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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_살_해 - 단편소설

레이븐울프 2010. 1. 4. 19:06

자_살_해

장르: 알수없음

등급: 15세 이상

글쓴이: 너구리햄스

 

 

 

 

 

 

 

 

  어떤 높은 빌딩의 옥상에 한 여자가 서있었다. 그 여자는 푸른색 트윈테일에 하얀블라우스에 파란색 리본에 주름 스커트를 입고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김지현.

 

  곧 옥상 출입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검은색 머리에 흰색 넥타이에 검은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검은 장갑을 끼고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진명.

 

  진명이 지현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제가 이진명입니다. 김지현씨인가요?"

  "네, 반갑습니다."

 

  둘은 악수를 했고 진명이 말했다.

 

  "인터넷에서 뵈었을때와는 다르게 염색하셨네요?"

  "어차피 죽을건데 파랗게 물들여봤어요."

  "거기다가 다 큰 여성에게는 어울리기 힘든 트윈테일까지 하셨군요."

  "이때동안 긴생머리와 포니테일만 지겹게하고 이 지겨운 삶을 지겹고 지겹게 살았으니 죽기전에는 기분전환겸 해봤어요. 어때요?"

  "흠, 성인 여성에게서 귀여움이 느껴지는건 좀 오랜만이군요."

  "어머나, 맘에 드시나봐요?"

 

  지현이 진명에게 웃으며 말했고 진명이 말했다.

 

  "그러게요, 죽기 아까울 정도로 귀여우십니다."

  "죽을거니까 이렇게 한거지만요."

  "자살사이트는 얼마나 오래 회원이셨나요?"

  "몇년전에 장난으로 가입했었어요. 그러다가 이제와서 제대로 써먹는군요. 진명씨는요?"

  "저는 자살하는 분들을 말리려고 가입했다가 이꼴이군요."

  "휘말리신건가요… 킥킥."

  "당신에게 말이죠."

  "예?"

 

  지현이 의아해하며 있을때 진명이 말했다.

 

  "당신같은분이 자살한다고 하셨을때 전 당신을 말리기로 했습니다."

  "그럼 저랑 같이 죽으려는게 아니라 저를 말릴건가요?"

 

  지현이 그를 경계하며 말했다. 진명이 말했다.

 

  "어째서 죽으려고 하시는건가요?"

  "사이트에서도 말했을건데요. 전 현실에 지쳤습니다. 정말 죽고싶어도 못죽었거든요. 연인은 다른 여자랑 눈맞아서 떠나고 직장동료들은 차갑고… 더욱이 이젠 실업자니까 정말 지쳤습니다."

  "하지만……."

  "닥쳐요! 당신은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서 그러는겁니다. 직장이 힘들어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연인품에 안기는게 그나마 저의 위안이었습니다. 근데 그 남자는 저를 그저 '잠자리 파트너'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고요!! 전 그것도 모르고 그에게 헌신적으로 제 모든 몸을 맡겼습니다. 더 말해드려요?"

 

  더 물어봤자 오히려 그녀가 더욱 흥분할거라고 생각한 진명이 말했다.

 

  "만약 연인이 필요한거라면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당신이 노리는건 이거겠죠."

 

  지현은 그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진명은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움찔했지만 잡혀버려서 꼼짝할수가 없었다.

 

  "남자란 다 똑같아요. 당신도 그렇겠죠. 내 몸가지고 몇번 재미보고는 버릴거잖아요? 저같이 지치고 힘들고 더욱이 이젠 실업자인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겠어요? 예쁘니까? 그럼요 성형도 몇번했으니 안예쁘면 아쉽죠."

  "저, 저기… 진정하시고……."

 

  어차피 죽을 그녀에게는 성형사실을 남에게 말하는것도 부끄럽지가 않았다. 아랫도리를 잡고있던 지현은 이상한 느낌을 받고는 진명에게 말했다.

 

  "뭐에요… 혹시 제가 움켜잡은것만으로 느꼈어요? 추악하군요. 역겨워요."

  "그러니까……."

 

  지현은 더욱 자극적이게 잡으며 말했습니다.

 

  "발정난 개마냥 느껴보세요. 추악하고 더러운 남자같으니… 같이 죽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말릴거라고? 지금 장난해요?"

  "이제 놓아주세요. 제발… 윽!"

  "좋아요."

 

  지현은 진명의 아랫도리를 놓아주었고 진명은 벽에 기댄채 거칠게 숨쉬고 있었다. 지현이 차갑게 그를 노려보고 있을때 진명이 말했다.

 

  "좋아요, 당신과 죽겠습니다."

  "어?"

  "그걸로 당신의 고통이 줄어든다면요."

  "어째서……."

  "제 진심을 모르셨나본데 저는 정말로 당신이 안죽기를 원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하지만 당신이 정말로 죽기를 원한다면 당신을 위해 죽겠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

 

  지현은 고민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진명은 진심어린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진명이 말했다.

 

  "지현씨가 다시 제 아랫도리를 잡아도 이젠 상관없겠네요. 어차피 죽을거니까."

  "……."

  지현은 묘한 표정으로 진명을 보며 말했다.

 

  "같이 죽어주신다면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요."

  "뭔가요?"

  "저를 엉망으로 만들어주실래요?"

  "……."

 

  지현은 파란색 리본끈을 느슨하게 하더니 블라우스의 단추를 몇개 풀고 트윈테일 머리를 쓸어넘기며 옥상의 환기구에 앉았다.

 

  "같이 죽어줄 남자라면 마지막으로 절 엉망으로 만들어주세요."

  "… 진심이세요?"

 

  지현이 발그레한 얼굴로 집게손가락을 혀로 햟더니 말했다.

 

  "죽음앞에 당당해진 사람이 장난칠거 같으세요?"

  "원하신다면. 저도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

 

  진명은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그녀앞에 가서 무릎을 꿇으려했고 그때 지현이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더니 키스했다.

 

  몇번이나 진득한 키스를 했을때 진명이 말했다.

 

  "혹시 죽기가 두려워서 저에게 이런 행위를 바라는건 아니겠죠?"

  "시끄럽고 빨리 하기나해요."

  "여유를 가져요… 시간은 많으니까 죽을시간도 충분해요."

 

  그렇게 죽음앞에서 그들은 쾌락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 쾌락이 끝났을때 트윈테일을 묶은 끈이 많이 느슨해진 지현이 말했다.

 

  "하아… 정말로 엉망으로 만들어 주셨네요."

  "마지막인데 열심히 해봤어요."

  "한두번해본 테크닉이 아닌데요?"

  "칭찬인가요?"

  "글쎄요?"

 

  지현은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다시 채우며 말했다.

 

  "어차피 죽을거 임신해도 상관없겠지."

  "하… 임신 그렇게 쉽지않습니다."

  "어째 전문가 같네요."

  "하하……."

 

  헐렁하게나마 대충 옷을 입은 그둘은 나란히 벽에 기대어 앉았고 지현은 그에게 기대었다. 진명은 그런 그녀를 한쪽팔로 안아주었다.

 

  그렇게 그들은 제법 오랫동안 도시의 야경을 보며 얘기를 나누었고 지현은 정말로 즐겁게 그와 대화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진명이 일어나며 말했다.

 

  "자, 이제 떨어져볼까요. 시체꼴이 보기좋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죽고나서 외모에 볼일없으니까."

  "그건 그래요."

 

  지현과 진명은 마지막으로 헐렁해진 옷을 단정하게 다시입고는 빌딩의 끝에 섰다. 지현이 구두를 벗으며 빌딩 아래쪽을 바라보았을때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곤 진명이 신발을 벗기를 기다렸다.

 

  진명이 신발을 천천히 벗으며 말했다.

 

  "지현씨와 함께여서 정말로 기뻤습니다. 제 마지막을 정말 기분좋게 보낸거 같네요. 당신같이 좋은 사람이 죽는 다는게 아쉬울뿐입니다. 좀 더 대화하고 싶었지만… 이젠 죽어야할 시간이네요."

  "……."

 

  지현은 두려움속에서 생각해봤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과 함께 죽어줄 이 남자라면… 이진명이라면 자신을 정말로 사랑해주지 않을까?

 

  같이 죽어줄정도로 자신을 좋아해주는데 그런 남자가 있다면 다시 한번 살아도 되지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밥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진명에게 말했다.

 

  "저기 진명씨."

  "예?"

  "저, 죽고싶지 않아졌어요."

  "죽고싶지 않다구요?"

  "네, 당신과 함께라면 힘들어도 다시 살수있을거 같아요. 저를 진심으로 좋아해주잖아요?"

  "당연히 좋아하지요… 아니, 사랑합니다."

 

  진명이 벗어가던 신발을 다시 신으며 말했고 지현은 양말만 신은채 그에게 안겼다. 진명은 그녀를 들어올리며 강하게 안아주었고 둘은 함께 키스를 했다.

 

  그리고 지현이 안은걸 풀려고 할때 그녀는 바닥에 발이 안닿는다는 것을 느꼈고 빌딩아래로 떨어지려고 했다. 진명은 떨어지는 그녀의 손을 급히 잡았다.

 

  지현은 진명의 손을 잡은채 외쳤다.

 

  "꺄아악!! 올려주세요! 너무 무서워요!!"

  "살고싶으시죠?"

  "네, 당연……."

 

  그때 지현은 진명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은 너무나도 무감정했다. 상냥했던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현이 멍하니 그를 바라볼때 진명이 말했다.

 

  "김지현씨… 당신의 몸은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다시 한번 그 쾌락을 느끼고 싶지만… 아쉽게도 전 그런 쾌락보다도……."

 

  진명은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살하려다가 다시 희망을 느낀 나머지 살려고 하는 사람이 죽음앞에 두려워하는 나름대로의 '모순'이… 그리고 지금 당신의 얼굴이 더욱 저를 즐겁게 합니다."

  "무슨……."

 

  지현이 두려움속에서 제대로 상황파악을 못하다가 순간적으로 깨달을 때쯤에 진명은 그녀의 손을 놓았고 지현은 길고 애절한 비명을 지르며 빌딩아래로 떨어져갔다.

 

  그리고 진명은 그녀의 일그러진 시체를 소형망원경으로 보고는 피식하고 웃으며 뒤돌아섰다.

  

  그가 담배를 물더니 말했다.

 

  "멍청한 년이… 어차피 죽을거 담배나 피고죽어보지. 난 계속 살건데도 피고있다고 머리는 퍼렇게 물들여놓고 연인이 어쩌고 하기는. 저런것들이 자살하려다 살해 당하는게 웃기지."

 

  옥상문을 열고 내려갔고 자신만의 장소에 도착했다.

 

  "몇명째인지도 모르겠지만 할때마다 기분좋아 죽겠네 그래. 이런 재미가 있는데 자살사이트에서 손을 놓을수 있겠어? 이번엔 어느 아이디로 접속해볼까."

 

  그리고 그는 검은색 노트북을 꺼내서 자살사이트에 접속한다.

 

 

  [이틀후]

 

 

  부검실에 '김지현'이라는 이름의 여자시체가 들어온다. 그리고 콧수염과 턱수염이 연결된 회색빛 머리카락과 수염을 가진 형사가 말한다.

 

  "이틀전에 추락사한 여성의 시체입니다. 신원은 '김지현'씨더군요. 빌딩옥상에 그녀가 벗은 신발도 있고… 얼마전에 실업자가 되기도 했으니 자살로 추정됩니다만. 죽기전에 성관계를 가진거 같아서 상대 남자가 누구였는지 알고싶네요. 아, 그리고 말씀하셨던 현장주변의 증거물들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네, 수고하십시오."

 

  그리고 부검실에는 부검복을 입은 한명만 남았고 그는 어둠속에서 그녀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현씨 오랜만이네요, 저 이진명입니다."

 

 

[자_살_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