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칵테일 바텐더
장르: 순정(?)
글쓴이: 너구리햄스
"후으…."
내 이름은 '김선'이다. 대한민국 부산땅에 살고있고…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지금 있는곳은 도시의 번잡한 곳에서 조금 멀리있는 조용하고 약간은 어두운 거리다.
뭐랄까… 오늘은 딱히 이유없이 기분이 우울하다. 슬프다고 해야하나… 조용한 곳을 찾고 싶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가 아닌 혼자서 술집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 시간은 많이 늦은 편이지만… 내가 찾는 술집은 시끄럽고 술주정하는 사람들이 있는곳이 아니다. 조용하고… 분위기있는… 그리고 예전부터 잘해주시던 주인아저씨가 계신 술집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신나게 놀며 마시는 술이 대부분이지만 나라는 녀석은 이유없이 조용하게 고독을 즐기는 타입인것 같다.
고전적인 느낌이 가득하고 아늑한 빛이 새어나오는 가게문을 열었을때 나는 잠시 멈추고 말았다.
"……."
가게는 아주 조용했다. 다만 부드럽고 조용한 음악이 '침묵'을 덮어버리고 있었을 뿐이다. 은은한 빛이 감도는 나무로 지어진 고전적인 느낌의 술집. 난 이곳의 조용함이 좋았다.
밤늦게까지 노는사람들은 안오는곳이기에 인기는 그닥없는것 같지만 나같이 조용한것을 선호하거나 단골들은 이 특유의 분위기와 조용함… 그리고 주인장의 인심에 취해버린다.
"……."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 사람이 없다싶은게 아니라 아무도 없…….
"어…?"
검은색과 흰색계열의 단정한 옷을 입은 한 아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테이블을 닦고 있는듯했다.
"어라?"
엉뚱한걸까 귀여운걸까… 부드러운 목소리의 그녀가 뒤돌아보더니 나를 향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의 우울함은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에 의해서 몇초간 잊혀졌다. 그녀가 나를 보더니 말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지금은 영업시간이 끝났어요."
나는 실망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렇게 뒤돌아서려는 나를 향해 그녀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가게정리가 끝날때까지는 계셔도 괜찮아요."
"아, 그거 다행이군요."
나는 조금 뻣뻣하게 말하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는 이 가게의 새로운 알바생일까? 이때동안은 중년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동시에 인자한 콧수염의 주인장이 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알바생같은것 있지도 않았다. 주인아저씨에게 무슨일이 생긴걸까?
내가 혼자생각할때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고민가득해 보이는 손님을 보니 그냥은 못보내겠더라구요."
"……."
어깨까지오는 부드러운 생머리에 곱게 옆으로 정리한 앞머리에 귀염성 가득한 그녀를 보고 나는 잠시 우울함을 또 잊었다.
"취하게 해드릴까요?"
"아… 네, 걱정은 하지마세요. 술버릇은 괜찮은 편입니다. 하하… 취했다고 난동부리거나 토하지는 않아요."
"그런가요."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짓더니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사라지기 직전까지 멍하게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를 보고 있던 나는 한숨을 쉬어본다.
"멍청하긴… 조용하게 술마시러 왔지 여자보러 온게 아니잖아."
조금은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중년의 주인장에 비해서 저 알바생은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평소같으면 주인장 아저씨가 '항상 마시던걸로 마실건가?'라고 물으며 컵을 닦고 있었을건데… 저런 아가씨와 단둘이 술집에 있게 될줄은 예상도 못했다. 옷도 대충 입고 왔는데…….
조용한 음악소리에 멍하게 있을때쯤에 또각거리는 구두소리와 함께 은은한 등불 아래로 그녀가 나타났다. 지금 자세히 보면 어깨까지 오면서 앞머리는 옆으로 가지런히 정리한 생머리에 양쪽팔이 없는 스타일에 리본을한 하얀 블라우스와 조끼같은것이지만 가슴을 덮지않고 오히려 밑에서 받치며 허리를 졸라주는 검은 옷. 왼쪽 손목에 있는 가죽재질의 손목시계와 라인을 강조하는 듯한 미니스커트… 그리고 날씬한 허벅지엔 가터벨트… 마지막으론 깔끔하게 생긴 검은구두.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면서 한편으론 섹시한 옷이었지만 그녀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쁘다'혹은 '귀엽다'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런 그녀가 오른손으로 허리를 살짝 가리게 메뉴판을 들고 왼손으로는 술잔과 술병이 올려져있는 판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겠죠?"
그녀가 내 맞은편의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검은조끼 때문인지 그녀의 가슴이 더욱 강조되어 보였고 새하얀 블라우스는 나의 얼을 빼놓는듯 했다. 겨우겨우 정신차려서 대답해본다.
"아무래도 남자인 이상 가을을 타는가 봅니다. 안타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이유없이 우울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글쎄요…."
그녀가 부드럽게 술잔에 술을 부으며 말했다.
"저는 가을 타는 남자들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변화에 무감각한 사람보단 더 감성적인거 같지 않나요?"
"아, 그렇죠."
난 여기에 조용히 술마시러 온거지 토론하러 온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녀가 건내는 술잔을 조심스럽게 받은 나는 그것을 마셨다.
"음?"
"맛이 괜찮은가요?"
"이건… 어떤 술이죠?"
"손님 표정을 보니 맛이 안좋았나 보군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최고였어요."
"아, 다행이군요."
그녀가 안도의 숨을 쉬며 가슴에 두손을 올리고 있을때 나는 남은 술을 마저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그 은은한 맛을 느꼈다.
혀에 닿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달콤함과 향긋함. 아주 부드럽게 미각을 자극하면서 목으로 넘어가기전에 약간의 쓴맛을 남기며 단순음료가 아닌 '술'임을 깨닿게 해주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최소한 나에게는 최고의 술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떤 술인가요? 이곳엔 여러번 왔었지만 이런 술은 처음이군요."
"그건… 제가 만든 칵테일이에요."
"칵테일요?"
"네. 손님의 느낌을 생각하며 제 나름의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표현이 조금 이상했나요?"
"뭐… 칵테일 만드는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고마워요."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나는 빈술잔을 보며 말했다.
"제 느낌이 바텐더씨에게는 이런 느낌인가요?"
"음…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손님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감정과 내면을 생각하면서 감으로 만든거랍니다. 엉뚱하죠? 하핫……."
"이렇게 기분에 맞는 칵테일은 처음이군요. 주인장께선 어디 계신가요?"
"아버지 말씀하시나요?"
아버지?
"호, 혹시 따님이신가요?"
"네… 그런데요."
"저는 그냥 알바생인줄 알았는데……."
"어머, 그럴수도 있었군요."
그녀는 조금 놀라며 나에게 말했다.
"아빠… 아니,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가게에 제가 오는 일은 보통 없거든요. 이례적인 경우랄까… 하지만 요즘은 아버지께서 바쁘셔서 제가 가게일을 돕고있어요."
"아… 그렇군요."
"대학생이신가요?"
"네, 모습이 좀 초췌한가요… 하핫."
"수수한 느낌이 괜찮아요. 매력있으시달까…?"
"음……."
귀여운 여성에게 칭찬을 들은 나는 머슥해져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술을 한잔 더 따르더니 나에게 말했다.
"대학생이라… 저도 대학에 다니고 싶었지요."
"어… 대학에 안가셨나요?"
"휴학상태랍니다. 아버지를 도와 이 가게를 운영하려고 어릴때부터 바텐더 일을 배웠고 지금 도와드리고 있지요."
"그렇군요."
"중학생때까진 천방지축인 여자애였는데… 고등학교때 부터 뭐랄까……."
그녀는 살짝 홍조를 띄며 말했다.
"숙녀같이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달까요…."
"하핫."
생각보다 성격도 귀여운 아가씨다.
"제 이름은 '이 상미'에요."
"전 '김 선'입니다."
서로를 보며 미소지었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언제 대학을 졸업할지 모르겠어요. 학과가 바텐더쪽에 근접한거라 좋아하거든요."
나는 다시 술잔을 비우고는 말했다.
"바텐더 일이 안지겹나요?"
"언젠가부터 이 일을 사랑하게 된거같아요."
"흐음……."
고민하는 나를 빤히보던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취하셨나요?"
"네?"
"제가 처음에 '취하게'해드린다고 했잖아요."
"아……."
그렇다고 취했냐고 물어보면 뭔가 어색하잖아요~
"아직은 안취한거 같아요."
"제 칵테일의 한계면서 한편으론 다행이군요."
"음? 뭐가요?"
"선이씨는 뭐랄까… 취한모습은 안어울릴거 같아요."
"그렇군요."
나는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멍하게 그녀의 가슴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한잔 더 드실래요?"
"아…… 네."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내가 술병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제가 만든 칵테일을 좋아하시는거 같아서 저도 기쁘네요."
"일품인걸요."
보통 칵테일을 술병에 따라서 만드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녀는 한잔을 더 따르다가 살짝 홍조를 띄며 나에게 물었다.
"저기……."
"네."
"제 옷… 괜찮은가요?"
그녀는 부끄러운듯이 물었다. 나는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
"제가 보기엔 충분히 매력적이셔요."
"그런가요? 보기에 우스꽝스럽다던가 너무 야하다던가 이상하지 않나요?"
"에… 제가 보기엔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행이다……. 제가 많이 고민하면서 고른 옷이라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진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녀의 순진함을 보며 나도모르게 우울함 따위는 잊어버렸을때 그녀가 말했다.
"실례지만 연인이 있으세요?"
"안타깝게도 없군요."
나는 장난스럽게 미소지으며 말했고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말했다.
"역시… 선이씨의 우울함의 이유를 알겠어요."
"네? 이유가 뭔가요?"
"그건바로……."
그녀가 강조하는 어투로 나에게 말했다.
"쓸쓸함이에요."
"네?!"
"분명해요. 동성끼리와의 교제로는 부족한… 이성과의 교제를 못해서 쓸쓸함을 느끼는거같아요."
"어째서……."
"그 증거로… 저와 대화하는 지금의 선이씨의 모습엔 처음 가게에 들어올때 만큼의 어두움이 없다구요."
"아……."
그런가… 내가 정말 외로워서인가…….
나는 농담하는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핫… 그럼 어떻게하면 연인이 생길까요?"
내가 정말 취했나… 이런걸 왜 상미씨에게 묻는걸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연인이 될수있을 거에요."
"그런가요?"
"저도 저만을 바라봐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다면 그에게 빠져버릴거 같달까요……."
그녀는 두손을 가슴에 얹고는 부끄러운듯이 말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전 매력이 없어서 안됩니다."
"선이씨는 충분히 매력있다구요."
"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선물하나와 진심어린 고백이라면 어떤 여자든지 선이씨를 받아드릴거에요."
"아……."
그녀는 귀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혹시 선이씨를 좋아하며 고백하기를 고민하는 여대생이 있을지 누가알아요?"
"하핫……."
내가 씁쓸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선물을 어떻게하면 알수있을까요?"
"그건……."
그녀는 감상에 빠진 사람처럼 말했다.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한다면 선이씨도 그 선물이 뭔지 알고 있을거에요. 그렇다고 스토킹하란건 아니구요."
"하핫… 스토킹이라……."
내가 중얼거리고 있을때 그녀가 말했다.
"다른 여자들은 모르겠지만… 저라면… 조금 소박하더라도 누군가의 진심어린 고백을 받으면 그날밤 잠들때까지 가슴이 두근거릴거 같아요."
"그런가요."
이유없이 난 이상미라는 바텐더에게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꼈고… 첫눈에 반한건 아니지만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녀의 매력에 취해가고 있는듯하다. 아니, 칵테일에 취하는건가?
그녀는 지금 뭔가 상상을 하고있는듯 지긋이 탁자를 바라보며 홍조를 띄고 있었다. 그러다가 깜짝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가게 정리를 해야하는데……."
"제가 도와드릴까요?"
"괜찮아요."
나는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기분의 우울함을 풀기위해 이곳에 왔었고 그것을 풀었기에 이곳에 계속 머물며 바텐더를 귀찮게할 필요가 없었다.
"가실… 건가요?'
상미씨가 나에게 물었다.
"네, 밤도 많이 늦은거 같고… 저기 계산은……."
"돈은 괜찮아요."
"네?"
"저도 오랜만에 누군가와 이리저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웠거든요. 제가 산걸로 할게요."
"그럴수는……."
그녀는 내앞에 한발짝 다가서며 말했다.
"가게가 끝났을때 들어온것 부터가 이미 특별고객이셨다구요. 아빠… 아니, 아버지도 선이씨라면 상관없다고 하실거에요."
"감사합니다."
그녀의 순수한 마음과 복장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녀의 향긋한 향기가 느껴진다.
그녀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술병하나를 내밀었다.
"제가 만든 칵테일이에요. 선물로 드릴게요."
"아니, 이런것까지 받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잘됐으면 해요. 그 사람과 함께 마셔도 될듯… 싶어요."
"아……."
나는 멍하게 칵테일을 받아들었고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언제 시간되면 점심이라도 살게요. 어떤걸 좋아하시나요?"
내 물음에 그녀는 어린아이같은 순진함으로 나에게 대답했다.
"딸기쉐이크!"
"딸… 기?"
"네, 저는 딸기쉐이크가 너~무 너무 좋아요. 그거 하나면 전 만족해요."
나는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나중에 시간날때 딸기쉐이크 사드릴게요. 잘아는 대학교선배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거든요."
"약속하는거죠?"
"네, 약속."
내가 가게문을 나서기 직전에 뒤돌아서며 그녀에게 말했다.
"꼭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할게요."
"선이씨라면 그 여자도 분명 기뻐할거에요."
그녀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가벼우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게를 나섰고 가을공기를 힘껏 들이키며 길거리를 걸었다. 그리고는 멍하게 생각해보았다.
어째서일까?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바로 칵테일 바텐더… 이상미씨라는걸 그녀는 왜 모르는 것일까? 나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나의 쓸쓸한 마음은…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해졌고 두근거림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얼마 후]
나는 그녀를 만난 첫날뒤로도 가게에 자주갔고 그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무엇보다 순진하고 착한 마음…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며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주는 엉뚱함이 그녀의 매력이었다.
지금 나는 그 가게로 가고있다. 오늘도 그녀가 있을까? 아니면 주인장 아저씨가 계실까? 가게문을 열기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게문을 열고 탁자위를 닦고있던 그녀가 미소짓는 모습을 떠올리면 나도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금 내손에는 딸기쉐이크와 편지한통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 칵테일 바텐더인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이상하게도 올해 겨울은 따뜻할거 같다고 얘기한 그녀의 모습이 계속해서 생각난다. 그녀의 순진한 미소와 함께. - R.H.
[칵테일 바텐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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