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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30

레이븐울프 2017. 10. 13. 22:17

혼(魂) - 몽환의 협곡 - 30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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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건…뭐야?"



  양손으로 회칼을 치켜든 코토 미요가 눈을 살짝 찌푸린채 무언가를 바라보면서 중얼 거렸고 나마루 켄지는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떠서 미요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



  그것은 정말 기분 나쁠정도로 빠른 속도로 천장에 붙은채 복도 끝에서 다가오고 있었는데, 석양에 붉게 물든 그 모습이 확인 되었을땐, 입에 일본도를 물고 양손과 양다리로 사이토가 기어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천장에 붙은 상태에서 짐승과 같이 다가오는 그것을 본 켄지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외쳤다.



  "코토! 어서나와!! 우리 도망가야해."


  "저거…그 아저씨 맞지?"


  "그러니까 아저씨고 뭐고 간에 도망쳐야해!!"


  "사람이 어떻게…저렇게……."


  "정신차려!"



  하지만 뭔가 충격에 빠진듯 당황한 코토 미요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린채 다가오는 사이토를 바라만 보고 있었고 켄지가 그녀를 밀어내려고 할땐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사이토는 천장을 기어와서 켄지와 미요 앞에서 멈추더니 두손을 천장에 붙인 채로 두발만 떨어뜨려 잠시 매달려있다가 두 손도 놓아서 바닥으로 내려온 다음 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입에 물었던 일본도를 손에 잡아드는 사이토를 보면서 코토 미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저씨, 도대체 뭐……."



  퍽!



  대답대신 날아온 것은 주먹.


  사이토의 주먹에 뺨을 제대로 맞은 코토 미요는 켄지의 몸 위에서 나가떨어지며 바닥에 엎어졌고 켄지가 경악하며 외쳤다.



  "무슨 짓이야!!"



  하지만 켄지의 외침은 신경도 안쓴채 맞은 부위를 손으로 감싼채 부들거리며 일어나는 코토 미요를 향해 사이토는 다가갔다.



  "어째서…."



  조용히 자신를 올려보는 코토 미요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배를 걷어차버리는 사이토를 보며 켄지가 다시 소리쳤다.



  "당장 그만둬! 무슨 짓이냐고!!"



  하지만 사이토는 멈추지 않고 코토 미요를 계속해서 구타하고 있었기에 켄지는 바닥에 꽂힌 회칼 하나를 집어든채 관통상을 입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일어났다.



  "이봐, 사이토!! 이제 너에게 빌어먹을 존칭은 붙이지 않겠어! 여긴 내 자각몽이야. 그리고 내 꿈속에서 내 친구를 그런식으로 때리는건 절대로 용서못해!!"



  대꾸도 없는 사이토를 향해 다가가려는 켄지를 향해 계속해서 맞고 있던 코토 미요가 외쳤다.



  "도망쳐…윽! 나마…흐윽…루!! 도망치라고!!"


  "무슨 소리야. 네가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 나보고 도망치라고?"


  "이건…그…아저씨……아니야!"


  "뭐?!"


  "어서……."



  결국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버린 코토 미요를 두고 사이토가 뒤돌았을때 켄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꾸물럭거리며 불안정한 피부와 파먹힌듯 검게 파여들어갔음에도 기분 나쁘게 자신을 쳐다보는 눈동자에서, 이건 뭔가 전혀 다른 존재임을 깨달았다.



  "……."



  그리고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 이질적인 무언가를 향해 켄지는 도망치지 않았다.



  "젠장할! 뭔진 몰라도 여긴 내 꿈이야. 절대 너 같은 놈한테 지지않아!! 코토 미요에게 한 짓은 내가 갚아주겠어."



  현실과는 다르게 자신의 의지가 개입되는 자각몽 속에서 나마루 켄지의 관통상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사라져버렸고 켄지는 주워든 회칼을 죽음의 골목에서 단검을 쥐었을 때처럼 잡았다. 그리고 이때동안 보여줬던 살기위한 몸부림이 아닌, 무언가를 진심으로 죽여버리겠다는 살기가 그의 눈에 서린 눈동자가 매섭게 사이토를 노려보았다.



  "흠."



  전혀 달라진 느낌에 흥미를 느꼈는지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 사이토는 켄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으나, 공격적인 자세가 전혀 아닌 한쪽 팔을 내밀고 무언가를 맞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더욱 화가 난 켄지가 외쳤다.



  "이 망할 놈이!! 어디서 손을 내밀어!!"



  순식간에 사이토의 목을 회칼로 베어버리고 그의 등뒤로 넘어간 켄지는 곧바로 뒤돌아서 다시 전투 자세를 잡았고, 역시나 사이토는 그정도 공격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깊게 베인 목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도론 부족하냐?"



  켄지는 다시 한번 달려들어 벽을 박차며 다가가 사이토의 목을 한번 더 벤 다음에 재빨리 심장에 단검을 내리꽂고 돌려빼곤 한쪽 무릎에 단검을 쑤셔박은채 뒤로 물러났다.



  "……."



  이번에도 사이토에게 치명상을 주진 못한것 같았기에 켄지는 다시한번 죽음의 골목에서 느꼈던 전투감각을 온몸에 상기시키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각몽이어도 이런 움직임은 쉽게 낼수가 있는것이 아니지만 죽음의 골목에서 귀신의 힘을 얻고 직접 움직여본 인상 깊은 경험은 다시끔 자각몽에서 재현될 수 있었다.



  "좋아, 이젠 무기…믿음직한걸로."



  켄지는 오랜 예전, 처음으로 폐쇄된 교회에 갔을때 요이에게 받아서 휘둘러 보았던 퇴마도를 떠올렸고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퇴마도의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채워지며 깔끔하게 켄지의 손에 쥐어졌다. 퇴마도를 양손에 쥔채 아직도 여유롭게 손을 내밀고 있는 사이토를 향해 외쳤다.



  "절대로, 네놈따윈 여기서 산산조각 내버린다. 내 꿈에서조차 상대를 박살내지 못하는데 현실에서 어떻게 아즈미 아스카 같은 사람을! 코토 미요같은 친구를! 츠이시 요이같은…아니, 요이를!! 어떻게 지킬 수 있겠어? 도움도 못될게 뻔하다고!!"



  현실에서 느껴온 무력감에 대한 한탄과 함께 눈앞에 적에 대한 증오, 사이토에 대해 남아있는 죄책감이 한데 뒤엉켜 응어리진 각성 상태가 된 켄지는 사이토를 향해 달려들었고 퇴마도로 목을 아예 잘라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향해 계속 내밀고 있는 기분 나쁜 팔도 잘라내 버리고 몸통을 향해서도 어깨부터 몸의 중간까지 칼날을 베어넣으며 비틀어 빼낸 켄지는 육중하게 쓰러지는 사이토를 보았다.



  의미도 없는 가쁜 숨을 내쉬며 적을 드디어 쓰러뜨렸다는 성취감과 현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낀 켄지가 코토 미요를 봤을때 그곳엔 반토막 난채 상반신만 남아있는 아즈미 아스카가 있었다.



  "아즈미씨!!"



  자신도 모르게 꿈이란 것도 순간적으로 잊은채 달려가 그녀의 옆에 앉았을때 아즈미 아스카가 말했다.



  "고맙네요…이렇게까지 저를 생각도 해주시고."


  "죄송해요…죄송합니다……정말…저 같은 녀석을 살려주실려고……."


  "하하, 괜찮아요. 지금 이렇게나마 강해지려고 노력하잖아요. 누구든 처음엔 다 무서운 법이죠……. 세상에 어느 고등학생이 괴물들 앞에서 죽을지도 모르는데 침착하게 싸울 수 있겠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감사합니다……."



  켄지의 양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아즈미 아스카가 슬픈듯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죄책감…컸나보네요."


  "네…잊을수가 없었어요……. 너무 충격적이었고 슬펐고 힘들었어요…그때 분명 요이가 안도와줬으면 전 몇발자국도 못가고 죽고 말았을거에요."



  남들에겐 차마 하지 못했던 가슴속에 서러운 응어리들을 다 말하고 있는 켄지에게 그 마음 다 안다는 듯이 아즈미 아스카가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제가 말했듯이 제가 구해준 목숨, 앞으로 열심히 사세요. 츠이시 요이님에게 잘해주시구요."


  "네에……."


  "괜찮다니까 참…."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켄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즈미 아스카, 그간 자기 대신 죽은 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던 켄지의 마음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가벼워져 가는 그때에…몽환술사가 있었다면 매우 성공적인 꿈치료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몽환술사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제 정신승리 그만하고 정신 차리세요."


  "네?"



  아즈미 아스카의 말에 켄지가 의아해하며 쳐다봤을때 그녀가 자신의 잘려나간 하반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 영혼은 필름통 안에 들어가있잖아요? 당신이 직접 신사에 맡겨서 더 잘알잖아요."


  "……."


  "혹시라도 지금 대화중인 사람이 진짜 아즈미 아스카의 영혼? 그건 당신 혼자 위로 받기 위한 이기적인 생각이죠."


  "……."


  "지금 이 꿈은 당신이 만들어낸 공간에 당신이 원하는 말을 듣기 위해 제가 존재할 뿐이에요. 간단히 말해 당신은 저에게 용서를 받고 싶어서 이런 모습의 저를 만들고 제가 당신을 죄책감에서 해방시켜줄 말들을 하게 만든것 뿐이죠."


  "……."


  "현실의, 필름통 속에 갇혀있는 아즈미 아스카의 영혼도 당신을 용서해주고 따뜻한 말만 해줄까요? 그렇다고 스스로 납득하고 그녀의 죽음을 덮어버리고 살아간다면 정말로 비겁한 거죠. 뭐, 당신에게 어울리는 자세일지도 모르겠네요."


  "……."



  그리고 순간적이나마 아즈미 아스카의 모습은, 나마루 켄지 자신의 피투성이 모습이 되어 켄지의 멱살을 붙잡아 당기며 증오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다고 죽은 아즈미씨가 돌아올거 같냐? 정신차려 병X아."


  "……."



  잠깐이나마 마음의 상처를 치료 받았던 켄지는 뒤로 철퍼덕 주저 앉으며 정신이 나가버렸고 내면에서 받는 내면의 충격에 눈앞이 아득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땐 아즈미 아스카 대신 코토 미요가 눈앞에 쓰러져 있었고, 사이토는 다시끔 서서 켄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하……이젠 지쳤어."



  켄지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은 것만 같았기에 머리가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진 켄지는 그대로 주저앉아만 있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심리적으로 너무 지쳤기에 퇴마도를 들었고 아플건 생각도 하지않고 칼날부위를 잡은채 날끝을 자신의 가슴을 향하여 퇴마도를 치켜들었다.



  "이제 진짜…끝이야."



  정말로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자신을 향해 칼을 내리꽂으려는 순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이토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꼭 죽지말고 계속 살아가라는 듯이.



  "당신이 뭔데…나한테 그런 모습을 보이는거야?"



  켄지가 울분에 섞인 목소리로 말했으나 사이토는 계속해서 켄지를 향해 다가왔다.



  "……오지마. 저리가!"



  하지만 계속해서 다가온다.



  "가라고!!"



  거의 바로 앞까지 온 사이토를 보며 켄지는 피묻은 손으로 퇴마도를 고쳐쥐고 위협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결국 코앞까지 다가온 사이토의 목을 켄지가 벨려고 하는 순간, 사이토의 모습은 창백한 시체의 모습과 같은 츠이시 요이가 되었다.



  "……?!"



  깜짝놀라 휘두르기를 멈춘 칼날이 아주 살짝 닿아서 피가 조금 베여나오는 츠이시 요이의 모습은, 죽음의 골목에서 알수없는 연기의 귀신이 보여줬던, 그 요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차마 요이를 베지못한 켄지의 몸에 조금씩 잠식해서 새어 들어가며 창백한 모습의 요이가 러시아어로 말했다.



  "영혼을 건 계약을 위하여…."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