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몽환의 협곡 - 13
장르: 현대판타지, 퇴마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5입니다. Ep1~4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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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이리 세이키의 맞은편에 앉은 코토 미요가 조용히 말했다.
"세이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
세이키는 뭔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은채 가만히 있었고 코토는 한손으로 턱을 괸채 다른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검지와 중지로 타닥거리며 소리를 내며 기다렸다.
"……."
하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세이키를 보며 미요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나에게도 말못할 사정인건가……."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난 창문가로 가서 팔짱을 낀채 밖을 주시했고 그런 미요를 보며 세이키가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코토미…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좀 난처한거 같아……."
"괜찮아. 네가 어떤식으로 연애를 하는지 정도는 존중해줄 수 있다구."
"에?"
세이키가 살짝 놀랐을때 미요가 뒤돌아서 창가에 기대며 말했다.
"그래도 친구 연락 정도는 받아줘. 하마터면 지각할뻔 했다구."
"코토미…그, 그런거 아니야…!"
"음?"
미요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빤히 쳐다보자 세이키가 살짝 얼굴을 붉힌채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야 코토미."
"…그래? 둘이 딱 맞춰서 같이 오길래 아무리 생각해도…그쪽인가 싶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하는거 보면 아닌가보네."
차라리 그런 일이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씁쓸해하는 세이키를 보며 미요가 물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세이키? 전화도 안되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무단결석할 네가 아니잖아."
"그게…조금 사정이 있어……."
"어떤 사정?"
"……."
세이키는 고개를 살짝 숙인채 침묵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미요가 말했다.
"뭐…말못할 사정이면 말안해도 괜찮아. 누구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
"……."
"어쨌든 별일없어서 다행이네. 그럼 난 이제 가볼…이 아니라. 너 일하는거 도와줘야 하는구나."
그러며 의자에 앉으려는 미요를 보며 세이키는 주먹을 살짝 쥐더니 외쳤다.
"마, 말해줄게!"
"아?"
세이키의 갑작스런 각오아닌 각오의 외침에 당황한 미요는 잠시 굳었다가 한손을 들며 말했다.
"아……굳이 무리안해도 괜찮아. 세이키. 여자의 비밀. 여자가 비밀 몇개정돈 있어야지. 아하하하…."
"아니, 코토미에게 말하고 싶어. 이런 얘기 코토미말고 다른 사람에겐 못할거 같으니까……."
"하아~ 그래. 네가 그렇게 마음먹었다면야"
코토 미요는 양손을 테이블 위에 올린채 세이키에게 물었다.
"그래, 도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젯밤에 켄지군의 집에 갔었어."
"……."
역시 그렇고 그런 얘기인가하고 미요가 살짝 기대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때 세이키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켄지군의 집에 이상한 여자가 있었어."
"뭐!?"
미요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하고 내리치더니 말했다.
"뭐야 도대체 어떤 여자인거야! 저번의 그 전학생?"
"아니, 다른……."
"나마루 이 나쁜…!!"
분노에 핑크빛 불로 활활 타오르려는 코토 미요를 진정시키며 세이키가 말했다.
"아, 아니 미요…그런거 아니야. 둘이 별로 사이 안좋아 보였으니까…아마도……."
"뭐? 나마루한테 다른 여자 생긴게 아니구!? 뭐, 따지고보면 너희 둘이 사귀는건 아니니까 상관없는 얘기긴 하지만."
"연인같은 느낌은 아니었어…오히려……뭔가 켄지보다 더 윗사람 같은 느낌…."
"나마루 녀석 취향이 연상이었나."
미요가 혼잣말을 했다가 세이키의 표정을 한번 살피곤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 미안미안. 계속 말해 세이키."
"자기가 켄지군의 친척인거 같이 행동했지만 정말로 부자연스러웠어. 켄지군을 처음에 번호로 부르더라구…."
"뭐? 번호로?"
"응, 넘버211이었을 거야."
"…뭐지 그 병맛 넘치는 컨셉은. 그냥 나마루녀석 취향아냐? 뭐 설정잡고 놀고 그런거."
"그런건 모르겠지만…뭔가 켄지군에게 복잡한 사정이 있어보였어."
"흠~ 그러고보니 저번에 뭔가 일이 있는듯이 전학간다고 해놓고 전학 안가게 됐었잖아. 그 일하고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집에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어."
"……."
코토 미요가 설마하는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아니, 왜?"
"요즘들어서 켄지군이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것만 같았어. 학교에 빠지는 날도 생기구…다치기도 하고…기억도 잃어버리구……코토미도 알겠지만 켄지군이 그럴 애는 아니잖아?"
"어……뭐……그래. 어쩌다 한번 늦잠자서 지각은 한적 있어도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번 빠지거나 한적은 없었지."
"그래서 내가 본 그 여자가 그 일과 관련있는 사람일거라 생각했고 그 여자가 나올때까지 기다렸어."
"안나오면 밤새서 기다리기라도 할 생각이었어?"
"그냥…켄지군 집을 돌면서 기다렸어. 만약 안나오더라도 안에 둘이 있으면 뭔가 어떤 소리라도 들리지 않을까 싶어서……."
미요는 살짝 식은 땀이 나기라도 한다는 듯이 난처해 하며 말했다.
"저기 세이키…? 그건 좀……위험한 집착이라고 생각되는데…?"
"그치만 신경쓰였는걸…."
"어, 뭐…좋아하는 남자애가 모르는 여자랑 같이 둘이 있으면 신경 쓰일 순 있겠지만 그거 까딱 잘못하면 사생활 침해라구. 심하면 범죄고."
"내가 잘못한 걸까……."
"아, 뭐 일단 그건 넘어가구. 그래서 어떻게 된거야?"
세이키가 그때의 감정이 이입되기라도 한듯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조금 기다리다보니 정말로 그 여자가 나왔었어. 그리고 그 여자를 따라가기 시작했구."
"잠깐."
대화를 끊은 미요가 물었다.
"잘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따라갔다고?"
"응…."
"세이키."
미요는 숨을 한번 들이 쉬곤 살짝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
"그거 위험해. 정말 위험해. 다신 그러지마 알겠어?"
"그치만……."
"알겠냐구."
"……응."
힘겹게 대답한 세이키를 보고나서야 미요는 인상을 풀곤 말했다.
"이건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세이키, 그건 선을 넘은 행동이니까 그러지마."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켄지군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어…. 만약 그 여자가 정말로 켄지를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한 여자라면……. 내가 어떻게든 해서 켄지를 도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세이키…잘들어봐."
미요는 세이키에게 타이르듯이 얘기했다.
"있잖아, 뭔가에 휘말린 사람을 도와주려고 했다간 자기도 휘말려버린다고. 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만약 나마루가 야쿠자라던가 어떤 조직과 관련된 일에 휘말렸다 치자. 거기에 대해서 네가 나마루와 상담을 하던가 상의를 하던가 하는식으로 간접적인 도움을 줄순 있어. 하지만 네가 거기에 직접적으로 나선다면 너도 같이 휘말려버릴 뿐이지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아."
"……."
"네 의도와 상관없이 둘다 죽는거라구. 잔인할지 몰라도, 한명만 죽으면 될 일을 가지고 말이야. 냉정하지만 맞는 말이야. 한명만 죽으면 된다는건 좀 그런거 같으니까 희생하면 된다로 정정할게."
"……."
"세이키. 나마루가 도대체 어떤 일에 휘말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은 신경쓰지마. 우린 어디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그런 뭐 대단한 초능력자도 아니고 엄청나게 운이 좋아서 안죽는 이야기의 주인공도 아니야. 너도 나도 이 현실을 살아가는 한 여자고 소녀일 뿐이라구."
"하지만……."
세이키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듯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켄지군을 도와주고 싶었어…. 다시 예전처럼 같이 학교다니고 부활동하고 그런…일상으로 데려오고 싶었어 코토미…."
"……."
"그, 그래서…내가 그 여자 사진을 찍어서…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경찰서나 그런 곳에 신고하면…뭔가…해결되지도 않을까 싶었어……."
이윽고 세이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상한 일 겪어버렸지만…솔직히 지금도 켄지군을 돕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야…하지만 무섭기도해…….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켄지군이 걱정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코토미가 말했듯 평범한 여자애일 뿐이지만 그래도…이렇게나…좋아……."
미요는 정리되지도 않은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린 세이키를 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맞은편이 아닌 옆자리에 앉아 어깨에 기대게 하며 손을 맞잡아 주었다.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나마루를."
대답하지 못하고 우는 세이키를 토닥여주며 미요가 말을 이었다.
"한가지 예외, 그러니까…이상한 일에 휘말릴 수도 있고 휘말리게 되더라도 달려들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긴해. 가족 혹은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나 은인이 그런 일에 처했을 경우라고 해야겠지. 나참…고등학교에서 만난 남자애가 그렇게 좋냐싶기도 한데……네가 좋다고 하니 별수없네."
성격도 유순한 세이키가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점에 대해 약간의 의문이 들기도했지만 코토 미요는 여기까지 용기내어서 말해준 세이키가 대견했기에 그리고 한편으론 이런 이야기를 털어내줄수있는 친구로 자신을 봐준 마음이 고마웠기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묻지 않기로 했다.
"뭐, 우중충한 얘기는 잠시 접고! 일단 일부터 끝내자구. 일 다 끝나면 집에 가는 길에 내가 따뜻한 음료수 하나 사줄테니깐."
"으응……."
"쳇, 그러고보면 여기 부활동 담당 선생님은 도대체 어디서 뭘하는 거야? 방치만 하고 자기는 뭐 하는게 없어."
그에 대해 세이키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담당 선생님…얼마전에 켄지군이 뒷정리 담당인 날에 같이 남아서 일 도와주셨었어…."
"그러니까, 어쩌다가 한번씩이 아니라 매일 부활동이 있을때마다 와서 일은 잘 돌아가는지 애들은 잘있는지 그런걸 좀 확인해야할거 아냐. 이렇게 무책임해서야! 학생들한테 이런 일들을 잔뜩 떠맡겨 놓고 잠수라니. 학교에서 얼굴보기도 힘드네."
"…덕분에 켄지군이랑 같이 단둘이서만 부활동 할수있어서 좋았달까……."
"……."
오글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킨 미요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이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나 잠시 교실 좀 다녀올게."
"응…."
그리고 부실 문을 열고나가 문을 닫으려다가 멈춘 미요가 물었다.
"참, 그래서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었는데?"
"응?"
"네가 사진 찍으려고 했다는 여자 말이야. 우중충한 얘기 다시 꺼내서 미안하긴 한데, 그렇게 위험한 사람이 우리 사는 곳 주변에 돌아다닌다니 알아두는게 좋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인 세이키가 기억을 떠올리려 하며 조용히 말했다.
"가슴까지 기른 보라색 생머리를 양쪽으로 묶어서 늘어뜨렸구 앞머리를 길게 기른 상태라 눈은 잘안보였달까…챙없는 모자에 낚시바늘이랑 펜같은게 꽂혀있구 옷은 낚시할때 입는거 같은 조끼를 입고 있었어."
"헤? 뭐야 이상한 사람. 대단하다 그런 사람을 따라갔었다니…어쨌든 고마워. 근데 핸드폰도 이 일로 잃어버린거야?"
"응……."
"흠…큰일이네. 어쨌든, 교실 좀 다녀올게."
코토 미요는 부실문을 닫고 텅빈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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