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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더럽혀진 성역 - 9

레이븐울프 2011. 7. 17. 15:55

혼 - 더럽혀진 성역 - 9

장르: 연애, 순정, 퇴마, 판타지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4입니다. Ep1, Ep2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좋아, 무사히 결계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제 가옥의 대문쪽을 향해 달렸고 문을 열려고 했으나…….

 

  "쳇."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굳게 닫혀있을뿐 밖에서 열 방도가 없어보였다.

 

  외벽의 담을 넘자고 하니 내 키를 훌쩍넘어서 제법 컸고…외벽의 윗부분 외형이 외부에서 기어올라가기 힘들게끔 되어있어서 무리인듯했다.


  나는 주변의 숲을 둘러보았다.

 

  사실 이곳은 완전히 '노출지'다. 아마 요괴들이 지금 이렇게 문앞에 서있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결계밖으로 다시 나갈수도 없는 노릇이라 가옥을 빙 둘러보기로 한다. 뒷문이라도 있음 좋겠는데…….

 

  돌던 도중에 발견한것은 가을날씨에 조금은 말라버린 담쟁이 넝쿨들이 가득한 부분이 외벽중에 있었다. 과연 오래된 가옥이라 그런지 이런것이 있긴 한가보다.


  일단 그 담쟁이를 손으로 부여잡고 담을 기어오르기로 한다.

 


  "읏차."

 

  우두두두득-

 

  "아야……."

 

  내가 매달리기 무섭게 담쟁이들은 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뜯겨져 나갔다. 무엇보다 가방무게도 장난아니라서…….


  가방을 벗어놓고 할걸 그랬나…잠깐, 그러고보니 이놈의 가방은 뭐한다고 이렇게 무거운거야?

 

  나는 가만히 앉아서 숲속의 눈치를 살피며 가방을 열어보았다.

 

  "음?"


  뭔가 여러가지 장비들이 많이 있었다. 구급키트부터 비상식량과 밧줄과 갈고리랑……음?


  밧줄과 갈고리.

 

  "오호."

 

  나는 그것을 집어들고는 외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면 애초에 이건 가옥안에 들어가기위한 작전이었는데…가옥문이 '어서옵셔'하고 열려있을 보장은 없는게 당연했다. 나는 얼추 갈고리를 담장너머로 넘겨보내곤 끌어당겨서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곤 밧줄을 잡고 천천히 벽을 발로 짚으며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이거 좀 많이 힘드네…….

 

  정말 미도리가 보고있으면 부끄러울정도로 허우적거리고 미끌미끌 아둥바둥하며 겨우 외벽의 위에 손을 짚었다.

 

  "이대로 다시 떨어지면 진짜 좌절할거다……."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켜 외벽을 넘어 몸을 넘겼을때 의외로 내려갈때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꼭 방어를 위한 중세시대 성의 구조인것처럼 외벽의 안쪽에서는 외벽에 붙은 '침입자'에 대항하기 위해 싸울수 있도록 발판들이 있었기에 그냥 다리를 발판쪽으로 내리면 되는것이다. 그리고 밧줄과 갈고리는 회수했다.

 

  "와, 멋진데?"

 

  안에서 본 가옥의 안은 정말로 더욱 멋졌다. 가을의 단풍잎들이 가득 떨어지고 있는 옛전통가옥들…그리고 제법 큰 5층정도의 큰 건물이 있고 주변으로 조금 더 작은 건물들과 1층정도의 보통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과연 수인족들도 일부가 지낼정도로 규모가 실로 대단했다.


  이런곳이 거대한 결계안에 있어서 인공위성으로도 촬영이 안된다라……정말 신기한걸.

 

  지금 내 몸은…비록 오니의 피로 얼룩지고 상처도 조금 있고…옷도 엉망이지만 그래도 외벽 안 만큼은 조용하고 정말 아름다웠다.


  외벽밖의 숲들을 보았는데…그러다가 바짝 말랐으면서 크고 붉은 눈을가진 어떤 요괴가 날 빤히 바라보는걸 보곤 얼른 몸을 숙이곤 외벽 발판 밑으로 내려갔다.

 

  자, 이제 이 주변을 '관광'하면 되는건가!

 

  나는 카메라를 든채 야심차게 가옥을 따라 걷기시작했다. 이 안은 결계안이며 수인족도 통과못할정도로 결계가 강한상태같은데 그럼 이 안은 안전하다는 거겠지?

 

  마당과 마당을 지나 전통의 미가 느껴지는…….

 

  그러다가 나는 뭔가 일본전통이 아닌 다른 가옥도 있는것을 보았다. 이상한 형태의 기와가 얹혀진 건물들도 몇몇이 보였다.


  "……."

 

  한국식…전통가옥인가. 한국이라면 일본 옆의 반도국가다. 전통문화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나라인것도 사실이고 예전부터 일본과 교류도 있었으니 딱히 크게 이상할것은 없다.


  다만 츠이시가문의 가옥에 한국식 전통가옥이 있다는것은…옛날부터 한국에 있는 어떤 자들은 츠이시가문과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것일까?


  일단 추측일 뿐이지만 새삼 문화의 교류를 느껴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는 이 거대한 가옥들의 가장 중앙인듯한곳에 도착했다. 뭔가 커다란 나무 하나가 있었고 그 나무주변으로 알수없는 문양들이 새겨진 작은 돌들이 빙 둘러져있었다.

 

  "흠?"


  잘보면 커다란 나무의 밑둥의 뿌리쪽에 어떤 바위가 있어보인다. 바위속으로 나무가 뿌리를 내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바위와 나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였다는듯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딱히 신사처럼 나무에 하얀 끈이나 줄들이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나무가 아주 신성한 나무인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지 지금은 가을빛을 가득 머금어서 붉고 노란 빛의 잎들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나무의 조금 앞에 다른 조금 큰 돌이 있었다. 그 돌에는 묘한 글귀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고 주변의 바닥도 고른 돌바닥인데 묘한 글귀들이 가득했다.

 

  "……."

 

  그것까진 좋은데 뭔가 이 돌의 밑둥쪽이 약간 검어보이기도 하고…붉어보이기도 하고……조금 꺼림칙하다.

 

  그래도 일단 사진을 찍어두기로 한다. 뭔가 조사는 해가야 하니까.

 


  나는 카메라를 들어서 이왕찍는거 배경도 나름 신경써본다. 나무와 돌을 중심으로 가장 큰 건물도 있었고 주변으로 가옥들이 두르듯이 있다.


  아, 멋지고 좋아. 조용하게 낙엽도 떨어지고 마루에는 어떤 여자애가 상의를 벗고 있기도 하고 사진 찍기 딱좋…….

 


  "……."

 

  잠깐, 여자?

 

  나는 카메라의 렌즈를 내린다. 지금 내 표정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건 또 뭐야.'라는 표정이다.

 

  지금 내 정면에 보이는 어떤 건물의 마루에서 뭔가 검은색 니삭스에 검은 스커트를 입고 검은 블라우스까지 입은 초등생쯤의 여자애가 검은색 니트긴팔조끼같은것을 벗으려고 하고있다…….


  근데 벗다가 걸렸는지 벗지도 못하고 혼자 낑낑거리고있다.

 

  "……."

 

  도망가야겠지?

 

  내가 물러서려고 발을 옮기는 순간 하필 그곳에 낙엽더미님들이 계셨다.

 

  바스락-

 

  "…뭐야, 시로? 마침 잘왔네. 지금 나 이거 걸렸어 벗는거 좀 도와줘."


  "……."

 

  대답하면 안돼.

 

  이대로 천천히 빠져나와…….

 

  "쿠로!! 큰일이야! 누군가 외벽을 넘었어! 내 경고광선을 누가 건들였다구!!"


  "……."


  이건 또 뭡니까…….

 

  갑자기 가옥의 지붕위로 새하얀…. 검은녀석과 같은 스타일인데 옷만 전체적으로 흰색의 초등생 여자가 또 나타났다. 머리스타일은 귀밑으로 머리를 내린 약간 긴 생머리에 오른쪽으로만 머리한쪽을 묶었다.

 

  "……!? 뭐야! 저기있다!"


  "뭐!? 시로 이거 다시 입는거 좀 도와줘!"


  "이긍…알았어."

 

  하얀 '시로'라는 녀석이 검은 '쿠로'라는 녀석의 옷을 다시 입혀주었고 검은 녀석이 옷을 완전히 입자.


  둘은 색만 흰색과 검은색으로 다르지 완전 똑같이 생긴 쌍둥이 자매였다. 단지 하얀애는 오른쪽으로 머리를 묶었고 검은애는 왼쪽으로 머리를 묶은 차이뿐이다.

 

  도, 도망치긴 늦었겠지?


  내가 뻘줌하게 카메라만 들고 서있자 쿠로라는 녀석이 치잇하며 뭔가 검은색의 전투장갑같은 가벼운 재질의 장갑을 끼며 말했다. 하얀녀석은 이미 착용중이다.

 

  "시로! 아직은 낮이라 내가 힘을 제대로 못쓰니까 부탁해."


  "알았어 쿠로! 낮이면 나에게 맡기라구!"

 

  저기 얘들아…어려보이는데 뭔가 위험한 짓 하지마렴. 나 나쁜사람 아니거든……? 얘들아?

 

  "시로, 그래도 조심해. 저녀석 요괴들이 드글거리는 숲을 통과하고 여기까지 돌파한 녀석이야 분명 강한놈이야."


  "그정도는 알고있어 쿠로.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서 싸울거니까!!"

 

  저기…얘들아 뭔가 큰 착각을 한거 같은데 나 여기 그냥 여기저기 도움받고 묻어서 온거거든?


  단지 이 옷만 보고 쎄보인다고 생각하지말라고!!

 

  나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나 이상한 사람아닌데."


  "전력을 다해 상대하겠어."

 

  시로라는 녀석이 하얀장갑으로 허공에 무슨 술식같은것을 새겨넣으며 말했다.

 

  "화이트 필드에서 브라이트(Bright) 필드 전개."

 

  그리고 하얀 백장미를 들고는 입술앞에 살짝 대며 무섭게 눈을 부릅뜨더니 날 노려보았다.

 


  "간다!!"


  "에!?"

 


  [1분 30초 뒤] - - - - - - - - - - - - - - - - - - - - - - - - - - -

 


  지금 나는 어떤 건물의 방안에 묶여있다…….


  어찌 됐냐고? 아……내가 잡히는데는 45초도 안걸렸으니까 말도말자.

 

  도망은 쳐봤는데 애가 무슨 빛속성인지 텔레포트 비슷하게 추격해오면서 이상한 정사면체나 다양한 도형들…프리즘……뭐 그런걸 이용해서 이상한 태양빛의 레이저같은걸 쏴대던데 진짜 죽는줄알고 식겁했다.


  다행히 레이저에 맞기전에 그냥 잡힌게 다행이다 싶을뿐이다.


  뭐랄까…내가 약한건 알겠는데 이건 뭐 주먹싸움도 아니고 현란한 기술싸움이다보니 대항도 못하고 그냥 사로잡혔다……. 장미쓰는거보면 츠이시 유이씨와 비슷한 쪽같은데 얘들도 츠이시가문?

 

  검은색의 쿠로가 의자하나를 들고오더니 방의 큰 기둥에 묶여있는 내앞에 의자를 놓고 형사처럼 앉더니말했다.

 

  "의심스러울 정도로 쉽게 잡혔어."

 

  옆에서 하얀색의 시로가 대답했다.

 

  "정말로 저 요괴들이 많은 숲을 통과한거 맞을까?"


  "이녀석의 동료들이 더 있을지도 몰라."


  "음…그래도 가옥안으로 들어온건 이녀석 뿐인거 같은데……."

 

  시로라는 녀석이 오더니 초등학생 고학년쯤 되어보이는 주제에 고등학생 형님…아닌 오빠-…….-의 턱을 잡더니 말했다.

 

  "일단 내가 쳐놓은 경고감지광선을 건들인건 1명뿐이었어. 다른 동료들은 있나?"


  "딱히…없는데."


  "그럼 넌 누구고 뭘하러 온거지?"


  "……."

 

  그냥 불기는 뭐하고 이쪽에서 한번 물어볼까.

 

  "그전에 너희들 소개 먼저 해줄래? 하하…."


  "뭐, 좋아."


  "……."

 

  너무 간단히 받아들인다. 확실히 애는 애구나…….

 

  시로라는 녀석이 흰색의 긴생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내 이름은 후타코 시로."

 

  쿠로라는 녀석이 의자에 앉은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딱봐도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같은 삘.

 

  "내 이름은 츠이시 쿠……."


  "쿠로! 츠이시라고 하면 안돼! 우린 이제 '후타코'잖아!"


  "아……."

 

  쿠로라는 녀석이 살짝 뺨을 붉히며 실수를 인정하기 싫다는듯이 조심스레 말했다.

 

  "후, 후타고 쿠로다."


  "……."

 

  그리곤 시로라는 녀석이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 '여성'퇴마사용 방어조끼를 착용한채 있는 오빠는 누구!?"

 

  ……일단 나쁜 애들은 아닌거 같다. 말실수라지만 일단 츠이시가문 애들인거 같으니까 정체를 말해도 되겠지?

 

  "나는 츠이시가문 협력자 나마루 켄지."


  "가, 가문 협력자!?"


  쌍둥이 답게 둘다 화들짝 놀라더니 시로가 내 얼굴 바로 앞까지 와서 민망할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거짓말하지마! 우리가문 협력자가 이렇게 약해빠졌을리가 없잖아!!"


  "시로, 이번에는 네가 말실수했어. 우린 이제 후타코잖아. 츠이시가문 협력자를 우리가문이라니."


  "아."


  시로가 새하얀 얼굴을 가득 붉히더니 쿠로에게 말했다.

 

  "에, 에이! 이런 실수는 할수도 있지!!"


  "그래."

 

  보면 볼수록 그냥 '애들'이다. 나쁜 사람들은 아닌듯.


  말이나 더 걸어볼까.

 

  "얘들아 그만 이거좀 풀어줄래?"


  "아직."


  쿠로라는 녀석이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

 

  "질문 안끝났어, 협.력.자."


  "……."

 

  그래, 더 물어봐라 꼬맹이들아…….


  시로라는 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뭘 하러 온거지?"


  "뭐, 평화롭던 성역에 문제가 발생. 요괴들이 집결하기 시작, 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온거다."


  "음…조사하러 올까 싶었긴 했는데. 진짜로 오다니."


  "그것보다 너희들 츠이시가문 아니야?"


  "예전에는."


  "예전?"

 

  시로가 혼자 팔짱을 끼더니 툴툴거리며 말했다.

 

  "츠이시가문이고 뭐고 짜증나. 맨날 요괴한테 쫓기고 공격당하고. 못해먹겠어. 그래서 나는 내 쌍둥이 동생인 쿠로랑 함께 츠이시가문을 그만두고 후타코로 시작할거야."


  "……."


  그거 그냥 너희들 마음대로 인거아니냐…….


  그래 나는 나마루 성이 싫어서 이제부터 마키자카 켄지로 할련다 이놈들아.

 

  잘 살펴보니 이녀석들도 상당히 준수한 외모다. 이제 중학생좀 될까싶은 초등생 고학년쯤의 소녀들이라…쌍둥이니 더 좋네. 쌍둥이치곤 둘의 성격이 좀 다른거 같지만.

 

  "근데 이름만 바꾼다고 될건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츠이시라는 말 자체가 싫다 이거지! 그러니까 후타코! 후타코야! 그러니까……."

 

  꼬르륵-

 

  "……."


  "……."


  "……."


  하얀 얼굴이 또 붉게 물들었다. 내가 한숨쉬며 말했다.

 

  "배고프니…?"


  "……응."

 

 

  나는 내 가방에 있는 음식들을 녀석들에게 주는 공로를 인정받아 풀려났다…….


  솔직히 크게 맛도없어 보이는 보급식량을 열심히 먹는 애들을 보며 말했다.

 

  "뭐야…얼마나 굶은거야?"


  "오늘 아침까진 마지막 식량이 있었는데…딱 다먹었어. 사냥하고 싶어도 요괴들이 너무 많아서……."


  "너희들 퇴마사 아니야?"


  "그, 그렇지만…아직……."

 

  시로가 햄을 먹다가 조용해지자 쿠로가 대답한다.

 

  "협력자가 이것도 모르는거야? 우린 아직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구. 전투법은 아직 잘 몰라."


  "그 '살아남는 법'에 식량 구하는건 있지않니?"


  "……그게 요괴들이 많이 있을때는 힘드니까."


  "그래?"


  그래도 이 큰 가옥에 뭔가 식량이 아무것도 없다는것은 말도안된다. 분명 얼마전까지 수인족도 있었다면 비축식량이 어느정도는…….


  음…그러고보니 사자는 배부를땐 사냥을 안한다던가 하던데 수인족은 그런 생활을 안하길 빌어야지.

 

  "근데 여기 부엌 같은곳 있어?"


  "응."


  "나 좀 데려다 줄래?"

 

  아이들은 손에 아직도 보급식량과 초콜렛을 들고 먹으며 날 안내했다. 제법 길게 마루를 걸어가며 내가 물었다.

 

  "너희들 근데 내가 정말 협력자인지는 의심안해?"


  "안해."


  쿠로가 초콜렛을 아득하고 부숴먹으며 말했다.

 

  "우선 우리 가문의 기운이 느껴지는 여성용 방어조끼를 착용하고 아무리 성역이라지만 우리 앞에서 멀쩡하게 대화한다는건 면역자가 아닌 이상 힘들지. 거기다가 나마루는 우리에게 적대적인 느낌도 없어보여."


  "그거 고맙네."


  "근데 어쩌다가 여성용을 착용?"


  "아, 그거. 내가 협력하는 여자애껀데 빌린거야."


  "이름이?"

 

  내가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츠이시 요이라고 알아?"


  "……몰라."


  "……."


  너희들 한 가문이라며…. 서로서로 멀어봐야 육촌에서 사촌뻘쯤 될건데 전혀 모르는군. 서로 못만나고 살아서 그런가…….


  음? 그러고보니.

 

  "근데 시로와 쿠로는 원래 둘이 같이 다니는거야?"


  "아니."


  "그럼 어쩌다가?"


  "……."

 

  하지만 쿠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뭔가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고 드디어 조리실에 도착했다.


  예상대로지만 녀석들도 나름은 열심히 이곳을 뒤졌는지 이것저것 많이 들춰져 있었는데…이건 뭐 죄다 옛날식 조리기구들이라 상당히 난감할뿐이다.


  조금 난감한걸? 정말 음식이 하나도 없진 않을건데.

 

  "너희들 여기 온지 얼마됐어?"


  "글쎄 얼마안됐지. 4일정도."


  "처음에 이곳에 식량이 얼마나 있었지?"


  "조금 있었어. 처음에 나와 시로가 가지고 있던 기존 음식과 함께 아껴 먹어서 오늘 아침에 다 떨어졌으니깐."


  아무리 집이라지만 초등생 여자 2명이 먹을정도면 양이 많지도 않을건데…….


  물론 녀석들이 숨은 대식가들이면 할말이 없다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내 생각이 맞다면 분명 어떤 저장고가 있을것이다.

 

  "쿠로."


  "왜."


  이자식…초등학생이면서 반말하는거 봐라. 츠이시가문이고 예쁘고 귀여우니까-…….-참는다.

  라곤 하지만 솔직히 이 애가 나 보다 더 잘싸울걸.

 

  "너도 장미술식을 쓰는거야?"


  "응."


  "블랙필드?"


  "……!"


  쿠로는 눈을 부릅뜨더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간파 당했다……."


  "……."


  아니…그닥……너희들 장미들고 설칠때 처음 쓰는건 무조건 색깔로 필드 전개하던데 뭐.

 

  "그럼 그걸 사용해서 혹시 '지하실'같은게 없는지 확인해봐."


  "여기에서?"


  "응."

 

  쿠로는 검은 장갑을 끼며 시로에게 말했다.

 

  "시로 문을 전부 닫고 햇빛을 차단해줘."


  "히잉…나는 어두운거 싫은데!"

 

  그러면서 시로는 주변의 빛들을 모두 차단하기 시작했다.


  곧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어둠이 만들어지자 쿠로의 말소리만 들렸다.

 

  "블랙필드 전개."

 

  어째 눈앞이 더 깜깜해진 느낌인데 옆에서 뭔가 나를 잡는 느낌이 든다.


  "……?"


  "어두운거 무서워……."


  시로인가…자기 동생이 쓰는 기술인데 그냥 어두운게 무서운가 보다. 쿠로가 뭔가를 찾는건지는 잘몰라도…….

 

  "찾았다."

 

  쿠로가 어두운곳에서도 아주 잘 뛰는게 약간 보였고 조심스럽게 따라갔더니 조리실의 약간 넓은 빈곳에 쿠로가 있었다.

 

  "블랙필드 해제."

 

  곧 주변이 다시 밝아졌는데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듯했다. 다만 뭔가 지하실 문 같은게 바닥에 있었다.


  그때 시로가 말했다.

 

  "근데 뭔가 원시적인 술식으로 잠겨져 있는거 같은데. 육안으로는 쉽게 발견 못한것도 술식 때문인거 같아."


  "그럼 어째야 하는거야?"


  내가 묻자 시로가 별거아니라는듯 말했다.

 

  "술식을 해제해야죠."

 

  그리곤 쿠로와 함께 문앞에 앉아서 술식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글귀와 문양을 새기며 뭔가 중얼중얼 거리다가 시로가 말했다.

 

  "아, 쿠로…여기 이부분 무슨 역술식 써야했지?"


  "간단한 술식이라 이대로 그냥 해도 될걸."


  "아, 그런가."


  "그래도 평소에 그정돈 잘 외우고 다니라구."


  "헤헤헤…미안.

 

  덜컹-

 

  상당히 기묘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토굴같아 보이는 지하가 보였다. 시로는 단번에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시, 시로는 안가!!"


  "……그럼 나랑 나마루랑 가자."


  "그래."

 

  나는 손전등을 키며 지하로 들어갔다.

 

  "……여기는 놀랄게 많은곳 같네."


  "……."

 

  지하실은 아주 거대했고 주변에는 건조되거나 훈제등의 방법으로 오래 보관될수 있도록 된 고기들과 여러 음식재료들이 엄청나게 있었다.


  거기다가 이상한 커다란 단지인지 독인지 한게 있던데 열어보니…….

 

  "우으…술냄새."

 

  전통식으로 담그는 술인가 보다. 그런 술독들도 매우 많이 있었다.


  쿠로가 주변을 살피며 감탄했다.

 

  "이거 한달은 거뜬하겠는데."


  "어찌보면 당연하잖아."


  "뭐가?"

 

  내가 뽐내는듯이 말했다.

 

  "여긴 신혼부부들이 오고 수인족들이 그들을 위해 잔치도 벌여주고 하는곳인데 음식이 너무 없다는건 이상하지. 그러고보면 술도 필요하고 말야."


  "난…술은 싫은데."


  "네 나이때는 당연한거야. 나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아마 지친 츠이시가문의 사람과 그의 배우자에겐 어느정도 즐길만 하지 않았을까?"


  "그런가."


  "그럼 나가자."


  "응."

 

  그렇게 나와 쿠로는 다시 나가기 시작했고 쿠로가 내 뒤에서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고맙긴."

 

  그리고 지하실을 나가는 계단을 밟고 나가 시로에게도 말을 해주자 시로는 매우 좋아하며 나에게 안겼다.

 

  "우와~ 오빠 최고다! 켄지오빠라고 부를래!"


  "아하하…그래."

 

  나는 녀석의 등을 도닥거려주며 안아들어줬다.


  뭐랄까…이런 기분은 너무 오랜만이라 잠시 나는 추억이라는게 떠올랐다.

 


  언젠가 있었지. 도랑에 인형을 빠뜨렸다고 울면서 찾아온 여동생 레나의 인형을 다시 찾아줬을때 애가 엄청 좋아하면서 안긴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내가 어릴땐 여동생에게 잘못해준게 많은거 같네. 철이 안들어서 그랬나…….


  지금은 레나도 중학교 3학년이라 내 품에 안길일도 없고 내가 안아들어주는것도 무리가 있지.

 


  내가 시로를 내려놓으려고 하자 녀석은 나를 더욱 붙잡으며 매달렸다.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니 시로가 말했다.

 

  "조금만 더 안겨있을래……."


  "그래."

 

  하지만 레나가 내품에 안겼을때와는 다른 느낌이 있다.


  레나가 안겼을땐 뭔가 고마움과 함께 '우리오빠 역시 최고'라는 느낌인데 시로에게선…….

 

  고마움과 함께 뭔가 묘한게 느껴졌다…약간은 슬픈것이.

 

  내가 쿠로를 바라보자 녀석도 조금은 시로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뭐랄까…꼭 외로움과 두려움에 젖어있었던 표정같아 보인다. 그러고보면 아직 애들인데 어른도 없이 자기들끼리 지낸다는건 아무리 츠이시가문이래도 역시 힘들었을것 같다.

 

  보통 사람이어도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겠지만…무엇보다 여동생이 있는 내 입장에선 애들을 이대로 이런곳에 방치하고 싶진 않다.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빠져나가자.


 

 

[10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