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몽환의 협곡 - 51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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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그르르르."
총알이 관통된 자신의 피투성이 목을 양손으로 감싸쥔 박하현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양손을 뒤로한채 엎드려 있었던 몽환술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역시 학생이라 그런지 순진하네."
"……."
고통스러워하는 하현을 내려다보며 몽환술사가 말했다.
"꼭 총같이 생겨야 총알이 발사되는건 아니지. 여기선 뒷통수에 총구가 생길수도 있고 허공에서 총알이 생겨날 수도 있는거야. 뭐, 이미 죽은 년한테 말해봤자겠지만. 약은 놈이 살아남는다."
아무말 못한채 점점 눈빛이 탁해져가는 하현을 놔두고 몽환술사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지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한쪽 다리와 발목이 떨어져나간 몽환술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지자 하현이 몸을 일으켜서 목에 구멍이 난채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아하하하!! 와, 너무 웃겼어. 다시 말해볼래? '약은 놈이 살아남는다.' 하하하하!"
"이 빌어먹을 년이……."
"뭐랄까 '약한 놈은 죽어도 약은 놈은 살아남는다.' 이거 나 살아있을때 들어봤긴해. 물론 간지나게 말해봤자 지뢰밟고 날아가신 몸이지만~"
"도대체 설치 안해준게 뭐야?"
"방어의 기본은 지뢰 아니니? 특수부대 출신 맞아?"
하현이 몸에 묻은 먼지는 대충 털어내고 몸을 일으켰고 몽환술사도 떨어져나간 다리와 발목을 수복시키며 몸을 휘청이며 일으켰다. 몽환술사가 성가시다는듯이 말했다.
"어느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긴 내 홈 그라운드야. 요이의 내면 속이지. 내가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진 않아."
"넌 도대체 뭐냐. 그 독한년이 츠이시씨의 죄책감이었다면 넌?!"
"알면서 왜 물어? 박하현."
"이상한 대답하지말고. 내가 사람 머릿속에 들어간게 한두번이 아니야. 근데 넌 그냥 박하현이라는 사람 그 자체 같잖아."
그 물음에 하현은 이젠 다시 깔끔해진 목으로 대답했다.
"너, 여기까지 오고 들락거리는거 보면 보통 사람은 아닐거 같은데. 잘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아쉽게도 그럴 시간까지는 없어보여서."
"계속 말하는거지만 바쁜건 너야. 내가 거기 템포 맞춰줄 이유 없다고."
"난 반드시 츠이시씨의 정수까지 가야해."
"그럼 나와 여기서 영원한 전쟁을 해보던가. 내가 훨씬 유리할걸? 넌 현실에 몸이 있으니까 가서 밥도 먹어줘야 하지만 난 여기서 죽치고 있다가 너 올때마다 상대 해주면 되거든. 오히려 안심심해서 더 좋아."
"나보고 포기하라는 건가."
몽환술사가 나지막하게 말하자 하현이 맞췄다는 듯이 답했다.
"물론이지. 그런 권유가 아니었음 진작에 네 머리에 탄두를 여러개 박아넣고 직접 퇴장시켜줬을 거니까 말이지."
"내가 현실로 돌아가서 츠이시 요이씨를 죽인다면?"
"네 입으로 말했잖아. 요이랑 운명 공동체라고. 뭐, 혹시 거짓말이었다면 별수없겠지만 니가 요이를 죽이는게 목적이었다면 진작에 했겠지."
"……."
말이 없는 몽환술사에게 기관단총을 치켜들고 조준한 하현이 다시 말했다.
"이미 날 한번 속여먹은거 알지? 네가 포기하거나 영원히 싸우거나 둘중 하나야."
"……너 츠이시씨의 허락은 받으면 된다고 했지?"
"뭐, 그렇다고 봐야지. 근데 요이가 허락해줄까?"
"츠이시 요이씨를 원한다면 심사숙고 하도록해. 이곳의 진짜 주인은 네가 아니잖아."
"쳇…별수없나."
하현은 전투복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무음상태로 반짝거리고 있는 핸드폰 하나를 꺼내서 몽환술사에게 던졌다.
"……."
그리고 그것을 한손으로 잡은 몽환술사가 발신자를 보니 그곳엔 코우사카 안즈라는 이름이 적혀있었고 하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실은 전투중에 이미 네게 코우사카가 접근하려고 했어. 내가 먼저 가로챘지만."
"……."
말없이 하현을 슬쩍 본 몽환술사가 전화를 받았다.
"받았다."
『여어~ 고생 좀 하고 있나?』
"하긴 했지."
『이봐, 내가 좋은 제안을 하고 싶은데. 거기선 승산이 없으니까 박하현 데리고 네 정신속으로 가서 싸우라고. 거기서 없애버리면 좋잖아.』
"…어째서 날 돕는거지."
『널 돕는건 아니야. 난 요이를 계속 여기에 두고 싶을 뿐이야. 나같이 죽어간 친구들과 함께 계속 말이지.』
"그럼 거기에 있는 츠이시 요이씨한테 한마디 물어봐줄래?"
『어떤 거?』
몽환술사에게서 몇마디 말을 들은 안즈는 복도에서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교실 안으로 들어가서 친구들과 잡담을 하며 웃고있는 요이에게 다가갔다.
"츠이시, 몽환술사 녀석이 네 정수에 가도 되냐고 묻는데."
"어라? 몽환술사씨가?"
얼굴에 행복함과 미소가 가득한 요이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응! 물론이지. 그분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이게 다 몽환술사씨 덕분인걸! 난 지금 최고로 행복해."
"알겠어. 그렇게 전할게."
전혀 경계심도 없이 흔쾌히 승낙한 요이의 말을 안즈가 몽환술사에게 전했고, 그것을 핸드폰 너머로 전해들은 그녀가 씨익하고 웃으며 박하현에게 말했다.
"이봐. 너도 느꼈지? 허락 받았어."
"…진짜야?"
"그래, 진짜야. 이런걸로 거짓말할거 같아?"
"속여서 목에 총알 박아넣었는데 거짓말은 왜 못해?"
"……."
잠시 머리를 긁적인 몽환술사가 핸드폰을 슬쩍 던져주었고 그것을 낚아챈 하현이 말했다.
"정말이야? 요이가 허락한거 맞지?"
『그래.』
"요이 좀 바꿔줘. 직접 대화해보고 싶어."
『그건 안되겠는데.』
"어째서?"
『여긴 츠이시 요이에게 억울함을 가진 아이들의 모임이거든. 그러니까 넌 안돼. 어디서 증오심이라도 키우면 끼워줄게.』
"……요이를 괴롭히려고 한 거짓말은 아닌거겠지."
『요이가 진짜로 죽으면 우리 모두 다 끝장이잖아. 내가 왜 그러겠어? 내가 말한 계획대로 하자고, 문제없을거야. 메세지 보낼테니까 나중에 확인해봐.』
"알겠어."
전화를 끊은 하현이 기관단총을 거두었고 몽환술사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럼 정수까지 안내를 좀 해주실까?"
"각오는 하고 왔겠지?"
"무슨 각오?"
그말에 박하현은 꼭 시체와 같은 공허한 얼굴로 슬쩍 미소를 지어보인 뒤에 앞장서며 말했다.
"따라와."
"진작에 이럴것이지."
"아, 거긴 발 조심……."
쾅-!
지뢰를 밟은 몽환술사가 다시 한번 널부러졌을때쯤 켄지네 집 1층을 뒤지던 미정은 난장판이 된 1층보다 아래의 지하실에 쌓여있는 요이의 야영장비과 퇴마용품들을 보다가 밧줄에 연결된 갈고리를 발견하고는 손에 들었다.
"……."
잠시 생각해보았는데, 슬렛지 해머라도 쓰지 않고서야 철제 문을 빨리 여는건 힘들것이었고 어쨌든 현관을 돌파 한다는건 몇번의 엄청난 소음을 동반하는 일이었다. 그 대안이라면 2층 유리를 깨고 갈고리를 던져서 로프를 타고 2층 창문을 통해 들어가는것. 소음은 날것이지만 그래도 이미 1층 집안으로 들어올때 깨기도 했고 한번의 큰 소음이면 괜찮은 정도니 운이 좋다면 경찰에 신고가 가거나 몽환술사가 도망치기 전에 제압하기 충분할 수도 있었다.
"아, 이게 더 좋겠네."
하지만 더 좋은 생각이 난 미정은 밧줄과 갈고리를 가지고 일어나 뒤돌아서 한발자국을 떼는 순간 2층 현관 앞에 도착했고 갈고리를 빙빙 돌리더니 옥상까지 던져올렸다. 갈고리가 옥상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고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나더니 단단한 곳에 걸리는 것을 느낀 미정은 양손으로 밧줄을 강하게 붙잡은채 고정된 갈고리 부분을 축으로 삼아 2층 건물 벽을 발로 차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아아?"
하지만 갈고리와 미정이 사이의 밧줄이 지붕 모서리 부분에 걸리며 그 반동으로 미정은 다시 원래 위치로 튕겨져 오고 말았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별수없나."
계획을 옥상에서 레펠링으로 창문돌입하는 것으로 바꾼 미정이 옥상으로 움직이려고 할때였다.
『미정아 거기 별일없니?』
"…?!"
갑작스런 김 담당관의 통신에 미정은 옥상으로 뛰어올라가며 답했다.
"와나 진짜! 이제야 살아나셨네."
『왜, 왜 무슨 일 있어?』
"엄청난 일이 있습니다. 아주 아주아주 아-주 엄청난 일이요!! 지금 완전 초비상 사태라서 통신도 안되고 제가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괜찮죠?"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지금 요이 언니가 몽환술사에 의해서 발작을 일으켰고 나마루 오빠는…아마 환각에 걸린거 같아요."
『정말이니?! 위험하지 않겠어? 네가 환각에 걸릴 수도 있잖아.』
"그렇다고 눈 뜨고 구경만 해서야 무슨 협력관계에요."
『일단 대기해.』
"네?"
걸려있는 갈고리를 빼내던 미정이 순간 당황해서 말했을때 김 담당관이 말했다.
『신중하게 움직여야해. 여기서 네가 개입하는 순간,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생길 수 있어.』
"…지금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걸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해. 네가 갑자기 돌입한다고 해서 몽환술사를 어떻게 깨울것인지, 어떻게 처리 해야할지 무모하게 해선 안된단 말이야. 몽환술사는 일본정부측 사람이야. 그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면 우리가 한 행동들은 모두 일본정부에 보고된다고 봐야해.』
"……젠장."
미정이 주먹을 강하게 움켜 쥐었다가 자신의 손에들린 갈고리를 바라보았고 숨을 길게 내뱉더니 말했다.
"좋아요. 명령이니까 일단 대기할게요. 대신 철수든 돌입이든 관찰을 계속하든 빨리 지시를 내려주세요."
그리고 미정은 갈고리를 옥상에서 요이의 방 창문쪽 방향에 걸어두고 언제든지 레펠링할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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