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F [소설]

LMF - Piece4. LR모선 도착

레이븐울프 2007. 6. 8. 21:52

LMF

Last Mission Figure

 

 

MISSION 1.

어설픈 만남.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것이다. 난 바로 시선을 피하고 정면을 보고 있었지만, 살짝 옆으로 그 여군을 살폈다. 생각보다는 예쁜 여자였다.

  -본문 中 -





 

Piece 4. LR모선 도착.











  버트 그민트슨 차마 떠올리기가 끔찍하다. 아이드가 필사적으로 짐칸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와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잠시 동안의 정적. 그리고 점점 다가가던 레안의 뒷모습.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못 봤지만 엄청 아팠을 것이다. 거기다가 잠시 후 끌려오는 아이드를 보니까…. 뭐, 무표정? 아니 표정이 있을 수 없는 상태 같기도 했다.

  파일럿이 잠시 후 도착하니 모두다 자리에 앉아달라고 하자, 아이드가 살짝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안 물어봤다. 레안은 아직도 화난 것 같았지만 곧 내린다니 어쩔 수 없어서 참은 것 같았다.

  잠시 후 드디어 수많은 LR모선의 플랫폼들 중 한 개가 앞에 보였다. 그리고 수송선은 미끄러지듯 점점 열리는 도어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도어는 다시 굳게 닫혔다.

  놀란 점이 있다면 여기는 수송선전용 플랫폼인지 매우 넓었고 또 여러 가지 기계들이 보였다. 아이드도 신기한지 밖을 보고 있었고 레안과 논은 가만히 앉아있었다.

  우리가 탄 수송선은 가다가 중간에 잠깐 옆으로 꺾어서 이상한 기계위에 올라갔다. 잠시 덜컹하며 고정이 되고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 짐칸 쪽이었다.

  “저건 무슨 소리야?”

  궁금하다는 듯 아이드가 레안에게 물었다.

  “짐 내리고 있는 거잖아. 그것도 모르냐?”

  “아, 저렇게 짐을 내리는 구나…….”

  “아는 게 없구나. 아는 게~”

  “이제 알았으면 됐지 뭐.”

  하며 살짝 웃는 아이드를 보고나서 나는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모두 다 바쁜 모습이었다.

  “근데 짐 같은 건, 우리가 내리고 나서 해도 되지 않냐?”

  “그건 그렇지만 저 뒤에 있는 짐이 더 중요한 거겠지?”

  “사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고 난리야?”

  또 아이드와 레안의 말싸움은 시작되었다. 그래도 둘 다 서로에게 질렸는지 말싸움은 곧 아이드의 침묵으로 끝났고, 수송선은 다시 날아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플랫폼의 가장 안쪽에서 우리가 타고 있는 수송선이 앉았다. 곧 입구가 열리고 우리는 각자의 짐을 메고 내렸다. 나는 우리를 태워다준 파일럿을 만나보려고 조종실 쪽으로 갔는데…. 오히려 파일럿 쪽에서 우리에게 오더니 태워다 드려서 영광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수송플랫폼 담당자에게 갔다. 물론 그가 가기 전에 그의 왼쪽 가슴에 있는 이름표에서 이름을 봤다. ‘브리’라는 이름이었다. ‘다음에 또 만난다면 고맙다는 말도 전해주고 여러 가지 궁금한 것도 물어봐야겠다.’ 고 생각하고 우리들은 출구 쪽의 헌병에게 가서 레안이 나블호의 장교에게서 받은 종이를 내밀었다. 그가 읽어보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저쪽에 보면 큰 관리소가 하나보이죠? 큰 유리가 달려있는 곳 말입니다. 그곳으로 가서 담당자를 만나십시오.”

  일단 우리는 시키는 대로 벽에서 약간 튀어나와서는 커다란 평면유리가 있는 건물 쪽으로 갔다. 어떻게 올라가나 했더니 밑에 계단이 하나 있었고, 역시 군사함선답게 입구하나도 모두 외부의 침입자나 공격에 피해를 덜 입게 되어있었다. 전략적으로도 안쪽에서 공격과 방어가 유리하게 생겼었다. ‘뭘 이렇게 까지?’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만약 누군가 침입하거나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분명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입구 바로 옆에 해병이 한명 서있었는데 손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가까이가보니 그것은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개인 휴대용 정보 단말기- 였다. 어쨌든 우리는 계단을 올라갔고, 올라가서 입구를 열었다.

  이상한 곳이었다. 약간 어두운 게 감시카메라도 몇 개 달려있었고 이상한 기계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옆에 있던 조그마한 화상모니터에 누군가의 얼굴이 비춰지더니 누군가가 말했다.

  “여러분의 신분은 파일럿에 의해 이미 확인 되었습니다. 잠시 후 우주방사능 확인 및 제거작업을 할 것 입니다. 벽에 있는 발판위에 서주세요.”

  우리는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벽에 있는 기계의 발판위에 섰다. 잠시 후 기계가 작동하더니 우리 몸을 몇 번 스캔하고는 녹색불이 켜지고 방안이 밝아졌다.

  “모두 이상 없습니다. 출입구를 열어드리겠습니다.”

  “당연한 거 아냐~”

  라고 말하며 앞서가는 레안을 따라 우리들은 열린 입구를 통해 또 계단을 올라갔다. 이번에도 문이 하나있었는데 레안이 버튼 한 개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마저 올라가니 밝고 넓은 장소. 그러니까 우리가 봤던 그 건물 안이었다. 모니터에서 봤던 사람이 와서 우리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여러분들 담당자가 올 겁니다.”

  잠시 후라……. 생각보다 오랫동안 기다려서 레안이 짜증을 내고 있을 쯤에 누군가 저쪽에서 문을 열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늦었죠?”

  “괜찮아요.”

  “일정에 없던 일이거든요.”

  “저희야 말로 죄송하죠…….”

  “아닙니다. 제 이름은 ‘짐’ 입니다. 따라오시죠.”

  우리는 짐을 따라 그곳을 나갔다. 복도였다. 여러 갈래의 길고 좀 넓고 복잡한.

  “일단 여러분들은 신병들이 모여야 할 곳에 가기에는 좀 늦었어요. 그래서 먼저 각자의 PDA를 받으러 갑시다.”

  “모이면 뭘 하는데요?”

  내가 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따분한 연설과 동영상 몇 개라고 보시면 됩니다. 방금 얘기는 비밀이에요~”

  “안가길 잘했네…….”

  내 생각이지만 따분한 연설과 동영상 몇 개정도는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나를 제외한 동행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은 그저 조용한 숙소에서 빨리 잠이나 자고 싶다! 소형셔틀에서 눈을 좀 붙였기는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피로가 풀리지도 않는다. 특히 나와 아이드는 의자에 대충 자세를 잡아 잠들었을 뿐이라서 여기저기가 많이 피곤하고 뻐근했다. 레안과 안내원은 그나마 괜찮은 곳에서 잠들었지만, 모두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들은 천천히 짐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머릿속은 ‘쉬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덮여서는 말이다.

  잠시 후 우리들은 드디어 PDA발급소에 도착했다. 카운터에는 사무직원 한명이 앉아있었다. 짐이 그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 PDA 좀 신병들에게 발급해 줘.”

  “허가증을 보여줘야지.”

  “여기.”

  “잠깐만.”

  그 사무직원은 허가증코드를 확인하고 뭔가를 읽고 있다가 짐에게 말했다.

  “지금은 발급이 안 되는데?”

  “아니? 안된다니?”

  “저분들은 지금 당장 조사를 받아야해. 그 뒤에 PDA를 지급받을 수 있어. 민간인 한명도 포함해서 말이야. 제국우주센터 관련 사건에 관해 여러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고 되어있군.”

  “흐음…….”

  짐은 우리를 보더니 힘없이 말했다.

  “일단 바로 조사부터 받으셔야 한답니다…….”

  “아니, 왜?”

  레안이 짜증난다는 투로 말했다.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나도 상당히 짜증이 났다. 아이드도 그럴 것이고 안내원도 그럴 것이다.

  “일단 쉬고 하면 안 돼?”

  “그게…….”

  “지금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단 말이야.”

  “문제가 있다면 LR에서 PDA없이는 제한된 곳이 엄청나게 많답니다. 물론 그중에 숙소도 있죠.”

  “아으!”

  레안이 포기한 듯 짧게 신음소리를 내고 짐에게 말했다.

  “이봐, 그러면 빨리빨리 하자고…….”

  “그래야죠. 근데 저분들은 어디 가서 조사를 받지?”

  “그건 지미…. 그러니까 네 녀석의 PDA에 벌써 전송했어.”

  “지미?”

  직원과 짐의 대화중에 ‘지미’라는 말이 나오자 아이드가 나를 보며 궁금한 표정으로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지미가 누구야?”

  “짐의 애칭을 지미라고 하는 것 같은데?”

  아이드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짐에게 다가갔다.

  “지미, 빨리 가요. 저희들 좀 많이 피곤하거든요…….”

  “좋아요!”

  앞장서서 빨리 걸어가는 짐을 따라 우리들도 걸어갔다. 뭐든 간에 어차피 조사받아야 쉴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조사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짐을 따라 꽤 걸었고 여러 번 돌았다. 짐은 자신의 PDA를 주시하며 길을 가고 있었다. 확실히 웬만한 방이나 몇몇 개의 통로는 PDA없이는 지나갈 수 없게끔 잠금 되어있었다. 가다보니 헌병들도 제법 있지만 해병들이 주로 있었고, 과연 움직이는 제국우주사령부답게 사무적인 일을 하는 군인들도 많이 다녔다. 여군과 장교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드디어 우리들은 헌병들이 많이 보이고, 조사하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들은 따로 조사받을지 같이 조사받을지가 궁금했지만, 짐은 헌병 2명이 지키고 있는 한 개의 문 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걸로 저의 안내임무는 끝입니다. 조사가 끝나면 바로 달려올게요.”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짤막한 감사의 인사한마디를 들은 그는 웃음을 지어보였고, 할 일이 있는지 PDA를 보며 바쁘게 걸어갔다.

  우리들은 헌병을 지나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밝았고 우리에게 물어볼 것들이 있는 듯 한 장교가 중간에 있었다. 그가 우리를 자리에 앉히고 말했다.

  “제군들,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불러내서 미안하다. 뭐, 민간인도 한분계시지만 말이야. 제군들이 빨리 정확하게 진실만을 말해준다면 이 조사는 매우 빨리 끝날 것이고, 안 그렇다면 더욱 길어질 것이네. 우선 자네들은 무엇을 하려고 그…….”

  처음 말과는 다르게 진실 되고 참되게 말해도 정말 시간이 엄청나게 흐를 듯 한, 뻔하고 당연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는 그곳에 있던 헌병대와 근위병 대부분이 센터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을 감안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보고서를 보면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을 듯 한 정보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안내원의 경우에는 별일 없다는 듯 쉽게 대화가 끝났다. 앞으로 있을 우리들에 대한 질문들에 비례해서 말이다…….

  당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LR로 오려고 왔었고, 그 현장에 있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을법한 우리에게 그는 집요하게 물어봤다.

  뭐, 아이드가 잡혀가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 대충 둘러대었다. 만약 모든 것을 진실로 말했다간 우리들의 처지가 난처해질 수도 있어서이다.

  헌병대에 잡혀가던 군인한명과 그 군인을 구한다고 헌병 2명을 쓰러뜨리고 납치하듯이 안내원 한명을 데리고 몇 안 되는 우주셔틀 중에 멀쩡한 것 하나를 탔으니까. 그것도 큰 상처하나 없이. 우리가 리스트에 있을 건 뻔한 것 같다.

  우리들은 말을 조심조심하게 하며 최대한 그럴싸하게 둘러대었다. 우주선을 놓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도망쳐!’ 라고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 잠시 후에 또 다른 총소리와 함께 센터의 중앙이 엉망이 되었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다가 마침 옆에 있던 안내원과 함께 탈출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마음대로 만들었던 검은 가방을 거기서도 살며시 조심스럽게 언뜻 본 것 같다고 말했고, 주변은 완전히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검은 후드를 쓴 괴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장교는 우리들을 미심쩍은 표정으로 보며 우리가 하는 말들 중에서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기록했다. 물론 옆에서는 실시간으로 녹화가 진행 중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장교는 헌병대가 왜 그곳에 갔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냐고 우리에게 물었다. 나로서는 뭔가 좀 황당했다. 헌병대가 움직이는 것쯤은 관련 기지에 물어보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는데 왜 우리에게 그것을 물어보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이다. 내 생각이지만 그 헌병대들은 상부에 보고도 안하고 동원된 것 같다.

  그 이상한 장교를 따라서. 참 헌병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명령에 충실했을 뿐인데 모두 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들은 왜 아이드를 잡았을까? 무슨 이유로 잡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도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아이드를 반역자로 몰고……. 알고 있겠지만 반역자란 어디서나 그 사회자체에서는 반갑게 맞이하지 않는다. 그것도 그 사회가 제국이라면.

  아이드가 몰래 그런 것을 준비했을지도 모르지만, 친구로서 동료로써 그리고 옆에 항상 있으면서 아는바 그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도망치라고 외쳤던 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아이드에게 한말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가 소리치기 전에 이미 아이드는 안내원과 함께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음. 좋아. 협조해 줘서 고맙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조사가 더 원활하게 될 거야. 피곤할건데도 불구하고 불러와서 미안하군. 그럼, 제국을 위하여.”

  “제국을 위하여.”

  장교의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져서 조금 놀랐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사말 -제국군이나 제국을 위한 마음이 넘치거나한…. 쉽게 말해 제국에 봉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식적인 대화나 애국심을 다지기 위해 쓰는 말- 을 하고 우리는 정말 피곤한 몸으로 나왔다.

  “헤~에~ 드디어 끝났군.”

  “짐은 언제 오지?”

  “아, 저기에 있네.”

  안내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불평불만이 가득할 때 저기 멀리 짐이 기다리고 있었다.

  “PDA설정 및 여러 잡다한 것들은 이미 끝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그것을 소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그래도 가지고는 계셔야합니다. 통행이 안 불편하려면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쉽게 말해 인제는 대우를 제대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짐을 따라 움직였다. ‘드디어 이게 마지막이구나.’ 라는 생각이 가득한 채로 말이다. 저 멀리 카운터가 보였다.

  “좀 늦었군.”

  “생각보단 늦게 끝나서 말이야. PDA는?”

  “여기 있어.”

  “좋아 여러분들 각자 PDA를 꺼내세요.”

  내가 꺼내려 할 때 레안이 날 밀치며 먼저 꺼내갔다. 그다음으로 아이드와 내가 꺼냈고 안내원은 손님용 PDA를 받았다.

  “이~야! 오랜만이야 My P. D. A~!"

  “어? 전에도 받은 적 있나?”

  내가 레안 에게 물어봤더니 레안은 또 특유의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바보야, 난 LR에 왔다갔다를 수백 번도 넘게 했다고!”

  “수, 수백 번씩이나 했나?”

  “내가 너희들 인줄 아냐?”

  “난 몰랐었지…….”

  내가 레안과 대화하고 있을 때 아이드가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버트, 너 특유의 ‘했나?’ 말투가 다시 튀어나오네?”

  “무슨 말인데?”

  “아니, 너 예전에 그런 말투로 말을 많이 했었거든.”

  “그랬었나?”

  확실히 나에 대해서는 남들이 나의 무의식중에 하는 행동을 잘 안다. 그런데 내 말투가 그렇게 튀는 건가?

  “여러분들 얘기 다 끝났어요?”

  짐이 우리에게 말했다. 아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아이드는 말보다는 고개라든지 몸으로 표현하는 버릇이 있기도 했고, 뭘 물어볼 때도 가끔씩 집게손가락을 어깨 높이까지 들고 물어보는 버릇도 있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단순한 습관 같다.

  “제 이름은 ‘짐 조그’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같은 LR의 일원으로써의 신분이 확실해졌습니다. 별도의 신분증도 있지만, 개인용 PDA가 그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죠. 앞으로 잘 지내요. 물론 저는 물품 수송소에서 일하니까 자주는 못 보겠지만 말이에요. 지미라고 불러도 좋아요. 그러니까 서로 말 놓아도 된다는 거죠.”

  그가 살짝 웃어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나로서는 왠지 친근감도 들고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악수를 했다. 물론 아이드와 레안, 안내원도 말이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뭐 물어볼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물품 수송소에 오세요. 제가 돕는 데로 도울게요. 저쪽에 보이시는 출구로 가면 됩니다. 숙소까지는 아시죠?”

  그는 자신의 PDA를 가리키며 말하고 바쁘다는 듯 저쪽으로 걸어갔다. 우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문 쪽으로 향했다. 레안이 앞장서서 자동문을 지나 PDA를 보며 숙소로 가고 있었다.

  “으음… 어디보자. ‘나머지 기타 소지물품과 새 신분증은 내일 각자의 방으로 보내질 것입니다.’ 라고 알림 창에 있네?”

  아이드가 잘 모르겠다는 듯이 PDA를 만지며 말했다. 나도 내 PDA를 이리저리 눌러보고 기능을 알아보려고 했다. 일단 숙소로 가는 곳은 쉽게 표시가 되는데 무슨 설명서도 없이 여러 가지를 보려고 하니 꽤나 힘들었다.

  “야, 레안. 잠깐만 멈춰 봐봐. 이거 배경화면 좀 바꿔야겠다. 생각보다 기능이 많이 있어.”

  “근데, 내가 왜 기다려야 하냐고! 니들하고 방도 다른데 말이야!”

  그러면서도 기다려주는 레안을 보며 아이드가 미안하다는 듯 살짝 웃었고 나에게 물었다.

  “버트, 넌 몇 호실이야?”

  “음, 너는?”

  “내가 먼저 물어봤어.”

  “그렇냐…. 그럼 동시에 보여주자.”

  “그래.”

  나는 아이드의 방을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같은 방이 아니었다! 같은 방이면 좋을 텐데 말이다. 분명 한방에 2명씩 사용할 것이므로 다른 룸메이트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바로 옆방이라서 서로 가깝다는 것이다. 아이드가 레안에게 어디냐고 묻자……. 당연히 레안은 화를 내며 말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누군가가 멀리서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드가 뒤돌아보는 순간, 긴 금색의 뭔가가 아이드를 덮쳤다!

  “으아! 뭐야?!”

  하며 아이드는 쓰러졌다. 그리고 금발의 여자가……. 아이드를 보며 말했다.

  “정말로 왔네요?”

  “누, 누구세요?”

  그러자 그녀가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아이드에게 말했다.

  “너무해. 그새 잊어버리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일단 빨리 나오세요!”

  그래도 그녀는 계속 말했다.

  “그래도 저번에 헤어질 때 아이드가 말했잖아요.”

  “뭐라고요? 난 당신 몰라요!”

  아이드는 밀쳐낼 기세였다.

  “마지막 말……. 잊었나요? 혹시 정말로 마지막 작별인사였을 뿐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

  이때 쯤, 레안을 봤는데…. 정말 ‘이건 뭐야?’ 라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마침내 레안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그 여자를 떼어내며 말했다.

  “너희들이 얼마나 뜨거운 사이인지는 몰라도, 복도 한복판에서 이러면 곤란하단 말이야. 좀 그만 좀 하지?”

  “그런가? 하긴 레안 말도 맞아요.”

  다행히 지금은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에 일어서는 그 금빛의 긴 머리를 한 여자는 레안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뭐, 레안은 여기에 많이 왔다고 했으니까 별 이상한 것은 아니다. 곧 아이드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로 일어났고, 잠시 그리고 빤히 그 여자를 보더니 말했다.

  “혹시…. 에이린?!”

  “이제야 알아보는 군요…….”

  “정말 에이린이야? 오랜만이다 야!”

  나는 아이드에게 저런 여인이 있는지는 몰랐다. 나하고 다시 만나기 전에 알고 있던 사이 같은데…. 저런 여자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오랜만이라는 아이드를 보며 내가 물었다.

  “무슨 사인데?”

  그 말에 아이드가 좀 난처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예전에 아는 사이야.”

  “그래, 별것도 아닌 것들이 서로 부둥켜안을 정도로 반갑다는 거지? 잘해봐라. 나는 먼저 가서 쉴 테다.”

  그러면서 레안은 휙 돌아서서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나도 그냥 빨리 가야겠다 싶어서 아이드에게 말했다.

  “그럼, 나도 먼저 갈게.”

  “자, 잠깐! 같이…….”

  “너, 너무해. 아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요?”

  “아, 미안…. 정말 오랜만이잖아. 나 먼저 갈게.”

  “응, 그럼 나중에 봐.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요.”

  “나도 반가웠어.”

  그리고 나와 아이드는 걸어갔다. 그리고는 아이드에게 물었다. 저 여자와는 언제부터 알았냐고.

  “별거 아냐…. 그냥 예전에 작전을 수행하다가 만난 적이 있었거든…….”

  “아…. 그랬었나……. 무슨 작전인데?”

  “보안작전…. 아니, 이쪽으로는 언급 못하게 되어있어. 미안해.”

  좀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갈려는데 내 PDA에 메시지가 왔다.

  『LR소속 H분대원 버트 그민트슨은 지금 즉시 아래의 표시구역으로 오십시오. 』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앞에서 레안이 벽에 기대고 하는 말이 들렸다.

  “아우~ 할아버지도 참…….”

  갑자기 할아버지가 왜 튀어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아이드에게 메시지가 안 왔는지 물어보았지만, 아이드는 안 왔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먼저 가라고 말하고는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표시된 곳으로 이동했다.

  정말 이렇게 피곤한데……. 뭐 그렇게 물어볼 것이 많은지…. 머릿속은 불만으로 가득 찼고 PDA를 열심히 쳐다보며 길을 갔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혼잣말했다.

  “정말 왜 계속 이런 건지…….”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논의 존재를 완전하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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