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몽환의 협곡 - 14
장르: 현대판타지, 퇴마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5입니다. Ep1~4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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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농담을 하며 여유를 부렸던 것에 비해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늦은 밤 무렵부터 츠이시 요이의 몸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별거 아닐거 같다고 여겼던 나마루 켄지의 생각은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신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요이의 옆에서 왔다갔다하며 고민하던 켄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요이에게 말했다.
"요이, 역시 병원에 가는게……."
"소용없어…켄지……."
침상 위에서 요이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켄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병에 걸린게 아니야……. 평범한 병원같은…곳에 간다고해서…치료되는게 아니라구……."
"그래두 여기보단 나을거잖아? 간호사도 있을거구 내가 없을때도 계속 봐줄 사람들이 있구."
"…면역자 외에……일반인이 내 몸에…손 대면……큰일 난다구……. 지금…저주가…엄청나게 압축되어있어서……."
"하아…난처하네 정말…."
"켄지…무엇보다 난……하아…아직 제대로된 서류가…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야…."
병원이나 기타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는 시설을 이용하려면 그에 맞는 등록증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츠이시 요이에겐 제대로 된 사회등록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기에 정상적인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말을 들은 켄지가 말했다.
"아니, 그런걸 왜 진작에 하지 않은거야?"
"그래야……죽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세상 사람들이…존재하는 지도 모르는…내가……죽는게……깔끔한거겠지……."
"……."
"아마…내가 이걸 버텨내서……다 나으면…그때야 진행되지 않을까 싶어……."
"너무 하잖아."
켄지가 요이의 머리맡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병이 아니니까 약도 없고, 병원도 못간다니……."
"하하…내가 각오한…하아…거니까……."
"난……."
잠시 말을 못잇던 켄지가 고통을 참고 있는 요이를 보며 말했다.
"네가 생각보다 덜 아프다고 생각했어. 불과 몇시간 전만해도 농담할 여유도 있고 그랬으니까……근데……이건 도대체……."
"내 몸의 저항력이…대부분 무너진거겠지……."
"……."
"이제부터가……진짜야……."
"이런 몸상태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구…?"
켄지가 고개를 흔들며 걱정어린 시선으로 보자, 요이가 희미한 미소를 띄며 말을 이었다.
"켄지…쉬운건 없어……."
"하지만……."
말을 잇지 못하는 켄지, 그리고 비슷한 시간대에 세이키를 집까지 데려다준 코토 미요가 따뜻한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똑같은 커피를 들고 서 있는 세이키에게 말했다.
"들어가."
"응, 고마워 코토미…."
"아, 그러고보니 앞으로 연락이 당분간 안될거 같은데 아침에 어떻게 할까?"
"그건…혹시 내가 약속시간에 안나와있으면 그냥 가면 될거같아."
"음~ 몇분정도는 기다려볼게. 너야 평소에도 시간을 잘지켰으니까."
"응. 커피, 잘마실게."
"몇번이나 말하는거야 그거. 됐으니까 들어가서 쉬구 내일 보자."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가는 세이키의 뒷모습을 본 미요는 자신의 집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냥 걷는 것은 아니었고 슬쩍슬쩍 주변을 둘러보고 가로등의 불빛이 안닿는 곳도 주의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자신이 예민한건가 싶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마음에 둘러보던중 주택과 주택 사이의 어두운 골목에 뭔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
물론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을뿐 멈추지 않고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뭔진 모르겠지만, 알 필요가 없는건 몰라도 되니까. 쓸데없는 호기심을 가질 필요없이 곧장 걸어가고만 있었다. 그 무언가가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말이다.
"……."
아주 잠깐의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뒤돌아서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미요의 시선에 들어온것은…….
"우이이잉~"
"……."
한손에 우이잉거리는 너구리인지 뭔지 알수없는 생물체를 들고 서있는 학교친구가 있었다. 카네이 세란,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일본으로 국적을 바꾸게 된 여학생으로 검은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옆머리를 살짝 기른 스타일에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순간 당황했던 미요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카네이였네. 어두운 골목에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세란은 대답 하지않고 조용히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짐승을 다른 손으로 가리키기만 했다.
"……."
세란이 길에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주워 모으는걸 가끔씩 봤던 미요는 별나다는 듯이 말했다.
"뭐, 뭔진 몰라도 이 밤중에도 그러고 다니는 줄은 몰랐네. 위험하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세란을 두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평소에 그냥 아는 친구일뿐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다 워낙 과묵해서 말한마디 잘하지 않는 카네이 세란이여서 별로 얘기할것도 없었고 슬슬 통금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갈길이 바쁘기도 했다.
"오밤중에 동물을 주워모으고 있다니…그리고 모은 동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래……."
미요는 혼자서 의문 사항을 중얼거리며 걷다가 '국 끓여먹나!?'라고 생각한 직후 고개를 뒤흔들곤 뒤돌아 보았으나 세란은 자신이 잡은 동물을 품안에 안은채 쓰다듬어 주고 있을 뿐이었다.
또 이유없이 안도한 미요는 천천히 걸어서 집에 도착했고 집안에 있는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그녀의 언니, 코토 미에가 말했다.
"오늘은 좀 늦었네."
"메시지 넣었잖아, 친구 일 좀 도와준다고 늦었어."
"그때 그 나마루인가 하는 남자애 일?"
"그녀석이 해야할 일이긴 했지."
"풉, 역시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아니거든!!"
잔뜩 흥분한채 온몸의 털끝을 세우듯 화낸 미요에게 미에가 묘한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돌렸다.
"흥분하는거보니 사이 좋나보네~ 역시 잡아먹지 못해 안달났다는건가."
"그건 저번에 분명히 풀었던 오해일텐데!!"
"아니 네가 통금시간에 아슬아슬하게 오길래. 통금시간이 지나서 왔어도 내가 부모님에게 아주 예의 바르게 '우리 미요~ 여자가 다 되었답니다.'라고 말씀드릴려고 했지."
"언니, 솔직히 말해. 죽고싶지?"
"흐응 그럴리가. 체육대회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준비해?"
미요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하자 미에가 계속해서 달리며 답했다.
"운동은 꾸준하게 평소에 계속 해주는거야. 특히 나같이 육상부라면 몸에 무리가 안갈수준에서 운동은 계속해줘야지."
"어차피 언니를 이길 사람은 우리학교에 없을텐데. 남자애들보다 더 잘뛰잖아."
"안도하고 멈추는 그 순간, 추월 당하는 거야."
"헤~ 난 씻고 잘거니까 부모님께는 나왔다고 좀 전해줘."
"직접 말안하구?"
"피곤해, 아침에 엄청나게 달리고 저녁 늦게까지 일도 돕고~ 쉴틈이 없었어."
"그래~ 어서 자라."
그렇게 일찍 자고 일어나 침대위에서 기지개를 키며 약간 헝크러진 머리를 한채 아침해가 비치는 창가로 잠옷을 입은 미요가 걸어가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피곤할땐 잠 푹~자주는게 최고란 말이야. 오늘도 힘차게 시작……."
부으으으 부으으으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진동했고 미요는 그것을 들었다가 발신인에 찍힌 이름을 보곤 인상을 찌푸린채 전화를 받았다.
『저기…코토……아침부터 미안한데…….』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켄지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미요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됐으니까 본론을 말해."
『선생님께 학교 못간다고 대신 좀 전…….』
"야!!!"
코토 미요의 우렁찬 사자후에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앞치마에 분홍색 묶어올린 머리의 미요 어머니가 깜짝 놀라자, 미에가 토스트를 한입 베어물며 말했다.
"활기차고 좋네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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