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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28

레이븐울프 2017. 10. 6. 17:01

혼(魂) - 몽환의 협곡 - 28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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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토 미요 덕분에 도망갈 시간을 조금 더 벌수있었던 나마루 켄지는 동아리실 근처에 있던 교실중 한곳의 창문 바로 밑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기대에 응해주듯이 사이토가 쿵쾅거리며 학교복도를 달려 켄지가 숨어있는 교실을 지나쳐 가는 소리를 들었고 그제야 살짝 몸을 일으켜 창문 밑 벽에 등을 지고 한숨을 내쉬는 켄지였다.



  "위험했어…분명 계속 도망쳤으면 바로 잡혔을거야…."



  비록 꿈이라지만 몽환술사와 연락이 끊겨버린 지금 스스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에게 위안이 있다면 죽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는 정도.



  "음…."



  일단 자신에게 딱히 무기같은 것도 없고 완력면에선 압도적으로 사이토에게 밀리므로 지금은 도망다닐 수 밖에 없다고 켄지는 생각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정도는 원래의 동아리실로 돌아가거나 자신의 방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몽환술사와 연락이 되길 기다리는 것.



  "등잔 밑이 어둡다고…시작지점으로 돌아가면 모르겠지?"



  스스로 끄덕거리며 슬쩍 일어나 창문 밖을 여기저기 둘러본 켄지가 자신이 있는 교실의 앞문을 열려고 할때였다.



  드르륵-



  동아리실과 가까운 곳에 있는 옆교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켄지는 갑자기 급해진 마음에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창밖으로는 비가 수없이 내리고 있는 짙은 어둠 속에 수많은 책상들과 사물함, 청소용구함이 겨우 보였으나 솔직히 청소용구함은 한사람이 들어가기 딱 좋은 크기에 너무 숨기 뻔한 장소여서 그는 별수없이 교탁 밑으로 재빨리 기어들어갔다.


  교탁 밑에 들어가서 발을 걸칠수 있도록 받혀진 곳에 몸을 최대한 붙여서 몸을 바닥에서 띄웠을 무렵 켄지가 있는 교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잠시 정적이 흘렀으나 누군가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으며 천천히 걸어서 교실 뒤로 가더니 청소용구함을 열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는 듯이 뿌듯해하는 것도 잠시, 자신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발소리에 켄지가 당황하고 있을무렵 교탁 앞에 그 누군가가 반듯하게 서서 교실을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있었는데 교탁 밑의 공간에 있는 켄지는 교복치마와 다리를 보고 자신 앞의 누군가가 코토 미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회칼도 함께 봐버렸기에 그저 가만히 숨죽이고 있을 뿐.


  세차게 오는 비 뿐만 아니라 천둥도 울리고 있을 무렵, 켄지는 바로 눈앞에 있는 뽀얗고 이쁜 다리, 고운 손에 어울리지 않게 번뜩이는 칼날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을 정리했다.


  이것은 자각몽, 자신이 이상한 상상을 해버리면 그대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코토 미요가 무릎을 굽히거나 고개를 숙여 교탁 밑을 쳐다라도 보는 순간 끔찍한 죽음을 피할수가 없을 것이기에 켄지는 최대한 코토 미요가 교실 밖으로 걸어나가는 상상을 했다.



  "……."



  다행히도 다리가 교실 밖을 향했고 손에 들린 회칼과 함께 켄지의 시야에서 사라져 교실 앞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을 무렵. 켄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교탁 밑에서 나왔고 옷에 묻은 먼지를 조금씩 털다가 이유모를 위화감에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번개가 쳤다.



  "……."



  그 순간 번쩍이는 빛속에 하얗게 앞문을 닫은채 서 있는 코토 미요의 모습이 비춰졌고 켄지는 기겁하며 뒤로 쓰러졌다.



  "코, 코토?!"


  "역시 이 안에 있었네."



  앞문을 닫기만 했을뿐 교실 밖으론 나가지 않은 코토 미요에 당황한 켄지가 말했다.



  "하하…그래 뭐……어……근데 너 왜 사시미를 가지고 있어?"


  "응 방금 그 아저씨랑 너 찾아 죽이기 놀이 하고 있었거든."


  "……."


  "너라면 숨어있을거 같았어."


  "그런걸 어떻게 아는거야…도대체……."


  "그야 너 스스로 네가 잡힐거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켄지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코토 미요는 무표정하게 회칼을 책상 위에 그어 소리를 내며 켄지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야! 오지마!"


  "왜 그래~ 나마루."


  "오지말라니까!"


  "이번에도 별거 안할건데."


  "그럼 칼이라도 어디 버리고 다시와! 그 아저씨가 날 죽이려는건 알겠다쳐도 네가 왜 이러냐고!"



  미요는 그 말에 답하지 않고 조용히 켄지를 응시하며 다가갈 뿐이었고 켄지는 고민하다가 의자 하나를 집어들어 위협했다.



  "야, 너 더 가까이 오면 이거 던진다 진짜?"


  "그정도는 괜찮아. 나마루 주제에 살려고 발버둥 치는건데 이해해줘야지."


  "너 진짜! 이거 꿈인데 왜 그래!"


  "꿈이긴 한데 악몽인가보네."


  "……."



  켄지는 의자를 든채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몽환술사씨! 계세요? 혹시 장난치는거면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빨리 여기서 꺼내줘요!"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켄지는 별수없다는 듯이 의자로 창문을 내리쳐서 깨뜨리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창틀에 매달렸다. 코토 미요가 뭐하냐는 듯이 쳐다보자 그가 외쳤다.



  "하~ 정말. 자각몽이라 그런지 맨정신으로 널 때리진 못하겠어."


  "…뭐야 지금 네가 날 봐준다는거야?!"



  코토가 칼을 들고 발끈하자 켄지가 한손을 휘적거리며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어이어이 생각해봐. 아무리 꿈이라지만 학교친구를 의자로 패는건 싫다고. 학교가서 너 볼때마다 기분 이상할거 같단 말이야."


  "나, 나는 지금 널 죽이려고 칼도 가지고 있는데?! 내가 널 죽이면 죽였겠지!!"



  그 말에 풉하고 웃어보이는 켄지가 말했다.



  "아, 그거. 좀 무섭긴한데 이거 꿈이니까 난 이만 퇴장한다."


  "퇴장…?"


  "그래, 창밖으로 떨어지면 이 이상한 곳도 안녕이지. 그럼 칼든 코토 미요도 안녕이고, 어딘가에서 날 찾고 있을 괴물 사이토씨도 안녕이고."


  "진짜 떨어질거야?"


  "어."



  그리고 창밖으로 켄지가 떨어지려고 하기 직전 켄지는 무척 슬픈듯이 손을 흔들어주는 코토 미요를 보곤 멈칫했다.



  "…너 갑자기 왜 그런 표정을……."



  켄지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을때 코토 미요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너 말대로 이게 꿈이라면, 너가 깨는 순간 나라는 존재는 어디로 사라져버릴까 싶어서. 작별인사."


  "……."



  켄지는 잠깐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곤 답했다.



  "괜찮아. 내가 널 기억하는 이상, 그리고 네가 현실 속에 코토 미요로 존재하는 이상 조만간 볼거라고. 그땐 사시미 같은거 들고 있지마. 알겠지?"


  "……쳇."



  고개를 돌리며 인상을 찌푸린 코토 미요는 회칼을 자신의 허리춤에 찔러넣고는 팔짱을 낀채 나마루를 노려보았다.



  "너 따위에게 그딴 위로 받고 싶지않아. 빨리 콱 떨어져 죽어버리라고."


  "하.하.하. 그래 이제야 좀 너 답네."



  켄지는 창틀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고 눈을 감은채 편하게 중력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잠시 후 느껴진 것은 바닥에 떨어지며 온몸이 으깨지는 듯한 어마어마한 고통.



  "어째서……."



  부들부들 거리며 켄지가 비를 맞으며 바닥에 쓰러져 있을때 코토 미요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너 여기 몇층인지 생각은 하고 뛰어내린거야?"


  "……."


  "저거 완전 바보잖아! 누가 나마루 아니랄까봐."


  "…됐고 좀 도와줘……."


  "응, 거기서 기다려. 내가 숨통을 마저 끊어줄게."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뭔가 뿌듯하다는 듯이 외치고 고개를 다시 창문 안으로 쏙 집어넣는 코토를 보고 켄지는 할말을 잃고 잠시 그대로 엎어져있었다.



  "…뭔가 상황이 매우 이상하지만……. 이거 저녀석한테 죽긴 싫은데……."



  꿈인데도 불구하고 떨어지면서 느껴진 고통이 너무 실제같았기에 회칼에 찔려죽는건 상상도 하기 싫었던 켄지가 몸을 일으키려고 할때쯤 학교건물 입구에서 여학생 하나가 켄지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 본 켄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세이키…."



  잠시후 양호실로 옮겨져서 침대에 누운 켄지의 상의를 직접 다 벗기고 붕대를 감겨주는 세이키를 보며 켄지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나참, 이거 밖에 살인마가 2명이나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너한테 도움을 받을 줄이야."


  "켄지군은 친구니까. 난 언제나 도와줄거야."



  세이키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고 칙칙하고 어두운 창밖에 비해 전등도 나름 켜져서 밝은 양호실안에서 켄지가 걱정스레 말했다.



  "근데 세이키. 너 이만 집에 가보는게 좋을거 같아."


  "응? 집이라니?"


  "여기 좀 위험해."


  "괜찮아, 켄지군. 나랑 같이 있잖아?"


  "……."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