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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23

레이븐울프 2017. 9. 11. 01:39

혼(魂) - 몽환의 협곡 - 23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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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어먹을 년……."



  부서진 휴대폰들과 탄피들로 난장판이 된 휴대폰 가게 안에서 몽환술사가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폭발물로 아예 가게 자체를 날려버리려고 할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



  그녀가 매섭게 노려본 곳은 대각선 방향쯤에 있는 오락실로, 핸드폰이라면 지긋지긋해진 몽환술사는 깨진 유리들을 밟으며 휴대폰 가게를 나와 오락실 안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다양한 오락기 들과 함께 3층까지 중앙로비에서 다 올려보이는 그곳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쫓아간 몽환술사 앞에 휴대폰이 꺼지지 않아 난처해 하는 불량소녀가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상하게 금발 염색을 한 그 여학생은 자신의 핸드폰이 꺼지지 않자 끌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었지만 내장형 배터리인 휴대폰이라 강제로 전원도 끌수없었고, 자신 앞에 나타난 총든 몽환술사를 보고 깜짝 놀라서 히익 거리며 움츠러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몽환술사는 기관단총 2개를 자신의 등에 둘러매고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불량소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박고 조용히 말했다.



  "거, 핸드폰 좀 꺼줄래? 존나 시끄럽거든."


  "사, 살려주세요…제발…살려주세요……."


  "살려달라고?"



  몽환술사는 덜덜 떨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불량소녀를 보며 콧방귀를 한번 뀌더니 말했다.



  "넌 네가 살아있다고 생각해?"


  "사, 살려주세요……."


  "넌 말이야. 실존하지 않는 존재야. 허구라고."


  "제발…살고 싶어요…부탁이에요……아직 죽고싶지 않아요…흐윽……."



  몽환술사는 불량소녀의 머리에 총구를 톡톡하고 내리찍으며 말했다.



  "넌 있지, 내가 생각했을때 오락실엔 너같이 생긴 날라리 양아치 개년들이 있을거 같다고 생각해서. 여기 있는거 뿐이야."


  "네…?"


  "츠이시 요이씨가 오락실이 뭔지 어떤 사람들이 올진 모르겠지만 그 부족한 정보를 내가 제공해주고 있거든. 쉽게 말해 내가 생각하는 오락실은 일진 집합소에 너같은 갸루년들이 발광하는 곳이라고."


  "그게…무슨 말이에요…?"


  "그리고 난 너같이 생긴 일진 양아치 새끼들을…중학생때부터 제일 싫어했어 XX년아."



  탕-!



  총성과 함께 여학생은 고개가 꺾이며 쓰러졌고 몽환술사는 여학생이 망가뜨려서라도 끄려고 했었던지 액정에 금이 가득간 채 계속 울리는 핸드폰도 부수려고 했으나 이유모를 직감에 휴대폰을 들어보았는데 깨진 액정 사이로 안즈의 모습이 나타났다.



  『흥미롭네.』


  "뭐가…재밌다는 거냐."


  『언젠가 너의 내면을 볼수 있으면 좋겠어. 요이가 모르는 세상을 네가 만들어줬듯이 네가 모르는 세상을 요이가 만들어줄거야. 거기서 난 '너의 죄책감'을 찾아볼게.』


  "무슨 소리냐."



  혼란스러워하는 몽환술사는 안즈에 대한 분노보다도 안즈가 말한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던중 깨진 액정속 안즈가 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분명 재밌을거야. 기대할게, 뒤에 조심하고.』


  "뭐?"



  화면속에서 안즈가 사라짐과 동시에 뒤를 돌아본 몽환술사 눈에는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츠이시 요이가 보였다.



  "츠이……."



  몽환술사가 깜짝 놀라 외치기도 전에 요이에게 덮쳐져 오락기에 부딪치며 쓰러진 몽환술사가 몸을 다시 일으키려고 할때 요이는 몽환술사를 강하게 걷어차서 오락기에 다시 부딪치게 만들었다.



  "츠이시 요이씨! 저에요!"



  하지만 그때의 모습은 요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었기에 요이는 그녀의 등뒤에서 양팔과 손으로 그녀의 목과 머리를 움켜잡았다.



  "츠이시씨! 잠깐만! 저, 그…몽환술……."



  뚜둑-



  목이 꺾이는 소리와 함께 몽환술사는 고꾸라졌고 떨어진 권총을 주워든 요이는 탄창을 확인한 다음 슬라이드를 한번 당기고 몽환술사의 머리를 향해 한발 쏘며 확인사살까지 마무리 지었다. 멀리 오락기 옆에 숨어서 그것을 지켜보던 켄지가 달려오며 말했다.



  "요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심하긴 켄지. 이녀석 한테 죽은 사람이 몇인데."


  "그것보다 너…어떻게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어?"


  "뭐?"



  요이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권총과 목이 꺾인채 죽어있는 몽환술사를 보며 이상한 괴리감을 느끼는 가운데 켄지가 말했다.



  "그리고 권총 쏘는 방법이라던가…기습하는 기술은 도대체 언제 배운거야?"


  "그, 그게……."



  요이는 권총을 옆의 오락기 위에 올려두고 자신의 손과 자기 이름을 외치다가 죽은 이름 모를 살인마, 켄지를 번갈아 보다가 엄청난 괴리감 속에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이거, 혹시…꿈?"



  꿈속에서 요이 스스로 자각하고 있을때 몽환의 협곡속 피의 비가 내리고 요괴들의 시체들이 꼬챙이와 화살속에 가득 널려있는 갈라진 틈 앞로 앞에 무릎 꿇은채 정신을 차린 몽환술사가 자기 앞에 있는 협곡을 바라보며 말했다.



  "첫번째로 꿈속에서 죽어 깨어났을땐 요이씨의 옆, 그 다음은 오두막의 출입문, 세번째는 협곡과 오두막의 사이…그리고 마지막으로 협곡 바로 앞……뭔진 몰라도 네가 의도한건가."



  뒤돌아 보진 않았지만 자신의 등뒤에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몽환술사가 말했고 뒤에 있는 누군가는 말없이 몽환술사의 등에 자신의 발을 얹었다.



  "지금 너에게 이렇게 죽더라도, 난 다시 돌아올거야. 네녀석의 정체를 파악할거라고!!"



  등뒤의 누군가는 몽환술사를 발로 떠밀어 협곡 속으로 밀어넣었고 떨어지며 뒤를 돌아 자신을 떠밀은 누군가를 본 몽환술사는 엄청나게 당황한 표정을 지은채 수많은 꼬챙이들에 꽂히고 말았다.



  "……."



  현실에서 눈을 뜬 몽환술사는 엄청나게 찝찝한 기분으로 요이가 깨어나길 기다렸지만 이상하게도 요이는 계속 잠들어 있었다.



  "뭐지?"



  한쪽 눈썹을 치켜뜬 몽환술사는 뭔가 의아하다는 듯이 요이에게 다가갔다. 그냥 잠든건가 싶기도 했지만 곧 자신없이도 몽환의 협곡이 자체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깨닫곤 당황한채 말했다.



  "나 없이도, 츠이시 요이씨 스스로가 협곡을 유지하고 있다는거야?"



  잠시 고민하던 몽환술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몽환의 협곡으로 다시 들어갔고 화창하고 맑은 날씨의 푸른 들판 위로 천천히 낙하하며 오두막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도 유지만 가능할뿐 한계는 분명해."



  요이가 아무리 직접적인 전투를 위주로한 퇴마사라지만 기본적인 술식정도는 쓸수있는 마력의 보유자란 정보를 떠올린 그녀가 오두막을 열었을때 침대에 앉아있던 요이가 말했다.



  "어디갔다 오셨어요?"


  "잠시 현실에 다녀왔습니다."


  "네? 현실에요?"


  "츠이시씨가 아실진 모르겠지만 전 꿈속에서 당신에게 살해 당했거든요."


  "네?!"



  요이가 깜짝 놀라 말했다.



  "저한테요? 그 사람들 다 쏴죽이던 미친 살인마가 아니라?"


  "그 미친 살인마가 바로 접니다."


  "……."



  요이가 황당하다는 듯이 몽환술사를 쳐다봤고 몽환술사는 한숨을 한번 더 내쉬곤 말했다.



  "그렇게 저라고 말씀드렸는데 결국은 저를 죽여버리시더군요. 하긴, 자각몽이 아니었으니까 저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필 얼굴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꾼 상태였으니 더 알턱이 없죠."


  "…어째서 사람들을 그렇게 죽인거에요? 켄지랑 좋은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살인사건이 일어나더니 나중엔 완전히 난장판이 됐어요."


  "안즈라는 뭔가로부터 당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제가 계속 당해버리니까 걸리적 거리는 방해꾼들을 모두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화도 많이 났었구요."


  "…안즈가 계속 나타났나요?"


  "몇번이나 나타났습니다. 약간 의외였던 점은 당신을 노리지 않고 저에게 집중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난리가……."


  "뭐랄까 그래도 결국 화력으로 어찌어찌 제압되나 싶었는데 결국은 츠이시씨에게 목이 꺾여 죽어버렸죠."


  "죄송해요…."


  "어차피 꿈이니까 신경쓰지마세요. 근데 또 물어볼게 있습니다."



  요이가 몽환술사를 쳐다보며 의문을 표하자 몽환술사가 말을 이었다.



  "방금 오두막 밖에서 누군가에게 살해 당했거든요."


  "네?!"



  요이가 다시 한번 깜짝 놀라며 말하자 몽환술사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혹시 누군지 아시나요. 저는 처음보는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생겼죠?"



  요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몽환술사는 약간 얼이 나간 표정으로 답했다.



  "여자인데 이마가 보이는 검은 생머리, 전투복을 입고 있었고 왼쪽 뺨에 큰 흉터가 있더군요. 나이는 중학생정도로 어려보였습니다."


  "……."



  그 이야기를 들은 요이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현이……네요."


  "또 다른 친구인가요?"


  "네, 하현이는 저에게 매우 특별한 친구중에 한명이었어요. 정말로 철 없었던 중학생때 같이 지내던 친구였는데 제게 많은 도움을 줬었구요."


  "음, 좋은 친구였나보네요. 비록 저를 죽이긴 했지만 츠이시씨에게는 말이죠."


  "좋다라는 표현정도로 끝날수가 없는 친구에요,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게 해준 친구니까."



  요이는 뭔가 회상하고 있는듯 약간의 행복한 미소 속에 씁쓸함이 들어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부상 입고 쓰러져서 의식도 혼미한 저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다가 죽은 친구죠."


  "…당신을 매우 좋아했었나 보네요."


  "네, 정말로 고마워하는 친구중에 한명이에요. 하현이가 밖에 있었다고 했나요?"



  요이가 오두막의 문을 열고 아름다운 냇가를 바라보면서 추억에 젖은듯이 서있을때 몽환술사가 말했다.



  "네, 뭐…그때는 주변 환경이 그닥 아름답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저기에 있었습니다."


  "…정말 그때 한발만 더 있었다면 하현이가 죽진 않았을텐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요이를 보며 몽환술사는 그녀의 눈물을 없애지 않고 바라만 보았다.



  "그때 제가 가지고 있었던 보우건은 5발까지만 장전이 됐거든요. 단 한발이 부족해서…그 친구를 지키지 못했어요. 나를 지켜주려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그 친구를……."



  조용히 자신의 양손을 가슴앞으로 모은 요이가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하현이는 죽어가면서도 나에게 죄책감 같은거 느끼지 말라고, 오히려 죽어가는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흘려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자기가 죽더라도 제가 자기를 기억해준다면 언제나 함께라고 말이에요."


  "……."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요이가 뒤돌아서 몽환술사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전 하현이에겐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갔어요. 만약 그 친구가 죽어가면서도 그런 말을 안해줬다면 전 죄책감에 엄청나게 시달렸을거에요…비록 그날 일기장에는 미친 것처럼 이상한 글만 잔뜩 적어버렸지만.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미안한 감정보단, 가슴 속에서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과 고마움과 감사를…느끼는 친구라고 해야할까요?"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죄책감은 못느낀다는 거군요."


  "이 눈물의 의미를 제가 설명해야할까요?"


  "……."



  몽환술사는 가만히 요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처음 안즈라는 그 개X…죄송합니다. 어쨌든 그 친구에 대해 얘기하면서 흘린 눈물과 지금의 눈물은…달라보이네요.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츠이시씨 당신에게 각자 다른 방향으로 아주 큰 인상을 남겼던 친구들이란 걸까…."



  뭔가 감이 잡힐듯 말듯한 애매함 속에서 몽환술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