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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10

레이븐울프 2016. 4. 1. 23:36

혼(魂) - 몽환의 협곡 - 10

장르: 현대판타지, 퇴마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5입니다. Ep1~4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No.427이 켄지의 집에서 나왔을때 이리 세이키는 건물 모퉁이에서 한쪽 눈만 나오도록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켄지의 집 근처에서 계속 서성이던 그녀는 No.427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없이 자신의 양갈래 머리를 묶은 끈을 빼서 교복 주머니에 넣고는 조심스럽게 No.427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분명히 위험할지도 모르는 행동이었지만 세이키는 잠깐이라도 가능한 몰래 따라가보기로 마음 먹었기에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2층의 여동생 방앞에선 켄지가 노크를 하며 말했다.



  "요이, 들어갈게."


  "응…."



  기운 없는 목소리가 들렸을때 켄지는 방문을 열었고 침대에서 기운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요이를 보곤 말했다.



  "나참 대형사고를 쳤구나 너."


  "헤헤…."


  "자발적으로 이렇게 했다니까 나도 뭐 할말이 없지만."


  "미안……."


  "뭐 자세한 사정을 묻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가 좀 쉬어야 같으니까. 혹시 불편한거나 필요한건 있어?"



  켄지의 물음에 요이는 이불을 잡아 당겨 얼굴을 반쯤가려 눈만 보이는 상태에서 작게 말했다.



  "음…그러니까……미안하지만 따뜻한 물한잔만 부탁해."


  "알았어."



  켄지는 나가서 물 한잔과 물병 하나를 가져왔고 요이는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다.



  "……."



  켄지가 준 물 한잔을 조심스럽게 받아 마시는 요이를 보며 켄지는 뭔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모습,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을 챙겨주던 요이와는 전혀 다른 누군가가 앞에 있는 것만 같았기에 지금 상황이 솔직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의식한 요이가 살짝 움츠러 들며 말했다.



  "무슨 할말이라도…?"


  "아, 아냐. 미안."



  켄지는 시선을 피했고 요이는 양손으로 따뜻한 물잔을 잡은채 이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켄지, 화난건 아니지?"


  "아? 나 화난거 같아보여?"


  "그냥…좀 그런가 싶어서. 나 너무 멋대로 와버렸으니까. 켄지 기분 혹시 안좋을까 싶기도…이런거 분명히 실례니까."


  "뭐……."



  켄지는 잠시 침대 머리맡을 슬쩍 봤다가 말을 이었다.



  "많이 당황한건 사실이야. 갑자기 집에 왔는데 이상한 짐들이 쌓여있고 너가 있었으니 안놀라면 이상한거지. 그래도 No.427 선배님한테 이것저것 설명 듣곤 해서 대충 상황은 이해했어. 뭐 자세한 사연은 나중에 들어도 되는거고 지금 넌 몸이 아프고 보호가 필요하니깐 다른 건 신경쓰지말고 푹 쉬도록해."


  "…고마워."


  "뭐……근데 있잖아."


  "응…?"



  켄지는 엄청 뜸들이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여긴 동생 방이라 나중에 내 동생이 왔을때 좀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어. 뭐 다행이라면 그녀석이 기숙사 생활을 해서 집에 가끔 온다는 거 정도."


  "켄지 동생에게도 실례네…."


  "그래도 괜찮을거야. 상황이 상황이니깐. 1층에도 남는 방이 있긴한데 2층에 나랑 가까이 붙어있는게 더 좋을거 같으니까 어쩔 수 없지."


  "응…."


  "뭐, 그럼 물은 다 마신건가?"



  켄지는 힘없이 물컵을 바라보는 요이에게 물었고 요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물잔을 여동생의 책상 위에 올려놓곤 방문 근처로 가며 말했다.



  "그럼 잘자도록해 요이. 무슨 일 있으면 내 방으로 오구. 그것도 힘들거 같으면 소리치거나…음……많이 급할땐 벽에 물건이라도 던지던가 해. 그정도 소리면 내가 분명 들을 수 있을거야. 뭐, 요괴가 올 걱정이 없으니 그정도로 급한 일은 없겠지만 말이지."


  "응, 고마워."



  켄지는 방의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간단한 세면과 양치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털썩하고 누웠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숙제를 끝내고 일단 자신도 자자고 생각한 켄지였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숙제도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새벽이 되서야 겨우 침대에 누워서 잠잘 수 있었다.



  쨍그랑-!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잠들어있었던 켄지는 순간적으로 눈을 번쩍 뜨더니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잠이 덜깬 상태로 여동생의 방으로 달려갔다.



  똑똑똑



  "요이? 들어간다."



  혹시 급한 일인가 싶어 노크도 대충하곤 바로 문을 열고 방안의 불을 켰을땐 책상 밑에 깨진 물컵 조각과 물이 퍼져있었고 책상 바로 옆에는 요이가 책상에 기댄채로 있다가 켄지를 보곤 당황하며 말했다.



  "아…저기, 켄지군. 그러니까…이건 실수로 깨버렸어. 미안해…. 나 때문에 일어난거지…?"


  "어, 그렇긴 한데 너 다친데는……."



  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안하게 조금씩 떨리는 몸으로 깨진 유리조각들을 모으려고 하는 요이를 본 켄지가 외쳤다.



  "손 대지마!"


  "…!"


  "아, 소리 질러서 미안. 그래도 그거 놔둬 내가 치울게."



  잠이 덜깨서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하자 요이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바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지만…나 때문에……."


  "괜찮아. 너 몸도 안좋은데 그럴 수도 있지. 어쨌든 손대지말고 거기 가만히 있어."



  켄지는 작은 청소기와 빗자루, 쓰레받기, 수건을 가져와 큰 파편들을 담기 시작했고 요이는 책상 옆에 잠옷을 입은채 무릎을 감싸안고 앉아 기운없이 말했다.



  "미안해…첫날밤부터."


  "너 안다쳤음 된거야. 다음부턴 안깨지는 컵으로 줄게."



  켄지는 물기도 제거하며 청소기로도 혹시모를 작은 파편들을 빨아들이곤 물기를 닦은 수건을 휴지통에 넣곤 말했다.



  "이제 바닥에 뭐 이상한건 없을거야."


  "응…."



  조심스럽게 일어나 침대로 들어간 요이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가득 담고 옆으로 돌아누웠고 그런 그녀를 보며 켄지가 빗자루와 쓰레받기, 청소기를 챙기며 말했다.



  "너무 신경쓰지마. 아프면 그럴수도 있는거니깐."


  "그렇지만…미안한걸."


  "미안하면 빨리 건강챙기고 집안 일이나 좀 도와주던가."



  켄지의 말에 요이가 피식하고 웃자 그제야 켄지는 방의 불을 끄며 말했다.



  "잘자 요이."


  "응, 켄지두."



  방문을 조용히 닫은 켄지가 시계를 봤을땐 이미 늦은 새벽이었다.



  "자도 두시간 쯤 뒤에 일어나야 하려나."



  그는 물품들을 원래 자리에 갖다놓고 손을 씻은 뒤에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알람이 정신없이 울릴때 켄지는 뻑뻑한 눈을 한채로 휘청휘청 걸어가 책상 위에 알람을 끄곤 늦잠 자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세면을 하고 1층으로 내려가 간단히 토스트에 쨈을 발라 먹던중에 흠칫하며 요이를 떠올렸다.



  "아, 그러고보니."



  잠시 요이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녀의 아침밥은? 그리고 학교에 있는 동안 점심은 어떻게 해줄것인가? 그리고 저녁도 동아리 활동을 다녀오면 늦을것이란 생각이 들자 켄지의 머리는 복잡해졌고 우선 자기가 먹던 토스트는 놔두고 새로 토스트 하나를 급히 굽고 쨈을 바른 다음 2층으로 급히 올라갔다.



  똑똑똑



  "요이? 들어간다?"


  "응…."



  켄지가 토스트와 간단한 음료를 챙겨온 모습을 보며 침대에 있던 요이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켄지는 책상위에 토스트를 두며 말했다.



  "토스트랑 쨈이야. 괜찮지?"


  "그게……."


  "음? 무슨 문제라도 있어?"



  요이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No.427이…당분간 죽을 먹는게 좋을거라고 해서……."


  "아……."



  켄지는 생각치 못했다는 듯이 당황했고 요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토스트 정도는 괜찮을거라 생각해. 이렇게 챙겨주는것만 해도 고마운걸."


  "……."



  켄지는 잠시 서서 생각을 하다가 시계를 보았다.



  "……."



  지금 가지 않으면 지각의 우려가 있을 시간대. 잠시 고민하던 켄지는 가져온 토스트를 한입 베어물며 말했다.



  "좋아, 기다려 요이."


  "에?"



  그리고 쟁반을 가지고 내려가는 켄지를 보며 요이는 당황한듯이 말했다.



  "케, 켄지. 너 학교 가야지?"


  "너 식사는 제대로 해야할거 아냐. 아픈 사람이 뭘 먹어야 낫지. 거기다 어차피 점심때 먹을것도 필요할건데."


  "그렇지만 너 학교는…?"


  "뭘 새삼스럽게."



  켄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요즘 수업 빠진거 한두번도 아니고, 너 하루종일 굶게 놔두고 갈수도 없잖아. 나 없을때 계단 내려가다가 구르기라도 하면 너 누가 도와준다고. 학교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조금만 기다려줘."


  "켄지……."



  켄지는 토스트를 베어 문채로 2층에 있는 전화기로 갔다. 일단 학교를 무단으로 늦게가는것은 옳지못하다 생각하므로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늦을것 같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휴대폰이 분실되면서 가지고 있는 번호가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친구중에 번호를 외우고 있으며 제일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이리 세이키에게 연락을 했다.


  전화기의 신호음이 세이키의 핸드폰으로 계속 가는 와중에 세이키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고 켄지는 흠하며 수화기를 내려다 놓았다.



  "세이키 무슨 일이라도 있나…."



  고민하던 그는 외우고 있는 번호가 더 이상 없음을 깨달았다. 따로 번호를 기입해둔 몇명은 있었지만 친했던 남자친구들은 자퇴하거나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버렸기에 좌절할 뿐이었다.



  "크으…선생님 번호라도 따로 좀 적어둘걸."



  고민하며 안절부절 못하던 그의 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중학생때 졸업앨범. 반쯤 장난으로 켄지네 반 아이들은 앨범의 말하기 칸에 자신들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두고 '관심 있음 연락하라구!'라는 멘트를 단체로 했었기에 그는 재빨리 중학교 졸업앨범을 펼치며 이름들을 손가락으로 훑어보다가 한 이름에서 손가락을 멈추었다.


  코토 미요.



  "……."



  그 분홍 웨이브 펌 머리의 무언가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생각에 켄지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앨범을 든채로 전화기로 가서 번호를 꾹꾹 눌렀고 한숨을 푹쉬곤 수화음을 기다렸다.



  『하아…여보세요?』



  가쁜 숨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은 미요, 침을 한번 더 삼킨 켄지였다.



  『하아…하아…여보세요? 아침에 바쁜데 답없음 끊습니다. 하아….』


  "저기, 코토! 나야 켄지."



  뚝-



  "……."



  켄지는 잠시 수화기를 내려다보며 묘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뭐야. 하아…나 지각할지도 모른다고!』



  다행히 전화는 다시 받아줬지만 짜증을 한웅큼 던지는 미요에게 켄지가 말했다.



  "아 미안한데 세이키랑 연락이 안되서 너한테 부탁 좀 하려구."


  『…세이키 땜빵이야 내가?』


  "아니, 그런건 아니고…어쨌든 선생님께 말 좀 전해줄래?"



  켄지가 수화기에 대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을때 한손엔 휴대폰을 든채로 통화를 하며 다른 손에는 옆으로 메는 가방을 움켜잡고 길거리를 달리고 있는 미요가 있었다.



  "하아…하아…진짜! 무슨 말? 무슨 말인데! 하아…."


  『그게…나 일이 좀 생겨서 오전 수업을 못들을거 같아.』


  "뭐?"


  『어…들은 그대로야. 담임선생님께 좀 전해줄 수 있어?』


  "칫."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서 멈춰버린 미요는 그 자리에 멈추고 숨을 한번 돌리곤 말했다.



  "뭐야~ 무슨 일인진 이유를…하아…말해줘야……콜록! 할거 아니얏!!"



  숨도 차는데 말하다 기침이 나온 것에 발끈했는지 갑자기 소리를 지른 미요와 주변에서 사람 몇몇이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그닥 신경도 안쓴다는 듯이 앞머리를 쓸어 넘겼고 수화기 반대편의 켄지는 움찔하며 대답했다.



  "으앗, 그게…지금 집에 아픈 사람이 있어서 좀 간호좀 하다 가야할거 같아."


  『너 임마 혼자 사는 거 알거든! 어디서 거짓말이야!!』


  "진짜야. 내 말 좀 믿어줘."


  『하아…슈퍼 하이퍼 완전 초절정 변태인 네녀석의 말따위…하아…후~』


  "……아니 갑자기 왜 그래. 나의 어디가 그렇다는 거냐!!"



  당황하며 외치는 켄지가 어쨌건 신호가 바뀐것을 확인한 코토는 횡단보도를 건너며 다시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네 죄를 네가 모르는 건가."


  『난 네앞에서 변태 같은 짓 한번도 한적이 없다고!!』


  "흥, 그러세요? 난 아직도 못잊고 있는데."


  『아니 그러니까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낀거야?』


  "됐고, 어제 세이키랑 무슨 일 있었어?"


  『뭐? 세이키랑?』


  "하아…그래."



  빠른 속도로 인도 위를 달리다가 코너를 돌며 꺾어 바닥을 박차며 달리는 미요가 다시 말했다.



  "하아…세이키 오늘 아침에 못만났단 하아…말이야. 연락도 안되고 계속 하아…기다리다가 지금 지각 하아…할것 같은데!"


  『그래…? 세이키는 어제 그냥 집에 갔을건데. 그리고 늦을거 같음…….』



  버스라도 타고 가지 그랬냐고 말하려다가 뭔가 후폭풍이 두려워진 켄지는 말을 멈추었고 코토는 조금 멀리 보이는 교문을 보며 마지막 스파트를 내기 시작했다.



  "후읍…뭐? 늦을거 같음…하아…뭐!?"


  『아, 아냐. 그것보다 너 엄청 달리는거 같은데 통화하면서도 잘 달리네. 언니 닮아서 그런가.』


  "흐읍! 내가 육상분줄 아냣!"



  아직도 한손엔 꿋꿋하게 핸드폰을 들고 반대편 손엔 가방을 안아든채 이를 악물고 달리는 미요였고 주변에 비슷하게 달리고 있으나 이미 체력이 바닥난 학생들을 제치며 앞서기 시작했다.



  『뭐, 어쨌든 부탁 좀 할게.』


  "하아…하아…하앗……."


  『코토? 어…저기, 힘들면 전화 끊어도 되는데.』



  하지만 코토 미요는 전화를 끊지않고 더욱 속도를 높였고 조금 앞에서 상큼한 미소와 함께 교문을 스르륵 닫는 선도부원의 옆을 분홍빛 섬광과 같이 재빨리 지나쳤다. 그리고 신고 있는 단화로 바닥에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 멈추었다.



  철커덩-



  육중한 소리와 함께 교문이 닫히고 교문주변에 모여드는 아쉬운 영혼들을 뒤로 한채 미요는 후~하며 숨을 깊게 내쉬더니 자신의 앞머리를 슥하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Safe)! 그리고 네녀석 부탁은 들어주도록 하지."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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