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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19

레이븐울프 2017. 8. 26. 21:56

혼(魂) - 몽환의 협곡 - 19

장르: 현대판타지, 퇴마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5입니다. Ep1~4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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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요이가 주변을 둘러보았을때 그곳은 산속에 있는 3층 별장의 정원이었다. 주변으로 깔끔하게 심겨져있는 다양한 종류의 꽃들과 나무들,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있는 가운데 작은 분수대 위에서 새들이 몸을 씻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긴…?”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새하얀 원피스, 그리고 머리 위에 있는 새하얀 색에 검은 끈이 매여져있는 넓은 챙모자를 부담스럽게 바라보며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 다 됐어, 들어와.”

“어…엣!?”


  켄지의 목소리에 뒤돌아본 요이는 목욕가운만 걸친채 환하게 웃고있는 그를 보곤 깜짝 놀라며 흠칫했다.

  그리고 잠시 버벅 거리며 주변을 둘러본 후에 얼굴을 살짝 붉히곤 조심스럽게 말했다.


  “므, 뭐가 준비된거야…?”

  “음? 너가 좋아하는거. 스테이크 다 됐는데.”

  “스테이키…?”

  “스테이키가 아니라 스테이크. 고기 구운거.”

  “아하, 구운 고기!”

  요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해맑게 웃으며 달려갈 때, 몽환술사는 오두막의 안에서 가만히 잠들어 있는 요이를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흠~ 이정도면 만족 하시죠?”

  피식 웃어보인 몽환술사는 뒤돌아서 오두막의 나무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서 흰줄이 길게 늘어지는 가운데 몽환술사는 문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는 오두막을 문을 열고 나아가는 그녀의 앞에 전혀 다른 모습의 몽환의 협곡이 펼쳐져 있었다.

  살점들이 걸려서 펄럭이는 썩다못해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가운데 하늘은 검붉었으며 한두방울씩 핏방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고지대 위에 엄청나게 높고 튼튼해 보이는 동양식 고성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성과 오두막의 사이에 흐르던 강은 말라 붙다못해 바닥이 갈라지며 내려앉아 흉측한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구덩이의 벽면엔 수많은 요괴의 시체들이 수십발의 화살과 꼬챙이에 꽂힌채 협곡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장면을 한번 둘러본 몽환술사는 한숨을 폭 내쉬더니 한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말했다.


  “정말 아무리 봐도 이건 여자애 머릿속보단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찌든 군인수준…….”


  그러다가 협곡안을 빼곡하게 채운 요괴들의 뒤틀리고 썩은 시체들과 그 밑을 따라 흐르는 썩은 체액과 구더기들의 물줄기를 보곤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보다 심각하네. 어지간하게 실전을 겪어본 군인도 이정도는 드물텐데.”


  몽환술사는 혀를 끌끌차더니 눈을 감고 잠시 집중하곤 협곡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만들며 그 끔찍한 지옥의 광경 위로 지나가며 심호흡을 했다.


  “X같네…이딴 더러운 곳 능력만 제대로 쓸 수 있어도 순식간에 벗어나는 건데…순수면역자가 아닌 게 고통이다 정말.”


  자신의 능력 대부분을 요이의 내면에서 버티는데 소모중인 입장에선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와는 달리 일일이 피곤할 정도로 직접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를 지나 하늘에서 조금씩 떨어져가는 핏방울을 맞아가며 손목에는 여전히 계속 늘어나는 흰줄을 감은채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고 겨우 성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녹슨 마찰음과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리는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


  성벽의 안은 의외로 깔끔하다못해 하늘은 화창했고 벚꽃잎이 바람에 휘날리며 잘 정돈된 잔디밭 위에 일본식 가옥에 한국식 가옥의 양식이 곁들여진 변형 건축물이 웅장하고 높게 세워져 있었다. 겉보기론 평화롭고 안정된 배경이었지만 묘한 위화감과 성벽 밖과는 다른 기분 나쁨에 몽환술사는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자, 그럼 어디쯤에 있을…윽!?”


  갑작스럽게 건축물이 뒤틀리며 내부구조가 뒤바뀌기 시작했고 주변의 배경도 화창함에서 거친 피바람이 몰아치며 요괴들과 여자들의 찢어지는 비명소리들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몽환술사는 그에 놀라 기겁을 하며 복도 안으로 좀 더 들어가곤 앉으며 중얼거렸다.


  “거참 심리상태 한번 불안정하네…….”


  귀를 막는게 의미없는 짓임을 아는 몽환술사는 서로 뒤바뀌고 교차하는 복도를 걸어가며 양옆으로 수많은 미닫이문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고 다시 나타나는 것들을 보았다. 각각의 미닫이 문안에서는 창호지에 촛불의 빛이 비친 다양한 모습의 그림자들이 있었으며 그중에 요이의 그림자들도 섞여있는 것을 보곤 그중에 하나를 찾아 열었으나 안은 어두컴컴할 뿐이었다.

  방금 꺼졌다는 듯이 심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본 몽환술사가 문을 닫고 지나가려고 하자 다시 방안의 불빛이 비쳐지며 요이의 그림자가 나타나 창호지 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몽환술사가 방안을 들여다보려고 했으나 방안의 불빛이 틈새로 새어나오는 순간 촛불은 다시 꺼져버렸다.


  “…장난 아니네 여기.”

  멀쩡한 츠이시 가문 퇴마사의 내면에 들어온 것은 처음인지라 상당히 난감해하며 그냥 복도를 계속 걷는 몽환술사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했다.


  “이 사람이 츠이시 가문에서 그나마 정신상태가 고운 편에 속한다는게 믿기지가 않을 지경이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던 몽환술사는 부서진 미닫이 문 하나를 힐끗 쳐다보곤 지나갔는데 그런 몽환술사의 앞에 나타난 나무문은 잠겨 있었으며 꼼짝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있기만 했다.


  “열려라.”


  안움직인다.


  “난 계약자로서 통과할 자격이 있다. 열어라.”


  꼼짝도 안하는 나무문의 문고리에 아직도 자신의 팔에 걸린 흰실을 대고 몽환술사가 속삭였다.


  “실에 묶여 맺어진 계약으로 내면을 비틀겠다.”


  잠금장치가 거덜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힘없이 문이 열렸고 몽환술사가 피식하고 웃으며 문을 넘으려 했으나 길은 없고 나무봉 하나만 놓여져 있었다.


  “뭐야?”


  몽환술사가 조심스럽게 나무봉을 주워들자 내부의 구조가 다시한번 뒤틀리며 변형되더니 새로운 방향의 길이 생겨났다.


  “…….”


  삐걱거리는 나무바닥 복도를 걸어가던 그녀는 복도의 반대편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멈칫하며 잠시 멈추었다.


  “헥 헥 헥 헥 헥…….”


  숨이찬 개가 헐떡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낀 몽환술사는 한손엔 나무봉을 든채 정신을 집중해 반대편 손에 돌격소총을 구현해 잡은채 복도를 향해 뻗어 조준했다.


  “이런…총기류정도 밖에 안만들어지는건가.”


  점점 다가오는 숨소리에 조용히 정면을 응시하던 몽환술사는 그 끔찍하게 기분 나쁜 숨소리가 소리만 지나가며 자신의 몸안에서 한번 헥헥하고 울리면서 관통하는 것을 느끼곤 기겁하며 아무 곳에나 총을 갈겨댔다.


  나무 바닥과 벽에 총알 구멍이 생기며 정신없이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순식간에 돌격소총이 사라져버리며 몽환술사가 말했다.


  “씨X…이정도면 충분해. 더 이상은 못참아.”


  이때동안 겪어본 것들과는 달리 계약까지 했음에도 전혀 무난하지 않음에 적지않게 당황하고 불길함을 느끼는 와중인 몽환술사가 말했다.


  “마음을 뒤흔들어라서도 정수에 도착할수밖에.”


  츠이시 요이의 마음을 흔들 만한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던 그녀는 요이가 자신의 죽은 친구를 보고 힘들어했던것을 떠올리고는 나무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헥 헥 헥 헥 헥 헥…….”


  하지만 멀리서 다시 되돌아오기 시작하는 끔찍한 숨소리에 몽환술사는 불안해하다가 고개를 뒤흔들며 자신의 뺨을 한손으로 때리고는 집중했다. 일부 사람들의 끔찍한 내면을 봐왔던 경험이 있긴했기에 그녀가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한쪽 벽에 손을 대면서 눈을 떴을때 벽에 대고 있던 손에 손잡이가 나타났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간 후에 바로 닫아버린 그녀가 뒤돌아 봤을때 보인것은 복도를 따라 사슬에 묶인채 늘어서 있는 수많은 소녀들의 시신들 이었다.


  “이곳이 죽은 친구들의 방인가.”


  멀쩡한 모습에 교복이나 잠옷, 일상복, 전투복을 입은채 생기없이 묶여만 있는 소녀들의 머리 뒤 벽면에는 그녀들의 이름이 명함에 새겨져 있었고 몇초뒤 소녀들의 몸에 노이즈가 끼듯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이 일렁이더니 죽었을때 당시의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여 신체가 조각나거나 완전 불타버려 오그라든 시체, 머리가 뚫리고 배가 갈라져 내장이 쏟아져 나온 시신들 혹은 얼어붙거나 녹아내리는 등 다양한 시신들이 잠시 후 또 다른 노이즈와 함께 다시 원래의 신체만 온전할뿐 전혀 생기없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었으며 일부 소녀들은 시신의 모습도 없이 계속 노이즈만 끼여 있는 와중에 몽환술사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역시 마음에 안드는 곳이야. 왜 죽은 친구들을 여기에 감금 시켜뒀…….”


  사슬을 자세히보니 잠금장치라던가 열쇠홈 따위가 전혀없었다.


  “이건…복합적인 경우군….”


  조용히 중얼거린 몽환술사는 잠시 고개를 돌려 복도를 쳐다보던 중에 소녀와 다른 소녀의 사이에 한곳이 비어 있음을 보았다.


  “음?”


  그 빈자리에는 핏자국이 낭자해 있었고 사슬이 풀려져 있었다.


  “여긴 도대체 뭐길래…….”


  인상을 찌푸리던 몽환술사가 그 자리에 있던 명함의 이름을 읽은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며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들어온 곳을 쳐다보았다.


  “설마!?”


  이때 요이는 켄지와 별장 안에서 함께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웃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아이는 최소 4명이야! 알았지?”

  “아~ 요즘 기준으론 너무 많다니까 요이?”

  “무슨 소리야 가문을 위해서라도!”

  “내 의견도 존중해 달라고.”

  “헤에~ 의견은 존중해줄게. 넌 그냥 가만히 있어…내가 다 할거니까…….”

  “뭐, 뭐!?”


  당황한 켄지를 게슴츠레 바라보며 요이가 숟가락을 햝았고 천천히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려고 하다가 다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장난이지롱~”


  하지만 켄지는 반응하지 않았다.


  “켄지? 장난이라니까. 대답 안하면 진짜로 해버린다?”


  하지만 켄지는 전혀 미동도 없이 굳어 있었다. 요이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직전, 윗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계단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요이. 남자친구랑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네.”

  “…….”


  순간 표정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요이가 고개를 들어 윗층 계단 쪽을 바라보았을때 그곳에선 안즈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내려오고 있었다.





  “너~무 보기좋다. 진짜 행복해 보인다 너.”

  “아, 안즈……너, 너가…어, 어, 어떻…….”

  “기지배, 친구가 왔으면 좀 반가워해라.”

  “…….”


  덜덜 떨면서 안즈를 주시하는 요이를 두고 씨익 웃어보이는 안즈는 밑층으로 내려와 켄지의 뒤편에 서면서 말했다.


  “흠~ 이런 애가 좋았나보네.”


  켄지의 양어깨에 손을 올린채 몸을 둘러보는 안즈를 보면서도 요이는 덜덜 떨면서 말할 뿐이었다.


  “안즈…넌…….”

  “왜? 난 죽었다구?”

  “…….”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요이를 보며 안즈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켄지의 등뒤에서 몸을 낮추며 천천히 요이의 시야에서 사라져 가면서 말했다.


  “응, 물론 난 뒤졌지. 진작에 죽었었지…….”


  그녀의 모습이 앉아있는 켄지에 가려서 완전히 모습을 감춘 직후 휴대폰 통화음 같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너도 잘알듯이 난 죽어버렸어. 네가 살기 위해 도망치는 동안에…….』

  “아, 안즈…….”


  안즈의 피묻은 한손이 올라와 켄지의 어깨를 잡은 가운데 그녀의 상반신은 올라오고 있었지만 머리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너가 달리고 달려서 도망가는 동안에 나는 외롭게 쓸쓸하게 죽어갔어….』


  그러던 중 뜯겨진 살점들이 켄지의 등뒤에서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버리고 가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겠다고 해놓고선….』


  “안즈…….”


  겁에 질린 요이가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있을때 안즈의 남아있는 입위로 피에 절은 뜯겨진 머리 살점들이 올라왔고 완전히 몸을 일으킨 상태에서 켄지의 옆으로 걸어나오며 한손에 든 스마트폰 안, 정상적인 안즈의 모습이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뜯겨나간 머리의 입이 씨익하고 미소지었다.





  『여자친구는 죽도록 버렸으면서 남자친구는 자기 목숨걸고 구해주네.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서…….』

  “그,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요이가 눈물을 흘리며 울먹거릴때 스마트폰 화면속의 안즈는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며 소리없이 입모양을 냈다.


  「넌 행복해지려고?」


  요이가 지르는 비명과 함께 꿈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순간 몽환술사는 자신의 손목에 걸린 흰실이 강하게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자, 잠깐만!!”


  하지만 몽환술사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손목에 걸린 실에 끌려 바닥에 내팽겨쳐진채 소녀들과 벽에 부딪쳐가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