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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20

레이븐울프 2017. 8. 26. 22:02

혼(魂) - 몽환의 협곡 - 20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너구리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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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장할!!"


  조금씩 피의 비가 내리는 성채 밖까지 끌려나온 몽환술사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가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어떤게…이렇게까지 나에게 간섭할 수 있는거야?!"


  별 의미없는 소리를 지르며 끌려가던 몽환술사가 갑자기 멈추었고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땅을 짚은채 소개를 들었을때 그녀의 눈앞에는 요이가 있을 오두막과 그 사이에 요괴들의 시체가 가득한 강이 보였다.


  "멈춘건가……."


  천천히 혼잣말을 한 그녀는 오두막의 문이 아주 조금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뭐야 X발?!"


  그리고 그 문 틈새로 뭔가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실이 묶이지 않은 손에 망원경을 만들려고 했으나 실이 다시 당겨지기 시작했다.


  "윽!"


  철푸덕 쓰러진채 몇미터를 끌려간 그녀가 다시 멈추었고 다시 망원경을 만들려 하자 실이 다시 당겨져서 몽환술사는 다시 땅바닥에 몸을 처박은채 끌려가기 시작했다.


  "뭐야! 넌 도대체 뭐냐고! 츠이시씨! 당신 입니까?!"


  하지만 실은 누군가가 힘껏 잡아당긴다는 듯이 주기적으로 끌려갔다가 멈추었다를 반복할 뿐이었고 몽환술사는 점점 강이 가까워짐을 느끼곤 자신의 손목에 감겨있는 실을 보았다.


  "젠장……끊어야하나."


  이윽고 강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딱 멈춰선 몽환술사는 그 밑을 바라보았다. 그 흉측한 구덩이 안에는 빼곡하게 많은 요괴들의 사체들이 화살과 꼬챙이에 여전히 꽂혀있었고 자신이 실에 묶인채 저 안으로 떨어졌다가는 자신도 꼬챙이에 꽂히고 말것이 분명했다.


  "……."


  자신의 손목을 슬쩍 바라본 몽환술사는 실을 끊을까말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슬쩍 오두막의 문 틈새를 보았을때 느껴진 '무언가'는 자신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선택을 기다려준다는 듯이 지긋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아……."


  마음 같아선 당장 손목의 실을 끊어버리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지금 꿈을 꾸고 있는 요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확신이 없었기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몸을 반쯤 일으켜 정신을 집중해 돌격소총을 구현해냈고 오두막의 문을 향해 조준…하려고 했으나 그녀가 견착을 하기도 전에 실이 당겨지며 요괴들의 시체가 가득한 구덩이로 눈을 부릅 뜬채 떨어져갔다.

  잠시 뒤 수많은 꼬챙이에 온 몸이 관통된 그녀는 입에서 피거품을 내뱉으며 고통 속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그르르르…스으…끄으으으……."


  그렇게 순식간에 의식이 사라져버린 그녀는 나마루 켄지의 여동생 방안에서 부릅하고 눈을 떴고 그 순간 양손으로 자신의 목을 만져보았다.


  "허억…허억……."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을뿐 자신의 몸이 멀쩡함을 깨달은 몽환술사는 순간적으로 자기자신의 바보 같음을 깨달았다.


  "제길…당연하잖아. 몽환의 협곡에서 내가 죽었다고해서 여기서도 내가 꼬챙이에 꿰뚫리진 않는건데……이정도로 내가 긴장하고……."


  하지만 말을 다 못끝낸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움켜잡은채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니야. 이건 절대로 아니야…뭔가 잘못됐어. 그만해야해. 그만해야해!!"


  몽환술사가 혼잣말을 하며 소리치고 있을때 츠이시 요이가 잠에서 깨어났고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으윽…저기 어떻게……."


  이마를 한손으로 잡은채 중얼거리는 요이를 보며 몽환술사는 주머니를 급하게 뒤지더니 작은 침이 달린 주사기를 꺼내서 요이의 목에 꽂아넣었다.


  "에? 에……."


  눈이 게슴츠레 감기며 요이는 그대로 침대로 쓰러져 버렸고 몽환술사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은채 문앞으로 가더니 외쳤다.


  "나마루 켄지씨! 나마루 켄지씨!!"


  그때 자신의 방 책상 앞에 있던 켄지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았고 급히 의자를 밀어내며 요이가 있는 방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죠?!"

  "빨리! 방문을 열어주세요!!"

  "방문을 요?"

  "그래요! 빨리 열어주세요!!"


  여동생의 방문 앞에 도착한 켄지는 뜬금없이 방문을 열어달라는 말에 우선 방문을 재빨리 열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방문 정도는 직접 여셔도……."

  "비켜요!"

  "네?"


  당황한 켄지에게 몽환술사가 다시한번 소리쳤다.


  "비키라고요!"

  "잠시만요, 요이는 괜찮은 거에요?"


  침대에 쓰러지듯 조용히 누워있는 요이를 보며 켄지가 말했고 몽환술사는 그런것 신경 쓸것 없다는 듯이 말했다.


  "보시듯이 아주 잘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층 문이랑 현관문까지도 빨리 열어주시죠."

  "……."


  켄지는 뭔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이에게 무슨 짓을 한건 아니시죠?"

  "아무 짓도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떤 방법을 썼길래 그렇게 소리를 질러도 애가 저렇게 기절하듯 쓰러져 있을 수 있는 거죠?"

  "잘들어봐요."


  몽환술사는 양손의 주먹을 꽉하고 쥐며 말을 이었다.


  "아무 문제없다고요. 정상적인 과정이에요. 그 빌어먹을 이상한 의식 나부렁탱이로 고통 안받고 잘자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문이나 열어주시죠."

  "……."


  켄지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2층 나가는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문있고, 문고리도 있어요. 직접 열고 나가시죠. 저는 요이의 상태를 먼저 봐야겠어요."

  "그러든가요."


  몽환술사는 무섭게 켄지를 노려보다가 2층 문을 향해 걸어갔고 켄지는 방의 불을 키고 요이에게 다가갔다.


  "……."


  아무리봐도 뭔가 정상적으로 잠든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 켄지였으나 겨우 잠든 요이를 괜히 건드렸다가 깨우는건 아닐까 염려한 그는 요이가 정상적으로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정도를 확인한 후에 방불을 끄고 나갔다. 그리고 켄지가 복도에서 2층 출입문 쪽을 봤을때 이미 몽환술사는 어둠이 내린 주택가 주변을 다급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중 핸드폰을 꺼낸 몽환술사가 다급히 전화를 걸었고 잠시후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외쳤다.


  "못하겠습니다!"

  『…….』


  수화기 너머 츠쿠요미의 미소가 슬며시 사라졌음에도 몽환술사는 계속해서 말했다.


  "저, 이건 미쳤어요. 할수없어요!"

  『분명히 저는 결과보고를 기대했는데 말이죠. 첫마디가 못하겠다는 외침이라니, 놀랍군요.』

  "겨, 결과보고라니요? 아, 그건 그러니까……."


  몽환술사가 망설이자 대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수화기를 들고 있는 츠쿠요미가 말했다.


  "계속 말씀하세요. 저, 계속 듣고 있으니까."

  『그, 그게…정신상태가!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도저히 정확한 파악을 하기가 힘들정도였어요. 방어기질도 뛰어났고 무엇보다…그……뭔가가…뭔가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거죠?"


  츠쿠요미가 은은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계속해서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몽환술사가 말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파악하기도 전에 당해버려서……."

  『흐음~ 전 당신이 처음은 아니라고 잘 알고 있는데 말이죠. 어째서 그렇게 당황한 상태인지 의문입니다.』

  "그야, 일반인들을 상대론 많이 해봤고 정상이 아닌 츠이시 가문 사람들을 상대로도 해본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멀쩡하게 살아 숨쉬는 츠이시 가문의 내면 속으로 들어간건 처음이란 말입니다."


  몽환술사가 혹시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는지 이리저리 둘어보며 대답 했을때 츠쿠요미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은 어디인건가요? 나마루군의 집은 아닌거 같은데.』

  "지금, 밖으로 나와서 거리입니다."

  『요이는 잘 챙겨주고 나온건가요? 그 아이는 지금 잘잠든 겁니까?』

  "저…그게……."


  몽환술사는 망설이면서 대답을 미뤘으나 수화기 너머로는 오직 침묵밖에 없었고 어쩔수없이 몽환술사는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몽환의 협곡에서의 안정에 실패하는 바람에, 급한대로 약물……."

  『을 썼나요?』


  몽환술사의 말을 자르며 츠쿠요미가 말했고 몽환술사는 침을 한번 삼키곤 답했다.


  "네…그러지 않았다면 도저히 잠들게 할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분명 요이에게 잘해주라고 했을텐데, 안그런가요?』

  "마, 맞습니다."

  『그런데, 약물을 이용해 강제로 재워버리고 멋대로 이탈하는건가요?』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정말 이상했어요! 그녀의 안에는 그녀말고도 뭔가가 있었다구요!"

  『그 뭔가라고 해봤자 몽환의 협곡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당신이 그 정체도 파악하지 않고 물러선 점은 반박할 수 있겠나요?』

  "……."

  『순수면역자가 아니기에 내면에서 쉽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이 임무에 대해 저는 충분히 설명을 했고 수긍을 한것은 당신일텐데 그에 비해 프로의식이 너무 적은것 같네요.』

  "그, 그러니까…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분명히 필요한건데……."

  『그렇다면 다시가서 임무를 완수하시길 바랍니다.』


  몽환술사는 잠시 멈추어서 생각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더 이상 그 안에 들어가고 싶진 않습니다. 제 능력이 완전히 발휘되지도 못하는 환경이었고 그 내면속에 츠이시 요이씨 이외에 뭔가 이상한 것이…혹은 이상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의 내면을 오가며 느껴본 제 촉에 의하면, 이건 분명 계속해선 안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수화기 너머의 츠쿠요미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야경이 보이는 유리에 등을 대고 기대어 서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좋아요, 당신이 못하겠다면 더 안해도 됩니다."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하아…정말 안에서 너무 이상한 일들이 벌어져서…….』

  "근데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은게 언제시죠?"

  『네? 사진이요?』


  츠쿠요미는 자신의 스케줄이 적힌 노트를 펼쳐보며 말을 이었다.


  "네, 이왕이면 깔끔한 사진이 좋아요.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다른 사람들이 볼 당신 모습이니까."

  『그게, 무슨…….』


  당혹감에 사로잡혀서 말을 못이어가던 몽환술사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을때 츠쿠요미가 말했다.


  "지금 다른 장례식 일정이 빡빡한지라 오늘은 무리겠고, 며칠 뒤에 요원들이 당신을 찾아갈 겁니다. 그러니까 혹시 영정사진에 적합한 사진이 없다면 주변의 사진관에 가서 찍기를 권해드려요. 귀찮으시다면 우리가 보관중인 예전 당신 사진을 그대로 쓸텐데…영정사진비 정도는 국가에서 지원해 드릴테니 이쁘게 찍어두세요."

  『저, 저기 그러니까!』

  "민가에서 소리치지 마세요. 그 일정을 지금 당장으로 당겨서 일정이 꼬이는건 싫으니까요."

  『하지만…!!』


  말을 계속 이어가려던 몽환술사는 잠시 말을 끊고 주변의 어두운 골목들을 자세히 둘러보았고, 그 어둠 속의 벽면에 오토바이 헬멧같은 것을 뒤집어쓴 누군가가 가만히 선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수화기 너머의 츠쿠요미의 목소리.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정을 당기고 싶진 않습니다.』

  "지금 절 협박 하시는건가요?"

  『협박이라니요? 분명 계약서에 명시되어있는 내용입니다만.』

  "임무실패시 제거라도 한다는 건가요?"

  『민가에서 그런 말을 하는것 자체가 일단 경고사항입니다만, 그걸 넘기고 말씀드리자면 츠이시 가문의 내면에 들어갔으나 임무를 실패했다는 것 자체가 당신이 침식 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정신 말인가요?"

  『그래요. 특히 당신은 요이의 내면에서 뭔가 알수없는 미지의 것과 마주하고 실패하고 말았죠. 그것이 뭔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의 내면을 들락날락하는 당신이 만약 그 무언가에 의해 영향을 받은 상태라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 멀쩡하다고요!"
 
  『네, 바로 그 말. 그 말을 믿고 설마하는 마음에 놔뒀다가 사고가 터진게 한두번이어야지…제가 이렇게까진 안할텐데요.』

  "……."


  극도의 혼란과 공포속에서 가만히 핸드폰만 들고있는 몽환술사에게 츠쿠요미가 다시한번 말했다.


  『그래서, 정말로 이 임무를 그만 둘 건가요? 당신이 다시 한번 요이의 내면 속에 들어가 임무를 완수한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거라고 봅니다.』

  "할게요. 한다구요."


  다른 선택 따위 할수없는 몽환술사가 고민도 없이 일단 말을 내뱉었다.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당신의 결과보고를 기다리겠습니다.』

  "예…."

  『아,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건데.』


  츠쿠요미가 입가에만 살짝 미소를 띄며 말을 이었다.


  "요이는 제가 정말로 아끼는 아이입니다. 그러니까 엉뚱한 짓 하지말고 할일이나 제대로 해주세요. 혹시라도 그 아이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간,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에요."

  『…….』


  츠쿠요미의 부드러우면서 무거운 말에 몽환술사는 마치 그녀가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