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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48

레이븐울프 2018. 4. 16. 04:22

혼(魂) - 몽환의 협곡 - 48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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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의 파편들이 지나갈때마다 파편속 요이의 모습은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요이가 야영지에서 잠들어 있을때 안경을 쓰고 포니테일을 한 한 여중생이 그 옆에서 눈을 감고 있다가 슬쩍 한쪽 눈을 떠서 츠이시 요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핸드폰 전원을 키며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갔다.


  "켜져라…켜져라……빨리 빨리……."


  불안한듯 여기저기 둘러보며 핸드폰이 켜지길 초조하게 기다린 그녀는 드디어 핸드폰의 전원이 켜졌을때 기적적으로 송수신 단계가 아주 약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이쯤이면 통화가 될거 같았어. 경찰…경찰……."


  그녀가 식은 땀을 흘리며 경찰서로 전화를 하고 발신음이 가고 있을때, 뒤에서 아주 부드럽게 누군가 핸드폰을 든 손목을 움켜잡으며 동시에 귓가에 속삭였다.


  "뭐해?"

  "꺄악?!"


  안경을 쓴 소녀가 기겁을 하며 핸드폰을 떨어뜨리며 앞으로 몸을 숙였을때 그녀의 뒤에는 츠이시 요이가 미소 지으며 서있었다.


  "왜 그래? 무슨 잘못이라도 하고 있었어?"

  "아, 아니 요이…그러니까……그게……."


  하지만 요이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핸드폰을 전투화로 밟아서 부숴버렸고 그것을 본 소녀가 기겁을 하며 외쳤다.


  "도대체 왜그래!! 정말! 이젠 다 싫어! 목숨걸고 도망치는것도 너의 그 미친 행동들도 더 이상은 못참겠다고!!"

  "……어째서? 같이 가고 싶다고 한건 너였잖아."

  "진짜로 괴물같은게 튀어나올줄 누가 알았겠어…차라리 다시 학교에 다니는게 나아. 심지어 너의 그 변덕스러운 성격도 정말 신물이 난단 말이야!!"

  "……."


  요이는 인상을 찌푸린채 잠시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고 소녀는 요이에게 부탁했다.


  "요이, 나 진짜 어디가서 말안할게. 츠이시 가문이든 요괴든 내가 죽을때까지 비밀로 가져갈테니까…나 이제 집에 가게 허락해줘…응?"

  "사츠키."

  "으, 응?"

  "하지만 넌 이미 거짓말을 했는걸."

  "……."


  이를 딱딱거리며 덜덜 떠는 사츠키라는 소녀를 향해 자신의 손에서 시선을 조금씩 옮기는 요이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몰래 안도망가기로 약속…했잖아 우리?"

  "도, 도망가려던게 아니야…그냥 잠깐 집에 통화만 하려고……."

  "나한테 말해주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개인적인 거니까! 왜 내가 뭘하든 보고를 하고 네 허락을 받고 해야하는건데!! 그런건 친구가 아니야 너의 소유물이지!!"


  그리곤 무작정 나무들 사이로 달려나가는 사츠키를 보며 요이가 등뒤에서 조용히 말했다.


  "어딜가는거야?"


  그리곤 시야에서 없어져가는 친구를 등뒤를 바라보며 보우건을 꺼내든 츠이시 요이는 아무말없이 친구였었던 존재를 정조준했고 잠시후 날아간 단 한발의 화살이 기억의 파편들을 뚫으며 츠이시 요이에게 까지 날아왔고 엉망진창의 요이 옆을 스쳐 지나가 날아가 버렸다.

  요이가 고개를 숙인채 말했다.


  "그만해! 이런건 싫어!!"

  "도망가다 죽은 애는 죽고 싶어서 죽었을까."

  "하지만 어쩔수 없었어. 그대로 살려보낼수도 없었고 저 애보다도 전에 다른 친구는 나 몰래 도망치다가 요괴랑 마주쳐서 놀라는 바람에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찔려죽은 애도 있었어. 차라리 고통없이……."

  "그냥 네가 도와줘도 됐잖아. 요즘 세상에 X발 요괴같은 말을 믿는 사람이 어딨냐? 나도 내눈으로 보기전까진 네가 거짓말 하는줄 알았단 말이야."

  "보통 사람들은 안믿을 수도 있겠지…하지만 우리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의 정보로 들어가게 되면 어떤 의미에서든지 안좋아질 수 있어. 혹은 그런식으로 도망쳐나온 면역자들끼리 힘을 합쳐서 위협적인 무언가가 될수도 있는거고. 아니, 이미 존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살인이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 될수있다고 생각해?"

  "생존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어쩔수없을때가 있겠지……."

  "별로 그렇겐 안보이던데~"


  그뒤로도 수많은 파편들이 오가며 여러 친구들의 죽음들이 스쳐지나갔다. 친구 자신의 실수로 불타죽거나 요괴에게 죽는것에서부터 요이의 실수로 온갖 죽음을 맞이하던 친구들이 지나가던중 나타난 장소는 폐쇄된 교회 주변의 꽃밭.

  자신이 요괴에게 잡히도록 한 요이에게 욕을 하는 단발의 여학생과 그 여학생을 직접 죽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때 요이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말했다.


  "어째서 하현이와의 기억은 안보여주는거야?"

  "네게 고통을 주려는데 좋은 기억 같은거 보여줄거 같니?"

  "보여줄거면 모든 면을 보여줘! 한곳만…나의 어두운 모습만 들추지 말란 말이야!!"

  "너도 알겠지만 이제 거의 다 끝났어. 마지막이 남았다구."

  "뭐……?"


  당황한 요이의 눈앞엔 매몰의 숲에서 고양이의 능력을 사용중인 나마루 켄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안돼…그만해!!"


  요이가 비명을 질러가는 가운데 기억 속에서 쓰러져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요이를 온몸으로 지키며 수많은 화살이 내리꽂힌 나마루 켄지가 있었다. 요이가 눈을 감은채 비명지르듯이 외쳤다.


  "켄지는 아직 살아있어!! 어째서 왜 보여주는거야! 내가 아직 지키고 있단 말이야!!"

  "그래? 내가 보기엔 죽은거 같은데."

  "……."

  "너와 결혼을 약속하고 널 진정으로 사랑하던 남자는 죽었어. 저 자리에서 저때 널 지키기 위해서 말이지. 지금 남아있는 녀석은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널 의심하고 널 경계하고 평온한 일상을 원하는 사람일 뿐이지. 그리고 넌 그런 애의 일상에 너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들어왔어. 그녀석과 그 주변 사람들이 입을 피해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지."

  "그만해!"

  "앞으로 저 남자에게 어떤 불행이 닥쳐올지 너도 알텐데?"

  "그만해!!"

  "잘알잖아. 너와 엮여서 행복해지는 사람들 따위 없다는걸."

  "시끄러워!! 닥쳐!! 도대체 원하는게 뭐야!!"


  요이는 비록 파열된 눈에 찢겨진 손이었지만 오른손을 움켜쥔채 진심으로 화를 내는 요이를 보며 안즈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츠이시 요이. 너에게 난 좋은 제안을 하려는거야."

  "어떤거야?"


  그말에 안즈는 처음으로 온화한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우리와 함께. 여기에 있자."


  주변의 배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억의 파편들과 어두운 공간들은 사라져버리고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교실. 그 교실의 앞에 츠이시 요이가 서있었고 책상과 의자에는 이때동안 죽었던 친구이 앉아있었다.

  멍하니 교복을 입고 서있던 요이는 비난을 받을까봐 움찔했지만 친구들은 모두 밝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오며 인사를 했다.


  "요이~!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요쨩!! 그간 많이 자랐네. 난 아직 중학생 모습인데."

  "츠이시, 어서 그동안의 경험담을 얘기해줘."

  "기지배, 점점 예뻐지네. 이리와봐 내가 화장해주면 더 이뻐질거야."

  "요이쨩~ 카.와.이~!"


  자신의 품에 안기고 손을 마주잡는 친구들의 사이에서 비난을 우려해던 요이는 정신이 멍해졌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안즈가 말했다.


  "이때동안 네가 지나온 것들을 봐. 꼭 혼을 먹으며 성장하는거 같지 않아? 이젠 더 이상 안그래도 되는거야. 여기서 함께라면."

  "함께……하지만 난……켄지에게……."

  "그녀석이라면 이제 오는거 같은데."


  천천히 교실의 뒷문이 열리며 나마루 켄지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고 주변의 여러 여자친구들이 부러움에 찬 야유와 환호를 보내며 말했다.


  "어머, 남자애네?"

  "뭐야 그동안 남자까지 만든거야?"

  "대단한걸. 부러워."

  "흥, 그래도 내 전 남친보단 별로네."

  "키스해버렷!"

  "여긴 여자 밖에 없었는데! 우리, 같이 사귀면 안돼? 응? 부탁이야 요이~"


  하지만 요이에겐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켄지에게 한걸음씩 걸어가서 그의 손을 맞잡고 물어보았다.


  "켄지, 너에게 난 누구야?"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켄지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에게 넌 약혼녀이자 사랑하는 여자…잖아. 내가 말하고 내가 오글거리네. 아하하…새삼스럽게 그런걸 왜 물어봐."

  "……."


  말없이 두줄기의 눈물을 흘리는 요이를 보며 안즈가 그 옆으로 걸어와서 속삭였다.


  "꿈속이라고 할지라도 원하는 모든게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영원히 갇혀있고 싶지않아?"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