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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몽환의 협곡 - Girlfriend story - 2

레이븐울프 2018. 5. 14. 17:33

혼(魂) - 몽환의 협곡 - Girlfriend story - 2

장르: 현대판타지

글쓴이: 고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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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하필 흉터 있는 곳이야."


  숲속에서 군장을 메고 있는 박하현이 자신의 흉터진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고 요이가 발끈한 상태로 외쳤다.


  "내 가슴에 손대지맛!"

  "아니 이건 사고 였다니까. 발을 헛디뎠는데 손을 뻗었고, 그곳에 네 가슴이 있었을 뿐이라구. 어쩌면 우연이거나 운명이었을지도."

  "가슴 만지는 운명은 무슨 운명 인건데?!"

  "잘생각해봐. 너나 나나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구? 그런 둘의 조합은 환상적이지 않니?"


  그말에 요이가 표정을 일그러뜨린채 격하게 반응했다.


  "환상적?! 환상적이라고? 난 이 빌어먹을 생활이 너무 싫어 죽겠는데도!?"

  "요이~ 너무 화내지마. 갑자기 진지해지지 말라고."

  "난 평범한게 부러워. 난 평범하게 살고싶어. 그냥 매일 공부하거나 일하고 집에가서 쉬고, 친구들도 만나고 맛있는것도 먹고. 그렇게 살고 싶어! 그래서 난 그런 행복을 박차고 나온 너희같은 미친 요원들이 이해가 안된다고!"


  그말에 하현이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니까?"

  "너 같은 애가 해야할 정도면 도대체 한국은 얼마나 글러먹은 나라인건데?"

  "에에, 나라 욕은 조심. 이래보여도 애국심은 엄청나다고. 당연히 어른들도 있지. 단지 조기교육이랄까 그런거야. 영재들이 어릴때부터 영재교육 받듯이 우리같은 애들은 어릴때부터 이런걸 만지작 거리는 거지."


  하현이 자신의 허리춤에서 권총 하나를 꺼내서 자부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요이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꺼져…그냥 어디가서 죽어버려."

  "흥~ 아직 4달째 살아있는데 어쩔까용?"

  "그래 언제까지 버티는지 지켜볼거야."

  "어쩌나…복무기간이 1년인지라 전출명령이라도 안뜨면 너랑 나는 어쩔수없이……."


  하현이가 발그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같이 먹고 자고 씻는 사이인걸."

  "……."


  요이의 안색이 안좋아진채 보우건을 꺼내들려고 하자 하현이 급히 양손을 흔들며 말했다.


  "에헤이! 농담이야 농담! 그런거 다시 넣어 넣어! 어차피 교대로 보초 서서 제대로 같이 못하는걸. 지옥의 2교대 근무라고."

  "근무가 아냐. 생존이지. 교대 같은건 없어."


  요이가 차갑게 말했고 하현은 이미 적응 다 됐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내가 없었을땐 너 혼자 다 어찌했을지 정말…대단하다고 밖엔 할말이 없네."

  "이렇게 저주받은채 태어났어. 그리고 살아갈거야. 태생부터가 다른데 이해는 바라지도 않아."

  "그래그래…."


  일단 긍정을 해준 하현은 살짝 요이의 눈치를 보고는 다시 말했다.


  "근데 넌 왜 이렇게 쌀쌀맞니. 이런 식이면 이때동안 친구 사귀기도 힘들었을 건데."

  "남이 날 선택한것과 내가 누군가를 선택한건 다른거야. 내 친구들은 모두 내가 사귀고 싶어 고른 사람들이었어."

  "뭐, 맞아. 널 고른거 나긴 하지. 내가 왜 골랐~게?"

  "나랑 지내는게 제일 만만해보였겠지."

  "땡! 틀렸습니다."


  요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하현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네가 제일 이쁘더라구."

  "아…?"


  순간적으로 부끄러운듯 깜짝 놀란 요이가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이젠 너한테 그런 말 들어도 기분 안좋아."

  "흐응~ 그러세요? 우리 요이찡 표정은 다른데~?"

  "그냥 나가 죽어. 여자한테 그런 말 들어봐야 하나도 안기뻐."

  "계속 죽어라 죽어라 하는데, 진짜로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우리같은 사람들은 죽어라는 말도 조심해야하는거 알잖아? 말이 씨가 된다고."

  "무슨 상관이야. 네 멋대로 나한테 왔다가 사라지는건데."


  그말에 하현은 잠깐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만약 죽더라도.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가. 죽어도 내 잘못일거니까 죄책감 같은것도 안느껴질거고…당당하게 말이지."

  "……."


  요이는 입은 살짝 열었다가 말하지 않고 다시 입을 다물었고 하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만 둘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은 뒤에 각자의 군장을 내려놓고 무기를 꺼내든 다음 하현은 바닥에 엎드렸고 요이는 방향을 꺾어서 나무들 사이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운의 방향이 달라지고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하자 근처에서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던 갈색의 거대한 경무장 쥐요괴 세마리가 당황한채 기운을 다급히 네발로 달려 쫓기 시작했지만 몇발의 총성이 울려퍼지며 순식간에 두마리가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엎어져버렸다.


  "젠장…쥐새끼라 그런지 엄청 빠르네. 나머지는 부탁할게 요이."


  몸을 일으킨 하현이 중얼거렸을 무렵 기운을 쫓아 정신을 없이 내달리던 한마리의 쥐가 요이를 덮치려고 달려들었을때 요이는 슬쩍 몸의 자세를 낮추었고 쥐는 그대로 요이를 넘어가 나무에 머리를 박고 고꾸라졌다.


  "찍!"


  당황한채 고개를 뒤흔들며 몸을 일으키려고 할때 한쪽 다리에 보우건의 화살이 박혔고 찍찍거리며 바둥거리던 요괴가 고개를 들었을땐 매우 언짢은 표정을 지은 요이가 있었고 쥐요괴는 식겁을 하며 양발을 빌었다.


  "찍! 찍! 찌직! 찌익!"

  "사람 말을 해 이 쥐새끼야!"


  요이가 전투화로 대가리를 걷어차버리자 제대로 얻어맞은 쥐가 말했다.


  "살려줍셔야 찍! 이 가여운 털뭉치를 죽이지마서라야 찍!"

  "전혀 안 가엽거든?"

  "고의가 아니었어야 찍!"

  "쥐새끼 말을 믿을거 같냐."

  "그건 동물차별이어야 찍! 다른 동물 말은 믿어주면서 그럼 안된다는거야 찍!"

  "아니 그놈의 찍! 좀 그만 붙여!!"


  요이가 다시 발길질을 하자 쥐가 찍찍거리며 굴러다녔고 그쯤 2개의 군장을 메고 달려온 하현이 쥐를 구타하는 요이를 보며 숨을 고르곤 말했다.


  "아니 쟨 왜 안죽이고 그래."

  "뭐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 이 쥐가 계속 찍찍 거리잖아."

  "쥐가 찍찍 거리지 멍냥거리겠어? 그만 좀 때려."

  "병이나 옮기고 더러운 족속에 물량도 많은 해충같은 것들이야."

  "됐어 됐어 그럼 그냥 죽이고 정화시키자."


  하현의 말에 쥐요괴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살려주셔야 찍! 그리고 그만 좀 때려야 찍! 언제까지 때릴거야 찍!"


  그 말에 요이가 멈추곤 보우건을 겨눈채 말했다.


  "너 이 쥐새끼. 경무장인거보면 딱 정찰조잖아. 겨우 3마리인거 보면 더 바글바글할거 같은데, 본거지가 어디냐."

  "말해주면 살려줄거다야? 찍!"

  "지금 니가 그런 협상을 시도할때냐!"


  요이가 다시 걷어차버리자 쥐가 외쳤다.


  "어차피 죽을거면 절대 말안한다야 찍!"

  "쳇. 그래, 안죽일게. 불어."


  요이가 별수없다는 듯이 말했을때야 쥐가 말했다.


  "대왕 쥐님께서 보낸 정찰반이어야 찍! 거리는 여기서 많이 멀다야 찍!"

  "정확히 어디쯤인지 말해봐. 너희 군집 규모는 어느정도인지도."


  요이의 물음에 쥐요괴가 순순히 모든 정보를 다 아는대로 말해줬고 요이가 끄덕거리며 필기를 끝냈을 무렵, 쥐요괴가 외쳤다.


  "이제 이 화살 좀 뽑아달라야 찍!"

  "안죽인다고만 했는데."

  "퇴마사가 사기치면 안된다야 찍!"

  "사기가 아니라 애초에 뽑아준다고 한적이 없다고."

  "나쁜 퇴마사다야 찍! 저주받을거다야 찍!"


  그 말을 들은 요이는 피식 웃으며 장난치냐는 듯이 쳐다본 뒤에 군장을 메고 걷기 시작했고 하현이 말했다.


  "에? 진짜 살려놓는거야?"

  "저녀석이 말한 정보면 저녀석의 목숨 값은 했어."

  "난 찝찝한데."

  "괜찮아. 어차피 술식 부여된 화살에 꽂힌 상태에선 커다란 털뭉치일 뿐이거든. 그리고 이 정보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어. 큰규모의 쥐무리를 두면 언젠가 사람들에게 분명 치명적인 피해를 주니까."

  "그래서, 이제 쥐 잡으러 가는거야?"


  하현이 영 별로라는 표정으로 말하자 요이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아니, 난 그런 쓸데없이 목숨거는 짓 같은거 안해. 이 정보로 좋은 보상을 좀 노려봐야지."

  "보상?"


  하현이 궁금하다는 듯이 말하자 요이가 뭔가 희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느정도 안전한 거처를 제공 받을 수도 있어. 그런 곳에서 수련하면 정말 편하거든."

  "너에게 안전한 곳이 있어?"

  "완벽하게 안전한 곳은 없다고 봐야하지만 공을 세우면 그만큼 편의가 제공되기 마련이야."


  그날밤, 비상용 전투식량을 제외하곤 모두다 떨어진 하현이 반합에 식재료를 대충 섞어넣어 조리하면서 총기를 점검하고 있었고 요이가 보우건을 든채 나무 위에서 통신기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거기에 엄청나게 몰려있다고 하더라구요. 네네, 처리는 어떻게 하실거죠? 저요? 농담이 심하시네요 겨우 견습 퇴마사인 저를 그런 곳에 보내봐야 개죽음 뿐이잖아요. 아~ 네. 좋네요. 정부에서 처리하는게 깔끔하긴 하겠죠 일단 그쪽에도 알려주세요. 하하 고생은요. 다음에도 좋은 정보 얻으면 보고할게요. 감사합니다, 그쪽도 고생하세요~"


  통신을 끝낸 요이가 보우건을 든채 그대로 나무 위에서 경계를 시작했고 총기를 점검하던 하현이 말했다.


  "그래서 대화는 좀 잘됐어?"

  "사실유무를 확인하고 나면 보상은 확실할거 같아. 토벌 후에도 좋은거 좀 건져내면 나한테 떨어지는게 더 많아지구."

  "은근히 포상제도가 확실하네?"

  "열심히 퇴마해도 그만한 보상이 전혀 없다면 의욕 따위 안생기기 마련이지. 하물며 생존이 달린 상황에선 사소한거 하나하나가 중요해. 더 좋은 장비, 휴식공간 같은 것들은 무시 못하지."

  "그거 좋네."

  "반대로 벌점도 확실해서~ 뭔가 잘못하면 그만한 임무가 맡겨져. 혹시 모르지 내가 찾아낸 쥐소굴도 누군가 목숨걸고 맡게되는 자살임무 일지도."

  "상벌이 철저하구나."


  하현이 점검이 끝난 총기를 가지런히 놓아두고 반합을 휘저었고 그것을 나무 위에서 바라본 요이가 말했다.


  "…그건 무슨 음식이야."

  "어? 그냥 다 섞어넣은 짬밥."

  "…많이 먹어."

  "그래, 이런거라도 먹어야 살지. 헤에~ 참기름에 고추장 팍팍 넣은 비빔밥 먹고 싶다. 섞어넣는다는 개념은 같은데 맛은 차원이 다르지."

  "비빔밥? 그건 뭔데?"


  그 말에 하현이 군침 돈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답했다.


  "한국의 음식이야. 밥에 나물부터 계란까지 이것저것 넣고 양푼이에 슥슥 비벼서 먹으면 환상적인 맛이지. 크~ 누가 뭐래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즉석 비빔밥이 최고!"

  "많이 맛있나보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급받은 재료들로 한번 만들어줄게. 기대해도 좋아! 지금은 이런 짬밥이나 먹어야하지만……."


  시무룩 하게 한입을 떠먹는 하현에게 요이가 과일 하나를 꺼내곤 말했다.


  "바카현 받아."

  "박하현이라니…엇?"


  요이가 던진 과일을 받아든 하현이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이야 나 주는거야?"

  "짬밥인가 뭔가 먹고나서 과일이라도 먹어야 입안이 상큼해지지. 힘내."

  "와~ 고마워. 요이! 감동인걸……. 근데 이런 과일은 계속 어디서 나오는거야? 꽤 신선해 보이는데?"

  "너 자고 있을때 주변에 나가서 몇개씩 구해와."

  "……."

  "왜?"

  "……."

  "왜 그런 표정이야?"

  "내가 자고 있을때 똑바로 보초서란 말이야! 초병의 무단 근무지 이탈은 엄청난 문제라고!!"


  포크숫가락을 치켜든채 왕왕 거리는 하현이를 지켜보며 요이가 살짝 웃어보이곤 들리지않을 정도로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내가 멀리 있는게 너에게 더 안전한걸."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