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F
Last Mission Figure
MISSION 1.
어설픈 만남.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것이다. 난 바로 시선을 피하고 정면을 보고 있었지만, 살짝 옆으로 그 여군을 살폈다. 생각보다는 예쁜 여자였다.
-본문 中 -
Piece2. 폭발 그리고 동행.
막 탑승실 입구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난 들고 있기도 힘든 권총을 허리춤에 재빨리 찔러 넣고는 제대로 뛰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나보다 더 빨리 뛰잖아?”
뒤의 소리는 모두 무시하고 권총을 든 채로 뛰던 그녀가 황당하다는 듯 말하기에 나는 재빨리 대답해줬다.
“센터에 이상한 게 날아 들어왔어! 아마도 폭탄…….”
그때 난 깜짝 놀랐다. 그녀가 약간 불쾌한 얼굴을 하고는 탑승실의 문을 닫으려고 다시 뒤로 뛰어가는 것 이었다! 난 뒤 돌아봤다. 그녀는 문을 닫으려고 하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중앙센터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곤 갑작스럽게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을 날렵하게 3발정도 사격했다. 그리고 그녀가 쏜 듯 한 총소리를 뒤로하고 곧 문은 닫혔다. 중앙센터 쪽에서는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며 비명소리와 함께 정말 전쟁터 중간에 떨어져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총소리가 심하게 들려왔다.
“뭐해, 바보야! 빨리 뛰어!”
어느새 나타난 그녀가 나를 잡아 이끌자 나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다. 문을 닫으로 가놓고는 왜 총을 쐈는지도 모르겠고……. ‘그러고 보면 우리가 무슨 소형셔틀을 타야할지도 못 들었는데….’ 하며 내가 앞을 제대로 보는 순간.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아이드와 함께 소형셔틀이 발사대에서 대기 중이었다! 난 영문도 모르고 일단 그 안에 뛰어들었다. 아이드는 나와 그녀가 타는 순간 바로 문을 닫고 외쳤다.
“당장 출발해 주세요!”
아직 자리에도 못 앉았는데 출발이라니? 하며 투명 창으로 밖을 보았다. 그녀가 닫았던 문이 충격과 함께 터지며 연기 속에서 수많은 총알들이 날아오는 것이다! 난 당장 머리를 숙였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건 나도 모르지만 여기는 안전한 것 같지가 않아!”
아이드의 대답과 함께 우리가 탄 소형셔틀은 발진했다. 가면서 언뜻 본거지만. 거의 모든 소형셔틀은 물론 다른 것들도 대부분이 파괴되어 있었다는 걸….
우리들이 탄 소형셔틀은 다행히도 아직 닫히지 않은 도어를 지나쳐 높이 하늘로 치솟았다. 밑을 볼 수는 없었다. 지금은 엄청난 중력을 거스르고 있는 중이라서 말이다. 그래도 똑똑히 들었다. 무언가 폭발하는 거대한 소리를……. 그건 아마도… 아니, 이 정도 폭발음에 이 높이에서도 들릴 정도라면 제국우주센터가 통째로 날아가는 소리일거라 추측하며 일단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잠시 후]
우주다…. 우리는 지구를 빠져나와 우주로 나왔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조종실에서 누군가 나왔다. 난 살짝 놀라고 말았다. 다름 아닌 그 안내원 -소심한 안내원양- 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게…. 저는 발진만 할 줄 알거든요…….”
수줍어하며 웃은 그녀가 내 옆에 와서 말했다.
“여기서 부터는 그민… 그민… 아! 그민트슨 상병님께서 조종을 해주세요.”
“그냥 버트라고 불러주세요.”
나는 황당했지만 아이드의 얼굴을 한번 슬쩍 보고는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조종실로 걸어갔다. 분명 아이드가 말했겠지. 내가 우주선을 조종할 줄 안다는 것을…. 사실, 나는 옛날부터 비행기나 우주선 따위에 관심이 많아서 조금 조종할 줄은 안다. 그래도 ‘난 전문 조종사가 아니라고!’ 하며 마음속으로 외치며 이미 정해져있는 좌표에 따라 자동조종 되고 있는 조종실에 앉았고 좌표도 확인하고 여러 가지를 확인해보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건 모르지만 일단 확인을 끝낸 나는 다시 뒤로 와서 방금 전부터 잔뜩 의심하는 눈초리로 짐을 확인하는 그 여군과 불안해하면서 앉아있는 안내원과 기진맥진한 아이드가 앉아있는 곳에 가서 나도 앉았다. 그리고 얘기를 꺼냈다.
“이게 무슨 일인데?”
“나도 잘 모르겠어! 아니 황당하다! 난 그냥 슬쩍 자리를 피해서 부품이나 찾아볼까 하고 갔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헌병들이 ‘저놈이야! 잡아!’ 하면서 나를 잡는 게 아니겠냐? 다행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이상한 녀석들이 총 쏘면서 난리치고 있을 때 레안이 내 옆에 있던 헌병 둘을 한순간에 제압하고는 안내원 1명과 함께 탑승실로 가서 당장 소형셔틀을 대기 시켜두라면서 그 얼빵한 동료하고 대화는 끝났으니 빨리 가라는 거야!”
“뭐? 얼빵?”
내가 언짢은 표정으로 그 ‘레안’이라고 하는 여자를 돌아보자 그녀가 대꾸했다.
“그땐, 네 이름도 몰랐거든. 미안하다. 그래도 얼빵한 건 사실이잖아? 안 그래?”
난 할 말을 잃었다. 어이없어서…. 어찌됐든 간에 이참에 서로 자기소개나 하자고 하는 안내원을 따라서 먼저 레안이 말했다.
“난 레안. WE소속 군인이야~ 당연히 LR에 가려고 이 셔틀에 탔고.”
“난 아이드. WE소속 하사관이야. 어쩌다보니 여기에 탔네. 목적지는 당연히 LR이지.”
“난 버트. WE소속 사병이지….”
그때 풋 하고 웃는 레안을 보고는 난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그만 좀 웃어. 그래도 상병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레안은 아주 웃음을 못 참겠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나는 단념하고 안내원에게 차례를 넘겼다.
“저, 저는… 논이라고 해요…….”
논? 생각보다 듣기 힘든 이름이다. 그건 그렇고 한번 쭉 보니 모두들 지친 표정이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로 피곤했지만…….
“아, 피곤해. 버트, 도착하려면 얼마나 남았지?”
“글쎄, 이 정도 속도면 4시간 쯤 후면 도착할…….”
“더 빨리는 못가?”
아이드와의 대화에 갑자기 끼어드는 레안에게 말했다.
“이미 좌표도 정상이고 잘만하면 제 시간 안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걱정 마.”
“난 너한테 걱정해달라고 한적 없~어!”
하며 획 돌아서더니…….
“나하고 논은 잠시 눈 좀 붙여야겠어. 그 동안 허튼짓 하지 마.”
하며 셔틀의 뒷부분에 있는 침대에 가서 눕는 게 아닌가?
“저, 저도 가 볼게요.”
하고는 논이라는 안내원도 갔다. 난 멍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지켜보다가 투덜거리는 아이드를 진정시키며 좌석에 앉았다.
“참아, 아이드…. 뭐, 우리가 이해해줘야지 안 그래?”
“그래. 참아야지…. 저 분들이 없었으면 우리… 아니, 난 여기 못 있었을 지도 모를 거야. 안에서 같이 폭발했겠지 뭐…….”
“폭발하니까 생각나는 건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
“모르겠다. 일단 자고나서 나중에 얘기하자. 나도 많이 황당하니까……. 제발 악몽을 안 꾸기를…….”
하며 하품을 한 그는 벽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난 별 수 없이 조종실로 갔고,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도대체 뭘까? 서로 쫓아가며 나타난 총잡이들. 그리고 나를 밀치고 들어가더니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이상한 총을 갈겼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그래도 남자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총소리……. 그리고 보니 그전에 있었던 그 총소리는 뭐지? 권총도 아니고 기관총도 아닌데…….뭔가 좀 독특했었어. 으음……. 그건 넘어가고, 그래 그러고 보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던 폭탄. 그거 폭탄이 맞긴 한가…….’
난 피곤한 눈을 닫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약 1시간 후]
뒤에가 약간 시끄럽다고 느끼고 난 일어났다. 뒤를 슬쩍 봤지만, 어차피 조종실로 들어오는 문은 닫혀있기 때문에 뒤가 무슨 상황인지는 모른다. 아직 3시간 정도 남았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자려는데 갑자기 누가 조종실로 들어왔다. 누군지 확인할 생각은 별로 없어서 그냥 눈감은 채로 가만히 있다가 문득 옆을 돌아봤다. 나는 깜짝 -오늘은 참 많이 놀라는 거 같다- 놀랐다. 레안이 옆에서 상체만 숙인채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것 이었다.
“조종사라는 녀석이 잠이나 자고 있네.”
“깜짝 놀랐잖아! 갑자기 나오면 어떡하냐!”
“잠자지 말고 조종이나 똑바로 하세요~”
“이건 자동조종중이란 말이야.”
“어쨌든, 잘하라고.”
그리고 막 나갈려는 그녀에게 갑자기 떠오른 의문을 물었다.
“아, 레안. 물어볼게 있어.”
“뭔데?”
“그… 폭탄이 중앙 쪽으로 날아들어 왔을 때 말인데……. 왜 총을 쐈어?”
“그걸 너에게 왜 말해야하지?”
하며 그냥 나가버렸다. 난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왠지 그런 소리 들으니까 조종하기가 더 싫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조종석에 몸을 기대고 불편하기는 하지만 점점 잠에 빠져드는 것이 느껴지며 막 잠들려고 할 때 또 뒤에서 조종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격이 어떻든지 누구나 잠자려는 걸 방해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눈감은 상태에서 말했다.
“자동조종이니까 잠 좀 잔다고 했잖아. 왜 또 들어왔어?”
잠시 조용한 정적이 감돌았다. 내 생각이지만 레안의 성격을 보자면 절대로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인물이 아니었기에 갑작스럽게 후회감이 들며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잠시 당황해서 그대로 멈췄다. 논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닥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소심한 안내원에게 화를 낸 것이 미안해졌다. 물론 알고 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미 오해를 할 때로 한 상태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죄, 죄송해요…….”
“아, 아니 논 안내원이셨어요? 저는 딴 사람인 줄 알고…….”
“그럼 제가 딴 사람이었다면 화내도 되는 거였나요?”
“그,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뭐 하려고 오셨죠?”
미안해진 나는 제대로 앉으며 자동 조종되고 있는 조종간을 붙들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혹시 마음 상했으면 어떡하지? 고의가 아니었는데…….’ 일단 뭐하려고 왔는지를 묻고 자리에 앉아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째 10초가 지난 지금도 대답을 안 하고 있기래 오른쪽으로 빠르게 시선을 돌려 뒤를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문 닫히는 소리도 안 났는데 어떻게 된 거지?’ 하며 주위를 돌아보며 왼쪽을 봤을 때 나는 깜짝 놀랄 뻔 했다.
아니 놀라다보다는 당황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지만….
호기심 가득하고 약간 피곤한 듯 한 눈을 한 채로 논이 나를 바로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일이지…….’ 하고 있는데 논이 나에게 바짝 다가와서는 귀에 대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저기…. 물어볼게 있는 데요…….”
물어보는 건 좋은데 너무 바짝 안 붙었으면 좋겠다.
“저기 물어보는 건 좋은데요. 그리 중요한 얘기가 아니면 좀 떨어져서 하는 게…….”
“안돼요. 이건 아주 중요한 얘기란 말이에요…….”
제발 누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 뭐,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논은 지금 좀 피곤해 보여서 잠결에 일어나 나에게 온 걸지도 모른다. 뒤쪽이 매우 조용했기 때문이다.
“지금 좀 피곤해 보이시는데…….”
“네, 그렇긴 해요.”
나도 피곤한 상태이고 상대도 피곤한 상태인데 길게 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어서 빨리 대답하고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뭘 물어보실 건데요?”
“우주센터에 있을 때 말인데요…….”
“말인데요?”
“이상한 일들이 있었잖아요.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총소리가 나고 제국헌병대가 와서 수색도 하고 말이에요…….”
“그렇죠, 저도 황당했어요. 말 그대로 이상한 일만 일어났죠. 물론 갑작스런 총소리 덕분에 우리가 여기에 있을 수 있게는 됐지만요.”
사실이다. 만약 그 이상한 총소리가 아니었다면 아이드는 그대로 헌병대에게 끌려갔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LR에 들어가기가 참 힘들었을 것이다. 레안이 갔다고 해도 그 소리가 아니었다면, 레안도 몰래 그것도 안전하게 아이드를 데리고 못 나왔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나는 세 사람 짐을 가진 채로 뭘 하란 말인가?
“그때 혹시 나타난 사람들 중에 왠지 아는 사람 같다거나 뭔가 익숙한 것들을 보셨나요?”
아는 사람 같다 와 익숙한 것들이라…….
“글쎄요, 별로 친근한 사람도 없었고 익숙한 사람도 없었어요. 물론 제가 본 게 불확실할 수도 있고요. 그래도 폭탄은 익숙하더군요. 헤헤…….”
“아, 그러고 보니 버트씨는 폭발물 전문가였었죠?”
“뭐, 전문가 까지는 아니고요…….”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왠지 머쓱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저는 폭발물을 매우 잘 다루신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LR에도 가잖아요.”
“아주 못 다루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잘 다루는 것도 아니에요.”
“아, 그리고 혹시 좀 수상한 사람은 못 봤나요?”
이때 쯤 나는 왜 그녀가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지 궁금해졌다. 이런 걸 알아봤자 그녀는 안내원일 뿐이다. 물론 호기심에 물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호기심동물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긴, 나라도 그 난리 통에 갑자기 아이드에게 이끌려서 셔틀을 준비하게 된다면 그 이유정도는 알고 싶을 것이다.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오고 방금까지만 해도 잡혀가던 사람이 나타나서는 셔틀을 준비해달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데려간다면 이유야 충분할 것이다.
나도 궁금할 정도 인데 처음의 총소리정도만 듣고는 그 뒤에 있을 온갖 일들을 모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안타까울 정도니까. 대충 상상이 된다. 아이드가 셔틀을 대기시키는 그녀를 보며 ‘조종은 친구가 할 줄 아니까 빨리 준비해줘요!’ 라고 소리치는 그를 생각하며 당황하면서 빨리빨리 준비하고 있을 논…….
그때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번개같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가며 내 머릿속에 방금 전에 있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저기… 괜찮으세요?”
“네? 아! 괜찮고 말구요!”
잠시 동안 멍하게 있었던 내가 이상하게 보였었는지 슬며시 물어보는 그녀 쪽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는 빨리 얘기를 끝내야 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뭐라고 하셨었죠?”
“혹시 소란 중에 수상한 사람을 못 보셨나요?”
“아, 별 사람 없어요. 워낙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던지 모든 것이 수상하게 느껴질 정도 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좀 눈에 띄었다던가…….”
“아, 별거 아니에요. 총 쏘면서 뛰어가던 이상한 남자들이랑 그 검은…….”
이런, 실수다! 그 검은 옷을 입은 망토 쓴 남자에 관하여서는 말 안하려 했었는데! 어쩔 수 없다. 빨리 다른 말을 지어내야 한다!
“거, 검은 가방. 그 정도였어요.”
“아, 검은 가방이요?”
난 그때 순간적이나마 그녀의 눈이 번뜩이는 걸 봤다. 그토록 잠 오는 듯 감겨있던 눈이… 순간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한 형사처럼 빛났었는데, 그걸 발견 못 했을 나는 아니다. 물론 순식간에 다시 잠 오는 눈이 되기는 했었지만, 난 분명히 보고야 말았다.
“네, 제 생각으로는 분명히 그 거대한 폭발은 그 검은 가방에서 난 걸 거예요.”
“제가 있을 때만 해도 검은 가방 같은 건 안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분명 자세히 안 봐서 그럴 거 에요. 아니면 누군가가 나중에 갖다 놓은 것일 수도 있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도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요.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었거든요.”
나는 점점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는 그녀가 왠지 무섭다고 느껴졌다. 확실히 사람은 아무리 연기를 해도 들어나는 점이 있기는 하다. 아니, 혹시 연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는 폭발물 전문가인 나와 잡혀가던 아이드. 그리고 레안을 이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센터를 날린 그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 까요?”
“총소리가 났을 때부터 직원들과 시민들은 대피하고 있었으니 살아남았을 수도 있죠.”
난 최대한 이 이야기를 빨리 끝내려고 노력중이다. 그녀와 대화 할수록 나의 불안감은 커지고 나도 모르게 비밀들을…….
“그럼 대단한 인명 피해가 있었겠어요.”
대단한? 왜 그런 표현법을 썼지?
“아마 대참사였을 겁니다.”
그때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어떻게 나를 생각하는지를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그녀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불안해하는 것이 눈동자에 서려있는 내 모습이었다. 누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 같다고 하겠는가?
나는 최대한 그 사건을 끔찍하게 말해서 내가 그것 때문에 불안해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해요. 총소리와 비명소리 폭발소리 으으으…….”
“저도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해요. 어쩜 그렇게 테러를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헌병대와 근위대가 어떻게 하기도 전에 거대한 폭발이 있었잖아요.”
“맞아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해서 몸서리 쳐질 정도에요.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동료를 끌고 가려고 했던 사람들이라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니, 생각도 하지마세요! 너무 끔찍해서…….”
“생각보다 버트씨는 겁이 많고 소심하시네요?”
“네, 제가 혈액형이 A형이거든요…….”
“A형이 소심하다는 건 별로 과학적이지가 않아요~”
“그래도 대부분은…….”
“그럼 어떻게 소심하신 버트씨가 폭발물 팀에서 설치와 해체를 전문으로 계실수가 있죠? 담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다룰 수 있는 게 폭발물이잖아요.”
“그건 사실이죠. 그래도 할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 하고 무섭답니다.”
“에이~ 거짓말 하지 마세요. 아니, 그러고 보면 버트씨는 소심하신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검은 가방을 해체하지 않았잖아요.”
“하하, 그때는 아무정신도 없었거든요. 폭탄인지 확실하지도 않았구요.”
“그럼, 확실하고 있었다면 해체하셨을 거예요?”
“아무래도 했었어야죠?”
“아뇨, 당연히 해야 해요.”
갑작스럽게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내가 좀 놀란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정신을 차린 듯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 그런가요? 이거 쑥스럽네요.”
하며 살짝 일부러 웃어주었다. 그제야 조금은 안심이 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내가 물었다.
“혹시 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세요?”
“아뇨. 전혀요…….”
“그렇군요.”
“버트씨…. 많이 피곤하시죠?”
“네, 조금 피곤하기는 해요.”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많이 피곤하다고 했었어야 했는데…. 평소의 예절이 나와 버렸다. 그녀를 빨리 이곳에서 나오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말이다.
“아니에요. 제가 엉뚱한 것만 물어봐서 많이 피곤하실 거예요. 정말 죄송해요.”
라고 하면서 점점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움찔하며 뒤로 살짝 움직였다.
“아, 아니에요. 정말로 저는 조금…….”
“저기 버트씨…….”
그녀는 점차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녀가 바로 내 앞으로 겨우 몇 센티미터까지 왔을 때 나는 말했다.
“이렇게 가까이 오실정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닌…….”
“무슨 소리에요? 저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그녀를 밀어내려고 한 순간이었다.
“역시 소심하세요…….”
“네?”
얕은 미소를 띤 그녀가 말했다.
“음….”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녀가 집게손가락을 내 입술에 대면서 말했다.
“기다려요.”
그리고는 그녀가 다른 손을 자신의 치마로 옮기는 것이 살짝 보였다. 도대체 뭘 하려고…?
내가 긴장한 상태에서 뻣뻣하게 굳어있을 때, 갑자기 그녀가 하고 있던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다음 기회에…. 못한 걸 다하기로 할게요. 피곤하실 때 찾아와서 죄송해요.”
치이-
갑자기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레안이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지금의 우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
그때 놀란 건 레안 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매우 놀랐다. 레안이 뾰로통해지며 말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내가 당황해서 대답을 못하고 있을 때 논이 대답했다.
“버트씨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리고 논은 옅은 미소를 보였다. 레안은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나와 논을 번갈아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논을 데리고 함께 나가버렸다.
나는 지금 온몸에 힘이 빠지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우주인데도 좁은 공간에서 잠시 동안 열을 내고 있었기 때문인지 안의 공기는 답답했다. 공기 정화장치를 키고는 쉬었다.
난 궁금증으로 머릿속이 가득해졌다. ‘논이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건 뭘까?’라는 생각과 함께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았다.
‘어째서 논이 조종실로 왔을까?’ 나에게 우주센터에 있었던 일들을 물어보기 위해서.
‘어째서 논은 나에게 수상한 사람이나 익숙한 것들에 관하여 물었을까?’ 단순 호기심. 또는 나를 범인으로 생각하거나 뭔가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을 것이다.
‘어째서 그녀는 나를 관찰했을까?’ 내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 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또는 나의 반응을 관찰하려고.
‘어째서 그녀는 내가 한 몇 마디에 눈을 번뜩일 정도로 반응했을까?’ 아마 내가 뭔가를 숨긴다는 사실 혹은 내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쯤 되니까 점점 무서워지는 느낌이다.
‘어떻게 내가 폭발물 전문가라는 것을 알았을까?’ 내가 신분증과 탑승티켓을 건넸을 때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세심하게 읽어보는 이가 있기는 한가? 뭐, 한 치의 실수로 우주선에서 인명피해와 온갖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는 직업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억력이 생각보다 매우 좋다. 우리가 뛰어오던 게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따로 기억까지…….
‘어째서 내가 반드시 폭탄을 해체했어야 한다고 말했을까?’ 소심하더라도 군인으로써 그리고 해체전문으로써 인명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왜? 어째서 마지막에 나에게 다가온 것일까?’ 내가 여자들 마음을 어떻게 알까마는 정말로 내가 피곤해 보여서 일수도 있지만 피곤한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해 올리는 없다. 있다고 해도 희박하다. 혹시……?
나는 머리를 막 흔들며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안내원은 분명 내가 폭발물을 잘 다룬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은 나에 대해서 사전에 조사를 해봤다는 건가? 내가 순간적으로 놀랐던 점이 이점이다.
젠장! 아주 소설을 써라! 말이 되냐? 논은 그냥 평범한 안내원일 뿐이고 아이드의 의해 어쩌다가 온 것일 뿐이야! 우연이라고 우연! 말실수였겠지.
하지만 아직도 의문인건 그녀는 나와의 대화중 특별한 반응을 보였단 말이야. 내 생각에는 절대로 평범한 안내원은 아닌 거 같아.
혹시 모의훈련인가? LR에 들어가려는 모의훈련? 점점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들어가는군. 모의훈련이면 센터를 폭발시키면서 헌병들과 근위병들도 죽이는 건 너무 심하잖아. 그래도 나 자신 또한 이상 했어. 그 대화를 하면서 말이야.
논이 이상한 질문들을 하니까 나는 ‘최대한 빨리 이 얘기를 끝내 야겠다.’ 면서 불안해했는데 논이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갈려고 했고, 그것으로 인한 건지는 몰라도 묘한 상황까지 와버렸지.
그래도 내가 대답한 것과 물어본 것. 논이 대답한 것과 물어본 것. 물론 내가 물어본 것은 별로 없지만 그녀와의 대화에서 알아낸 것이 있다면 나는 앞으로 그녀를 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평범하다고도 생각 못 할 것이다.
처음에는 소심하게 보였지만 대화중에는 정말 하나하나 물어보는 것이 이미 준비하고 왔다는 듯 한 것이었으니까.
소심한 사람이 그렇게 까지 남에게 물어보고 눈은 번뜩일 수가 있을까? 물론 이중인격이면 말이 달라지지만…….
그리고 제일 궁금한 것이 생각났다. 어떻게 논은 레안이 조종실로 올 것을 알았을까? 난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말이다…….
머리가 지끈지끈한 게 어지럽다. 그리고 뒤에의 상황이 어떨지도 궁금해졌다. 귀를 기울여 봤더니 조용했다. 또 무슨 일인지 궁금해지기도 해서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아이드와 레안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논은?”
내가 물었다.
“아, 피곤해서 그런지 그냥 뒤에서 자고 있어.”
“난 너희들이 이상한 짓 못하게 감시하고 있는 거구.”
“뭐야? 아직도 의심하는 거야?”
뭔지는 몰라도 둘이서 시비가 붙었다. 난 지금 정말 지쳤다. 푹 쉬었으면 그나마 괜찮을 것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까지 받았으니까.
“그래, 둘이서 잘 대화해라고. 나는 조종실에서 좀 쉬어야겠다.”
“조용히 해!”
“도대체 남자를 뭐로 생각하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생각하냐?”
“난, 너희들의 그 시꺼먼 속을 다 알고 있으니까!”
“정말로 계속 그럴 거야?”
티격태격하는 아이드와 레안을 뒤로하고 나는 조종석에 앉았다. 그새 약 2시간 정도가 지났다. 정말 시간이라는 녀석은 이해가 안 된다.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바보짓이겠지만.
갑작스런 생각이지만 저러다가 아이드하고 레안하고 그것도 둘이 딱 붙어있던데……. 나하고 논이…. 아니, 그 안내원이 잘 때를 생각해봤다. 지금 보니 완전 개와 고양이던데 그래도 ‘만약 이상한 짓을 한다면 놀려줘야지~’ 라고 엉뚱한 생각을 하며 장난어린 미소를 짓고는 잠들었다.
'LMF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LMF(소설) - Mission2 - 머릿말과 차례 (0) | 2007.06.10 |
|---|---|
| LMF - Piece5. 여기도 오랜만인걸? (0) | 2007.06.09 |
| LMF - Piece4. LR모선 도착 (0) | 2007.06.08 |
| LMF - Piece3. 경호함선 (0) | 2007.06.08 |
| LMF - Piece1. 황당한 만남 (0) | 2007.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