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페이퍼 - 2
장르: 순정
등급: 알수없음
글쓴이: 너구리햄스
[2주일 후]
지난 2주간 스이로 츠이와의 별다른 만남은 없었다. 아는척 좀 하려고 하면 그녀는 사라져 버리곤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임박해왔다. 모두가 들떠있을것이다. 특히 연인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겠지.
"고교 3년을 솔로로 보내는군. 애니속 주인공같은것들은 부럽다니깐… 일단 미소녀가 한두명은 기본에 심할땐 아주 둘러쌓이던데."
아무도 없는 학교를 혼자 걷다가 음악실쪽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고 나는 조심스럽게 음악실 문을 열어보았다.
스이로 츠이는 피아노에 앉은채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약간 서툴면서도 살짝살짝 누르는게 듣고 있는 음악이 클래식이라도 되는가 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쳐보고 싶지만 못친다는 점에서 애가 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가도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서툴지만 듣기 나쁜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살짝 살짝 건반을 누를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모습에 심취되는 느낌이었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의 피아노 치는 소녀. 설정이 아니곤 이런 상황이 연출되긴 힘들었고 난 다시 한번 종이와 샤프를 들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모습을 그리려고 할때였다.
"어? 너……."
스이로 츠이가 갑자기 내쪽을 쳐다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인기척을 내는게 어때? 여자몰래 이상한짓 하는건 실례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존재를 모르는게 더 나을거 같아서 말이야. 내가 있다는걸 알면 그리기 힘들거 같아서."
"됐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내가 말했다.
"저기 계속 피아노 쳐주면 안될까?"
"… 싫어, 잘치는것도 아니고 누군가 듣고 있었다면 절대로 안쳤을 거야. 그리고……."
그녀는 날 살짝 쏘아보더니 말했다.
"네가 원하는건 음악이 아닌 그림이겠지."
그렇게 그녀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난 미움받을 짓을 한걸까?
[2일 후]
나는 스이로 츠이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기념 이벤트를 준비중이었고 난 지난 2일동안 생각해봤다.
고교생활 3년을 이성과의 아무런 추억도 없이 보낼것인가? 물론 추억이야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추억은… 좀 더 가까워져서 하루라도… 오래는 안바라니까 크리스마스 같은날 단 하루만이라도 이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스이로 츠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날 어떤식으로 생각하는지는 모른다.
만약 받아준다면 기쁠것이고 거절당한다해도… 최소한 겁쟁이로 남진 않을것이다. 시도는 해봤다…… 아무런 말도 못한채 끝나는 것보단 훨씬 용감할것이다 라고 난 생각한다.
난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고 어깨를 살짝 쳤다. 그녀는 지금도 음악을 듣고 있었다.
"저기 하고 있는거 다끝나면 잠시 나랑 얘기 좀 해도 될까?"
"응, 알았어."
그녀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친구들 눈치를 살피며 대화를 빨리 끝내려한다는 것을 알수있었고 난 기다리기로 했다. 친구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난 지금 조금 바쁘다고 답장을 해본다.
잠시 후 멍하니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을때 스이로 츠이가 나에게 오더니 말했다.
"무슨 얘기를 할건데?"
"아, 그러니까… 저기 크리스마스날 특별한 계획있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녀는 궁금하다는듯하거나 또는 분명히 알아보기위해서 나에게 다시 물었다.
"응? 무슨 일로?"
"그, 그러니까… 저기 특별한 일없으면 같이 영화나 볼까하고……."
"아……."
그녀는 순간 당황한 눈치였다. 많이 놀란것 같다고 해야하나 어쩔줄 몰라하는거 같았다. 난 최대한 그녀에게 부담주지 않기위해 말했다.
"부담가질건 없고 솔직하게 말해."
"응… 그러니까…… 미안, 나 크리스마스날 아버지랑 같이…… 음악듣기로 했어."
"아, 그래. 그럼 어쩔수없네."
"미안."
"아니야."
차인건가.
생각보다 씁쓸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멍해지고… 나자신이 바보같이 생각되었다. 좀 더 강하게 밀어붙였으면 될지도 모르지만 난 강요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뒤돌아 걷는 그녀를 향해서 난 말했다.
"저기 잠깐만."
날 보는 그녀를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 마음 바뀌면 연락해줘."
기다릴게.
"응, 알았어. 잘가~"
그녀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나도 흔들어 주었다.
어째서인지 차이고 나니 부끄러워서 죽을것만 같다. 사실 그녀는 내가 싫은걸지도 모른다. 이미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있다던지…….
솔직히 나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있다면 아버지랑 함께 음악듣는건… 미룰수 있지 않을까? 장기 출장다니시는것도 아니고 솔직히 주말에도 할수있는걸 크리스마스같이 특별한날에…….
아니 크리스마스이기에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걸까? 아니면 내가 싫었던 걸까….
하지만 무엇보다… 나란녀석의 정신상태 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영화를 보자고 한것이 아니다. 그저 고교 3년을 이성과의 특별한 추억도 없이 보내기가 싫어서 말해본것일 뿐이다. 그녀의 외모나 외적기준으로 판단해서 한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나는 늦게야 친구들에게 연락한다.
"어, 나 카즈. 어디라고? 알았어."
그리고 친구들이 놀고있는 곳에 늦게나마 합류한다. 나란 녀석에겐 이런 결과 뿐인가 보다.
[크리스마스 이브, 해질 무렵]
이브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험도 끝나고 대학원서도 넣고 난뒤라 그런지 이미 거의 방학이나 같았고 그저 나날이 숨어있는 휴일속에 숨어있는 특별한 날일 뿐이다.
아기예수님이 태어나신 날,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주는 날, 가족과 따뜻하게 보내는 날, 연인과 함께 보내는 날, 친구들과 함께 길거리를 쏘다니는 날, 쉬는 날.
모두 각자각자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 크리스마스다. 나같은 녀석은 어디에 포함된걸까?
자전거를 끌고 길을 지나가고 있다. 사실 지난 시간동안 여러가지 고민이 많았다. 원서를 넣는다고 고심하다가 뒹군적도 있고 스이로에게 차인것이 가슴이 아려오고 얼굴이 화끈해질정도로 후회되기도 했다.
"하아 내가 다 이렇지."
그때였다.
『어이, 거기 비켜!!』
"에?!"
저 위의 오르막 길에서 헬멧에 고글을 쓰고 교복을 입은채 무려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고 있는 여자…… 메가폰으로 소리치는 스이로 츠이가 있었다!!
『계속 서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내가 뒤로 엎어질때쯤 그녀는 무릎을 접고 스케이드 보드를 가슴근처까지 끌어당기며 오른손으로 보드의 한쪽을 잡고 왼팔을 쭉 펴며 어째 '보통 사람들은 하기 힘든'기술을 선보이며 나를 뛰어넘어갔다.
그리곤 바닥에 그이는 소리를 내며 거칠게 멈추었다. 그녀는 이어폰을 끼고 있었고 왼손에는 메가폰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고글을 헬멧쪽으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날 살인자로 만들 셈이야?"
"너야 말로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쩌자는 거냐! 날 죽일 셈이냐!"
"글쎄 살인마의 노래라도 듣고 있었음 정말로 죽였을 지도?"
"너!!"
그러고보니 저녀석 교복인데 주름스커트를 입고 있잖아.
"근데 너 치마입고 그렇게 질주해도 되는거야? 그러니까 노출이라든지……."
"응?"
그녀는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갑자기 자신의 치마를 위로 들추는 것이다?!
"무슨 짓이야?!"
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은근히 손가락의 틈으로 봤는데….
"……."
속바지.
"뭘 기대한거야~ 내가 무방비 상태로 다니는 사람같아?"
"아니, 그러니까…."
그녀는 싱긋 웃더니 말했다.
"자, 이제 바꿔볼까."
"뭘?"
"스케이트 보드는 놔두고 인라인 스케이트로 바꾸는거야."
"에?!"
그녀는 건물 사이의 어떤 사물함 같은곳에 스케이트 보드를 넣더니 인라인 스케이트를 꺼냈다. 내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그녀가 말했다.
"평지에선 인라인이 보드보다 더 편하더라구."
"어……."
"뭐야~"
그녀는 내뒤로 빙글 돌며 오더니 오른팔로 내 목을 휘감으며 강하게 조이더니 말했다.
"남자가 뭐이리 힘이 없어, 그래서 나중에 애인한테 사랑이나 받겠어?"
"너?!"
라곤 하지만 사실 그녀의 몸과 상당히 밀착한 형태라 뒤쪽으로 묘한 접촉감이…….
그녀는 갑자기 날 풀어주더니 나보다 앞으로 움직였고 빙글돌며 메가폰을 들었다.
『요시다 카즈, 같이 산책이나 가자구.』
"내가 왜……."
『싫으면 말구.』
그리고 그녀는 다시 고글을 쓰더니 저멀리까지 가버렸다. 난 하는수없이 자전거에 올라탔다.
"혹시나 하는거지만……."
저녀석 나에게서 고백비슷한걸 들은 이후로 고민은 해봤을까…….
"에라 모르겠다!"
난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기 시작했고 스이로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래 고교 3년 애인없이 보낸게 무슨 상관이냐! 현실을 최대한 즐기면 되는거다! 나는 신나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고 내가 따라가고 있다는것을 본 스이로도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리막 길이 나왔을때 스이로가 메가폰을 들더니 말했다.
『너 스케이트 안배워볼래?』
"스케이트?"
『음악듣고 있어서 잘안들려 크게 말해.』
"그걸 왜 배워야 하는데!!"
『자전거보다 더 재밌다구, 그리고….』
그녀가 뭐라고 말을 했지만 메가폰을 끈채로 말해서 나에겐 들리지가 않았다.
"이봐 안들려!"
『듣지말라고 말안한거야.』
그때 내앞에 보인것은 커브!
"앞에! 앞에 조심해!"
『아?』
그제야 앞을 본 스이로는 순간 깜짝 놀라며 급히 커브를 돌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잘되지가 않았다. 일단 커브를 돌긴했지만 너무 급히 도는 바람에 자세가 어정쩡했고 곧 나오는 자판기를 손으로 잡으려고 하다가 팔을 자판기의 옆면에 부딪친채 빙글 돌더니 길바닥에서 몇번 구르더니 쓰러졌다.
나는 급히 자전거를 멈추곤 그녀에게 뛰어갔다. 내가 그녀에게 다가갔을땐 이미 혼자서 일어나고 있는 스이로였다.
"괜찮아?"
"이런거지고……."
라고 하더니 정말로 활짝 웃는 그녀였다. 다행히 동복이라 그런지 직접적으로 피부가 다치지도 않았고 머리에 헬멧도 쓰고있어서 비교적 나았다. 그녀가 헬멧을 벗으며 말했다.
"그래도 조금 아프네…."
"조금은 무슨! 병원에라도……."
"됐어."
그녀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더니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고독하게 병원에서 보낼까보냐… 근데 이대로 인라인은 무리일까……."
"어디가는데?"
"아? 시내에."
"너만 괜찮으면 태워줄게."
"어?"
난 자전거 뒤쪽을 가리켰다. 그녀는 슬며시 웃더니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말했다.
"메가폰이 부서졌어."
"어?!"
그러고보니 저 멀리 메가폰이 이리저리 깨지고 금간채 파편과 함께 떨어져있었다. 아마 급히 커브를 돌면서 놓친것같다. 내가 그녀를 보자 녀석이 말했다.
"괜찮아, 지금 듣고 있는 노래… 슬픈노래가 아니고 신나는 노래거든."
애써 일부러 미소짓는 녀석이 부자연스러워 보였지만 굳이 우울하게 만들 이유도 없었다. 내가 자전거에 타며 말했다.
"자, 그럼 신나게 가볼까?"
"좋아, 신세한번 질게."
그녀는 내 뒤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으채 올라탔고 자신의 헬멧을 벗더니 내 머리에 씌워주었다.
"어?"
"자전거라고 안전한줄 알아? 헬멧은 쓰고 다녀."
"나참…."
그리고 그녀는 고글을 내려서 내 눈에 씌워주었다. 고글을 쓰자 시야가 제법 한정되었다. 하지만… 바람이 불든 안불든 내가 갈길…… 내가 지나가야할 길을 똑바로 쳐다볼수가 있었다. 그녀가 헬멧을 툭 치며 말했다.
"자, 출발. 음악 시작됐어."
"으이그 알았어."
난 페달을 밟기 시작했고 그녀는 나에게 살짝 아주 살짝 기대더니 혼잣말을 했다.
"메가폰 파편은… 산타가 치워주겠지. 선물 안줄꺼면 저런거라도 도와줬음~"
하더니 그녀는 내 등에 알수없는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저기, 뭐라고 쓰고있어?"
"음악에 잡음들어가잖아."
"잡음이냐…."
그렇게 얼마나 자전거를 타고 갔을까? 곧 시내에 도착하자 그녀를 내려주었다. 아직도 아픈 팔을 잡고 있는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태워줘서 고마워 요시다."
"몸은 괜찮아?"
"물론."
그녀는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나에게서 헬멧을 벗겨가곤 어색하게 인라인을 타며 가기 시작했다. 난 자전거를 자전거 주차장에 급히 놔두고는 그녀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고 얼마안되서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쫓아온걸 본 그녀가 말했다.
"왜 쫓아왔어?"
"걱정 되잖아."
"그래?"
"너 인라인 계속 탈수있겠어?"
"어쩔수없지. 신발이 없는걸."
"그렇네."
그러다가 묘한 표정을 지은 그녀가 말했다.
"나랑 바꿔 신을래?"
"아?!"
"이번 기회에 인라인 한번 타봐."
"아니… 네 발이 나보단 작아서 신어지지도 않을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그렇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가고싶진 않아."
그녀는 혼자서 인라인을 타며 앞서 가기 시작했고 MP3를 살짝 만지더니 나에게 말했다.
"너 어느 대학교 갈거야?"
"미대로 가서 좀 더 실력을 기르려구. 넌?"
"난… 음향조절같은걸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려구. 원래 잘다루긴 하지만 직업으로 해볼생각이야. 음악을 할줄은 모르지만… 쓸줄 아는 악기라곤 이 목소리 하나뿐이지만… 난 음악이 좋은걸?"
"그렇구나."
"아."
그러다가 그녀는 어떤 가게의 진열장 유리 앞에서 멈추었고 그곳에는 제법 비싸보이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있었다.
"이걸로 음악 들으면 정말 그 음악의 세세한것 전부를 느낄 수 있을건데……."
그녀는 멍하니 유리 진열장에 손을 얹고 있던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귀여웠다. 발그레 해진채 노란빛을 발하는 진열장을 바라보는 소녀…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러다가 진열장에서 떨어지며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양말속에 들어가기엔 너무 큰걸? 산타가 못주고 가겠어, 나같이 못된 소녀에겐 말이야."
"못된?"
"그래 평소에 그리 착하진 않았거든, 그리고 알게모르게 몇번 운적도 있지,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주는 째째한 할아버지가 산타거든."
"그건그렇네."
"우는 아이 일수록 선물을 주며 달래볼 생각은 안하고 선물안준다고 협박이나 하다니~ 동심을 모르는 산타같으니."
협박까지야…….
조심스럽게 인라인을 타던 그녀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데려다줘서 고마웠어."
"정말 괜찮은 거야?"
"그럼, 이젠 혼자갈게."
"그래."
그리고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나름대로 발음을 굴리며 그녀가 말했다.
"Merry Christmas. 요시다군."
"그래, 메리 크리스마스 스이로."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난 특별한 다짐을 하나 하게 되었다.
얼마전의 막연했던 고백… 이제는 아닌것 같다. 이제는 단순히 누군가와 보내고 싶은게 아니라 오직 그녀와 보내고 싶다. 난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거같다.
한번 차이긴 했지만 그녀는 미안하다고 했지 내가 싫다고 한건 아니다. 그리고 내가 간접적으로 돌려 고백한거지 직접적으로 고백한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니, 처음한게 고백이긴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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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저녁 무렵]
스이로 츠이는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일종의 가장행렬이었는데 할아버지 산타로 분장한 남학생부터 예쁜 여자산타에 루돌프와 산타를 돕는 요정같은 녀석들로 분장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중에 스이로 츠이는 빨간 스커트를 입은 예쁜 여성산타 복장에 특수장식이 된 헤드셋을 낀 '랩퍼 산타'같은 스타일의 코스튬이었다.
처음에는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느끼는 스이로였고 그녀또한 가장 행렬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양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가족, 연인, 남학생과 여학생 무리, 수많은 개인과 무리들을 보며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까 바쁘게 찾고 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크리스마스 캐롤에 맞춰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친구들과 함께 그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중앙 근처를 지날때였다.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적당히 꾸며진 사이렌탑이 있었고 스이로 츠이는 그곳을 쳐다보았다. 살짝 살짝 빛을 발하는 탑… 도시의 빛에 밝으면서도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애써 별을 찾다가 다시 정면을 보았을 때였다.
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앙-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크리스마스 캐롤과도 너무나도 안어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탑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스이로 츠이는 탑을 쳐다보았고 다른 사람들도 탑을 쳐다보았다.
탑위의 아주 작은 전망대에는 누군가 한명이 서있었지만 어두운 하늘에 가리고 도시의 불빛에 살짝 비춰져서 잘보이지가 않았다.
다만 그 사람의 손에는 메가폰이 들려있었고 잠시 후에 사이렌이 뚝하고 끊기더니 메가폰에 대고 요시다 카즈가 외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그 동시에 탑에 설치되어있던 모든 조명들이 일제히 켜져서 주변 일대가 밝아졌고 탑은 정말로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었고 모두들 멍하니 탑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중에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있었고 누군가는 욕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자신의 소중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탑을 바라보고 있었고 스이로 츠이는 탑위의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요시다 카즈가 탑위에서 신호를 보내자 밑에 있던 친구가 조명을 꺼버렸고 탑은 다시 은은한 빛만 발하고 있을 뿐이었다. 카즈는 메가폰과 망원경을 챙긴채 급히 탑을 내려왔고 멀리서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를 피해서 친구와 함께 숨었다.
요시다 카즈는 정말로 긴장되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고 친구는 그런 카즈를 보며 말했다.
"뭐야… 도시사람들한테 깜짝이벤트라도 하고 싶었던거야?"
"뭐, 학생시절일때 이런 추억하난 만들어야지 특별한 크리스마스 아니겠어?"
"그런가."
그때 스이로 츠이는 계속해서 멍하니 탑을 보고 있었고 탑위의 사람이 '요시다 카즈'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옆에서 친구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정신차렸다.
"츠이, 다시 행진해야해."
"아, 그렇지."
그리고 스이로 츠이는 계속해서 가장행렬을 했다.
가장 행렬이 끝나고 난 뒤에 요시다 카즈는 조용히 탑밑에서 스이로를 기다렸다. 그리고 스이로는 여성산타복장인채로 탑쪽을 살짝 보았다. 탑밑에는 카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이로는 그에게 가지않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돌아가고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었다. 그리곤 집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요시다가 기다리고 있는건 알지만 그녀는 그를 안찾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일이 있기에 얼마전 그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마음같아선 요시다에게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찾아가는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한 스이로 츠이는 자신을 기다리던 아버지에게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빠 우리 음악 같이 들어요."
"그럼 우리 산타가 주고간 스피커로 음악 들을까?"
"에?"
그녀는 멈칫하더니 자신앞에 놓여있는… 얼마전 진열대에서 봤던 스피커를 보며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녀의 산타'에게 안기며 말했다.
"아빠! 이런거 안줘도 괜찮았는데… 제가 이거 가지고 싶어하는건 어떻게 알고……."
"아빠말구 산타할아버지에게 고맙습니다 해야지."
"흥, 나에겐 아빠산타밖에 없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즐거워했다. 비록 두식구 밖에 안되는 가정이지만 그녀는 정말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한편 탑밑에서 계속 기다리던 요시다 카즈는 나름대로의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핸드폰 번호도 모르니 연락도 못하고… 하아… 역시 너무 오버했었나."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곤 잘보이지 않는 별들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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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늦은 저녁 무렵]
나는 간단하게 긴 코트를 걸친채 멍하니 스쿠터에 올랐고 헬멧을 썼다. 자전거는 몰라도 스쿠터를 탈때는 헬멧은 최소한의 준비라고 생각한다. 굳이 스쿠터를 고른 까닭이라면 여러가지로 스이로에게 차여버렸으니 바람이나 쐴겸 오늘은 좀 멀리까지 나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혼자서 쓸쓸히 하지만 두근거리며 별을 볼것이다. 밝게 빛나는 별을 보기위해 도시의 불빛이 안닿는곳 까지 스쿠터를 타고 가볼 생각이다.
내가 스쿠터를 천천히 몰며 가고 있을때였다.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포근한 스웨터에 주름스커트를 입은 스이로 츠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스쿠터의 속도를 늦추었다. 그녀는 MP3를 들으며 달리고 있었고 내옆에서 달릴무렵 비교적 규칙적인 호흡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저기, 타도 될까?"
"인라인 스케이트랑 헬멧은 어디있어?"
"가방안에."
"……."
그러고보니 그녀는 가방을 메고 있었다.
"달리기 힘들어 보이는데 일단 타."
"Thank you."
내가 스쿠터를 멈추자 그녀는 헬멧과 고글을 쓰며 뒤에 올라탔고 나는 다시 출발했다.
"내가 어디 가는지는 알고있어?"
"글쎄… 나름대로 의미는 있는곳인가?"
"오늘밤은 별을 보러갈거야."
"의외로 낭만적인걸?"
"그래서 너도 따라갈거야?"
"그래, 나도 별은 보고 싶어."
나는 점점 도시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곳으로 가고 있었다.
"근데 내가 있는건 어떤 방법으로 안거야?"
"글쎄… 밖에서 거의 하루종일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달려서 널 찾았다는거 밖에는 할말이 없는걸."
"그렇게 기다렸어?"
"음, 다시 말할게. 우연히 널 본거야."
대단한 우연이네.
그렇게 우리는 한참동안 도시에서 멀어졌고 드디어 도시의 불빛이 닿지않는곳의 숲에 도착했다. 우리는 각자 헬멧을 벗었고 난 손전등을 들었다. 그리고 스이로에게 말했다.
"길 안잃게 조심해."
"너나 조심해."
"난, 여기 몇번 와봐서 잘알어."
"그러다가 내일 아침에 구조되지말구."
나와 스이로는 숲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드디어 약간의 공터와 잔디가 있는 곳이 나왔고 나와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엔 너무나도 밝은 별들이 있었다.
우리 둘은 아무말도 없이 오랫동안 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스이로가 말했다.
"어디 앉을까?"
"그래."
그녀와 함께 잔디에 앉았고 그녀가 오른쪽 이어폰을 빼며 나에게 말했다.
"같이 들을래?"
"응."
그녀는 오른쪽 이어폰을 나의 목에 둘러서 나의 오른쪽 귀에 꽂아주었다. 덕분에 나와 그녀는 상당히 밀착해서 앉게 되었다. 그녀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짐을 느낀 내가 말했다.
"그냥 왼쪽에 꽂아줘도……."
"오른쪽 이어폰은 오른쪽에."
"으응…."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그녀와 함께 음악을 들었다. 들으면서 느낀거지만 정말…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음악까지 함께 있으니 정말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혼자서 살짝살짝 움찔거리던 스이로가 음악을 끄며 나에게 말했다.
"나도 모르게 들떠있네."
"음악 때문아냐?"
"아니야."
그리고 스이로가 나를 보며 말했다.
"부탁이야 놀라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말고 들어줘."
"무슨 일인데?
"내… 내 진심을 말이야."
그녀는 조금 버벅거리더니 나에게 말했다.
"언젠가 부터인가… 네가 날 쫓아와주길 바랬어. 그런데도 너에게 흥미없는척 강한척 하고 있었어. 하지만 나도 모르게 느끼고 있었어…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이 감정… 이런 감정이 널 좋아하는 감정이라는걸 느낄 수 있었어."
그녀는 다시 마음을 잡더니 말했다.
"너랑 함께 있는게 너무 좋아. 이때동안은 말할수가 없었어… 나의 진심을 나 자신도 모르겠는걸.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어. 음악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난 말할 수 있어. 이상하게도 네가 좋아. 내가 힘들때나 다쳤을때 도와주려고 애쓰던 네가 좋아. 너와 함께 있는 매 순간이 너무 좋아."
"……."
"난 카즈군을 사랑해."
그녀가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이건… 고백인가…….
내가 멍하게 서있을때 스이로 츠이가 말했다.
"이젠 나를 스이로말고 츠이라고 불러줬음해."
"으응……."
"그리고 답을 해줬으면해. 계속 기다리고 있잖아."
"나도 널 좋아해… 아니, 마음속에서 널 향한 묘한 감정이 있어. 좋아한다나 사랑한다고도 표현못할 감정이야."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주기위해 새로 샀던 메가폰을 꺼내려고 했다. 긴장할만큼 긴장해서 이미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내가 막 메가폰을 꺼냈을때 그녀가 말했다.
"오늘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자."
"무슨……."
그녀는 다가오더니 내 가슴에 한쪽손을 얹으며 말했다.
"키스할거야."
"키스라니?!"
"학생답게 그리고 지금의 감정을 담은 키스를 할거야."
학생답게 키스라니 그건 뭐냐!!
그녀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싫어?"
"아니, 해주세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우리만의 추억을 만드는 거야."
그렇게 우리는 키스를 나누었다. 처음엔 둘다 어색했지만 잠시 후에는 감정에 맡긴채 아무생각없이 서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난 그녀의 한쪽 허리를 잡은채 조심스럽게 그녀가 부담을 안느끼게 하는정도로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츠이쪽에서 강하게 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길던 키스가 끝나자 나와 그녀 둘다 얼굴이 붉어진채로 있었다. 내가 어쩔줄 모르고 있자 그녀는 다시 날 바라보며 말했다.
"키스란거… 이렇게 좋은 기분이구나."
"너와 하는 거라서 기분좋은걸거야, 너 아닌 다른 사람과는 절대로 느낄수없는 기분인걸?"
"그러니까 한번 더."
그녀는 나를 잔디에 눕히더니 내 위에 올라탄채로 나에게 키스했다. 내가 그녀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
"학생다운거 치곤 좀 야한거 아닌가?"
"왜, 싫어?"
"아니, 해주세요!"
그렇게 우리는 다시 키스를 나누었고 한참을 서로 쓰다듬고 아주 진득하게 붙어있다가 우리는 떨어졌다. 남이 보기엔 정말로 얼굴이 화끈해질정도로 민망했을 것이지만 우리 둘뿐이니까 아무런 걱정이 없다.
그녀가 발그레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우리의 시간은 함께 흐르고 있어."
"뭔가 묘한 표현인데?"
"그러니까 대학가서도 다른 여자는 만들지 말라는거야."
"너도 다른 남자 만들지마."
"서로 대학은 달라도……."
"우리들의 시간은 함께 흐르고 있고"
"절대로 안잊혀질 추억이 있으니까 말이야."
츠이와 나는 서로 미소지었고 살짝 이상한 기분이 되어버린 나를 보며 츠이가 말했다.
"남자인 너를 괜히 설레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좀 더 깊은 육체적 관계는 어른이 되고나서 가져야할것같아."
"괜찮아."
"나 아직… 너랑 그거까지할 마음의 준비는… 안된거 같아."
그녀가 여전히 홍조를 띈채 말했고 나도 조용히 말했다.
"나도 해본적 없는걸…."
"헛, 총각이었구나?"
"그럼 뭔줄 알았냐!!"
"푸하하핫-"
나와 그녀는 서로를 보며 한참을 웃다가 그녀가 내 뺨을 만지며 말했다.
"대신 약속하나 할게."
"무슨 약속?"
"나중에 대학에 가고… 어른이 되서 만났을땐 오늘 못다한걸 다하기로 하자."
"설마……."
"그래, 그 설마야."
난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해졌다. 살짝 홍조를 띈 츠이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고교생활 학생은 학생답게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마무리하자."
"좋아, 동의."
비록 야릇한 키스도 있긴 했지만.
"카즈, 앞으로 대학가서 펼쳐질 세상에 대한 두근거림이 느껴지지않아?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감도 크겠지만 분명한건 지금 이 심장이 너무 두근거린다는 거야."
"응, 앞으로의 있을 일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이고 있어."
"그럼 마지막으로……."
그녀는 나에게 안겼고 나도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는 정말로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리고 우리는 무의식중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 있는 쏟아질것만 같은 별들을 보며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전했고 하늘위에 있는 별들의 이름을 말하며 계속해서 우리만의…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들을 늘려갔다.
언젠가 떠올리며 행복하게 미소지을수 있는 추억들을 말이다.
[사이렌 페이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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