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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 핏빛 멜로디 - 1 - [호러or멜로]

레이븐울프 2009. 3. 18. 01:10

단편소설-핏빛 멜로디 - 1

장르: 호러or멜로

글쓴이: 너구리햄스

 

 

 

 

 

 

 

 

  "……."

  나는 어둡고 어두운 공간의 중간쯤인 듯한 곳에 서있다. 내 앞에 있던 사신(死神)같은 녀석이 말한다.

 

  『네가 지은 죄에 대한 판결을 내리겠다.』

  "내가 무슨 죄를 가지고 있는지나 말해주시지?"

 

  『너는 다른 세계로 가게 될것이다.』

  일단 내 말은 무시된거 같고… 다른 세계?

 

  "어떤 세계를 말하는거지?"

  『네가 주의할것은 그곳에서 '네가 살던 곳'에 관한 것들을 아무 생각없이 말하고 다녀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곳'에가서 '그곳'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라.』

  어울리라니… 무슨 소리야?

 

  "저기… 잠깐만… 그렇게 앞뒤 모르겠는 설명해도 난 잘모르겠거든요?"

  『명심해라. 네가 '그곳'에 갔을때 너의 운명을 갈라놓을 아주 사소할지도 모르고 중대할지도 모를 선택을 하게 될것이다. 네가 그 '선택상황'을 자각할수있다고 해도 쉬운 길로 가는 선택을 하기는 힘들것이다. 너에게 주는 이 처벌이 끝날때쯤에 너의 운명은 정해질것이다.』

  저거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하는구만…….

 

  그때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 이런……."

 

- - - - - -

 

  "하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곳은… 따스한 햇빛이 드는 숲속. 나는 나무밑에서 잠들어 있었던 걸까? 여기는 어디지? 내가 살았던 곳은 아니다.

 

  조금만 걸었더니 넓은 들판인지 꽃밭인지 모를 곳이 보였다. 여러색의 아름다운 꽃 사이에 어떤 여자가 서있었다. 갈색머리에 포니테일을 하고 새하얀 얼굴에 약간 발그레한 볼. 가죽재질의 갑옷비슷한 것을 입고 허리에는 칼을 차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예쁘다… 가슴도…."

  나는 그녀를 보고 멍해졌다. 아, 미안하다. 난 남자였다.

 

  그녀는 다소곳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아주 부드럽게 나를 들판에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홍조띈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본능을 느끼며 씨익 웃어보았다. 사신이여 고맙다. 이 세계에 도착하자마자 여자를 안겨주는구나.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내쪽으로 그녀를 당겼는데…….

 

  "야앗!!"

 

  빠각!!

  "뚫!!"

 

  아름다운 그녀의 다소곳했던 손이 주먹을 쥐는게 살짝 보였다 싶더니 내 턱을 올려쳤다~

 

  "아… 아파라… 이 여자가 미쳤나?"

  나는 턱을 만지며 날카롭게 그 여자를 노려다 보았는데 오히려 여자쪽에서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어이고 어이없어라. 여자랑 놀라고 이곳에 널 보낸 줄 아는거야?"

  "어… 사연을 알아?!"

 

  녀석이 나에게 다가와서 내옆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네 정신상태를 보아하니 살아남기는 힘들겠다."

  "크으… 어쩌라고 진짜 아프다구."

  "분위기 파악 못한 죄라고 생각해."

  "왜 분위기 좋잖아. 따스하게 햇빛 비춰지는 꽃밭에 미인인데!!"

  "어, 미안 장난 좀 쳤어."

  "……."

 

  갑자기 주변이 새까만 밤으로 변해버렸고 내가 나왔던 숲은 어둠 그 자체였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꽃밭에 나와 여자가 서있었다. 여자가 나에게 말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게 해주기위한 충고를 몇개해주지."

  "그거 고맙네."

 

  "일단 이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지말고 그냥 받아드려라."

  "뭐?"

  "구석기 시대에 공룡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걸 봐도 이해하라는 말이다."

  "……."

  젭라 그게 뭐냐.

 

  "그 다음으로는 자연스럽게 이 세계에 스며들어라."

  "'스며들어라'라……."

 

  "그리고 네가 살았었던 세계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것이 좋다."

  "음?"

  "이 시대에는 없지만 네가 살았었던 곳에 있었던 개념들을 조심하라구. 이 시대에 '손목시계'가 없다고 치자, 네녀석이 '손목시계'에 대해서 떠들면 사람들이 널 이상하게 볼꺼고 생존율이 떨어진다."

  "뭐야……."

 

  "그리고……."

  녀석이 나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읍?!"

  "어떤것이든지 너무 깊게 빠져들지말고 너무 참견하려고 들지않는것을 추천해~"

 

  내가 발버둥치고 있을때-정상인 여자가 아니다, 사신의 부하인듯?!- 그 여자가 아주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만약 죽을꺼 같은 상황이 왔을때는 그 상황을 즐겨.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기뻐해."

  "… 미쳤냐…… 그 상황을 왜 기뻐해?"

  "어차피 죽을꺼니까 그땐 즐기라고."

 

  녀석은 갑자기 나를 내팽겨치더니 숲속으로 걸어가며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너의 처벌이 끝났을땐 숲속으로 오라구, 처벌기간이 끝날때까지 살아남으면 널 적극적으로 도와줘볼테니까."

  "기간이 얼마인데… 1년?"

  "네가 알수있을거야."

  "……."

 

  녀석이 나를보더니 윙크하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자를 느끼게 해준 나를 감사히 여기라고~"

  "멋대로 껴안은게 그런 뜻이었냐!!"

  "낄낄낄…."

  녀석은 기분나쁘게 웃더니 숲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뭐… 솔직히 녀석에게 안겼을때의 느낌은 좋았다. 근데 죽기전에 소원하나 들어주는 개념같아서 찝찝하다.

 

  "근데… 내 이름이 뭐지……."

  기억나지 않는다.

 

  『떠돌이 더슨.』

  "…?!"

  뒤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에 내가 급히 돌아봤지만 아무도 있지 않았다.

 

  "하… 내 이름이 '더슨'인거군. 그리고 떠돌이인건가…… 어?"

  어두운 꽃밭안에 뭔가 여자같이 생긴 것이 서있었다가 사라졌다. 설마 공간이동이라던지…….

 

  나는 애써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멀리 빛이 보이는 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곳에는 어떤 마을이 있었다. 보아하니… 나무로 만들어진 유럽의 전통마을 느낌이다. 나는 나의 복장을 보았다.

 

  소박한 옷에 조끼를 걸치고 갈색가죽장화를 신은… 떠돌이 비슷한 복장이다.

 

  "음……."

  이미 밤이라 그런지 마을은 비교적 조용했고 희미한 불들만 들어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흙길을 따라서 걸었다. 이상한 언덕으로 올라가는 듯한 길이 보였고 나는 아무생각 없이 걷고 있었는데…….

 

  탁!

 

  "히익!"

  "거기 금발머리 청년!"

  "에… 저요?"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감지한 나는 소리난 쪽을 보았는데 어떤 식육점같은곳에서 아주머니가 있었고 그분이 나를 푸줏간 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거기 금발머리가 너밖에 더 있나? 그리고 뭘그리 깜짝놀라는 거야."

  "아하핫……."

  착해보여야지.

 

  "금발머리씨 처음보는데?"

  "아, 떠돌이입니다. 하핫……."

  "떠돌이? 아하 그렇군. 청년은 지금 아리스네 여관에 가려고 하는거구만?"

  "…… 네, 그렇습니다. 하하하핫……."

  아리스네 여관? 뭔진 몰라도 일단 대답하자.

 

  "잘됐구만, 청년 이 고기 좀 아리스네에 가져다 주게나."

  "……."

  아주머니가 깔끔하게 토막나고 새빨간 고기를 자루에 담더니 나에게 주었다. 나는 멍하게 그것을 받았고 가만히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부탁이야. 주문이 왔었는데 이 밤에 찾아가기 좀 그래서 말이지. 가는길에 부탁해. 나는……."

  아주머니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

 

  "짧은 금발에 조끼를 입고 키는 보통에서 살짝 크면서 가죽장화를 신은 떠돌이 친구가 잘가져다 줄거라고 믿어."

  "예… 예."

  푸줏간 칼을 헝겊으로 닦으며 말하는 아주머니를 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나의 인상착의는 파악되었으니 고기를 전해주지않고 도망치지 말라는 뜻인거 같다.

 

  언덕을 향해 걷던 나는 한 건물을 보았다. 약간 큰 크기의 여관건물인것 같았다. 마을에서는 좀 떨어져있고 숲과 꽃밭에 가까워 보였다.

 

  난 조심스럽게 여관문을 열었다. 안은 약간 어두웠지만 여관문 위에 있는 호롱불과 여관 내의 호롱불들 덕분에 약간 밝은 정도였다. 지금이 몇시인지는 몰라도 늦은 밤인거 같다는 감이라 조심스럽게 소리를 내었다.

 

  "저기… 누구 계십니까?"

  "전 이 여관의 관리인입니다. 누구신지요."

 

  인자한 눈빛에 왼쪽눈에 돋보기를 달고있고 회색머리와 콧수염을한… 그리고 깔끔한 집사옷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아, 저는… 이걸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나는 자루를 내밀었다.

 

  "오… 마침 고기가 떨어져 갈때쯤이었는데 다행이군요. 들어오시지요 차라도 한잔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나는 관리인을 따라서 여관의 로비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서 1층의 식사실 같은곳에 앉았다. 관리인은 자루를 들고 잠시 사라졌다가 손에 차 한잔을 들고 나타났다.

 

  "혹시 커피를 더 좋아하시나요?"

  "아, 괜찮습니다."

 

  관리인이 내 몸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저는 '빅터'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아, 저는 '더슨'입니다. 떠돌이인데 우연히 부탁을 받아서…."

  "떠돌이 셨군요. 그럼 저희 여관에서 묵어가시는게 어떠신가요?"

  "아……."

  나는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보던 빅터씨가 인자하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꺼져."

  "……."

  나는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는 속으로 욕을하면서 여관로비를 걷고있었는데 그때 관리인씨가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하하… 저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장난이었습니다."

  "……."

  "저도 젊을때 떠돌이였던 적이 있었는데 돈 한푼없이 여관에 들어갔을때 들었던 말이 '꺼져'라는 말이었지요. 더슨씨를 보니 저의 옛날이 생각나서 어쩔수가 없군요. 돈은 안받겠습니다 쉬시다 가시지요."

  "저, 정말요?"

  "아리스 아가씨에게 허락을 받아야 겠지만요."

  "아리스 아가씨요?"

  "아가씨는 이 여관 주인님의 따님이시죠. 주인님이 오래동안 자리를 비운 지금… 여관의 주인은 아리스 아가씨입니다."

  "지금… 계신가요?"

  "아니요, 꽃밭에 계실겁니다."

  "이 시간에요?!"

  "네."

  혹시… 내가 봤던 그 여자같던 것이?! 

 

  그때였다 여관의 문이 열리더니 어떤 소녀가 나타났다. 그 소녀는 은발에 아주 긴생머리였고 검은 드레스와 검은 스타킹과 검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앞머리 카락이 코위의 얼굴을 덮어서 눈이 잘안보였지만 창백하고 예쁜 소녀같았다. 아, 이제보니 머리에도… 그… 이상한 것을 두르고있다. 뭐라고 해야하지?

 

  "아리스 아가씨, 다녀오셨습니까?"

  "……."

  대답을 안하는 그 소녀는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빅터는 그 의미를 알았다는 듯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가져다준 떠돌이 청년인 도슨씨입니다."

  "안녕하세요?"

  "……."

  무안하게 인사해도 아무말도 없는 소녀다… 혹시 벙어리? 빅터씨가 계속해서 말을 한다.

 

  "가진것은 없는 청년이지만 잠시 여관에서 묵게 해도 되겠습니까?"

  "……."

  아리스라는 소녀는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빅터씨는 나를 보며 미소지었고 나도 속으로 기뻤다. 이 알수없는 세계에서 그나마 안심하고 잘수있는 곳을 구했다.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슨씨 제가 방을 안내하겠습……."

  "됐어요 빅터. 방은 제가 안내할게요."

  드디어 말했다. 부드럽지만 차가운 목소리다.

 

  빅터는 당황하며 대답한다.

 

  "아닙니다. 아가씨는 방에서 쉬시는게……."

  "빅터, 전 충분히 쉬었답니다. 지금 휴식이 필요한건 빅터에요."

  "네."

  빅터씨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물러났다. 아리스 아가씨가 날보며 말했다.

 

  "오빠, 따라오세요."

  "으… 응."

  오… 오빠!! 날 오빠라고 부르다니!! 그나마 친해질수도 있겠다.

 

  아리스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 삐걱거리는 복도에 있는 많은 문중에 하나를 골라서 문을 열었다. 나는 주변 방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손님들은 다 주무시나?"

  "지금은 이 여관에 손님 거의없어. 아니, 아예 없었나."

  "허, 그런데도 내가 아무것도 지불안하고 지내도 되는거야 정말?"

  "……."

 

  방안의 호롱불을 킨 아리스가 내쪽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허락했으니까."

  "고마워."

  "……."

  아리스는 말없이 내 침대의 이부자리를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정리한다고 허리를 숙였을때 그녀의 폭넓은 검은 드레스에서 아리스의 엉덩이 라인이 살짝 보였다.

 

  오호… 탱탱한게 귀여운 엉덩이네. 허리 라인도 예쁘고… 가슴이 작은거만 빼면 몸매는 그럭저럭 괜찮은 여자인데?

 

  내가 그녀의 몸매를 체크하는 동안 아리스는 내 방의 창문커튼을 열더니 창문에 입김을 부는것이다.

 

  "하아……."

  오 이제들어보면 나름 귀여운 목소리다.

 

  입김을 불었던 곳을 빤히 보던 아리스가 나에게 말했다.

  "오늘은 창문을 열지마."

  "음? 어째서… 아니, 알았어."

  나는 포니테일 여자의 충고를 떠올려보았다. 너무 참견하지 말라고 했었던가?

 

  아리스는 아무 말없이 방에서 나갔고 나무문이 삐걱거리며 닫혔다. 나는 침대에 털썩하고 앉았다. 앞날이 어둡다… 일단 잘곳은 생겼는데 참…….

 

  똑똑

 

  "예?"

  누군가 문에 노크를 했다.

 

  "빅터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빅터가 방안으로 들어왔고 어두운 복도에는 아리스가 멍하게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빅터가 나에게 성경책을 내밀었다.

 

  "언제나 신께 기도하시면 은혜를 내려주시죠."

  "하핫… 근데 지금은 좀 피곤해서요… 그리고 전 무……."

  '무교'라고 말하려다가 빅터씨와 아리스의 분위기를 보고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 설마 여기 기독교국가?! 피곤하다고 신께 경배를 안드렸다간 이단소리듣고는 무슨짓을 당할지 모르잖아 이거!!

 

  "무…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떠돌이 생활을 하다보니 성경도 없이 예배드리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정말 저에게 여러가지로 도움을 많이 주시는군요."

  나는 당장 넙죽받으며 성경책을 가슴으로 가져갔다. 그제야 빅터씨는 미소지으며 물잔을 침대옆 책상에 내려놓으며 방에서 나갔다.

 

  "아, 깜박할뻔 했군."

  빅터는 갑자기 문을 다시 열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아주 조용히 말했다. 복도에 있는 아리스가 듣지못할정도의 목소리로 말이다.

 

  "잘때는 꼭 방문을 걸어잠구고 주무십시오. 그리고 창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너무 귀기울이지 마시고 밤늦게 여관안을 돌아다니는것도 삼가는것이 좋습니다."

  "아… 네, 명심할게요."

  "그럼 주님의 은총아래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네, 빅터씨두요."

  빅터씨는 그제야 방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성경을 침대에 놔둔채로 책상위의 물잔을 낚아채서 벌컥벌컥마셨다.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게 긴장에 절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무슨 중세도 아닌게 근대비슷한 느낌의 마을에서 알수없는 사람들만 있으니… 그리고 너무 불길하다. 이상할정도로 몸이 소리친다. 이유없는 불길함, 기분나쁨.

 

  나는 방문을 걸어잠구고 침대에 비스듬하게 누웠다. 그러다가 걸리적거리는 성경책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 이번 기회에 종교나 하나 가져볼까 신이 정말로 구원해줄지도 모르잖아……."

  사람이란 끝으로 내몰렸을때야 의지할곳을 찾는거 같은 느낌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성경을 책상에 올려두고는 램프의 불을 꺼버렸다.

 

  "……."

  창문에는 커튼도 쳐져있었기에 방안은 어둠 그 자체였다. 나는 잠옷이 없다는것을 불평하면서 돌아누웠다.

 

  "……."

  『하… 하아…….』

  "……?!"

  무슨 소리지?

 

  『하아… 하아…….』

  숨소리?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고는 창가로 갔다. 커튼으로 가려진 창밖에서 들리는 숨소리. 나는 천천히 커튼을 걷었다. 달이 환하게 떠있었고 숲이 보였다. 그리고 길도 보였다… 하지만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리스가 입김을 분것을 떠올리고는 나도 불어보았다.

 

  "하아……."

  입김이 뿌옅게 흐려져있을때 창문밖에 뭔가가 일렁거리며 움직인다고 느껴졌다.

 

  "히익!"

  뭔가… 투명한 뭔가가 입김분곳에서 일렁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눈음 꼭 감았다가 다시 떴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 헛걸 본거겠지……."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침대에 다시 누웠는데.

 

  "……."

  화장실 가고싶다……. 나 많이 쫄았는가보네…….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램프주변을 뒤져보았다. 하지만 성냥은 보이지 않았다.

  "아… 어디있는거야……."

 

  서랍은 잠겨져있고… 별수없지.

 

  나는 방문의 잠금을 해제하고는 문을 살짝열었다. 나무문이 열리는 소리가 복도에 살짝 울렸고 복도는 아주 어두웠다. 나는 조심스럽게 걸어서 여관의 로비로 가려고했다. 그곳에 화장실이 있으리라… 굳게믿고.

 

  복도를 얼마나 걸었을까 어둠속에서 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몰래 소리나는쪽을 향해서 걸었다.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호기심이 날 자극하고 있었다.

 

  저 멀리 살짝 문이 열려있었고 문틈사이로 달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다른 여관방들과는 별도로 있는 장소다. 내가 문에 거의 다 왔을때야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수있었다.

 

  "신이시여, 내가 믿는 나의 구세주시여… 제발 저를 구원해주세요. 저에게 저주가 있다면 풀어주세요. 제발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길……."

  아리스다.

 

  그녀는 창가에 무릎을 꿇은채로 기도하고 있었다. 그녀의 앞머리가 그녀의 눈을 가리고 아주 긴 은빛생머리가 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나는 들키기 전에 화장실이나 가야겠다 싶어서 뒤돌았는데…….

 

  "오늘밤은… 핏빛 멜로디가… 안들려……."

  "……."

  나는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생각했다.

 

  핏빛이라니 멜로디라면 소리인거 같은데 소리에 색이 어딨다고 핏빛이래? 시골소녀라 그런지 맹한면도 있구나. 음… 시골소녀라… 뭔가 순수한 이미지가…….

 

  사각-

 

  "……?"

 

  사각- 사각-

 

  "……."

  나는 알수없는 소리에 조심스럽게 다시 방안을 보았는데…….

 

  "……?!"

  아리스는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었다. 앞머리를 잘라내었던데 눈주변은 그늘이 져서 보이지않는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긴 생머리를 자르고 있다. 완전히 자르는건 아니고 허리까지 올정도라고 해야하나? 나는 이유없이 기분이 나빠져서 복도를 빠져나왔다.

 

  "여자가 머리자르는거… 너무 길어서 그런것도 있지만 뭔가 기분 이상한데……."

  나는 말없이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내려갔다. 호롱불도 없고… 나무바닥은 삐걱거리는게 참… 공포분위기 하나는 끝내준다.

 

  나는 1층 로비에서 주변을 막 돌아다니다가 저 멀리 복도끝에 보이는 문을 발견했다. 뭐랄까… '난 좀 화장실 같지 않아?'라고 말하는듯한 포스가 느껴져서 나는 그쪽으로 갔다.

 

  "빙고-"

  적중했다. 하수처리가 잘되는 시대도 아닌데 화장실을 로비근처에 둘리가 없다. 여관밖에 아니면 안쪽 구석에 있겠다 싶었다. 음… 이 시대의 화장실이라… 뭔가 기대해야할거 같군.

 

  끼익-

 

  "흐음?"

  생각보단… 괜찮다? 악취도 없고… 남녀로 분리된 구역부터… 조그만 손잡이를 펌프질하면 물도 나오게 되어있네… 내가 상상했던것에 비하면 귀족이다.

 

   나는 간단하게 볼일을 보고는 2층으로 조심스럽게 올라왔다. 이 여관의 통행금지시간 비슷한거 같은데 빅터씨나 아리스에게 걸리면 좋은소리는 못들을것 같아서이다.

 

  내가 어두운 복도를 걷고있을때 몇걸음 앞에있는 코너의 아리스의 방쪽에서 불빛이 나오는게 보였고 그 불빛이 다가오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람의 발자국소리. 나는 순간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벽에 납작하게 붙어버렸는데…….

 

  호롱불을 든 아리스가 나타나서는 나를 빤히보고만 있었다. 나는 급 민망해졌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씨익웃으며 그녀를 봤는데… 그 길던 긴생머리를 허리까지 오는 정도로 잘랐고 앞머리도 정리해서 눈도 보일정도였다. 다만, 지금은 그늘져서 눈이 안보이지만 말이다… 전보단 훨씬 깔끔한 인상이라 깎은 모습이 더 예뻐보였고 그녀를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하아……."

  "……?!"

  "아… 아…."

  "……."

  뭐라는 거야…….

 

  아리스는 멍하게 내쪽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하아… 아… 힛… 이히히히힛… 아하하하…."

  "……."

 

  그녀는 정신나간거 처럼 웃다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 옷깃을 잡았다. 그리고는 살짝 잡아당기며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 응?"

  "이히히힛… 아하하하."

  그러다가 정신나간것 처럼 웃더니 자기방쪽으로 걸어가고는 문을 닫아버리는것이다. 나는 당연히 당황했고 멍하게 서있다가 내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방문을 잠구고는 심오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뭐… 사신이 정상적인 세계에 보내주진 않았을거지만… 뭔가… 뭔가가 불안하다.

 

  아무래도 이곳에 오래 머무는것은 안좋은 생각일것 같다. 떠날준비가 되는데로…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자.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