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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더럽혀진 성역 - 5

레이븐울프 2011. 6. 30. 02:22

혼 - 더럽혀진 성역 - 5

장르: 연애, 순정, 퇴마, 판타지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4입니다. Ep1, Ep2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조용한 가을 숲을 난 더욱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이따끔 들리는 바람소리와 낙엽들이 떨어지는 소리…그리고 그 낙엽을 밟는 내 발소리만 들려온다.


  그나마 다행인건 낙엽이 가득한 나무들 밑의 작은 종류의 식물들은 아직 잎이 무성하고 푸른녀석들도 있어서 여차하면 숨을수도 있을것 같다.

 

  그러나 이 조용함도 얼마안갈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이윽고 몇m쯤 움직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최대한 직선으로 가고있다고 생각한다.

  가면서 조금 가격으로 단검으로 나무에 흔적을 남기며 가고있다. 방향감각을 상실하더라도 여차하면 흔적을 따라 다시 동굴로라도 돌아가야하니 말이다.

 

  그러다가 나무들이 좀 적고 대신 풀들이 내 허벅지 길이까지 제법 길게 자란곳이 보였다.


  얼핏보기엔 내가 몸을 숨기고 엎드려서 가기 좋게 보이지만…….

 


  풀들의 윗쪽 사이사이로 보이는 새빨간 혈흔들은 아무래도 저곳은 내가 몸을 숨기기도 좋지만…반대로 '놈들'도 몸을 숨기기 좋다는것을 알려주는것 같다.


  여기서 조금 돌아가기로 한다. 방향감각을 안잃도록 조심조심 수풀들이 우거진곳을 피해 둥글게 돌아간다.

 


  "사, 사람이다!"


  "……!?"

 

  갑자기 뭔가가 내 머리위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위를 바라보았다. 위에는 작은 여자요정같은 소녀가 있었다. 그녀역시 1m 조금 안되는 크기에 날개가 달려있다.


  공격당했었는지 몸곳곳에 피도 묻어있고 몰골이 조금 안좋지만 금빛 머리칼에 생머리를 제법 늘어뜨린 요정은 이상하게도 아직 팔팔해 보였다.

 


  "저기, 인간!"


  "나?"


  "네, 당신!"


  "왜…?"


  "절보고 안놀라는걸 보니 평범한 인간은 아니로군요! 퇴마사 인가요?"


  "뭐, 그렇지."


  "와, 다행이다. 전 또 혹시 요정사냥꾼인가 했지요."

 

  녀석은 어색하게 날개짓하며 나무에서 내려왔다. 녀석의 몸에서 살짝 비린 피냄새가 섞여서 묘한 냄새가 느껴진다. 꼭 악취를 중화하기 위해 뿌린 방향제가 악취와 섞여 묘한 냄새가 나는 듯한 것과 얼핏 비슷하다.


  그 요정소녀는 나에게 다가와서 쾡하고 아득하게 어두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절 좀 도와주세요! 여긴 너무 위험한거 같아요!"


  "나야 뭐…."

 

  하지만 난 할일이 있다 물론 마음같아선 돕고 싶지만…뭔가 마음이 안내키기도 하고 내 눈이 정확하다면 동굴에서 봤던 소년요정과 소녀요정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거기에 꼭…….

 


  이자식은 죽은 요정시체가 날아다니는거 같잖아.

 

  "미안한데 난 지금 하던일이 있어서 말야. 네가 나와 동행하겠다면 어느정도 지켜줄수는 있어. 하지만 널 따로 도와줄순 없을거 같아."


  "히…뭐, 지금도 잘 도와주고 있는데 말야."


  "뭐? 어엇!?"

 

  갑자기 난 양옆으로 뭔가가 내 양팔을 강하게 붙잡는 느낌을 받았다!


  "제길 이것들은 또 뭐야!?"

 

  내 양옆에는 다른 요정……꼭 시체요정 같은 것들이 내 양팔을 위로 치켜올린채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끼룩거리며 기묘하게 웃어댔다.

 

  "멍청한 인간! 퇴마사가 아닌거 같은데!!"


  "맞아 맞아, 무슨 퇴마사가 요정가죽을 뒤집어쓴 우릴 못알아봐?"


  "보아하니 그냥 멋모르고 지나가던거 같은데, 어서 잡아먹자."


  "그리고 가죽은 우리가…끼룩끼룩끼룩!!"

 

  이것들 나를 이상하게 속여 넘어갔다! 애초에 이런 위험한 곳에서 내가 너무 부주의했다.


  처음에 날 속였던 시체여자요정의 가죽을 뒤집어쓴 녀석이 기묘한 단검을 꺼내들며 말했다.

 

  "꽉 잡아. 산채로 머리부터 가죽을 도려내서 천천히 밑으로 벗길테니까."


  "옷은!? 옷은 안벗겨!?"


  "아, 그렇지. 벗겨야지!! 아, 요정고기도 질려갈때였는데 이런 멍청한 인간이 걸려들다니!"


  "내가 옷을 벗길게 끼룩끼룩!!"

 

  나는 강하게 몸을 흔들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거 놔! 놓으라고 개자식들아!!"


  "멍청한놈! 간만에 잡은 인간가죽을 못벗길순 없어!!"


  "으으! 놓으라고!!"


  "네 가죽을 뒤집어써서 다음엔 인간여자를 꼬득여 먹고 또 그 가죽을 써서 다른 인간을 먹고~ 끼룩끼룩!!"

 

  그래도 녀석은 내 옷을 벗기려 들었고 교복 상의의 윗단추를 풀기시작했다. 그러다가 방탄조끼에 놈의 손이 닿는 순간이었다.

 

  "앗, 뜨거워!!"

 

  놈의 손끝에서 연기가 나며 얼른 녀석은 물러났다.

 

  "이녀석 퇴마사 맞나봐! 중간에 걸친 옷에 손이 닿으니 뜨거뜨거!!"


  "크으, 그럼 이 칼로 옷부터 도려내야겠군. 이거 가죽에 칼자국이 좀 날지도 모르겠는데."

 

  여자요정의 가죽을 걸친놈이 칼을 들고 나에게 쾡한 눈을 한채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놈이 다가오기전에 자유로워진 한쪽팔로 날 아직도 치켜 들고 있는 녀석을 공격하려…….

 


  취이익-!

 

  그때였다. 갑자기 액체가 분사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이상한 액체덩어리가 날아와서 칼을든 녀석을 뒤덮었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놈은 날개를 퍼덕 거리며 공중에서 몸을 뒤틀더니 몸의 겉표면이 조금씩 녹아들어가며 결국 땅바닥쪽으로 녹아내리는 살점들과 함께 떨어졌다.


  몸이 녹긴 했지만 피부가 조금씩 점액같이 녹아내리는 정도라 녀석이 아직 숨통이 붙은채 부들부들 떨고만 있을때 약 1m크기의 거대한 거미가 녀석 위에 쿵하고 내려왔다.

 

  "……."

 

  나도 시체요정도 둘다 당황해 있을때 거미에게 깔린 녀석이 부들거리며 말했다.

 

  "사, 살려줘어……!"


  "요, 요정사냥거미다!!"


  "제길! 우리가 왜 요정가죽을 뒤집어쓴거야!?"


  "네가 뒤집어 쓰자고 했잖아!!"

 

  남아있던 두녀석들은 난 신경쓰지도 않은채 허겁지겁 도망가기 시작했다.

 

  취이익-!


  취익-!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액체덩어리가 날아왔고 놈들은 그것에 맞아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곤 고통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서로를 탓할 생각도 못한채 그들은 산채로 두려워하며 거미들에게 내리깔렸고 거미들은 요정들의 위에 올라탄채로 놈들의 몸에 주둥이를 꽂았다.

 

  그러다가 잠시후에 주둥이를 빼더니 불쾌하다는 듯이 피와 살이 섞인 이상한 액체를 바닥에 토해냈다.

  아마 그들이 기대했던 '요정맛'이 아니었나보다.

 

  아, 내가 왜 이러고 서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안움직인다. 부르르 떨리고 있을 뿐이다…….


  어서 도망쳐야…….

 

  불쾌감을 표한 거미중 하나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내가 움찔하자 놈은 나에게 땅을 기어 '두드드득'하는 특유의 거대한 거미소리를 내며 다가왔고 나의 바로 앞에서 날 빤히 바라보았다.


  무, 무섭다……죽고싶지 않아…가죽이니 뭐니 다음엔 녹아내리는것도 싫은데!!

 

  "……."

 

  하지만 녀석은 별 관심없다는 듯이 돌아서서 다시 나무위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마…요정만을 먹는 거미인가 보다. 다행이라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곧…아주 겁나게 큰…….

  에……또…한 2m쯤 되시는 거미님?

 

  요정사냥거미와 동종같지만 무식하게 큰놈이 수풀에서 기어나오셨다…….

 

  자비 좀…….

 

  그 거미는 나를 힐끗 보곤 관심없다는듯 아직 죽지못해 살아있는 시체요정들에게 꽁무니에서 이상한 촉수를 내밀어 꽂았다.


  그리곤 기분나쁘게 꿀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놈들의 몸으로 들어가고 있다.

 

  보아하니 저것들을 먹을 생각은 없는것 같고…그렇다면…….


  살아있는 놈들의 몸에 알을 넣고 있는것이다.

 


  "……."


  여자시체요정녀석이 녹아붙은 손가락들을 내게 내밀며 말한다.

 

  "사, 살려주어…퇴마사! 부…타악이아……!"

 

  미안하지만 방금까지만 해도 내 가죽을 벗기려던 녀석들에게 베풀 자비란 없다.

 


  이제 어느정도 다리가 움직이는걸 느낀 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박차고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뒤돌아 봤을땐 몸에 알이 온전하게 다 들어간 시체요정 3마리가 나무위의 수컷 거미들에 의해 거미줄에 포장되는것이 보였다.


  그것들은 나무에 매달릴것이고 속에서 거미새끼들이 부화하며 놈들의 살을 파먹고 나올것이다.

  요정은 아니지만 이미 일종의 소화액을 묻힌 것들은 새끼들의 '살아있는 안식처와 먹이'같은 개념으로 써버리는것 같다.


  하지만 나까지 안식처로 안만드는 것을 보면…아마 그들에게 있어서 뱉어내는 '소화액'이란 것은 상당히 소중한 것인가 보다.

  확실히 분비샘이 어지간히 커도 저정도 소화력이 있는 액체를 저장하고 뿜는것은 그만한 에너지를 요할것이니…….

 

  그거야 어찌됐든 난 지금 달리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내 눈앞에 나와 같은 방향으로 도망치는 다른 시체요정이 저 앞에 조금 멀리 보였다. 아마 망을 보던 녀석인거 같은데 망을보다가 거미를 보곤 동료에게 알리지도 않고 도망가던 중인듯 하다.


  내 추측일 뿐이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요정을 따라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고 방향감각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유없이 앞의 시체요정놈을 따라가는게 기분 상해서 방향을 바꾸려던 때…….

 

  그때 나보다 앞서 날아가던 시체요정이 뭔가에 의해 빠르게 낚아채여 사라져버렸다.


  나는 급히 멈추며 일단 작은 풀들과 낙엽들이 있는 바닥에 몸을 엎드렸다.


  "……."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멀지 않은곳에 나무위……카멜레온 비슷하게 생긴요괴가 입을 우물거리고 있다가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

 

  나 정도 크기를 한입에 넣지는 못하겠지만…아냐 카멜레온도 파충류면 뱀처럼 턱이 우악스럽게 벌어질지도…….


  제기랄…….

 

  나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닥에 엎드렸다가 천천히 옆을 보았…….

 

  "……."


  "……."


  "……."


  "안녕."

 

  내 옆에 있는 나무의 밑기둥의 작은 구멍에 자동소총을 둘러매고 있는 너구리가 한마리 있었다.

  소음기 부착한 자동소총을 든 너구리?

  아오, 그래 이젠 막나가자는거지?

 

  너구리가 나에게 인사했지만 난 인상을 묘하게 찌푸린채 녀석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이, 인사했잖어."


  "……안녕."


  "당황한거보아하니…평범한 인간인가? 꼴을 보아하면 퇴마사쯤 되보이는데?"


  "비, 비슷한거야……."


  "풋. 아직 뭘 모르는 녀석같군."

 

  녀석이 썩은 미소를 지으며 낄낄 웃더니 말했다.

 

  "저 나무위에 있는 것들은 지금 저놈들 높이에선 지면으로 50cm이상인 것들만 낚아챌수있어 낮게 움직이면 안전해."


  "……."


  "날 못믿는다는 표정이군. 그래 정확히는 43cm지만…엎드려서 움직이면 안전한곳까지 문제없어. 날 믿든 죽든 알아서해."


  "방금 이상한놈에게 속아서 말야."


  "킥…알아서 해. 그전에 소속이나 묻자 어느쪽 퇴마사냐?"


  "……."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말했다.

 

  "말할 수 없어. 하지만 엄밀히 퇴마사는 아냐. 그냥 요괴의 존재를 아는 사람정도."


  "그래, 그럴거야. 인간에게 우호적인 요괴랑 적대적인 요괴도 구별하는 능력없는거 보면. 물론 내가 널 속이고 있는거일 가능성도 충분해. 하지만……."


  녀석이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그랬다면 겁에 질려 땅바닥에 철썩 붙은 인간따위 내가 왜 이 총으로 안쏴버리고 느긋하게 대화하고 있겠냐?"


  "……."


  "뭐, 날 따라와라 인간. 사실 '우리'가 네가 필요한거 같아서 네가 맘대로 죽게 내버려둘순 없겠어."


  "우리?"


  "일단 따라와."

 

  너구리가 등에 소총을 매고 네발로 기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녀석을 따라갔다.

 

  녀석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여 나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있고 낙엽들이 많이 쌓여있는…비교적 평화로운곳이 나타났다.


  너구리 녀석이 두발로 일어나더니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너구리귀와 꼬리를 하고 간단한 천으로 방어구를 만든…갈색더벅머리의 내 또래정도의 소년이 나타났다. 여전히 소총을 매고있다.

 

  내가 얼빠진채 바닥에서 녀석을 올려다보고 있을때…아주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타~누? 조금 늦었어."


  "미안해 미오. 이 녀석을 데려오느라."


  "누구?"

 

  내 눈앞에 담황색의 목까지 내려오는 살랑거리며 귀여운 생머리에 여우귀를 달고 있고 여우꼬리를 한…….


  그리고 예쁜 천으로 만든 상의와 치마를 입은 아가씨가 나타났다.

 

  "인간이네. 퇴마사?"


  "퇴마사는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녀석 같은데."


  "저~기. 인간."


  "……."


  나는 아무말도 안나올뿐.

 

  "우린 당신 안해치는 애들이니까 안심해요~ 저는 '미오'라고 하고 이쪽은 '타누'라고해요. 우리 둘다 이 평온의 숲에 오래 살아온 수인족의 일원이랍니다."


  "수, 수인족."

 

  아, 요이가 말했던 동물귀를 한 우호적인 존재들이 이들인가?


  실제로 존재했구나!

 

  나는 그제야 경계심을 완전히 풀며 그리고 계속 엎드려있기 멋쩍어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 반가워요. 당신들이 그 '수인족'이로군요."


  "네~"


  "저는 츠이시가문의 협력자인 나마루 켄지라고 합니다."


  "츠, 츠이시!!"

 

  미오와 타누가 거의 동시에 소리치며 깜짝 놀랐고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 싶을때 미오가 황홀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드디어 오셨군요!!"


  "네……?"


  "전 언제쯤 츠이시가문에서 협력자나 퇴마사를 보내 이 사건을 해결해주나 싶었어요."


  정말로 우호적이구나.


  미오가 여우귀를 쫑긋거리며 말했다.


  "저희는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한 요괴들을 살펴보기위해 동족들의 대표로서 여기를 감시하고 있어요. 최근에 요괴들이 이 평온의 숲으로 몰려오더니 성역의 결계부근까지 돌아다니며 무수하게 많은 요정들을 죽이고 있답니다."


  "다른 수인족 들은요?"


  "동족들은 지금 평온의 숲 밖으로 모두 피했답니다. 다행히 요괴들이 저희를 공격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래도 악한 녀석들이 많은 편이라."


  "음…요괴들 끼리 서로는 안싸우나요? 방금 보니 서로 먹던거 같던데. 당신들은 왜 공격안했는지……."


  "현재 요괴들끼리는 연합을 이루었고 저희 수인족도 그 연합에 가담하길 권하고 있어요. 그 연합의 방침에 의하면 '성역'을 완전히 무너뜨릴때까진 서로 싸우지 않고 오직 '요정'만을 사냥해서 먹는다는게 원칙이에요. 물론 소수의 폭력적이고 악한 요괴들은 그 방침도 어기는것 같지만……."


  "아직도 이 숲에 요정들이 있나요!? 어째서 도망가지 않고!!"

 

  그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타누가 소총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어이, 너 같으면 집밖에 포식자들이 넘쳐흐르는데 집밖으로 섯불리 나서서 도망칠 수 있겠냐."


  "……."


  "도망칠 놈들은 도망쳤고 도망치다 잡힌것들은 다 먹히거나 죽거나 장난감으로 갖고 놀려지고 있지. 나머지는 아직도 그들이 지내던 나무속이나 다른 곳들에 숨어있어. 네가 날 처음 봤던 나무 기둥밑의 작은 구멍도 한때는 요정가족이 살았던 곳이야. 하지만 요괴들이 파헤쳐서 모두 데려가 버렸겠지."


  "그런……."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을때 미오가 말했다.

 

  "그래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츠이시 가문측에서 인원을 파견한거죠? 몇명인가요?"


  "아, 아직은 저 혼자에요."


  "그렇다면 나마루님은 엄청난 가문 협력자시군요! 단독 임무라니!!"

 

  그때 또 타누가 끼어들며 말했다.

 

  "절대 아냐. 이놈은 요괴들 타입도 구분할줄 모르고 겁에 질려서 바닥에 움츠려만 있었다고. 츠이시가문 협력자 같지않을 정도야. 뭐, 츠이시가문 협력자가 아니라면 '츠이시가문'의 존재성도 모르는게 보통이지만."


  "히잉…그럼 약한건가요?"


  "뭐……."

 

  내 입으로 '저는 약합니다!'라고 말하긴 좀 거시기한데…….

 

  "뭐, 저는 사실 정찰쪽 담당입니다. 지금 성역쪽의 가옥 상태를 확인하려고 왔어요. 확인후에 귀환한다음에 재정비한다음 다시 올 생각입니다."


  "빨리 하시는게 좋을거에요. 점점 많은 요괴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근데…뭐, 생각처럼 바글바글 하지는 않네요."


  "그게……."

 

  미오가 자신의 꼬리를 살랑거리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온쪽은 성역인 '맑은샘 동굴'방향이에요. 아무리 성역으로 침입해온 요괴들이라지만 최대한 성역에서 멀리 있고 싶어하는 편이라. 이쪽의 정 반대쪽인 가옥너머 방향에 아주 많답니다. 제법 기지다운 임시기지도 만들고 체계까지 갖추었어요. 아마 대규모로 무언가 할 모양이에요."


  "……."


  이건 아즈미씨도 요이도 나도 몰랐던 거지만. 동굴쪽 방향에서 침투하는게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구나.

 

  그때였다.

 

  조금 멀리서 아우성치는 소리와 함께 작은 고블린 같은 것들이 마구 달려오기 시작했다.

 

  타누가 재빨리 소총을 어깨에 견착했고 미오는 날렵하게 자세를 고치며 길게 날카로운 손톱을 보였고…나는 허둥지둥 카메라의 전원을 켰다.

 

  하지만 고블린들이 가까이 올수록 녀석들은 우리를 공격할 의지가 전혀없어 보였다.


  오히려 뭔가에 잔뜩 겁에 질린채 도망치는듯 했다.

 

  

 

 

 

[6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