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몽환의 협곡 - 15
장르: 현대판타지, 퇴마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5입니다. Ep1~4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흠……."
미정은 켄지의 집 근처에 있는 다른 주택의 옥상에서 망원경으로 집안을 들여다보다가 귀 속에 끼우는 식의 소형 통신기에 손을 대고 말했다.
"모두 잠들었어요."
『밤을 샌건가?』
김의 물음에 미정이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네~ 츠이시 요이 언니도 겨우 잠들었고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나마루 오빠도 이제야 츠이시 언니 침대 옆에서 골아떨어졌네요. 저만 아직 못자고 있습니다아~"
『고생했어. 이제 돌아와도 괜찮아.』
"하아…이런게 쓸모있는 짓인가요. 제가 봤을땐 그냥 뻘짓 같은데."
미정이 주변의 짐들을 조금씩 정리하며 말했고 김이 사무실의 책상에서 서류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법 굵직한 사건들의 다수가 츠이시 요이, 나마루 켄지 이 두사람을 행적을 따르고 있는 중이야. 알수없는 미지의 종교단체의 봉인해제와 요괴들의 연합이 츠이시 가문의 가옥을 공격했었고 네크로맨서들의 영역이었던 죽음의 골목에도 휘말렸었지. 츠이시 요이씨나 나마루씨와 관련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츠이시 가문의 어린 퇴마사 둘-쿠로와 시로-을 돌보던 협력자 둘이 살해당했고 정부요원들과 미지의 종교 사이에서 교전이 있었어."
『교전이요? 그 종교 대체 뭐하는 거에요?』
"음~ 해당 종교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본에 오기전부터 듣긴 들었어. 근데 우리쪽에도 전혀 자료가 없는 이상한 녀석들이라 알수없었지. 어쩌다가 누가 왜 봉인했는지도 몰라. 단지 처음 봉인이 풀렸을땐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모르고 제법 공격적으로 나오려고 했었나 본데…매몰의 숲에서 츠이시가문에게 박살나고 다른 곳에선 정부요원들에게 초박살 난후에 잠적한걸로 추정중이야."
『뭐랄까…단순하네요. 잠에서 깨자마자 세계정복이라도 시도하는건가.』
"그러기엔 시대가 너무 변했어. 그 이상한 종교에서 사용하는 무기래봐야 거의 냉병기 수준인데 그정도로는 부족하지. 물론 몇몇 주술은 상당히 강력했다고해. 매몰의 숲에 나타난 자들의 경우엔 상당히 쎘었는데 아쉽게도 번지수를 잘못골라서 츠이시 가문의 퇴마사중에 가장 무서운 사람중 하나를 건들였으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츠이시 유이라는 분이 얼마나 쎈줄 몰랐겠죠.』
"복수 운운하면서 갔었다가 한명빼고 다죽었나봐."
『한명? 누군데요?』
김은 서류뭉치에서 몽타주가 그려진 종이 한장을 빼고 바라보면서 답했다.
"카미코 미도리. 해당 종교의 정찰팀 리더라고 하는데, 츠이시 가옥 사태때 나마루씨를 돕다가 사라졌어."
『죽은 거 아니에요?』
"들은 바가 맞다면 그리 쉽게 죽을 인물은 아닌거 같아. 전투능력도 상당하고 직위를 생각해보면 잠입도 잘할거같으니까."
『뭐랄까 그냥 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김이 있는 사무실의 문이 열리더니 미정이 들어오며 말을 이었다.
"똑똑한데요. 정말 잘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미정은 짐들을 구석에 내려놓곤 피곤하다는 듯이 털썩 주저 앉으며 말했다.
"만약 안사라지고 나마루 오빠 주변에서 계속 얼쩡거렸다면 츠이시 가문이 됐든 저희가 됐든 일본정부가 됐든, 누군가는 붙잡아서 정보를 다 털어낼때까지 심문했을거니까요."
"정확해. 그래서 누군가 정보를 흘린게 아닌가 싶기도해."
"그냥 도망친거 아닐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나마루씨를 '구원자님'이라고 부르면서 상당히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었어. 뭔가…뭔가가 있지 않고는 쉽게 주변을 떠나지 않았을거야. 자기종교한테도 찍혔을 가능성도 높고 갈곳도 마땅치 않을거니깐."
"근데 말이죠……."
미정이 김을 옆눈으로 슬쩍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이야기 딴곳으로 샌거알죠? 제 물음에 대답해요. 말돌리지 마시구. 제가 왜 나마루 오빠네 집을 계속 감시해야 합니까? 큰 사건들이 저사람들 중심으로 일어난건 맞겠죠.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이상한 일들은 일어났었고 지금 나마루 오빤 지극히 평범한 사회속에서 그냥 지내고 있어요. 인원도 없는데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라구요."
"그럴수도 있겠지만, 내가 다른 정보들을 알아보는 동안 넌 잠재적 시한폭탄들을 지켜보는거지."
"쳇~ 하긴 저야 담당관님께서 까라면 까야죠 뭐. 그럼 자러갑니다~ 뭔일 생기면 그때 깨우세용~"
"그래 좋은 아침되거라."
김은 자료를 수집하고 서류를 정리하고 미정은 켄지의 집을 지켜보면서 3일의 시간이 지났다. 그 3일동안 켄지는 학교에 가지도 못했으며 밤마다 고통에 신음하는 요이가 신경쓰여 잠도 제대로 못자다가 그녀가 고통에 지쳐서 겨우 잠들었을때야 눈을 붙이는 식이었다. 잠을 안자고 옆에 있는다고해서 딱히 직접적으로 뭔가 하는 것은 크게 없었지만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 옆에 함께 누군가 있어준다는 것 하나만이라도 요이가 고통을 이겨내는 것에 도움이 되었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 주말이 되었을때쯤 걱정되어 집까지 찾아온 세이키를 안심시키고 현관에서 되돌려 보낸 켄지는 신중하게 생각해보았다.
언제까지나 이런 생활이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것. 학교를 졸업하려면 어찌됐든 학교에 출석을 하고 공부를 해야한다. 그렇다고 요이를 돌보기만 한다고해서 학업을 완전히 포기할수도 없었을 뿐더러 상황이 심각해지면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할지도 모르는 일 이었기 때문도 있었고 장기적으로 보자면 요이가 얼마나 아플지도 모른다는게 큰 문제였다. 1달이 될지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평생이 될지도 모르고 더욱이 그 사이에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리저리 복잡한 상황이지만 명확히 어떻게 해야할지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혼자서 감당하기엔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내려진 결론은 누군가에게든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것. 최소한 자신이 학교에 가있거나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만이라도 요이를 돌봐주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구할곳이 필요했다.
츠이시 가문? 연락할 방법이 없다.
츠이시 가문과 관련있는 한국 관계자들? 연락할 방법이 없다.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 문의 할수 있는 곳이면서 켄지가 가진 유일한 연락처는 츠쿠요미에게서 받은 명함뿐이었다.
"분명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했었으니…지금이 그런 상황이겠지."
낮이긴 했지만 주말이라 아무래도 공무원인 듯한 츠쿠요미가 근무중 일지가 의문이었으나 한번 연락해보기로 한 켄지는 낮은 음의 신호음이 반복되다가 다른 톤의 음으로 몇번씩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전화는 여러 곳을 경유하고 있었고 마침내 누군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네~ 나마루군. 무슨 일로 연락했나요?』
츠쿠요미의 목소리. 켄지는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는 점에서 안도하며 말했다.
"주말에도 근무하시나 보네요. 다행입니다…."
『주말이라 어디 놀러 갈때 일 터지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덕분에 휴일에 더 바쁜 직업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답니다. 네, 그래서 무슨 일로 연락했나요?』
"그게…지금 츠이시 요이가 저희집에 있는데 몸이 별로 안좋아서 도움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아~ 그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어찌 잘지내나 싶었는데 역시 문제가 좀 있었나보군요.』
"…어떻게 아신건지……."
『대단한 비밀도 아닌걸요. 그리고 지금 학교에 공결로 처리되고 있는게 어디에서 힘써서 그런건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아신다니 다행이네요. 후~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잘모르겠어요. 요이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이나 돌봐줄 면역자를 보내주실 수 있나요?"
『흠…….』
츠쿠요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일단 질병에 의한 고통이 아닌 만큼 단순한 의료진은 의미가 없을거 같으니, 마침 적절한 사람이 있긴합니다.』
"네? 어떤 사람인가요?"
켄지의 물음에 츠쿠요미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목조톤의 개인 사무실내의 안락의자에 앉은채 허공에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몽.환.술.사. 라고 혹시 아시나 모르겠군요."
『네? 몽환술사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간단하게 꿈치료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 요이가 겪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질병과는 다른 부류의 고통이죠. 그러니까 일종의 최면치료같은 상태에서 꿈을 꾸도록해 서서히 수면을 취하게 하고 고통없고 안정적이게 회복이 되도록 하는 식입니다. 특히 지금 요이가 견디고 있는 의식은 정신적인 요소가 육체적인 요소보다 더 중요하거든요."
『…그거 일단 듣기엔 좋게 들리는데 입증 된건가요?』
"이 바닥이 그렇듯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고 그런건 딱히 없어요. 개인 간의 편차도 크구요."
『…….』
켄지가 잠시 대답이 없자 츠쿠요미가 살짝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 방식을 요이에게 해본다는건 생각보다 매우 큰 의미가 있답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몸이 불편하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애들에게 엄청난 복지를 제공해줄 수 있다구요. 그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라도 어때요?"
『뭐…요이가 편해질 수 있다면야……. 이쯤 되니 꼭 츠쿠요미씨가 제게 부탁하는거 같아 괜히 죄송하네요…. 일단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효과가 있고 없고는 해봐야 알테니까요.』
"잘생각하셨어요. 현실의 고통은 잊고 꿈꾸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이루어 질수 있는 그런 곳이요. 제가 아는 몽환술사는 그곳을 이렇게 부르더군요……."
안락의자에 앉아있던 츠쿠요미가 자신의 양다리를 꼬았고 왼손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살짝 대곤 말을 이었다.
"몽환의 협곡이라고 말이죠."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연재코너 > 혼 - 몽환의 협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魂) - 몽환의 협곡 - 17 (0) | 2016.12.02 |
---|---|
혼(魂) - 몽환의 협곡 - 16 (0) | 2016.12.01 |
혼(魂) - 몽환의 협곡 - 14 (0) | 2016.11.21 |
혼(魂) - 몽환의 협곡 - 13 (0) | 2016.11.14 |
혼(魂) - 몽환의 협곡 - 12 (0) | 2016.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