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몽환의 협곡 - 18
장르: 현대판타지, 퇴마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5입니다. Ep1~4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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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츠이시 요이가 풀밭위에서 상체를 일으키며 깨어났고 가쁘게 숨을 내쉬는 그녀를 보며 몽환술사가 말했다.
"즐거운 꿈이었나요?"
"전혀요!!"
요이는 감정적으로 소리치며 한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채 말했다.
"완전히 악몽 그 자체였어요."
"…어떤 식이었길래요."
"처음엔…괜찮았어요. 이상적이고 매력적이었죠. 근데…중간부터 뭔가 이상한거 같더니 마지막엔 너무 끔찍했어요."
"으음~ 그럼 저기 앉아서 얘기를 한번 들어보죠.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말이에요. 편하게 기억나는 대로 말해주세요."
몽환술사는 요이를 강가로 데려갔고 풀밭 위에 앉아 흐르는 물살을 바라보며 요이가 말했다.
"처음엔…어떤 나무 밑이었어요. 학교 후문이 보이는 그런 곳이었는데 켄지가 와서 절 데려갔어요. 여기까진 좋았어요. 저랑 켄지랑 사귀는 사이였고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뭐, 좋네요. 현실에선 사귀는 사이가 아닌 건가요?"
"…네."
"아~ 뭐 그럴수도 있겠네요, 미안합니다. 계속 꿈 얘기하세요."
요이는 뭔가 얼굴을 떠올리려는 듯이 생각하며 말했다.
"그때 분위기가 딱 키스하기 좋은 타이밍인데 누군가 방해했어요."
"누구였죠?"
"이름은 모르겠어요. 얼굴은 대충 아는데……."
"원래 아는 사람이었나요?"
"잘아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켄지네 학교에 있는 면역자 중에 한명이었죠. 예전에 면역자 리스트에서 켄지와 함께 그 얼굴을 본 기억이 얼핏나요. 그리고 그 아이가 켄지와 함께 부활동? 그런걸 하는 아이였던것 같네요."
"나마루씨가 생활하는 학교에 대한 정보를 츠이시씨 내부에서 모으다보니 그거까지 긁어서 구현했나보네요."
"무슨 말이죠?"
"나중에 한번에 설명해드릴게요. 아마 악몽이 된 이유도 여기 있을것 같으니까요."
잠시 몽환술사를 쳐다보았다가 다시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요이가 말했다.
"그 아이가 방해한 덕에 키스는 못했죠. 참 좋았는데……."
"너무 아쉬워 하지마세요. 나중에 키스말고 더 대단한것도 할수있게 해드릴게요."
"아? 네…."
심각한 분위기였으나 살짝 상상해보며 얼굴을 붉힌 요이는 흠흠하고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교실로 가기 시작했어요. 어느정도까지는 정상적이었는데 뭔가 끊어진 길이 나왔었어요."
"나왔군요. 정보의 부족입니다."
"정보의 부족요?"
"나마루씨가 다니는 학교건물, 내부를 다 알고 있나요?"
"아니요. 대략적인 위치들을 켄지를 찾아가기 전에 숙지하긴 했지만, 필요한 부분만 알아두는 정도였어요."
"끊긴 길은 츠이시씨가 모르는 길이거나 직접 가보지 않은 길일 겁니다. 그날 나마루씨를 데리러 갈때도 후문을 통해서 갔었죠?"
"네."
"그리고 그 끊긴 길 이상하게 연결되지 않았나요? 만약 그곳으로 지나가려고 하셨었다면."
"네…다가가니까 뭔가 엄청 이상하게 다시 연결되었어요. 현실로 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처럼요. 물론 누군가 술식을 쓰면 못할건 없지만 평범한 학교 안에서 그런걸 뻔히 학생들이 돌아다니는 시간에 할 정신나간 녀석은 없으니까요."
"정보의 부족을 채우려고 하는 거였답니다. 자각몽이 아니었기 때문에 끊어진 길 위를 걷는다는게 상식적으론 말이 안되는 상황이므로 그 부족함을 다른 것으로 덮어서 해결하는 겁니다."
말을 다한 몽환술사가 어깨를 한번 들썩하며 말을 이었다.
"근데 그정도로 악몽이라 보긴 부족하군요. 그 뒤론 어떻게 되었죠?"
"켄지를 따라 교실로 갔어요. 여러 학생들이 앉아있었고 그…분위기를 망쳤던 여학생도 있었어요. 켄지에게 왜 늦었냐고 말한거 같아요. 그 아이가 켄지에게 관심 가지고 있는것 같았기에 저도 모르게 흥!하고 심술을 부리며 자리에 앉았어요…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진 없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했던거 같아요."
"자각몽이 아닌 꿈에서 자신을 통제하는건 어렵습니다. 현실에선 생각이 떠올라도 행동하거나 말하기 전에 약간의 틈이 있지만 꿈속에선 떠올리는 순간 바로 휙휙 되버릴 수 있거든요. 말그대로 머릿속이니까요. 물론 백이면 백, 만이면 만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꿈을 꾸듯이 개인차가 심한 편이라 단언할 순 없지만요."
"네…그래서 그……협력자 선생님이 들어왔어요."
"협력자 선생님요?"
"켄지네 학교에 있는 선생님중에 협력자인 분이에요. 공식적으로 표면상으론 어떤 업무를 하는 분인진 모르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학생들 중에……."
자신도 모르게 정부에서 보낸 사람에게 가문에 관한 사항을 털어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요이는 말을 멈추었고 고개를 살짝 흔든 뒤에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냥 선생님이었어요."
"뭔가 말을 바꾸신거 같은데요."
"신경 안써도 되요! 어쨌든 그러니까…그래서……그 선생님께서 수업을 시작했어요. 근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죠…뭔가 제가 알수없는 이상한…뭉친듯한 발음? 괴상한 과목에 대해 배우려고 했었어요. 그 과목에 대해서는 옆자리의 켄지나 다른 학생들 모두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구요. 저는 도저히 어떤 소리인지 모르는 것이었는데 말이에요."
"흠~ 계속 말씀하세요."
"그러더니……."
요이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갑자기 모두가 저를 쳐다보고 고개를 좌우로 경련을 일으키듯 흔들어대기 시작했어요. 누가봐도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죠. 심지어 켄지의 얼굴도 경련을 일으키길래 소리지르며 양손으로 붙잡았던 기억이 나요."
몽환술사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는 가운데 요이가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들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더니, 무슨…무기? 주무기? 그런거에 대해 배운다는 거에요. 어이가 없었죠. 더 당황스러운건 그때부터 다들 무기를 하나씩 꺼내서 책상 위로 올리던데……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아는 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란 말이에요."
"아~ 뭐, 이쯤 들으니까 어떤게 문제인지 알겠네요."
"도대체 뭐가 문제였죠?"
"이미 말했듯이 정보의 부족입니다. 츠이시 가문이니까 이런 일도 다 있군요."
"또 정보의 부족요?"
"그래서, 학교에서 어떤걸 가르치는지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세요?"
"……."
모른다.
"잘모르시겠죠. 그래서 꿈속에선 그걸 어물쩡 흐물흐물하게 슬쩍 넘길려고 했었습니다. 근데 하필이면 츠이시씨가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매달린거에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상한 문제는 잊어버리고 흘러가는데로 있었으면 별 문제 없었을 겁니다."
"……."
"그부분을 잡아서 따졌으니 꿈속에선 또 정보를 긁어모아야겠죠. 하지만 츠이시씨가 배운 '학습'이란 보통 어떤 것들이죠?"
"…생존법, 전투 및 위장술, 각종 무기관리법과 무술같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과 싸우는 방법들이 대부분 이었죠."
"물론 산수같은 기본적인 지식은 배우셨겠지만 츠이시씨, 당신에게 있어서 '배움'이란 그런 것들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꿈은 부족한 정보를 당신이 가장 많이 배웠고 가장 잘배운 그것들로 채워서 전혀 위화감이 없도록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요. 결과적으론 츠이시씨가 느끼기에 학교에서 이딴 것들을 가르친다는게 도저히 안받아들여지는 부분이었겠지만요."
"이왕 부족한거 채우는거 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지…사람 머리가 그렇게 경련을 일으키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꿔야할 이유가 있나요?"
"글쎄요. 츠이시씨가 살아온 삶을 생각해보면 그런 호러한 연출이 나와도 전혀 안이상하긴 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존재해본 적도 없잖아요?"
"……."
요이는 인상을 살짝 찌푸린채 답했다.
"네. 그 많던 학생들 얼굴이 이젠 하나도 기억 안나네요."
"뭐, 아시겠지만 원래 그런겁니다. 모든게 분명히 기억나는 꿈이란 드물고 그 꿈마저 어디에 기록 안해두면 금방 까먹거든요. 정말 인상깊이 남았을 최악의 꿈이 아니었다면요."
"최악은 모르겠지만 그에 준할거 같네요. 왜냐면 아직 이야기가 끝난게 아니거든요."
"더 있나요? 말씀해보세요."
요이는 침울한 표정속에 약간의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는 사람이 한명 더…친구가 있었어요."
"친구요? 뭐 반가웠겠네요. 그렇게 무섭게 말할 필요는 없……."
"죽은 친구요."
"……."
몽환술사가 말을 멈춘채 빤히 요이를 바라봤고 요이가 눈을 질끈 감은채 말했다.
"죽은 친구가 교실 뒤에 있었어요. 죽었을때 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기대어 서있다가 절 쳐다보았고…말했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그, 그게…정확히는 말이 아니라 입모양만 낸거 같지만 마치 그 친구……안즈의 목소리가 직접 느껴졌었어요. 자기 보고 싶었냐고 눈웃음 지으며…바라보는 그 순간 전……."
요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 잘못이에요. 안즈는 저 때문에 죽은거나 마찬가지에요…다 제 잘못이에요……."
울먹이는 요이 옆에 가서 그녀의 눈물을 없애버린 몽환술사가 말했다.
"울지마세요."
"어째서…슬플때 눈물도 못 흘려야하나요!?"
"부정적인 생각은 치료에 별로 도움이 못됩니다. 이 좋은 곳에서 왜 그런 슬픈 생각을 하세요."
"전 지금 울어서라도 제 마음을 풀고 싶어요. 계속 울게 해주세요…."
"하아~ 제 실수입니다. 평범한 삶에 대해 잘모르는 츠이시 가문 사람에게 평범한 사람의 생활을 꿈꾸게 해드렸으니 이런 문제가 생겨버린거죠."
"그럼 앞으로도 꿈꿀때마다 이런 식일까요……."
"하하 아니요. 이 몽환의 협곡이 그렇게 침울한 곳이 될순 없죠. 따라오세요."
몽환술사는 요이를 데리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고 햇빛이 잘드는 창가의 침대에 요이가 눕게 한 후에 하얀 실을 보이며 말했다.
"자, 제안 하나를 하겠습니다. 지금 츠이시씨는 정보가 부족하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 실로 저와 연결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어떤 식으로요…?"
"츠이시씨의 부족한 정보를 제가 아는 지식으로 미리 채워주고 또 츠이시씨의 꿈에 제가 간섭할 수 있어서 슬픈 일이 생기지 않게 해줄 수 있어요. 쉽게말해 저를 당신의 꿈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냥 그 하얀 실로 연결만 하면 되는건가요?"
"네, 서로의 손목에 고리를 만들어 묶고 걸어두면 되요. 그럼 이제부터 악몽은 안녕인거죠."
"……."
실과 몽환술사를 번갈아보며 잠시 생각하던 요이가 말했다.
"좋아요, 받아들이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나아서 켄지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올바른 마음가짐이네요. 남자분 행복하겠어요 이런 여자분이 계셔서."
몽환술사는 요이와 자신을 하얀 실로 연결했고 요이의 머리맡에 앉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자각몽으로 꾸고 싶으세요? 아니면 일반 꿈으로?"
"…그냥 꿈으로 해주세요."
"자각몽도 생각보다 재밌을건데…저와 연결되면 충분히 가능한데요?"
"아니요…최소한 지금은 꿈이 꿈인줄 모르고 싶어요."
"예, 그게 좋으시다면야…. 그럼, 좋은 꿈 꾸세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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