었데. 그리고 요이님을 공격해대질 않나 갑자기 또 무슨 감동을 먹었는지 또 도와주질 않나…은근히 속이 복잡했나보네."
"근데 말이에요."
켄지는 No.427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정부랑 츠이시가문은 협력관계 아니에요? 뭔가 제가 생각한거랑 반대로 서로 관계가 좀 껄끄러워 보이던데."
"뭐랄까~"
No.427은 자신의 모자에 꽂혀있는 낚시바늘을 만지작 거리며 말을 이었다.
"서로 협력하긴 하는데 동시에 서로 견제도 좀 하고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숨기는것도 은근히 있고."
"…어째서요?"
"자세히 얘기하게되면 옛날까지 거슬러가야하는데 나름 사정이 복잡해. 쉽게 말하자면 뭐 약한 쪽이 먹힐수도 있으니까 그런거겠지."
"먹힌다니…."
"아주 옛날엔 상당히 긴밀한 협조관계였는데 이젠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이용만 하는 상황같다고 해야하나."
"슬프네요…."
"음~ 일단 우리 가문입장에선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게 사실이긴해. 우리 가문 특성상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힘든부분이 현대사회에선 제법 있기도 하고…자금문제라던가 어쨌든 여긴 일본땅이니까 일본정부가 관여를 아예 안할순없거든. 거기다 츠이시 가문 저주 특성상 사람들을 물리는 영향이 있어서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놔두자니 안되겠고 통제하려 드는거지."
"…그럼 정부는 츠이시 가문의 어떤 점을 이용하는거죠?"
"뭐겠어, 요괴 모으는 저주지. 잡다한것들 싸그리 모아다가 처리해주고 사람들이 있는 도시근처에 가기전에 외딴곳으로 끌어들여서 처치해버리니 얼마나 편해. 어느정도 도와만 주면 가문자체에서 요괴 문제의 태반을 해결해주니 정보통제나 요괴청소에 완전 좋지."
"그럼 뭐 사람을 물리는 저주만 조심하면 서로 그냥 좋고 좋은 관계 아닌가요?"
"흠 순진하네. 그렇게 좋은 면만 봐주면 왜 각국의 나라들이 서로 도우면서~ 알게모르게 견제도 하고 있겠어?"
No.427이 켄지를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되는거겠지 정부입장에선. 통제가 되지않는 무기 혹은 도구란 쓰면서도 엄청나게 거슬리는 거거든. 츠이시 가문이 마음만 먹으면 이 나라에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데다가~ 개인별 전투력이 무시무시해서 자기들 목이 걱정되기라도 하겠지? 예를 들어 츠이시 유이님께서 작정하고 정부의 요직인 누군가를 암살하러 간다면 그 사람은 진짜로 그냥 죽었다고 생각해야하거든. 그날 잠은 관 안에서 자는게 좋을거야."
"……."
"이 편리하지만 잠재적으로 어떻게 튈지도 모르고 잘못튀었다간 자위대 병력이 어찌저찌 해보기도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으니깐. 그들 입장에선 우리가문은 편리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완전히 통제를 못하기에 은근히 걱정되는 존재들인 거지.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리저리 우리 가문에 대한 정보를 캐려고 노력도 하고 있고 말이야. 이 가옥을 지켜주기 위한 감시팀? 그것도 구실일걸. 거기다 그 감시팀이 걱정되서 아즈미를 보냈다? 그것도 구실일걸. 놈들은 이 가옥에 뭐가 있는지 알고싶었을 뿐이야."
그렇게 얘기하는 No.427을 보며 켄지가 말했다.
"그래요. 도대체 이 가옥, 지하에 있는 것은 뭐지요?'
켄지의 진지한 물음에 No.427은 가만히 눈을 감더니 대답했다.
"몰라."
"네!? 모른다니요! 발뺌 하시는거죠?"
"몰라 지하에 뭐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너가 지하에서 뭘 봤는지는 몰라도 옛날일이야. 여기 제법 오래된 장소라고."
"…지하에 있는 것중에 자아가 있는 것은 츠이시 가문에 대해 엄청나게 원망하고 있었어요.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것은 츠이시 가문이라고."
"난 몰라. 난 그저 츠이시 가문 퇴마사들한테 보급품 전달해주고 협력자들 몇몇 관리 좀 하고 그정도야. 이런저런거 다 알정도로 높은 사람 아니라고. 그리고 너 사건이 끝났을 당시에는 우리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한테 지하에서 딱히 본것도 없다고 한걸로 아는데 이제보니 이것저것 많이 봤나보네?"
"……."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이라는 말에 표정이 어두워진 켄지였고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을 No.427에게 묻기로 했다.
"그래요. 지하는 아무것도 모르시겠죠. 그럼, 그날 잡혀간 시로와 쿠로가 어떻게 됐는지는 아세요?"
"……."
"이건 제발 대답해주세요."
켄지가 츠이시 가문에게서 잠시나마 마음을 완전히 돌아선 이유 중 가장 큰 것이었다. 바로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유이와 시로와 쿠로에게 한 가문 관계자들의 행동은 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후."
No.427은 숨을 내쉬더니 잠시 생각을 정리하곤 대답했다.
"두분은 조사받고 있을거야. 너도 뭐 그자리에서 들었을거지만 시로님과 쿠로님은 각자의 스승인 협력자를 살해하고 탈주한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말도 안돼요. 걔네가 그런 나쁜 애들일리가 없다구요!"
"미안한데 우리 가문 퇴마사분들을 너무 인간적으로 보지마."
"네?"
No.427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가끔 나도 보급품 주러가기 무서울정도로 이상한 퇴마사들도 계시거든. 그런거 생각해보면 정부가 통제하려드는것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지."
"에이 그래두……."
"너 요이님과 가까이 있으면서 뭐 섬뜩한거 느낀적 없어? 성격이 좀 불안정하다던가 생물의 죽음이라는 것에 무감각하다건가."
"…그래도 쿠로야 뭐 그렇다쳐도. 시로같은 순수한 아이가 자기 스승을 죽인다는게 말이된다고 봐요? 거기다 츠이시 가문의 어린 퇴마사들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가르치는 그 스승이란 사람들이 그리 호락호락 죽을 정도에요?"
"그러니까."
No.427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조사중이라고. 이상한 점 우리도 느꼈단 말이야."
"……."
"이제 질문은 그만 받겠어. 그만 말해."
"……."
"가자, 따라와. 여기 우린 저 한국정부관계자 분들을 보조하러 온거야."
"……."
켄지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따라 나서려다 그는 갑자기 뒤돌아서 잊을뻔 했다는듯 아즈미의 갑옷과 검에 쌓인 낙엽을 털어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No.427은 살짝 미소 짓더니 말했다.
"칫…인간미 넘쳐서 탈이네 넌."
"도리라고 생각해요.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 대하여."
"참고로 여기서 죽었어."
"네?"
"그 남자 퇴마사 말이야. 이 가옥에서 죽었다고 결혼식 직전에."
"……."
"신부였던 아즈미가 폐인이 될만도 하지. 함께 있었던 수인족들 말로는 울음소리만으로 천지가 찢겨나갈것만 같았다더군."
"……."
"전통적인 혼례에 취미가 있었는지 그 좋은 러브하우스들 놔두고 이런 곳에 굳이 와서…뭐, 어쨌든 아즈미가 여기 묻힐만은 하다는거. 여기까지만 얘기해주도록하지. 인간미 철철씨."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됐어, 낙엽 털어주는것도 못기다려줄 정도로 박하진 않아."
켄지는 No.427과 함께 가옥의 중앙을 향했고 그곳에선 김이 이리저리 신성수를 살펴보며 뭔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고 미정은 전혀 신경도 안쓰는채 여우 수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미정이 까치발을 들고 여우 수인의 귀를 만져보자 그 여우 수인은 난처해하다가 켄지를 보곤 반갑다는 듯이 외쳤다.
"어머, 협력자님!"
"미오!?"
미오가 꼬리를 살랑이며 좋아할때 미정이 묘한 표정으로 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라, 둘이 아는 사이에요?"
켄지는 대답도 안하고 미오에게 가서는 잘지냈냐며 안부를 묻고 미오도 헤헷거리며 웃으며 즐겁게 대화할때 No.427이 김에게 다가갔다.
"다른 곳들 조사는 끝내셨나요?"
"아, 일단 이 신성수를 살펴보며 대해 미정이에게 설명해주고 있었어요. 같이 들으실래요?"
"…아니요. 필요한 조사부터 착수하기로 하지요."
"아, 그러면……."
잠시 미끄러져 내려온 뿔테안경을 손으로 잡아 다시 위로 올리며 김이 옆으로 메고있던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No.427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지하로 먼저 가도 될까요?"
"……아, 지하요?"
"네. 뭐 음…그게 전해듣기로는 어…일단 제일 중요한 곳 먼저 가는게 맞을 듯해서요. 이번 일에 대해 조사를 전반적으로 해봐야할텐데 지상의 구조물에 대해선 대략 아는데 지하에 대해선 정보가 부족하더라구요."
"……."
No.427은 슬쩍 미정의 전투화에 묻은 약간 다른 색의 흙을 보고는 김에게 말했다.
"이미 다녀오신것 아닌가요."
"아, 그게……."
김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잠시 당황하더니 말했다.
"네, 그러니까 지하로 가보긴 했는데 길이 무너져내렸길래 안쓰는 입구인가 싶어서요. 다른 길이 있나 싶어서."
"아쉽게도 지하로 내려가는 길들은 요괴들이 공격해오는 과정에서 무너져버렸습니다. 지하로 가는 다른 길은 없는 상황입니다."
"에이~ 설마 길이 하나뿐이겠어요."
"죄송합니다만 저도 이 가옥에 대해선 아는게 없어서요."
"…가옥에 대해 잘 모르는 분께서 저희의 조사를 도와주겠다고 오셨다니 아쉽습니다."
"아, 그럼."
김은 미오의 꼬리를 만지고 있는 미정과 그것을 제지하는 켄지에게 다가가더니 물었다.
"나마루씨, 여기 그때 당시 현장에 있었던 걸로 아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다른 길이 있나요?"
"다른 길요?"
"네, 하나 있던게 매몰된거 같더라구요."
"어? 분명 제가 나올때까지만 해……."
말을 하던 켄지는 No.427의 부릅 뜬 눈빛과 강한 부정의 뜻이 담긴 입모양에 멈칫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때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했던지라 유이씨나 요이의 도움을 받고 빠져나올 수 있어서 전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땐 살아남기도 힘들때인걸요. 오히려 임무를 완수하고 성역의 정화에 성공한걸 정말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마루씨, 대단하달까요."
나마루 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대단한건 제 주변에 있던 분들이라, 제가 받을 칭찬은 아닌거 같네요."
"그래도 고생하셨습니다."
"네, 감사해요."
지금은 난감해하는 미오의 등뒤에 업힌채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미정이 말했다.
"김담당관님, 어차피 조사도 제대로 안하실거 같은데 전 이 여우랑 같이 놀고와도 될까요?"
"아, 물론 그래도 괜찮아."
"우와~ 김담당관님 짱짱짱! 여우찡 우리 재밌는데 가봐요."
"대신 평가점수는 깎을게."
미정은 그말과 동시에 스르르륵 미오의 등에서 미끄러지며 땅에 양다리를 곧게 펴고 엉덩이를 대며 내려오더니 김을 흘깃 보았다.
"우와 진짜진짜 왕치사하다. 한국에서 이런 예쁜 여우언니 보기 힘들거든요? 동물들하고 좀 놀면 안돼요?"
"우린 여기 한국정부의 대표로 와있는거라서 우리가 확실히 조사해 가야해."
"흐으~ 알았어요. 여우찡 나중에 기회되면 꼭 같이 놀아요."
미오는 난감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켄지에게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갔고 김이 수첩을 넘기곤 켄지를 바라보았다.
"그럼, 나마루씨가 이 가옥에 처음 왔을때부터의 동선과 시간대에 따른 바깥의 요괴들의 규모변화에 대해 조사를 시작해보도록 하지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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