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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32

레이븐울프 2017. 10. 24. 02:59

혼(魂) - 몽환의 협곡 - 32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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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토…괜찮아?"



  나마루 켄지가 걱정스레 물어보자, 비슷하게 지친 모습의 코토 미요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



  "어이 나마루…너나 돌아보라고. 네놈 따위한테 걱정받을 정도는 아니야."



  켄지는 못쓰게 되어버린 양팔과 피로 완전히 절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한번 내려다보며 몸을 살짝 움직여보더니 말했다.



  "뭐…난 괜찮아. 어차피 꿈이니까."


  "……."



  코토 미요는 교실 제일 뒤에 있는 책상들중 하나의 위에 걸터앉으며 뭔가 허무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이젠 알겠어. 이곳은 꿈속이야."


  "뭐야, 자각이라도 한거야?"


  "현실이라면 사람이 천장에 붙어서 기어올리가 없잖아. 말도 안되는 거라구…쉽게말해 이곳은 정말로 꿈속 세상이라는거지."



  켄지는 현실에서 더 한것도 봤었지만 굳이 꿈속의 코토 미요를 혼란스럽게 할 필요는 없을것 같아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코토 미요는 다친 자신의 몸을 돌아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이 몸도…가짜고 고통도 가짜라는거잖아. 나라는 존재도 가짜인거고."


  "……."


  "진짜 내가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니라면 난 네녀석의 꿈에 등장한 것 뿐이지?"


  "어…그러니까……."


  "우물거리지말고 똑바로 말해줘! 그게 더 마음 편하니까."



  약간 고민을 하던 켄지는 그냥 터놓고 말하기로 결정했다.



  "맞아. 여긴 내 자각몽이고 넌…내 꿈에서 나타난 코토 미요야."



  코토 미요는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는듯 가만히 눈을 감고 물었다.



  "그래, 그래서 현실의 나랑 좀 비슷한거 같아?"


  "어? 뭐 솔직히 말해서 코토 미요 그 자체인걸."


  "그래?"



  약간 표정이 밝아진 미요가 눈을 뜨며 말을 이었다.



  "현실에서도 널 찔러죽이려고 하는거구나."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뭐가 비슷한데?"


  "그냥…뭐랄까. 내 꿈속에 네가 나오는 거니까 평소에 내가 생각하는 코토 미요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구현된게 아닐까 싶어. 내가 모르는 진짜 코토의 개인적인 사항들은 구현되지 못했을거야."


  "그것도 그렇겠네."



  씁쓸하게 미소 지은 미요는 확신이 섰다는 듯이 책상에서 일어났고 절뚝거리며 켄지에게 다가가면서 허리춤에서 회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본 켄지가 식겁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갑자기 다시 날 죽이려는건 아니겠지?"


  "어~ 역시 나마루. 멍청해도 이정도는 빨리 눈치채는구나."


  "아니 왜?!"



  이미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친 켄지는 등을 기대고 힘없이 앉아있을 뿐이었고 미요는 회칼을 내리꽂기 좋게 돌려쥐며 켄지의 바로 앞에 무릎꿇고 앉아 말했다.



  "넌 돌아가야해."


  "무슨 말이야?"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그 이상한 녀석. 정체도 알 수 없는 녀석 말이야. 그녀석이 널 왜 안죽였을것 같아?"


  "뭐?"


  "널 죽이려던 날 이 꼴로 만들었어. 그리고 널 죽이진 않고 벽에만 박은 뒤에 다른 이상한 곳으로 사라져 버린 거잖아."



  켄지를 똑바로 바라보는 코토 미요의 눈동자에 전기회로와 같은 밝은 가지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조금씩 갈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은 날 믿어봐. 최소한 네 내면에는 너보다 내가 더 가까이 있으니까."


  "야 그래도……."



  코토 미요는 지체없이 회칼을 그대로 켄지의 목에 꽂아넣었고 컥컥 거리며 고통에 일그러진 켄지의 시야 속, 슬픈 표정으로 살짝 미소 지으며 작별인사를 하는 그녀가 있었다.



  "진짜 코토 미요에게 안부 전해줘."



  그리고 세상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뭔가 소리지르는 듯한 소리가 얼핏 들렸다.



  "……?"



  총성이 들린다. 멀리서 울리듯이 들리던 소리가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오듯이 켄지의 바로 앞에서 터져나왔고 그와동시에 나마루 켄지는 두눈을 번쩍하고 뜬다.



  "……!?"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잿빛 하늘과 허공에 뜬채로 사격중인 수십정의 총기들이었다. 그게 뭐 어찌됐든 켄지는 회칼이 꽂혔던 자신의 목을 정신없이 만져보며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에야 몽환술사의 모습과 주변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켄지가 몽환의 협곡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그의 내면이었던 아파트는 사라져버렸고 몽환술사가 세워놓은 벽과 감시탑만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켄지로 부터 불과 몇발자국 떨어진 곳에서는 허공에 떠서 스스로 사격중인 수십정의 총기들을 악단의 지휘자와 같이 컨트롤하며 동시에 지형도 변형 시키며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막고 있는 몽환술사가 있었고 정신없이 깎아지는 낭떨어지에서 연기와 같은 모습으로 기어올라오는 구소련 군인들은 어떻게든 계속해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


  뭔가 상황파악이 전혀 안된 켄지가 몽환술사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몽환술사가 고개를 확 돌리며 외쳤다.



  "해냈군요!"


  "네? 제가요?"


  "못깨어나나 싶어서 조마조마 했습니다. 저 빌어먹을 놈들은 어떻게 지연시킨다고해도 몽환의 협곡 자체가 침식 되어가는건 막기가 힘들거든요!"


  "도대체 무슨 상황이에요?!"



  몽환술사가 뭔가 큰 잘못이라도 한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게…죄송합니다. 건들이면 안될걸 건들였어요."


  "……."


  "전 당신의 머릿속이 이렇게 복잡할줄 몰랐습니다!"


  "아무리 그대로 저런 군복같은거 전 모른다구요?!"


  "러시아어를 쓰는 자, 연기와 같은 형상, 붉은 머리의 여장교! 이런 것들이 당신과 관계된 적이 있나요?"



  켄지는 잠깐 생각해보다가 연기와 같은 형상, 죽음의 골목에서 히고가 '고양이 친구'라고 불렀던 존재를 떠올렸다. 츠쿠요미에게도 차마 말못한 부분이었는데 그런걸 몽환술사에게 말해도 되려나 고민을 조금 해보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수없이 사실을 말하기로 마음 먹었다.



  "연기와 같은 형상! 그것하곤 접촉한적이 있어요!"


  "어떤 식이었죠?"


  "그…네크로맨서들의 관할 구역이었던 곳에서, 어쩌다보니 그런 연기와 같은게 저를 덮쳐서 제 몸의 통제권을 가져간적이 있어요. 그리고 극도의 폭력성을 띄게 되더라구요…주변에 있던 사람을 죽일 정도로……."


  "……!"



  어느정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듯한 몽환술사가 땅바닥에 6정의 중기관포를 구현해내 엄청난 탄막을 형성하며 시간을 번다음 켄지에게 말했다.



  "좋아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들으세요! 이제 당신이 깨어났으니 저 빌어먹을 놈들과 전 몽환의 협곡의 침식된 부위를 전부다 소멸시켜버릴 겁니다!"


  "네? 소멸……."


  "질문은 나중에 살아남으면 받도록 하죠! 일단 제 말부터 들어요! 그러니까, 당신을 이제 다른 공간으로 보낼겁니다. 만약 제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꿈에서 깨는 즉시! 츠쿠요미님에게 연락을 해서 소련계 네크로맨서의 사령에 의해 정신오염이 시작됐다고 알리십시오!! 그리고 몽환술사가 그 제어에 실패 했다고도 말씀하구요! 그 다음으론 스스로 격리 되겠다고 까지만 말하고 곧바로 이 집의 지하실이든 어디든 제일 튼튼한 곳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가능하다면 양손발도 스스로 결박하세요! 반드시 빠른 시간안에 실행해야합니다. 만약 빠르게 못해서 스스로 격리되기전에 완전 침식이 되어버리면 당신은 분명히 저항능력이 없는 츠이시 요이씨를 살해하고 다른 사람들도 죽이려고 들다가 정부요원이나 경찰에게 사살 될겁니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총성들과 그때마다 함께 나오는 총염에 물들은 대지에서 몽환술사가 몽환의 협곡 중앙의 허공을 보며 손을 내지르는듯 싶더니 잡아 비틀어버렸고 곧이어 그곳엔 검고 커다란 구체가 나타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힘에 이끌려 소련군들도, 침식된 몽환의 협곡과 정상적인 부분들도, 수많은 총기들도 빨려들어가는 와중에 몽환술사의 망토와 켄지의 교복이 펄럭거리며 구체를 향할때 몽환술사가 자신 옆의 허공을 잡더니 자신의 손만한 지퍼를 만들어내 위에서 아래로 내려 지퍼를 열었고 그 틈속을 가리키며 외쳤다.



  "여기로 들어가세요 어서!!"


  "몽환술사씨는?!"


  "저는 이것을 마무리 짓고 가야합니다. 제가 실패했을때에만 제가 지시한 대로 해주시면 됩니다!"


  "실패한걸 어떻게 알아요?!"


  "당신은 츠이시씨와는 다르게 염력이 없기에 스스로 이 세계를 유지할 수 없어요! 제가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존재가 부정되어 버린다면 평형이 깨져서 당신은 잠에서 깰겁니다!! 두통이 좀 심하게 있을 수 있을거고, 또 현실의 제가 정신줄을 놓은채 당신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겠지만, 무시하세요! 그건 그냥 저의 남은 껍데기일 뿐일테니까!!"



  검은 구체가 점점 강하게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오두막도 분해되려고 할때쯤 몽환술사는 켄지와 연결된 하얀 실을 끊어버리곤 지퍼 속으로 켄지를 강제로 밀어넣고는, 지퍼를 닫아버리는 동시에 아예 없애버렸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몸이 이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 주변으로 튼튼한 줄과 지주핀을 감고 박아넣어 땅에 단단히 고정한 다음 몽환의 협곡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며 최선을 다해 침식된 부분들을 검은 구체속으로 뜯어내서 넣기 시작했고 동시에 구체가 필요이상으로 커지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제어하고 있었다.



  "할수있어. 난 할수있어! 여긴 내가 만든, 나의 낙원이야. 이런 식으로…이런 식으론 절대로 못끝내!!"



  몽환술사를 지탱하고 있는 지반마저 갈라져 금이 가기 시작할 무렵 켄지는 끊어진 하얀 실이 정신없이 나풀거리는 가운데 하염없이 새하얀 빛만이 있는 공간을 날아가고 있었고 그 끊어진 실은 뭔가에 이끌리듯 켄지의 손목을 잡아 끌며 어딘가를 향해 나아갔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