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장르: 알수없음
글쓴이: 너구리햄스
너구리 인형옷을 입고 아파트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H다. 그는 지금 유명 소설가 G를 찾아가고 있었다.
H가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H씨입니까?"
"네."
G는 문을 열어주었고 H의 옷을 보고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여전히 너구리를 좋아하시는군요?"
"너구리가 너무 귀엽거든요."
"들어오세요."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H는 평범한 G의 아파트 내부를 보며 식탁에 앉았다. G는 설거지를 하고 있던 중이었는지 싱크대에는 아직 거품있는 식기와 씻겨지지않은 식기가 있었다. G가 말했다.
"H씨 오기전에 다 씻으려고 했는데… 하하. 밀려놓은걸 오늘 다하려고 했거든요."
"아, 하고계셨으면 계속 하셔도 됩니다."
G는 커피 한잔을 대접한뒤 죄송하다면서 고무장갑을 끼며 싱크대에 섰고 H에게 말했다.
"요즘 소설은 어떠세요?"
"그저 그렇네요. 머리속에 든것도 떠오르는것도 많은데 그닥 성공하는건 없어보여요."
"음… 홍보문제가 아닐까요? 모르면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소설들이……."
"그건 그렇겠지만… 아직은 미숙한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H는 커피잔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G는 침묵을 깨고싶어 입을 열었다.
"어느 장르의 소설을 쓰셨나요? 아직 SF쪽으로 하시나요?"
"제가 쓰던 SF쪽은 도중에 포기했고 그뒤로 판타지, 호러, 순정… 그냥 머리속에 든건 다 써봅니다. 그러고보니 G씨는 호러소설을 잘쓰시던데요?"
"아…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독자분들이 재밌게 읽을수있도록 쓰기위해 노력하고 호러요소들을 흉내내는 정도입니다."
"흉내요?"
"제가 호러작품속 정신이상 살인마가 될순없으니 흉내내는게 고작이지요. 하하… 사람이 토막나고 그런걸 쓰고싶어서 쓰는 사람이 어딨겠나요."
"……."
"……."
잠시 침묵이 흘렀고 H가 말했다.
"저는 쓰고 싶어서 쓴것같네요. 머리속에 떠오르는걸 썼으니까요. 독자가 재밌게 읽을지는 크게 고민하지않고 마냥 제 머리속 이야기를 쓴거 같네요."
잠시 말을 끊은 H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는 호러소설을 쓸때는 제가 그 '살인마'같은 존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어떤식으로 행동할지를 고민해보고 그중 제일 괜찮은걸 선택합니다. 그때 글을 쓰고 있는건 제가 아닌 그 살인마인겁니다."
"… 작가마다 스타일이 있는법이죠 하하……."
"뭐, 다른 방법으로는 그 살인마라면 어떤식으로 행동했을까하고 가상속의 인물이라도 그 인물의 행동을 한번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제가 '흉내내는것'도 H씨 방법과 크게 다르진 않을거에요."
"근데 G씨는 흉내내는게 너무 리얼하셨어요."
"하하… 상상력은 소설가의 기본이니까요… 노력하고 고민하고…."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G가 말했다.
"요즘 쓰시는 소설은 뭔가요?"
"호러… 정확히는 엽기살인쪽인거 같습니다."
"확실히 다양한 장르를 다루시는군요. 순정도 쓰시니까."
"그냥 머리속에 든 여러가지 이야기를 막 늘여놓습니다."
"제가 재밌게 읽은 H씨의 작품도 있어요."
"아, 정말인가요? 그거 감동적이군요."
H가 너구리귀를 만지다가 커피를 조금 마시고 말했다.
"하지만 읽는 사람수는 정말 적은거 같았네요."
"……."
G는 이야기의 화제전환을 다시 시도했다.
"그래서 요즘 쓰시는 엽기살인은 어디까지 쓰셨나요?"
"거의 끝나갑니다. 이제 죽이는 일만 남았어요."
"오… 대략적으로 어떤 이야기인가요?"
"간단합니다."
H가 커피를 한모금 더 마시더니 말했다.
"귀여운 인형옷이 친분있게 지내던 남자집에 찾아가서 그와 대화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고 돌아서있는 그 남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이야기거든요."
순간적으로 G는 굳어버렸다. H는 계속해서 말했다.
"짧게 단편으로 써보는겁니다. 그냥 머리속에 떠올랐어요. 인형옷이 귀여운 모습으로 누군가를 살해하며 얼굴과 몸에 피를 가득 묻힌채 시체옆에 놓여져있는 모습… 일종의 광기가 떠올랐거든요."
"그… 그렇군요. 인형옷은 일단 살아있는 생물체가 아닌데도 움직이는 거군요."
G는 자신도 모르게 싱크대에 있던 식칼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H는 커피잔을 든채 다시 말했다.
"근데 설거지를 하는 남자를 죽이려하다가 오히려 인형옷이 당하는 이야기쪽도 생각했습니다."
"어쩌다가 인형옷이 당하는……."
"설거지를 하는 남자가 갑자기 식칼을 휘둘러서 다가가던 인형옷이 당하는 겁니다."
"그런……."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H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남자가 어떻게 인형옷이 자신을 해할줄알고 식칼을 휘두를까 라는 겁니다."
"그건 그렇군요."
"그래서 인형옷이 남자에게 자기가 남자를 살해하는듯한 이야기를 해서 그 남자를 긴장시키는쪽으로 생각했었지요."
그리고 H는 다마신 커피잔을 들고 G에게 다가갔다. G는 식칼을 움켜쥐고 있었고 멍하니 앞만 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간 H가 말했다.
"잘마셨습니다."
그리곤 싱크대 옆에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현관쪽을 향해서 걸어갔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했었습니다. G작가님 다음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아… 네. 벌써 가시게요?"
"쓰던 소설을 마저 끝내야해서요."
그렇게 H는 G의 집에서 나갔고 그때서야 G는 자신이 쥐고있던 식칼을 놓았다. - R.H.
[소설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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