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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50

레이븐울프 2018. 5. 14. 17:24

혼(魂) - 몽환의 협곡 - 50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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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빨리 움직인것 까지는 좋았지만 켄지네 집의 대문이 잠궈져 있었기에 미정이 당황한채 담벼락을 쳐다보고 있을 무렵 몽환술사는 반쯤 공중에 뜬채 협곡 속 전통 일본식 요새의 성벽과 건물의 벽들을 뚫으며 츠이시 요이의 내면 속 정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새벽에 요이가 드디어 코우사카 안즈를 자각몽 속에서 나타나게 만들었기에 몽환술사는 별다른 방해없이 무난하게 정수에 가깝게 접근 할 수 있었고 안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각종 표지들을 설치할 수 있었다. 요이의 친구들이 죽어가는 과정들이 한번씩 그녀를 괴롭힐때야말로 몽환술사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평정심이 깨어졌을때 더 잘표현되기 나름, 더욱이 안즈라는 방해물도 없었기에 그때를 놓치지 않고 몽환술사는 정수를 향해 파고 들었었다. 다만 정수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정신력에 조금 한계를 느꼈기에 무리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왔을 뿐이었다. 원래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려고 했지만 켄지의 집요함에 의해 다시는 츠이시 요이의 내면에 들어올 기회가 없었기에, 그녀는 술식진과 자신의 모든 힘을 이용해 이 일을 처리하고자 했다.

  자신이 조금씩 남겨놓은 노랗게 반짝이는 표지들을 쫓아 빠르게 정수를 향해 가던 그녀는 어느순간 더 이상 표지들이 존재하지않는 검은 공간에 도착했다.


  "뭐지?"


  잠시 허공에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빛을 만들려고 하는 그녀를 향해 소음기를 낀 사격음이 울렸고, 머리에 정확하게 피격 당한 몽환술사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X발…뭐야 도대체!"


  머리에 총알 구멍이 나고 뒷통수의 일정부분이 날아가버렸음에도 몽환의 협곡 밖으로 날아가지 않은 몽환술사가 소리치자 갑자기 주변이 환하게 밝아져버렸다.


  "윽…."


  피격된 부분을 수복하며 앞을 바라보는 몽환술사의 시야에는 콘크리트로 된 건물벽들과 드럼통, 비어있는 탄상자, 표지판 등으로 구성된 유격 훈련장과 같은 곳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총알자국이 남겨져있고 조금 부서진 건물벽 한쪽에 한 여군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아무래도 쉽게 안죽을거 같으니까 내 소개를 조금 해줄게."


  이마가 보이는 검은 생머리에 오른쪽 뺨에 커다란 흉터가 있으며 상체에는 방탄복과 탄입대를 착용하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한국군 사양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왼쪽 어깨에는 대검이 결속되어 있었으며 등뒤로는 한국군의 소음기관단총을 둘러매고 있었는데 상체에만 권총집이 4개씩이나 가슴옆과 허리춤에 있었다. 또한 오른쪽 허벅지를 빙 둘러서 권총 탄창들이 띠형식으로 묶여있었고 왼쪽 허벅지에는 다른 권총집을 착용하고 있었다.

  오픈핑거 글러브를 착용한 그녀가 당황한채 바닥에 엎어져 앉아있는 몽환술사에게 말을 이었다.


  "나로 말하자면 이 구역을 지키고 있는 군필 여중생이야. 엄청나게 힘든 각종 훈련들을 이수했고 특히 CQB(Close Quater Battle) 하나는 최고존엄한테 배워서 존엄 비슷해."

  "박하현…."

  "어라? 날 아는거야? 이런…괜히 설명했네."

  "널 알뿐만 아니라. 전에 만난적도 있잖아."

  "글쎄? 난 처음보는데."

  "……날 밀어서 죽인적이 있다. 죽여놓고 알지도 못한다니."

  "그런건 모르겠고, 어쨌든 날 안다면 굳이 안싸워도 알겠지? 돌아가."

  "그럴순 없다."


  몽환술사가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노려보자 하현이 씩하고 웃으며 다시 한번 말했다.


  "마지막 기회야."

  "난 반드……."


  쾅-!


  몽환술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클레이모어(Claymore)가 격발되었고 온몸이 산산조각난 몽환술사가 현실에서 깨어났다.


  "이런 미친 X발!! XX같은!! 죽일 썅X!!"


  욕을 내뱉으며 깊은 빡침을 표현한 몽환술사가 다시 몽환의 협곡으로 들어가 표지들을 따라가자, 다시 한번 유격 훈련장이 나왔다.


  "야이 개같은 X아!! 사람 말도 안끝났는데 X발!!"


  몽환술사가 얼른 건물 벽 옆에 숨으며 외쳤고 유격 훈련장 중간마다 세워진 기둥 위의 스피커에서 하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빵 필승.』

  "XX년아!!"

  『아니 그러니까 기회 줬잖아.』

  "나도 어쩔수가 없다고! 그리고 니가 왜 날 막는건데!!"

  『너 요이 괴롭히려고 하는거잖아.』

  "무슨 소리야!! 난 츠이시씨를 구하려고 하는거야!"

  "거짓말."


  하현의 대답이 스피커 대신 바로 등뒤에서 들리는 순간 몽환술사가 고개를 돌리려고 할때 기관단총의 난사음과 함께 몽환술사의 온몸에 총알들이 내리 꽂히기 시작했고 당황한 표정으로 엎어진 몽환술사에게 하현이 재빨리 뛰어가서 왼쪽 허벅지의 권총집에서 권총을 꺼내 머리에다가 탄환을 8발 박아넣었다. 더 정확히는 몽환술사가 현실로 튕겨져 나갈때까지 내리 갈기던 중이었다.

  다시 한번 현실로 돌아온 몽환술사가 다시 유격장에 나타났을땐 자신이 자위대 특수부대에 있었을 시절의 전투복에 육상자위대 주력 개인화기를 휴대한 상태였고 그것을 본 하현이 스피커로 말했다.


  『이야~ 자위대 출신이었어?』

  "말그대로 '특수'부대 출신이다. 날 가지고논 대가는 확실히 치르게 해주지."

  『이거 나라 자존심이 걸렸는걸? 군대도 아닌 놈들한테 질순없거든.』


  확실히 전투복으로 모습을 바꾼 뒤의 몽환술사는 건물과 건물사이에서 확실하게 은엄폐를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자신의 위치를 알릴 말소리 조차 더 이상 내지 않았다.

  하지만 몽환술사가 모르는게 있었다면, 유격장 곳곳에 설치된 방탄, 방폭 장갑으로 강화되고 위장된 CCTV로 인해 이미 위치가 간파 됐다는 사실.

  몽환술사가 한 건물안에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그 건물의 옥상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몽환술사는 재빨리 창문과 주변을 경계하는 한편 반대편 문으로 나가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대고 열려고 하다가 잠시 멈칫했다.

  박하현은 처음부터 진지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의도적으로 발소리를 낸다는건 뭔가 이상했다.

  몽환술사는 잡았던 문고리에서 손을 놓았고, 과연 문의 반대편에는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현은 기대했던 폭발음이 안들리자 실망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있던 기폭 스위치를 눌렀고 그 순간 문 반대편의 부비트랩이 폭발하며 온갖 파편들이 튀어나온 가운데 몽환술사가 다급히 들어왔던 입구쪽으로 구르며 나왔지만 이미 옥상에서 하현이 기관단총으로 예상 탈출구를 정조준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뒤로 몽환술사가 대검에 목이 베이고 양손 권총 아킴보에 머리가 벌집이 되고 각종 함정들에 시달리는 동안 미정이는 겨우 켄지네 집 담장을 넘었고 2층으로 빠르게 올라가 현관문을 열려고 했다.


  철컹-


  "또?!"


  하지만 2층 현관은 켄지가 잠궈둔 상태였기에 미정이 기겁하는 동안 하현에게 당해서 아주 잠시 현실에 와있었던 몽환술사는 현관에 누가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시간이 없어."


  더욱 급해진 마음으로 다시 협곡으로 들어간 그녀는 유격장 입구에서 바닥에 총기를 내려놓고 양손을 머리높이까지 든 상태로 말했다.


  "대화를 좀 해보자."


  그 말에 스피커로 답이 들려왔다.


  『무슨 대화?』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건데, 내가 하려는 일은 츠이시 요이씨를 구하는 행동이야."

  『그 말 내가 믿을거 같아?』

  "진짜다. 난 츠이시씨와 운명 공동체야. 그녀가 죽으면 나도 죽고 그녀가 살면 나도 살아. 특히 그녀가 매우 정상적으로 살아있어야 내 생존율이 올라간다."

  『어째서?』

  "내 윗사람이 내린 지시다. 내가 이 임무를 끝내지 못하면 난 내가 제정신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고, 정부부서가 내릴 가장 안전한 방법은 날 제거하는거야."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느껴지진 않았고 실제로 거짓말도 아니었기에 하현은 완전히 엄폐한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총기를 정조준한 상태에서 말했다.


  "근데 니가 죽든 말든 나랑 요이랑은 상관이 없잖아?"

  "이 골빈 X아. 츠이시씨를 이대로 두면 살수있을거 같아? 천천히 죽어가도록 가만히 두는 것보단 무리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것에 최선을 다하는거다."

  "근데 뭐가 급해져서 갑자기 대화를 시도하는거야? 무력으로 제압이 안되니까 그러는거?"


  몽환술사가 유격장의 지형을 파악하고 술식의 힘을 조금 더 썼다면 나중엔 제법 동등한 싸움이 될수도 있었겠지만 몽환술사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몽환술사가 무덤덤하게 답했다.


  "내가 새벽에 다녀갈때만 해도 이런 장소도, 저항도 없었어. 넌 방어자의 입장에서 완벽한 진지를 구축하고 날 기다리고 있잖아. 그런거 돌파하기 힘들다고."

  "어, 맞아. 네가 필요이상으로 깊이 들어오는걸 보고 있었지. 그래서 널 맞이할 준비를 좀 하고 있었달까 그런거야."

  "그러니까, 날 츠이시 요이씨의 정수로 데려가줘. 네가 뒤에서 지켜보다가 허튼짓하면 죽여버려도 된다."


  그말에 하현은 조금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건 요이에게 물어봐야겠는걸."

  "지금 정말로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텐데, 꼭 그래야겠어?"

  "당연하지, 중요한 일이니까. 내 사랑 요이를 지키는 일인데 신중해야하지 않겠어?"

  "내 사랑…? 둘이 무슨 관계였어?"


  몽환술사가 뭔가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하현이 알거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네가 알거없고. 뒤돌아서 무릎꿇고 엎드려, 일단 널 포박해야겠어. 그리고 요이에게 다녀오도록하지."

  "난 그럴 시간 없어."

  "시끄러. 바쁜건 너지 우리가 아니야."


  그렇게 총기를 조준한채 천천히 하현이 다가오는 동안 현실의 미정은 2층 현관을 어떻게든 돌파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씨…진짜 바쁜데 계속 막히네."


  돌입장비 같은건 없는 단검 한자루로 철제 현관을 부수긴 무리가 있었기에 미정은 별수없이 1층 창문중에 하나를 깨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공구함이 있을법한 장소들을 뒤집어 엎기 시작했을때 나마루 켄지는 자신의 방에서 여전히 환영에 갇혀 있었고 츠이시 요이는 모든 친구들이 살아있는,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행복한 꿈속에서 깨어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었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