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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40

레이븐울프 2018. 3. 16. 21:13

혼(魂) - 몽환의 협곡 - 40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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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마루 켄지가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으음……."


  잠시 다시 눈을 감고 돌아누웠던 그는 몇분간 그대로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츠이시 요이가 있는 방안으로 걸어갔다.

  노크를 한후에 문을 열자 안색이 안좋고 매우 피곤해 보이는 츠이시 요이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켄지 일어났어?"

  "으응……."


  켄지는 자신의 아무렇지도 않은 뒷통수를 만져보며 요이에게 물었다.


  "저기, 요이."

  "음?"

  "지금 현실이지?"

  "응. 그럼 현실이지."

  "진짜로 현실이지?"

  "그래, 현실이야 켄지군."

  "음…근데 너 혹시 이리 세이키라는 여학생이랑 나랑 셋이서 학교에서 만난적 있어?"

  "아니, 직접 만난적은 없는데."


  그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켄지가 말했다.


  "역시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왜…꿈속에선 그 여자애랑 셋이서 이상한 짓이라도 했어?"

  "…아니 그런건 아니고."


  상식적으로 세이키가 맨손으로 칼날을 붙잡는다던가 자신에게 키스한다던가 양호실 의자로 내리친다거나 하는 일이 현실속에서 일어난다는건 말도 안된다고 여겼기에 켄지는 자신이 몽환의 협곡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점에 안도했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린 켄지가 말했다.


  "몽환술사씨는 어디로 갔어? 그 사람은 무사해?"

  "아~주 멀쩡하실거야. 원래는 낮시간엔 나랑 같이 있어주셔야하는데 밤새 같이 있는걸로 대신하고 조금 전에 가셨어."


  말을 끝낸 뒤에 요이가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근데 갑자기 왜 현실과 꿈을 구분 못해서 물어봐?"

  "아…나도 몽환의 협곡에 들어가 있었거든."

  "…뭐?"


  요이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네가 거기에 왜 들어가! 위험하게."

  "아니, 어차피 꿈인데 뭐가 위험…음~ 조금 위험하긴 한거 같네. 너무 현실이랑 비슷해서 구분이 안되더라구."

  "넌 거기에 다시는 들어가지마. 큰일날수도 있으니까."

  "요이 넌 괜찮구?"

  "물론이지. 몽환의 협곡에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동안 난 점점 더 몸이 좋아지는거 같아."

  "……."


  켄지가 보기엔 오히려 더 피곤해 보이기만 했기에 의아해하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너 오히려…안색이 안좋은거 같은데."

  "뭐?"


  켄지가 동생 책상 위의 손거울을 가져다가 요이에게 보여줬고 요이는 확실히 나타난 짙은 다크써클과 창백한 얼굴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말도 안돼! 몸에 힘도 잘들어가는걸."


  그리고 침대밖으로 다리를 내고 몸을 일으킨 요이는 정확히 2초 뒤에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고 깜짝 놀라 달려간 켄지가 부축하자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인상을 짓은채 말했다.


  "이게 뭐야…어째서……."

  "괜찮아?"

  "응 그게…읏?!"


  켄지가 부축하려 했지만 아예 무릎에서 힘이 빠진듯 줄 풀린 인형과 같이 주저앉아버리는 요이를 보며 켄지가 걱정스레 말했다.


  "정말 괜찮아? 상태가 많이 안좋아보이는데……."

  "다, 다리에…힘이 안들어가……."

  "뭐?!"


  켄지가 놀라서 팔을 붙잡아 그녀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요이가 자신의 다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진짜야…다리에 힘이 아예 안들어가……."

  "이젠 걷지도 못한다는거야?!"

  "……."


  말없이 그저 인상을 찌푸린 요이가 천천히 켄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켄지…나 이대로 진짜 죽어가는걸까?"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런 소리 왜 하는건데?"

  "…그치만 정말로 다리가 안움직이는걸……."

  "침대 위에선 움직였잖아. 잠시 일시적인 걸거야."

  "……."


  켄지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심각해진 요이가 마지못해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허리부터 안아서 일으켜줘."

  "알았어."


  켄지가 그녀를 안아들어서 침대 위에 앉혀주자 요이는 자신의 팔로 힘겹게 자신의 두 다리를 위로 올렸다. 잠시 동안 두 남녀는 침묵 속에서 가만히 있었고 그 침묵을 깬것은 요이였다.


  "켄지 오늘은 학교 안가?"

  "안가려구. 몽환술사씨도 없고 너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혼자두고가."

  "괜찮아. 두팔로 기어서라도 움직이지뭐."

  "…그러지마. 내가 도와줄테니까."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켄지는 머뭇거리다가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 열었다.


  "나마루 오빠 안녕."


  문 밖에서 미정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고 켄지는 무슨 일이냐는 듯이 물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아, 김 담당관님으로부터의 전달사항이 있어서요. 오늘 저랑 같이 좀 가주셔야 겠습니다."

  "……미안한데 요이의 몸이 많이 안좋아서 안돼."

  "저도 죄송한데 꼭 같이 가주셔야해요."

  "그럴 순 없어."

  "하아…왜요. 이거 나름대로 중요한 일이라구요."

  "지금 요이는 다리를 못써. 지금 학교도 안가고 돌봐주려는걸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그래?"

  "헐, 다리를 못써요?"


  미정은 깜짝 놀란듯이 반응하곤 뭔가 떠올랐다는듯이 말했다.


  "그럼 휠체어 쓰면 되겠네. 그거 우리 사무실에 있는데 가져가요."

  "어? 정말? 근데…일시적인 걸지도 모르는데."

  "쓸데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말고 휠체어나 가져가세요. 그동안 제가 츠이시 언니 돌봐드릴테니까."

  "……."


  켄지는 잠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에서온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요이를 맡겨도 괜찮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표정을 본 미정이 껌하나를 꺼내서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


  "지금 언니 못걷는다메요."

  "어? 어……."

  "그럼 화장실은 우짤거에요. 오빠야가 매번 데려다줄거야?"

  "……."

  "씻는 건? 뭐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씻겨주는건 별거 아니긴 하겠다만."

  "아니 그런 사이는 아닌데……."

  "안그래도 언니 몸도 아픈데. 머리도 좀 편하게 감고 그래야지. 계속 신세지고 그럼 언니도 미안해해요."

  "……."

  "동성끼리 해줘야 편한게 있는 법이에요. 최소한 휠체어라도 있으면 양팔도 못쓰……흠, 재수없는 말이긴 하지만 혹시나 못쓰게 되기 전까진 그래도 혼자서 돌아다닐 수 있을거에요."


  미정의 말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고 이 사람들은 츠이시 가문과 가까운 사이였기에 딱히 나쁜 짓은 안할거라 생각한 켄지가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어디로 가면 되는건데?"

  "오예~ 미션 클리어."

  "…어디로 가야하냐구."


  미정은 속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서 켄지에게 내밀었고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가서 김 담당관님이랑 얘기도 좀 하고 올때 휠체어 챙겨오세요. 그동안 제가 츠이시 언니는 돌봐줄테니."

  "어, 그래…부탁 좀 할게."


  마침 몽환술사도 없을때 인지라 켄지는 고개를 끄덕이곤 미정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요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요이가 고개를 돌려 미정을 봤을때 그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잠시동안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한국분……."

  "편하게 미정이라고 부르세요 츠이시 언니."

  "어…그럼……나도 요이라고 불러줘."

  "친화력이 좋은 언니네~ 좋아요 요이 언니. 여기 나마루 오빠가 우리 사무실에 있는 휠체어 가지러 갈건데 그동안 같이 놀아요."

  "응, 고마워."


  요이가 켄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휠체어 가지러 간다구?"

  "응…못움직이는게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미리 준비해서 나쁠건 없을거 같아."

  "…준비성도 좋네. 고마워."


  그러면서 살며시 웃어보이는 요이와 씨익 웃는 켄지의 사이에서 미정이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이 분위기 뭔가요…. 둘이 진짜 아무 사이 아니에여? 한 30분정도 자리 비워줘요?"

  "……."

  "……."


  얼굴을 살짝 붉힌 두 남녀에 대해 미정은 됐다는 듯이 손을 휙휙 내저으며 말했다.


  "아 됐어요 됐어. 빨리빨리빨리 가기나 하세요."


  그렇게 떠밀리듯 나온 켄지가 사무실 건물 앞에 도착했을때 김 담당관은 미정이가 함께 못온건 신경도 안쓴다는듯이 혹은 이미 안다는듯이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다.


  "어서오세요, 나마루씨."

  "안녕하세요."


  그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 켄지는 김을 따라서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책상 맞은편에 앉은 켄지에게 김이 말했다.


  "마실거라도 드릴까요?"

  "아, 네…그냥 물이면 될것 같아요."

  "네."


  김이 생수병을 열어 컵에 물을 따르는 동안 켄지는 약간 허름한듯 하면서도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는, 나무바닥의 목조풍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예전에 츠이시 요이와 함께 있었던 폐쇄된 교회의 2층이 이런 느낌이었던것 같기도 했었다. 물론 그곳은 따스한 느낌 같은건 하나도 안들었지만 말이다.

  잠시후 김이 켄지에게 물컵을 건내자 그가 감사함을 표하며 말했다.


  "근데 어떤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

  "아, 그건 말이죠."


  김은 책상에 앉더니 서류뭉치에서 몇장의 종이를 꺼내 바라보다가 한장을 켄지에게 내밀며 말을 이었다.


  "실은…이 사람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


  그리고 그곳엔 몽환술사의 사진이 있었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으며 전투복을 입고 있고 감정따위 전혀 보이지않는 메마른 표정의 몽환술사가. 잠시 그 사진을 뚫어져라 보던 켄지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아셨죠?"

  "아, 그게 요즘 주변에서 좀 눈에 띄어서 말이에요. 따로 뒷조사하는거보단 본인에게 물어보는게 좋다 싶었어요."


  사실 이미 뒷조사를 해봤음에도 신상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점은 굳이 말하지 않기로한 김에게 켄지가 말했다.


  "그냥 정부측 사람이에요."

  "특이사항 같은건 없나요?"

  "……."


  켄지가 이걸 이 사람들에게 말해줘도되나 싶은 표정을 짓고있자 김이 말했다.


  "일단 제가 아는 수준에서, 이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일종의 초능력자 같은 존재에요."

  "…맞아요 특이하긴 하죠. 근데 제가 아는 이미지랑은 많이 다르네요. 자위대복을 입은 적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특수부대에 속해있었다나 봐요. 예전에 말이죠."

  "……음 근데 이분의 초능력이랄게 자위대에서 쓸모가 있었을까요? 제 생각에 전략적으론 영 꽝인거 같은데."

  "어떤 의미죠?"

  "이분은 몽환술사라고 꿈 치료사에요. 뭔가 주술 쓰는 사이비같은 느낌이 들수도 있겠지만 정부기관에서 소개해줬으니 일단 믿고 있어요."

  "……꿈 치료사요?"

  "네."


  켄지의 말에 김은 뭔가 의외라는 듯이 다른 종이 몇장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이상하군요. 제가 알기론 이 인물이 사람 살리는 임무를 맡은 적은 없거든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